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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화이자' 승부수

  • 데일리팜
  • 2009-01-28 06:45:39

지난해 9월 15일 터진 미국 리먼 브러더스발 쓰나미가 예외 없이 국내 상장법인들을 휘몰아치며 한국경제를 위기의 한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진짜 위기가 드디어 시작됐음을 알리는 사이렌이 2008년 4/4분기 국내 주요 상장사 재무제표 수치를 보면 이미 곳곳에서 울려대고 있는 판국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명함이라고 할 대형 상장법인들의 4분기 실적악화로 인한 잇따른 어닝쇼크(earning shock)는 그나마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그런대로 견뎌온 국내 상장 제약업계에도 끝단의 불안감을 점차 증폭시켜 가고 있다. 대한민국 간판기업인 삼성전자 마저 지난해 4분기 동안 9371억원의 영업손실이라는 믿기지 않는 마이너스 실적을 낸 마당이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놀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대형 상장사들의 영업손실 후폭풍으로 밀려들 고강도 충격에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까. 최근 일어난 두 가지 대형 이슈는 그 참고가 된다.

전 세계 제약시장의 좌표를 긍정적으로 흔들 두 개의 큰 뉴스가 최근 잇따라 국내 제약업계에 날아들었다. 남의 나라 내지는 다른 기업의 일로 그냥 스쳐 지나갈 소식이 결코 아닌 대형 이슈다. 하나는 미국발이고 또 하는 이스라엘발이다. 전자의 소식은 거대 다국적 제약사간 초대형 인수·합병이고, 후자는 제네릭에 관한한 이에 못하지 않은 전략적 제휴다. 두 사안은 공교롭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맞불 이벤트 성격을 띠었다. 이들 모두 몸집 부풀리기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아니 그 보다는 글로벌 위기의 침체에 활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한다. 동반위기로 나아가고 있는 세계 제약시장의 측면으로만 봐서는 그 바닥의 한계를 앞서 찍는 의미심장한 '리턴 포인트'로 보고 싶기도 하다.

우선 세계 최대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미국 #화이자(Pfizer)가 와이어스(Wyeth)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회자된 뉴스였지만 '하필 지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귀를 의심케 하는 빅뉴스다. 뉴욕타임즈(NYT)가 화이자의 인수소식을 타전한 시점은 현지시간으로 26일이다. 마침 우리 시간으로는 새해 첫날이 밝은 설날 벽두다. 암담하기만 한 글로벌 위기경제의 새해 아침에 비춘 희망의 빛에 비유된다고 할까. 그것은 인수자금이 무려 680억달러에 이르는 근래 전 세계에서 보기드문 대규모 합병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월가의 금융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고서는 도대체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로 전체 인수 금액 중 무려 225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은 월가의 주요 5대 은행에서 차입된다. 이번 인수는 제약업종 뿐만 아니라 전 산업부문의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핫 뉴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국내 제약사들이 화이자의 과감한 행보를 참고했으면 한다. 거대기업의 다른 차원이라고 치부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몰딜 내지는 소규모 인수·합병이라는 긍정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는 주문이다. 화이자는 앞서 지난 2000년에도 워너 램버트를 600억불에 인수하면서 성장과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멘텀의 터를 닦았다. 세계 최고의 약물인 고지혈증치료제 '리파토'가 그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도 화이자는 인수시 15%의 프리미엄까지 얹어 준 것에서 나아가 가장 안전한 투자등급인 트리플A(AAA) 업체이면서도 조건부 신용등급이라는 불리한 배수진까지 쳤다.

글로벌 위기의 정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무리한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 이후 화이자는 외형에서 2위의 다국적 제약사와 두 배 가량 차이를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특별한 M&A 이슈가 없는 한 화이자의 매출을 따라잡기 힘든 명실 공히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초거대 공룡 다국적 제약기업의 탄생이다. 제약시장으로 보면 '1극 파워'의 출현이다. 이를 M&A 시장의 우연한 시장 흐름으로 치부할 것인가.

세계 제약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을 보자. 설 연휴 직전에 다른 빅 이벤트가 이번에는 유럽 쪽에서 큰 소리 없이 진행됐다. 세계 최대의 제네릭 업체인 이스라엘의 #테바(Teva)사가 세계 2위의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제조·생산 대행 전문업체)인 스위스의 론자(Lonza)사와 손잡고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화이자 인수 건 못지않은 이슈다. 바이오 제네릭 분야의 세계 1등을 표방한 도전장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테바사는 유럽시장은 물론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즈음해 미국 제네릭 시장을 주 타깃으로 겨냥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제네릭 경쟁사인 미국의 바(Barr)사를 합병하면서 미국 내 제네릭 처방의 30% 석권을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니 테바는 미국과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시장공략을 준비해 왔다.

이런 판세로 보면 전 세계 제약시장에서 공룡기업으로 우뚝 선 화이자와 1위 제네릭 업체로 위상을 단단히 다진 테바사와의 대회전이 불가피하게 벌어질 것이다. 이른바 전 세계 제약시장의 패권과 제네릭 헤게모니를 놓고 벌어질 치열한 각축전을 주목해 봐야 한다. 이들 업체들이 벌이는 게임은 작금의 경제상황으로 볼 때 무모한 베팅이고 게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감수한 도전만큼은 우리가 사고 싶은 정신이다. 인도의 시플라, 란박시, 닥터레디 등만 봐도 글로벌의 위상을 갖추고 이미 국내에도 진출하거나 진출채비를 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시장의 주인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위험을 반전의 기회 내지 도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정신을 단순히 베팅으로만 봐서는 드넓은 시야를 갖지 못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 무조건 몸을 움츠리려 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중하위 제약사들의 몸조심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 차라리 이런 식이면 조선이나 건설업체 처럼 이번 기회에 정부가 경쟁력 없는 제약회사의 강제 퇴출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위권 제약사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시설 진출은 눈에 뜨인다. 예컨대 대웅제약은 최근 인도의 제약생산 중심지 하이데라바드에 단순 해외법인이 아닌 첨단 의약연구소를 설립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우는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력이 있는 바이오와 생명공학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추세를 국내사들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대형 상장사들의 지난 연말 실적을 갖고 막연한 공포나 충격에 빠져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이자와 테바 등의 행보를 그저 먼 나라, 먼 기업, 다른 상황 등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참고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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