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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평가 없는 잔디깎기식 약가정책은 '진행형'

  • 최은택
  • 2011-06-01 06:50:10
  • 제약 "3년간 3조원 손실" 아우성 vs 정부 "글쎄요" 담담

제약산업이 '아우성'이다. 정부가 추가적인 약가인하 방안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위기 의식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제약협회는 내부 분석결과 올해부터 2013년까지 3조원 상당의 매출손실이 예상된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체 약품비 총액의 25% 규모다.

가장 큰 위협요인은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 #기등재약 목록정비로 각각 1조1000억원과 1조원 이상으로 손실액을 추계했다.

또한 정부가 약가산정기준을 10% 가량 더 낮출 경우 9571억원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가면 R&D 투자가 위축되고 '의약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가를 추가 인하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부 약가정책에 대한 제약협회의 '포지션 페이퍼' 중 일부내용.
다국적의약산업협회도 한국 정부의 약가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열린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R&D 투자현황 및 확대 방안' 간담회에서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외국가격과 국내가격을 참조해 약가를 산정할 경우 예상 수익의 현재 가치가 13.47% 감소한다면서 제약사들의 R&D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접근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양 협회가 지적하는 공통분모는 보험의약품의 상한가(가격)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약제비 억제정책을 펴면서 정작 중요한 처방권자의 영역인 '적정사용' 부문은 건드리지 않고 약값만 인하시킨다고 볼멘소리다.

사실 보험약가 인하는 약제비 감소효과를 즉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시장형실거래가, 기등재약 목록정비, 특허만료약 약가조정, 사용량약가연동제,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등 현재 운영중인 약가사후관리제도는 제약업계에 부담을 안겨준다.

주력 품목의 가격이 인하될 경우 당장 매출액 감소로 직결되고, 장기적으로는 사업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가 만료되면 추가 이익을 포기하는 데 익숙한 다국적제약사는 신약의 등재가격과 사용량과 연계한 약가인하에 불만이 더 크다.

이들은 한국의 신약 등재가격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이후 선진국의 30% 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울상이다.

약제비 증가요인 기여도 분석(심평원).
정부의 약가 억제정책의 효과는 연구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심평원 장선미 연구원 등이 지난해 수행한 '약제비 증가 기여율 분석결과'를 보면 2005~2009년 평균 약품비 증가율은 12.83%였다.

기여도는 사용량이 13.15%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면, 가격은 -1.12%로 나타났다.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 당시에도 2003~2004년 약품비 증가율은 13.7%로 기여도는 사용량이 10.43%로 가장 큰 반면, 가격은 -0.67%를 기록했다.

정부의 다각적인 약가인하 정책으로 약제비 증가율에 미치는 가격의 영향력은 두 배 가까이 축소된 셈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약가산정기준은 수차 조정돼 왔고 지난해부터는 최대 54%까지 인하한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기등재약도 목록정비를 통해 3년내 잔디깎기가 끝난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의 높고 낮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네릭이 많을수록 오리지널 등 최고가약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진다. 약값을 절감하는 게 목표라면 일정 수준의 제네릭 가격보장은 필수적"이라고 강변했다.

제약업계의 이런 주장에 이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제한적이지만 서울대 #권순만 교수의 연구를 통해 한국의 보험약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고 입을 모았다.

약가 거품을 없애기 위한 산정기준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심평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 #최병호 소장은 "거품 정리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가 주장하는 예상 피해액이 부풀려졌다는 반론도 나온다. 제약협회는 시장형실거래가로 인한 손실분을 분석한 자료에서 할인율을 오리지널 3~5%, 제네릭은 35%로 추산해 초기 1년 5712억원 매출손실, 2012년도 약가인하 금액은 5361억원 규모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심사결정분 기준 평균 인하율은 2.05%에 불과했다. 이 조차 인하폭 20% 면제와 R&D 특례에 따른 감면율을 감안하면 더 낮아질 수 있다.

시장형실거래가제의 효과를 판단할 만한 유의미한 결과는 오는 9월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지만 이런 기조라면 약가인하 효과는 오히려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일부 제약사들의 내부분석에서도 시장형실거래가가 작동되지 않는 외래처방분 등을 감안하면 인하율은 6% 이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등재약 목록정비에 따른 약가인하 효과(복지부)
4개 효능군에 대한 전체 약가인하 효과도 제약협회는 1조원 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9104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류양지 과장은 "현재로써는 약가인하 효과를 예단할 수 없다. 제약업계가 우려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계자료 외에도 제약업계에 대한 정부의 불신은 크다.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약가거품 제거는 리베이트 척결방안 중 하나로 자주 인용돼 왔다.

진수희 복지부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는 “제약사들이 돈 없어 R&D 투자 못한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리베이트 비용을 그걸로(연구개발에) 쓰면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냈다.

의약품정책연구소 #한오석 소장은 그러나 "가격 인하위주의 정책은 자칫하다가 산업의 판을 깰 수 있다. 제약산업의 미래를 고려한 정책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최상은 교수도 "제약사만을 타깃삼은 약제비 정책은 한계에 와 있다. 의료서비스와 연계한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약가정책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약가관리 정책이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주로 약가정책이 약제비를 얼마나 인하시키는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했을 뿐 산업의 미래에 대한 부분은 관심에 두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 제도를 도입하거나 보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향분석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약업계의 주장을 백안시하기에 앞서 왜 이런 연구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정부 스스로 자성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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