선택진료 부당징수 성모병원사태 촉발
- 최은택
- 2006-12-11 06: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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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비확인제도' 뜨고...심사기준 부당성 논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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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을 앞두고 의료계가 도덕성 논란에 다시 휘말리고 있다. 의료기관이 심평원과 공단에 청구해 지급받아야 할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불법적으로 과다징수했다는 환자단체의 폭로 때문이다.
이른바 의료계에서 ‘성모병원사태’로 불려지고 있는 이번 사건은 KBS ‘추적60분’을 통해 생생히 보도되면서, 환자들은 물론 일반국민들에게 진료비 명세서를 꼼꼼히 챙겨 적정부과 내역을 따져봐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줬다.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한층 강화됐음은 물론. 제도적으로는 의료기관이 적정하게 비급여 진료비를 부과했는지를 비전문가인 환자들을 대신해 확인해 주는 심평원의 ‘진료비확인요청’(요양급여대상여부확인) 제도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심평원의 부당한 급여심사 기준 때문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잠재돼 있던 급여기준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불법과다징수, 성모병원만의 문제 아니다”
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이에 앞서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의뢰한 결과, 성모병원이 환자당 평균 2,500만원을 불법과다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환우회는 그러나 “이번 회견에서는 상대적으로 징수금액이 많은 성모병원만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다른 의료기관도 실상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회견에서는 특히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청구해야 할 급여대상 항목까지 임의비급여로 환자들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환자단체나 시민단체는 그동안에도 병원의 임의비급여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파산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라면서 식대, 선택진료, 상급병실료를 3대 비급여로 지목, 급여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진료비 논란에서 임의비급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급여화하거나 특진료에 해당하는 선택진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뿐 급여대상이 임의비급여로 환자들에게 전가됐던 것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의료기관, 급여항목 임의비급여 불가피한 선택?
환우회가 이번에 폭로한 환급결정 내역을 보면, 환자들을 옥죈 임의비급여가 실상은 선택진료나 상급병실료보다는 의료기관의 불법징수가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환불금액 중 무려 72%가 급여대상을 비급여로 징수한 건이었고, 선택진료 임의산정는 7%에 불과했다. 허가사항을 벗어난 약물투여와 이로 인한 비급여 징수도 18%나 됐고, 행위수가에 포함돼 이미 포함된 재료대를 중복징수한 건도 3%나 됐다.
이번 사태의 발단도 알고 보면 선택진료 의사를 임의 지정해 부당하게 징수한 금액을 돌려받으려다 성모병원 측에서 이를 거부하면서 진료비확인 의뢰를 야기시켰던 점을 보면 환우회 입장에서는 의외의 성과(?)였던 셈이다.
안기종 사무국장은 지난 8일 공식의견을 통해 “환자 몇 명이 선택진료를 신청도 하지 않았은 데 대부분의 검사에서 선택진료비가 부과돼 병원 원무과에 돌려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해 진료비확인 요청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원무과는 가톨릭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여의도성모병원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발끈했다고 안 사무국장은 전했다. 정당하지 못한 진료비를 돌려달라는 주장이 타협할 수 없는 ‘불의’가 돼 버렸다고 환우회 측은 쓴웃음을 지었다.
선택진료비 환불 "불의와 타협불가"를 외치더니
성모병원은 이와 관련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삭감될 것을 뻔히 알면서 무턱대고 청구할 수 없는 게 의료계의 현실”이라면서 “그러나 급여기준대로만 하면 백혈병환자에 대한 완치율은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환자 치료과정에서 급여범위를 벗어난 초과투여가 발생될 수밖에 없지만, 급여기준 내에서만 진료비를 보상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특히 환자들이 환불요청을 하면 심사기준을 보다 느슨하게 적용해 삭감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심평원의 이중적인 심사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평원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지키는 데 성모병원만 유독 초과투여가 많다는 것은 따져 봐야 할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특히 심평원 관계자는 “급여기준대로만 투여했을 때 완치율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응수했다. 심사부서와 민원부서간 심사기준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논란소지 있지만, 급여대상 임의비급여 유감”
심평원 민원상담부 관계자는 “일정부분에서 제도상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이유를 물문하고 급여대상 항목까지 환자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연간 진료비 심사건수가 9억 건에 육박하기 때문에 모든 청구 건수를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면서 정밀심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급여·비급여 기준이 무려 4만5,000여개(행위·약제·재료 3만6,000여 개, 비급여 8,000여개, 세부적용기준 1,100여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든 기준을 동원해 심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심사부에 진료비를 청구하고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환자들의 민원신청을 통해 비급여를 포함한 정밀심사가 진행되면 일부 심사조정률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는 그러나 “기준항목이 너무 많기 때문에 보험담당자가 실수나 착오로 임의비급여 처리하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삭감을 피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복지부, 환우회 요구대로 성모병원 감사 수용할까
심평원은 환우회와 성모병원 측이 제기한 주장들에 대한 입장과 근거자료를 정리해 복지부에 보고했으며, 복지부는 내주 중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환우회 측이 성모병원에 대한 감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실제 복지부의 감사가 진행될 경우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성모병원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의료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복지부가 감사청구를 감행할 지는 미지수다.
대한혈액학회와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지난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복지부와 심평원이 환자와 의사간 갈등을 유도하고 책임을 병원과 의사에게 전가한 것은 유감스런 처사”라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이들 학회는 “전문학회와 복지부, 심평원이 공동참여하는 가칭 민원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민원의 정당성과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자”고 주문해, 의료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 대신 타협점을 찾도록 길을 보여주기도 했다.
행위별수가 한계...지불제도 개선이 근본적 해법
한편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행위별수가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등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의료체계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면서 지불제도를 개선하고 과잉공급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성모병원사태의 본질은 진료비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돼야 한다”면서 “급여기준을 논의의 정점에 세우는 것은 줄기는 놓아둔 채 이파리를 흔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현행 행위별수가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하에서는 의료서비스의 가격과 양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질 확보 보다는 과잉 공급된 서비스에 대한 원가보전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진료지침 등에 대한 근거중심의 기준설정과 예외부분에 대한 방침과 과정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지불제도를 포괄수가제(특히 입원진료)로 변경하고 과잉경쟁과 과잉진료를 예방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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