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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는 가짜약 연례행사

  • 데일리팜
  • 2008-03-06 06: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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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 #가짜약 사건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고 충격적이다. 이 약을 복용하는 고혈압환자가 무려 50만 명에 달하니 자칫 유통이 됐다면 전대미문의 인명사건이 터질 뻔 했다. 압수된 그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유통을 준비한 낱알약이 도합 120만개다. 또 60% 진짜성분이 되레 환자들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아직도 놀란 가슴을 애써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유통직전 범인들이 검거되기가 천만다행이다. 한미약품의 철저한 유통관리 시스템이 이들 가짜약의 유통징후를 사전 포착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 제약업체의 유통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워 주는 사건이었다.

가짜약 사건은 사실 잊을 만하면 터진다. 그 폐해가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것임에도 이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안는다. 연이어 터지는 최근 몇 년의 사건만 보면 그렇다. 특히 고혈압치료제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고 심각하다. 대표적 고혈압약물인 ‘노바스크’ 가짜약은 지난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나 터져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가짜 ‘자니딥정’ 사건이 터졌다. 이러다가는 환자생명에 더 큰 위해를 줄 가짜 전문치료제들이 연례행사처럼 시장에 나올 판국이다. 항궤양제 ‘잔탁’과 항진균제 ‘스포라녹스’ 등의 가짜약 파문 역시 최근에 터진 사건이었고, 발기부전치료제 가짜약들은 여전히 범람중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가짜약 사건이 더더욱 확대될 여지가 크다. 한국은 불명예스럽게도 아시아에서는 중국, 러시아와 함께 가짜약 3대 유통대국이다. 더구나 이웃 중국은 가히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짜약 제조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가짜약 최대 수출국이라는 것이다. 이들 가짜약이 이웃한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시아에서만 가짜약이 무려 1만종에 달하고 매년 20만 명이 가짜약으로 부지불식간 사망한다고 하는데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할 것인가. 제조를 원천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수입이나 유통을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물론 가짜약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근절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WHO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약물의 약 10%가 가짜약이고 개발도상국은 그 비율이 무려 25%에 이른다. 가짜약의 전 세계 시장규모가 연간 50조원 가까이나 되니 가짜약 근절은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행보 보다는 국가 간 공조를 통한 노력이 수반되는 작업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공조를 기다리는 것은 국가별 상황을 보면 요원한 과제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제약업체와 도매업소들이 나서야 한다. 가짜약의 피해자는 환자들이지만 제조·유통 업체들 또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번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조·유통 업체들의 타이트한 유통관리가 가짜약 근절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짜약은 유통단계에서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 정부는 이 같은 첩보사항들에 대한 신고의무화와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는 관련법안의 제정을 검토했으면 한다. 물론 요양기관도 환자를 케어하는 책임이 있기에 이에 포함돼야 할 위치에 있다. 지금과 같은 가짜약 추방운동이나 캠페인 등은 한계가 분명하고 행사 자체가 전시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별 효과를 보지 못해 왔다.

제조업체들은 가짜약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법의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 가령 지폐와 같이 위조를 하기 어려운 라벨을 개발한다든지 아니면 의사나 약사들이 해당제품의 정품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특수기법들이 개발돼야 한다. 비아그라는 좋은 예다. 이 제품의 홀로그램은 위조가 어려우면서 진위 판별은 용이하도록 특수 제작됐다. 아울러 정부는 관련부서에 가짜약 대책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의협이나 약사회 및 제약협회 등 유관단체들은 캠페인에 의존만 할 것이 아니라 사무국내에 별도의 대책팀을 꾸려야 한다.

가짜약과는 다른 사건이지만 지난 1960년에 터진 최면진정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은 이번 기회에 다시 새겨야 한다. 가짜약은 효능이 없거나 미약하다는 차원에서 부작용과는 구분되지만 그것이 미치는 치명적인 생명의 위협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탈리도마이는 당시 전 세계 46개국 1만여 명의 기형아 출산을 가져온 그야말로 초유의 사건이었다. 가짜약은 그 이상일 수 있음에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이 진짜 문제다. 가짜약으로 인한 피해는 인과관계의 규명도 그렇지만 통계가 정확치 않아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지금도 가짜약으로 인해 시나브로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봐야한다. 그래도 여유를 부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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