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오징어 찢듯해서는 안된다
- 데일리팜
- 2011-02-10 0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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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약사들이 수십년 동안 독점적 이익을 누려왔으니 이젠 양보할 때"라며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필요성을 밝혔던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 오찬간담에서 "밤 10시에 배탈이 나서 소화제 사먹으려면 문연 약국이 있느냐"고 다그치면서 "슈퍼판매가 시급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전국 약국수가 2만1000개 정도인데 동네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합치면 10만개도 넘는다며 약사들이 주장해온 '접근성 주장'을 거꾸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윤 장관이 경제통인 만큼 "가정 상비약을 자유롭게 팔게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가격도 내려가고, GDP도 올라간다"는 경제적 관점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받아들인다고 해도 전문영역을 함부로 재단하는 그의 태도는 국정을 관장하는 국무위원으로서 문제가 있다. 스스로 밝힌 것처럼 '배탈에 소화제'라는 말은 일반인 눈으로보면 얼핏 참이지만 전문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약사들은 배탈과 소화제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의사들은 배탈의 원인만도 수도없이 많다며 자칫 이를 소화제로 다스리려다 병을 키워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기약, 진통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진통제 같은 약을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쉽도록 낱알포장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의사들은 머리아픈 원인은 의사들조차도 다 모를 만큼 많다면서 정확한 의사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약품이 얼마나 안전한가에 앞서 질병의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에 전문적 영역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액제 감기약의 경우 1970년대 제품 한병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무려 1500밀리그램이 들어있다. 최근 FDA와 식약청이 아세트아미노펜의 효용대비 리스크를 판단해 325밀리그램으로 제한한 것은 무엇인가. 그 당시까지의 안전성은 말할수 있어도 영원히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있는 의약품은 물이 아니고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국민건강을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의약품은 안전을 우선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도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적 관점을 내세워 슈퍼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이러다가는 '간단한 수술'은 '칼을 잘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논리까지 비약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배탈이야기로 단순화시켜 국민들의 환심을 산 후에 내놓는 슈퍼판매 메뉴판은 감기약, 드링크, 해열진통제 등 다양하다. 전문가 영역을 주변 모두가 오징어 다리잘라 나눠먹듯 할 때 사회 질서가 더 혼란스러워 지는 것은 자명하다. 경제관료들은 시장 그 자체를 믿겠지만, 일반인들도 합리적 규제가 작동할 때라야 시장도 건전하게 움직인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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