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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포장된 방송광고 "전문약 오남용 부추겨"

  • 이혜경
  • 2011-01-11 06:50:56
  • 의사·환자 간 신뢰에도 악영향…의약계, 일제히 '반대'

"아랫배가 불편하거나 통증이 있나요? 팽만감은요? 변비는요?" 한 의사가 환자에게 묻는다.

그러나 그 환자는 "지금 물어보시는 내용은 이미 광고에 나온 이야기 같은데요. 그게 꼭 저와 같으니까 OO회사 XX약으로 처방해주세요."

이 같은 이야기는 비단 먼 미래의 내용이 아니다. 전문의약품 대중광고가 허용될 경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라고 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방침을 밝히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 태세를 갖췄다.

전문약 TV광고가 등장할 경우 의사의 처방권이 '광고이미지를 먹은 소비자'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의약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TV광고를 통해 제한적으로 전문약 정보를 제공 받을 경우 발생하게 된다.

전문약 TV광고를 접한 환자는 의사에게 "OO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의사는 환자의 상태나 질환에 상관 없이 의뢰약을 처방해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로 전문약 정의를 예로 든다. 전문약은 일반약과 달리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동일 질환이라고 하더라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의 면밀한 진단하에 따라 각기 다른 처방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약 광고는 없었나?

미국, 뉴질랜드와 달리 대다수 나라는 전문약 대중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1990년 전문약 대중광고 금지조치 이후 20년만에 전문약 TV광고가 등장한 바 있다.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전염병 예방용 의약품의 TV광고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MSD의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이 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한국MSD가 지난해 5월 방영한 로타텍 광고
아기들을 모델로 진행된 광고는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포털사이트를 살펴보면 '아기가 귀엽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게재한 사람부터 '광고를 봤느냐'고 글을 올린 엄마들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모 블로거는 "우리 OO는 로타텍 먹였다. 좋은 장염 백신으로 골라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소아청소년과에서도 로타텍을 찾는 부모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서울 송파구 L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로타텍이 시장에 먼저 나와 선점한 분위기도 있지만 광고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L원장은 "MSD 로타텍과 GSK 로타릭스 처방률은 6대 4 정도"라고 언급했다.

서울 중랑구 P소아청소년과는 로타텍의 대중광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P원장은 "광고가 진행된줄 모르고 있었다"며 "가끔 부모들이 로타텍을 묻길래,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아 백신에 아기들을 모델로 내세운 '감성마케팅'에 대한 적잖은 우려도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결부되는 전문약이 '이성 광고'가 아닌 '감성 광고'로서 소비자에게 접근할 경우, 오남용의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의사이자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우석균 실장은 지난 5일 종편채널 선정 규탄 긴급 토론회에서 제약회사의 감성 마케팅을 지적한 바 있다.

우 실장은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전문약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과 처방약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며 "실제 미국에서는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로 인해 불필요한 오남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문 열린 일반약 PR도 문제

전문약 대중광고 허용 이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반약 대중광고의 폐해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현재 전문약 대중광고 허용 문제를 두고 의사의 처방권 침해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약 대중광고는 약사의 복약지도를 가로 막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일반의약품 박카스(왼쪽)는 감성 마케팅으로, 타이레놀(오른쪽)은 배우 선우선을 모델로 내세워 대중광고를 하고 있다.
의약품정책연구소 박혜경 실장은 '의약품 대중광고의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일반약 대중광고의 문제점을 제기한바 있다.

박 실장은 "광고 제품 하나면 다른 치료 없이 고통이 사라진다는 것을 암시해 환자로 하여금 질환의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며 일반약 대중광고가 적절한 치료에 저해가 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약사 등 전문인에 대한 불신이 증가한다는 것을 꼽았다.

박 실장은 "약사가 광고 내용에 의한 환자의 잘못된 자가진단, 투약에 대해 수정하려고 하면 불안감을 표시하거나 약사의 권고를 불신하고 때로는 거부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약사의 신뢰도가 광고에 등장하는 광고모델 등의 모습과 가격 문란 등으로 이중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다.

홍춘택 전 건약 사무국장 또한 "대중 광고를 보고 환자들이 광고 품목만 사려고 하는 폐해가 있다"며 "전문약 대중광고가 허용될 경우 이 같은 문제점은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보건의료계의 반발 움직임

우리나라 보건의료계가 전문약 TV광고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협 문정림 대변인은 전문약 대중광고는 절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문 대변인은 "시판된 전문약 조차 미국 FDA, WHO, 일본 후생성 등 국제가구나 의료선진국에서 부작용 경고, 이상반응 발생에 따라 허가 사항이 변경된다"며 "광고가 이를 시기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제약사들이 대중광고 매체 마케팅 비용을 약가에 반영하면서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변인은 "소비자 의약품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전문약 광고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의협 의무전문위원은 또한 "전문약은 일반약과 달리 유효성, 안전성에 있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것"이라며 "전문약 TV광고가 허용되면 오남용의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광고를 접한 환자가 의사에게 처방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는 '처방권 침해'의 하나"라며 "의사의 권리마저 광고에 뺏기게 되는 형국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협은 최근 '전문의약품 대중방송광고 허용 방침에 대한 저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은 "병협, 치의협, 약사회, 간협 등 공조체제를 구성,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며 "전문약 대중광고의 부당성 이슈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안의 일환으로 지난 7일 의협, 병협, 치협, 약사회 등 의약 4개단체는 전문약 대중광고 허용 방침 철회 촉구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환자의 질환별 중증도와 병력, 체질, 특이사항, 병용금기, 연령금기 등에 따라 처방이 다르게 변한다"며 "전문약 광고가 허용될 경우 과잉정보의 홍수로 국민들이 의사가 되고 약사가 되는 의약시스템 왜곡 현상이 초래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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