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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크파동 확산 막아라"…식약청·제약 '진땀'

  • 천승현
  • 2009-04-08 07:10:28
  • 전직원 총동원 현지 실사…늑장 대응 비난도 고조

석면 함유 탈크가 제약업계에 전방위로 유통된 것으로 밝혀지자 식약청과 제약업계는 파장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식약청은 본청 및 지방청 인력을 총동원, 문제의 탈크가 사용된 제품의 리스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제약업체 역시 ‘석면탈크’ 함유 제품 색출 및 유통 제품의 처리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다.

특히 식약청이 해결책에 대한 마땅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제약업체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약청, ‘석면탈크’ 의약품 찾아라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은 ‘석면탈크’ 의약품을 색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직 명단 공개 및 회수·폐기 등과 같은 후속조치는 마련하지 못했지만 최종 결론 도출 이후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석면 탈크 의약품 리스트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식약청은 본청 및 지방청 인력을 총동원, 덕산약품뿐만 아니라 새롭게 적발된 7개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제약사들 대상으로 계통조사를 벌이고 있다.

덕산약품 원료 사용 제품 파악을 위해 식약청은 지난 5일 해당 원료를 사용한 121개사에 공문을 발송 이튿날까지 제품 리스트를 발송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긴박한 움직임을 띠기도 했다.

원료 공급업체로부터 석면탈크가 아닌 일본산 탈크를 제공받은 경우에도 공장에 조사단을 파견, 사용중인 원료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칠 정도로 꼼꼼하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7일 의사협회, 병원협회, 제약협회 등 유관 단체 관계자 및 소비자단체와 긴급 회의를 진행,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특히 파장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오늘(8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석면 함유 의약품의 위해성 여부를 조기에 결론짓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중앙약심이 해당 제품의 위해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나면 즉각 회수.폐기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며 반대의 경우 제약업계는 일단 석면 탈크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약심의 심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불똥 튈까' 애타는 제약사

문제의 탈크 원료를 사용한 업체들은 자사에 피해가 올까봐 애만 태우고 있다.

덕산 등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업체들은 문제의 탈크를 사용한 제품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회수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정제 의약품의 경우 탈크 함유량이 0.3~3% 정도에 불과한데다 호흡을 통해 흡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해성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 검증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석면을 검출하는 검사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검사 과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 업체는 전문 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지만 석면 검출 능력을 갖춘 검사기관도 많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제품의 자진 회수에 대해서는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3~4개사만이 자진 회수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업체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게는 10개가 넘는 제품을 일괄적으로 회수할 경우 신뢰도 및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막상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회수를 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할 경우 문제가 있는 의약품을 유통시킨 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도덕적 비난도 우려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석면 탈크 원료를 공급받지 않은 업체들도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자사 공장에서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탈크를 사용했더라도 타사에 위탁 생산한 제품에 석면 탈크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산 탈크를 쓰는 업체 역시 사용중인 원료가 식약청 기준에 어긋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기준에 따르면 탈크 원료에서 석면이 0.1% 미만 검출돼야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국내 기준은 석면이 검출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일본 기준을 통과했더라도 국내 기준에서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탈크 파동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타사 동향 등 눈치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식약청 늑장대응, 혼란 부추겨

식약청이 해당 사안에 대한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제약사들의 혼란만 증폭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약청 조사 결과 석면이 검출된 한국콜마의 베이비파우더 제품은 수성약품으부터 제품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막상 수성약품이 공급하는 탈크 원료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원료는 문제가 없는데 완제품에서 문제가 발생된 셈이다.

식약청은 “추적조사를 진행중이다”고 할 뿐 아직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사 한 실무자는 “식약청이 수성약품 원료에 대한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어 기존에 수입한 원료에 대한 조치 여부 및 해당 원료를 사용해도 되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면 탈크 함유 제품에 대한 후속조치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제약사들은 더욱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위해성 여부도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해당 제품의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석면 탈크를 사용한 제품을 모두 자진회수하고 싶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품에 대한 처리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식약청은 석면이 전혀 검출돼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 이를 위반할 경우 최소 제조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유통 제품을 검증할 것인지, 명확한 행정처분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제약사들의 혼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사 한 임원은 “식약청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는데도 결국 제약사만 피해자가 되는 분위기다”며 “선의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식약청의 발 빠르고 현명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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