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국회서 재격돌 예고
- 박동준
- 2008-09-01 06: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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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법 "법적 근거 마련" 인정…복지위 통과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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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서부지법이 민법에 근거한 건강보험공단의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건강보험법에 약제비 환수의 근거 마련을 위한 공방이 국회서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특히 법원이 과잉처방 약제비를 의료기관에 환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환수 주체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법적 근거규정 마련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복지부, 공단과 의료계가 서로에게 유리한 여론을 이끌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원 "약제비 삭감, 징수처분 법에 근거규정 마련"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와 관련한 이번 판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은 법원이 약제비의 삭감이나 징수처분을 위한 법적 근거규정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으로부터 약제비를 징수할 수 없고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없게 되면 약제비에 대해 삭감 등 처분이 불가능해지면서 급여기준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도 무력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건강보험의 경우 의료공급자와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 그리고 보험자의 대리인인 공단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민사소송 등 사법상의 일반적인 청구권에 의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도 법원은 인정했다.
법원은 "의약분업 후 처방전의 발급주체, 약제비의 귀속주체 등이 구분되면서 건보법에 따른 약제비 삭감, 징수처분을 할 수 없는 영역이 발생하게 됐다면 이 역시 법에 근거규정을 두는 방법으로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법, 18대 국회서 '삼수'
그러나 법원의 지적에 앞서 이미 의약분업 직후인 2001년부터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근거를 건강보험법에 마련코자 하는 시도는 국회, 복지부 등을 거쳐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그 첫 시도는 지난 2001년 민주당 김성순 의원 등 여야 의원 30명이 공단이 과잉청구 등으로 다른 요양기관(약국)에 급여를 받게 한 요양기관(의료기관)에 대해 그 급여나 급여비에 상응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건보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김성순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원인제공자와 수급자가 일치하지 않아 보험급여비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근거규정을 명문화해 원인 제공자인 의료기관에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와 동시에 의료계는 국회에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으며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2년 가까운 공전을 거듭하다 결국 자동폐기 됐다.
이후 한 동안 수면 아래도 가라앉았던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를 위한 건보법 개정 논란은 2006년 유시민 전 장관 시절 복지부가 정부입법 형식으로 개정안을 입안예고하면서 다시 촉발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법조항 '철회' 권고 결정을 내리고 유 전 장관이 수용하면서 법 개정이 중단됐다.
그 사이에도 의원입법 형식으로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를 의료기관에 환수토록 하는 국회 차원의 건보법 개정 검토는 몇 차례 있었지만 실제 법안이 발의된 것은 17대 국회 막바지 민주당 장향숙 전 의원에 의해서 였다.
하지만 장 의원의 건보법 개정안 발의 역시 역시 17대 국회가 임기를 마감하기 직전인 올해 2월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 됐다.
이후 18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다시 과잉처방 약제비를 의료기관으로 부터 환수토록 하는 건보법 개정안을 지난 12일 발의해 향후 복지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처럼 국회 등에서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근거 마련을 위한 건보법 개정이 번번히 좌초되면서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를 둘러싼 정부와 의약계의 소모적인 논쟁을 국회가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단 "18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성사시킨다"
공단은 이번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에 대한 즉가적인 항소와 함께 국회를 통한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근거 마련에도 더욱 공을 들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공단은 이번 주 박기춘 의원과의 면담을 통해 먼저 개정안 발의 사유를 확인하고 복지위 내에서의 추진 가능성, 향후 진행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국회에 대한 법개정 필요성 홍보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회를 통한 건보법 개정안 발의는 공단과 일정한 교감이 있은 후 이뤄졌지만 박 의원의 경우 공단과 별도의 의견교환 없이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어서 공단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우선 박 의원과의 논의를 먼저 진행한 후 전체 보건복지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법개정의 필요성을 알려나갈 것"이라며 "18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와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이라며 "판결 자체는 패소이지만 법 개정에는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중단, 건보 존립 위태"
공단이 건보법 개정에 희망적인 기대를 내비치는 것은 서울서부지법의 이번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굳어질 경우 건보법과 민법 모두에서 과잉처방 약제비를 환수하기 위한 근거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단은 의료기관의 줄소송으로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의 과잉처방을 사유로 환수한 1000억원대의 금액을 반환해야할 위기에 놓일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급여기준 초과 처방을 통제할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건보 재정 안정화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도 법 개정에 대한 이견을 떠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공단 내부의 시각이다.
공단은 "건보 제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에 대해 법리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복지부와 협의해 조속한 법적 근거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의자 없는 환수법, 복지위서 탄력 받을까
그러나 공단의 기대만큼 국회에서의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를 위한 건보법 개정이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법이 이미 2차례 국회에서 폐기됐다는 점은 배제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보건복지위 소속이 아닌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보건복지위에서 탄력을 받기 힘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6대 국회에서 김성순 의원이 해당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상황에서도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간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한 민감한 사안이 법안 발의자도 없는 복지위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친의료계적 성향을 보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보건복지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의사를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주체로 규정한 건보법 개정의 앞날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박 의원이 발의한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법이 자칫 보건복지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또 다시 폐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 "공단은 의사를 도둑으로 만드나"
건보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놓고 공단이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만큼 의료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분위기이다.
법원이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에 대해 의료계의 손을 들어줬지만 자칫 이번 판결이 의료기관이 수익을 취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공단이 이번 판결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마치 의료기관이 과잉처방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금액을 돌려받게 된 것으로 설명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심사의 편의를 위한 심사기준을 잣대로 마치 의사가 과잉처방을 하고도 돈을 돌려받는 것으로 공단은 설명하고 있다"며 "공단은 의사를 도둑처럼 인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국회 등을 상대로 의료계의 입장을 알리는 활동을 펼칠 필요성도 있다"며 "협회 내부의 논의를 거쳐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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