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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위기극복의 세 변수

  • 데일리팜
  • 2008-11-06 06:45:50

내년도 의약계의 경기 전망은 분석 자체에 의미가 없을 만큼 ‘시계(視界) 제로’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 온갖 경우의 수를 모두 조합해도 정확한 경기 예측치를 내놓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몇 년 내 제약주는 아예 쳐다보기 힘든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비참할 정도의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 시기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돼 2010년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실물경제 침체국면을 보면 이 같은 관망을 일축하기 어렵다는데서 위기감과 불안감이 증폭된다. 국내 제약산업은 여하한 앞으로 2~3년 중에 최대의 위기정점에 서게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외자 제약사들이 이 와중에 ‘특별한 행보’를 하는 것이 눈에 띤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밝힌 ‘향후 5년간의 회원사 R&D 동향’을 보면 그렇다. 외자사들은 오는 2011년까지 약 5000억원의 자금을 R&D에 투자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여기에 한국화이자가 복지부와 MOU를 체결해 투자키로 한 3000억원을 합치면 투자금액이 8000억원을 넘는다. 개별 회사와 5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한 회사당 연간 투자할 R&D 금액은 작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목이 되는 것은 R&D 투자 대부분이 임상부문이라는데 있다. 주지하다시피 임상은 신약개발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고도 핵심적인 과정이다. 이를 한국에서 활발히 수행하는 것은 외자사들의 임상 노하우가 국내에 직·간접적으로 전달·축적되는 간과하기 어려운 베이스다.

우리는 외자사들의 행보를 참고해 세 가지 사항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첫 번째, 제약업계는 R&D에서 확고한 중심을 다잡아 가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무조건 움츠리고 주저앉아 있다고 해서 절대 비켜가지 않는다. 어차피 닥칠 위험이면서 움츠려 있다고 해도 쓰러질 거대한 풍랑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단단히 무장하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길 뿐이라는 것이다. 그 핵심 베이스가 R&D다. 정말 다행인 것은 상위권 주요 제약사들이 내년도 R&D 투자비용을 20~30% 증액·편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주도는 제약사들이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중외제약, 녹십자 등이다.

두 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끝도 없이 추락할 마당에 경쟁력도 약한 국산 의약품을 무슨 수로 수출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 반대로 지금이 호기다. 국산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의 해외 수출 길을 새로 트고 확대할 일을 불황기에 해보자는 것이다. 제네릭 경쟁력은 우리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선결요건이다. 정부가 때마침 수출기업에 대한 특단의 금융지원과 더불어 브랜드 보증 방안까지 내놨다. 수출보험 계약한도가 40조원 늘어난 170조원에 이르고, 해외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진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가 보증하는 ‘코트라 보증 브랜드’ 제도까지 생겨났다. 이밖에도 수출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이 정말 화려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기회가 좀처럼 없다. 제약사들이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전문화된 영역의 개척이다. 제품의 다이어트이고 가지치기다. 매우 과감하게 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이자 숙제가 업체간 수도없이 중첩된 약물들의 교통정리다. 이를 통해 제약사들은 특화사업 영역을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 불경기에는 어차피 팔리지 않는 품목들의 ‘잡화점 구색’을 정리할 기회다. 동일성분 제제가 수백개씩 되는 의약품들이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어지러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제약산업의 체질과 경쟁력이 업그레이드 되기 불가하다. 국내 몇몇 제약사들이 특화제품 개발을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해 모든 제약사들이 이를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의약경기의 불황은 이미 시작됐다.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저소득층의 의료이용량이 올 들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의약경기는 불황을 탔었다. 이런 추세는 경기가 저점을 찍어갈 수록 심해질 것이 확실하다. 이로인해 아파도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찾지 않는 소득계층이 크게 증가할 것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이다. 요양기관들이 그 위험에 진입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권 의료기관 폐업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은 상징적 징후다. 피부, 성형, 비만 등은 아예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이다. 일부 종합병원은 계속해서 위기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제약사들은 이런 위기상황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정부의 정책과 보조를 같이 취해 나가야 한다. 무려 33조원을 투입하는 각종 경기 부양책과 수출 5000억달러 달성이라는 국가적 사활을 건 목표를 곁눈질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로 잡은데에 역시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위기국면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이기에 경제성장 목표달성이 비관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시중에 풀리는 막대한 자금과 수출지원 정책을 도외시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를 관심 외로 둔다면 나 홀로 생존하려다 벼랑 끝에 내몰리고 말 것이다. 2010년 후반기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제약계에서 전개된다고 하는 것은 생존한 제약사 보다 쓰러진 제약사들이 훨씬 많은 상황을 암묵적으로 빗댄 것이라고 본다. R&D, 수출, 전문화의 세 가지 숙제는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것이자 제약계가 언젠가는 꼭 해야할 변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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