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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개발중인 제약…구태 못벗는 의료계

  • 박철민
  • 2010-04-21 06:49:04
  • 마케팅 유령회사 설립, 우회 리베이트 통로 활용

토착비리 신고센터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도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아직 오랜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강력한 쌍벌죄 법안이 통과되면 리베이트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제약사 간 경쟁이 남아있는 한 리베이트를 존재케 하는 구조적 환경은 여전하다.

리베이트는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이후 제약사 간 경쟁에 의해 본격적인 질적 변화가 시작됐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전문의약품이 처방권자인 의사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환경에서 자사 제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경쟁이 촉발된 것이다.

이른바 주니까 받는다, 달라고 하니 준다는 의료계와 제약계의 공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국내사들이 그간 리베이트 인플레이션을 조성한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멈추면 회사 '휘청'…다음 분기 매출 당겨쓰기

다수의 제약사들은 여전히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리베이트를 집행하지 않은 일부 제약사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룰을 위반해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위반자만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가고 있다.

국내 상위사인 A사의 경우 지난 1분기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A사 한 직원은 "정도 경영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회사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실적 달성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업계에 따르면 A사는 1분기 마감을 채우기 위해 2분기 매출을 미리 당겨쓴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 부담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 도매 관계자는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A사의 요청에 따라 최대 2차례에 걸쳐 주문했다"며 "이 경우 여신이 문제가 되는데, A사가 여신 관리를 책임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국내 상위사인 B사는 지난 3월 유례없는 매출 실적을 올렸다. 다른 도매 관계자는 "지난해 잠시 주춤했지만 B사가 리베이트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등한 매출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앞둔 한 중소제약사의 경우 규모가 엇비슷한 다른 제약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직원 빼가기는 물론이고 리베이트를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가깝게는 이번 부산에서 열린 춘계 임상학회에서 난립한 제약사 부스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이미 시행된 공정경쟁규약 세부운용기준에서는 '부스 참여시 사업자는 학술대회 당 1부스 사용으로 원칙으로 하되, 2부스를 초과하여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최대 4부스까지 설치돼 공개된 석상에서 번연히 룰 위반이 자행됐다. 이는 리베이트가 아니면 경쟁할 도구가 없는 국내 제약사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의사는 고양이, 리베이트는 생선?…"이익 없으면 신약 설명 못 듣는다"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한 의협 경만호 회장<좌>과 조남현 이사
의료계의 인식 변화가 요원한 것도 제약업계와 비교하면 만만치 않다. 분업 이후 10여년 동안 리베이트를 받아온 관성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개원의는 K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지역 의료계 민심을 대변했다.

이 개원의는 "길 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돌을 하나 던지면, 맞게 된 사람이 재수가 없는 것"이라며 "(많이) 배운 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것과, 돈이 없어 변호를 못 받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변호사 수임료도 고시로 해서 상한가를 만들어버리지 왜 의사에 대해서만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바닥 민심이 이런 상황이니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도 공식적인 요구에 나서기에 이른다. 이른바 리베이트 합법화론이다.

지난해 8월3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보건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의협 조남현 정책이사는 "배가 고픈 고양이 앞에 생선을 늘어놓고 이것을 먹으면 처벌하겠다 하는 것이 지금 구조"라며 쌍벌죄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했다.

조 이사는 "의사는 아무 이득이 없으면 제약사의 신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이유가 없다"며 "학구열에 의해 시간을 배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시장형 실거래가제 공청회에서도 조 이사는 같은 입장을 반복해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이는 조 이사 개인 의견이 아닌 의협의 입장임은 물론이다.

의협은 지난 12일자로 경만호 회장 명의로 국회에 보낸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죄 논의에 관한 서신'에서 리베이트를 장려대상으로 분류했다.

경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달리 보건의료법령에서는 판채촉진을 위해서 제공된다는 이유만으로 (리베이트가) 위법한 것이 된다"며 "유독 의료인들만을 대상으로 특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늬만 마케팅 대행, 우회 법인카드로 리베이트 제공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신종 리베이트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한 제약사의 리베이트 계약
문제없는 돈을 받기를 원하는 의사와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자 하는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들어맞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용하는 새로운 기법은 단속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사인 C사는 마케팅 대행업체에 예산을 집행해 아웃소싱 형태의 위성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이다.

이 대행사에서는 법인카드를 다량 발급하고, C사 영업사원 등이 이를 사용하거나 카드깡을 일삼는 것이다. 또는 영수증이 대행사에서 처리될 수도 있다.

제약사 명의의 법인카드를 통한 접대와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자, 대행사의 법인카드로 대체해 리베이트를 일삼는 것이다.

한 다국적사 관계자는 "대행사를 이용하는 수법은 M사와 P사가 예전부터 즐겨쓰던 것"이라며 "협회에서 이런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 조사권이 없는 복지부는 물론, 업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수사기관에서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거나 내부고발이 없다면 발각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기존 수법이 변형된 것도 있다. 기존에는 종합병원에서 인테리어 비용 등을 요구할 경우, 복수의 제약사가 소요 비용을 나눠 부담하던 행태가 있었다.

최근 규약 시행으로 해외학회 지원에 제한이 가해지자 이 같은 방식이 차용된 것. 즉 해외 학회시 호텔 숙박비는 A사가 담당하고, 비행기표는 B사가, 기타 부대비용은 C사가 나눠 내는 식이다.

결국 법률 또는 규약 등을 완전히 정비한다 해도 회피할 구멍을 하나둘씩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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