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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등재약 본평가 "약가인하냐 급여삭제냐"

  • 최은택
  • 2009-03-16 06:59:52
  • 고지혈증약 인하 합의안 도출···복지부, 내달 계획 공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시범평가 사업이 다음 주 중 사실상 종결될 전망이다. 2007년 착수 후 사업이 지체돼 무려 1년 8개월이나 소요됐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원칙, 특히 평가결과 적용방식에 대한 의사결정 방향의 기본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시작이 반’이라면 5부 능선쯤 다다랐다고 평가할 만할까.

고지혈증약 가격인하율, 2년에 걸쳐 반씩 적용

지난 11일 열린 제도개선소위 모습.
◇제도개선소위원회=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스타틴 경제성평가 결과 적용방안을 건정심에 안건 상정했다. 제약산업의 충격완화를 위해 가격조정이 필요한 고지혈증치료제의 약가인하를 3년에 걸쳐 균등 인하하자는 내용과 특허미만료약의 경우 향후 제네릭 등재·발매로 인해 약가가 인하되는 점을 감안해 특례를 인정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경실련을 위시한 가입자단체 위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날 안건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건정심은 대신 위원 9명이 참여하는 제도개선소위원회(이하 소위) 세부논의를 거쳐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쟁점은 가격을 일시에 인하할지 또는 수년에 걸쳐 분산시킬지, 특허미만료약 가격인하의 경우 인하율을 선적용할지 또는 제네릭 등재·발매시까지 유보할 지가 핵심이었다.

이렇게 마련된 소위는 단 한번의 회의만으로 다수안이 도출됐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회의에 ‘일시반영’, ‘3년간 균등 적용’, ‘3년간 5:3:2 비율 적용’, ‘2년간 균등 적용’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특허미만료약에 대해서는 평가결과를 즉시 적용하는 방안과 제네릭 등재·발매에 적용하는 방안 등 종전 두 가지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단 한번만에 끝났지만 소위 회의는 녹록치 않았다. 시범평가 적용방식은 그대로 본평가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소위 위원들은 이날 3시간여의 격론끝에 시범평가와 본평가를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다수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타틴 평가결과는 2년에 걸쳐 균등적용 한다’ ▲‘특허미만료약은 먼저 평가결과를 반영하고, 제네릭 등재·발매시에는 인하율이 20%보다 낮은 품목만 차율을 추가인하한다’ ▲‘본평가에서는 평가결과를 일시 적용하거나 또는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성분 또는 품목은 목록에서 삭제한다’.

다수안 외에 특허미만료약에 대해서는 두 가지 소수안도 함께 상정될 예정이다. 경총은 소수안으로 특허미만료약의 경우 제네릭 등재·발매시까지 평가결과 적용을 유예하는 복지부 제안 두 번째 안을 제안했고, 경실련 등 가입자단체는 평가결과를 선적용하고 특허만료시 적용문제는 나중에 논의하자는 수정안을 냈다.

건정심 23일 전체회의···다수안 수용 가능성 커

◇건정심=복지부는 23일 전체회의에 소위 다수안과 소수안을 모두 안건 상정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본평가 결과 반영시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성분 또는 품목을 목록에서 삭제할 것인지, 아니면 약가를 인하(일시)하는 선에서 목록을 계속 유지할지는 논란거리로 남겨져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경제적인 품목은 일단 급여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런 원칙론에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생각이 다르다. 의사협회 전철수 부회장은 진료제한을 이유로 "급여목록은 유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약계는 “제약산업의 충격을 감안해 가격을 단계인하하고 급여목록 유지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건정심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지만 진료 및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약가인하=소위 다수안이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그대로 채택될 경우, 고지혈증치료제의 약가는 내달 1일 또는 15일자로 평가결과의 50%가 인하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23일 건정심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더라도 관련 고시는 2~3일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약가인하 시점을 내달 1일로 적용할지 그 이후로 늦출 지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가차액에 따른 반품정산 등 약국가의 불편을 고려해 약가인하 적용일과 고시공고일간 최소 15일 이상 간극을 둬야 한다는 약사회와의 합의에 따른 것.

따라서 약사회의 동의여하에 따라 약가인하율 적용일은 내달 1일 또는 10일, 15일로 달라질 수 있다.

고지혈증 약가인하, 내달 1일-10일-15일 유동적

복지부 보험약제과 이태근 과장.
◇본평가=시범평가 논의가 종결되면 목록정비 사업은 이제부터 본격화된다. 복지부는 이미 4차에 걸친 본평가 스케쥴을 공고한 바 있다. 시한은 차수별로 1~2년씩 더 소요될 수 있지만 평가순서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보험약제과 이태근 과장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 내달 초 본평가 시행계획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1차년도 평가대상은 고혈압, 순환기, 소화기, 소화성궤양, 장질환, 골다공증 등 6개 약효군 869개 성분코드 3729개 품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본평가 시행계획 발표에 앞서 전재희 장관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부가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본평가를 조기 시행토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취지를 무색케 할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약가거품빼기 전국민 캠페인 등을 벌일 예정”이라면서 “제약사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과제들=복지부 이태근 과장은 본평가 수행과정에서 부족한 인프라와 효율성을 고려해 세부평가를 외부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방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앞서 심평원에서 지난해 시도했던 바지만, 연구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아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었다. 이 과장은 대학과 연구자들을 세부평가에 참여시키고 심평원은 코디네이터나 정책적 판단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평가방법 간소화-부족한 자료 구축 등 과제 산적

이 과장은 또 평가결과를 기초로 한 약가(인하율) 결정시 '학문적 평가'(assessment)와 '정책적 평가'(appraisal) 과정을 분리해 경제성평가 결과 외에 환자편익, 재정영향, 형평성, 선호도, 사회적 수용성 등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른 나라의 사례 뿐 아니라 국내 연구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이어서 정책방법론으로 채택될 것이 확실시된다. 방법론 개발은 1차연도 약물평가와 동시에 진행돼 이들 약물에 첫 적용될 전망이다.

또다른 과제는 간이경제성평가 등 평가방법 간소화 방안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이다. 이 과장은 문헌고찰 등을 통해 유사효과 그룹을 분류 한 후 동일그룹의 경우 성분별 가중평균가만을 비교해 품목별로 가격을 인하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런 방법론은 본평가 수행시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범평가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약제별 비교임상 자료 및 국내 역학자료 부족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지도 정부가 풀어가야 할 중요과제다.

1차년도 본평가 대상군 현황.(복지부제공)
◇일괄인하 가능성=다른 한편, 지리한 평가과정 대신 기등재 의약품의 가격을 적정수준에서 일괄인하는 방안도 여전히 잠재돼 있다. 이 과장도 최근 국회토론회에서 “일괄인하가 보험재정과 국민의 편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만하다”고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방안은 개별 제약사들간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 예를 들어 적정조정률을 정하고 이를 적정기간 동안 순차 인하하는 방안 등이 함께 제시된다면 제약사들을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일괄인하의 장점은 제약업계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반면 기등재약이 고평가 돼 있다는 데 동의해야 하고,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이런 점을 본사에 설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한계가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약가 일괄인하, 장점 많지만 제약합의 어려워

정부나 보험자 입장에서는 10년에 걸쳐 인하하나, 일괄인하하나 당초 계획대로 약제비 비중을 낮출 수만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도 이해관계 측면에서 보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기등재약의 약가를 일시 인하하는 것은 새로 도입되는 신약에 적정가격을 매기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기등재 대체약물의 투약비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

이런 점에서 국회 일각에서도 일괄인하 방안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한 보좌관은 “인프라와 제반여건을 고려했을 때 일괄인하 방식은 최선을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 “정책화하는 방안을 목하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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