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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잉파워가 공공의 적?"…구매대행사는 가시방석

  • 최은택
  • 2012-10-16 06:44:53
  • 의료기기 시장, 수천개 영세업체 각축장…유통선진화 '요원'

[국감이슈]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퇴출 논란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
"의료기기 생산업체로부터 대행사가 납품받고 병원에 전달만 한다. 한마디로 유통단계만 늘어난다고 볼 수 있는데 굳이 간납제도가 필요한 지 의문이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첫날.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최근 검찰이 발표한 의료기기 구매대행사의 종합병원 리베이트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양 의원은 "(불법리베이트 뿐 아니라) 구매대행사가 장비와 소모품에 대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의료기기 생산업체에 부담시키는 등 폐해가 적지 않아 원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은 "17억원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855만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며, 처벌기준 강화와 추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복지부 차원의 종합적인 재조사를 촉구했다.

결론적으로 두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구매대행사는 의료기기(치료재료 포함) 유통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내몰렸다.

구매대행사만 없애면 이런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 보좌진은 "구매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나 다른 도매업체가 직접 병원에 공급하더라도 리베이트는 존재할 수 있다"면서 "구매대행사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료기기 유통현황과 문제점=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기기 분야별 국내 시장규모'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3조9000억원 규모다. 종류별로는 의료재료가 71.8%를 점유하고, 나머지 28.2%가 의료장비다.

의료재료 가운데 1조9000억원, 약 49%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의료기기는 의약품 시장규모의 1/4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영세한 기업들이 난립해 유통구조는 의약품만큼이나 복잡하다.

제조사는 국내사 1412개, 외국계 19개를 포함해 1431개다. 제조사와 도매업체를 포함해 5000개가 넘는 업체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유통채널은 국내총판/지사, 지역대리점, 의료기상, 직영도매 등 4~5개 단계의 채널이 존재한다. '다거래선 소량 유통'으로 비용상승에 따른 비효율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복지부의 의료기기 제조유통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의료기기 판매업자의 평균 매출액은 23억원에 불과하다.

과도한 시장경쟁은 공급비용 증가와 불필요한 영업 및 마케팅 경쟁을 촉발할 수 밖에 없는 데, 불법리베이트가 활개치기 좋은 토대다.

이런 유통구조는 병원에도 좋을 리 없다.

영세 공급사가 병원 내 재고를 직접 관리해 적기에 사용부서에 납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병원내 과잉재고나 분실 등으로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적기적량 공급 불가는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물류관련 전문가는 이 때문에 "국내 의료기기 유통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원 구매와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의 구매와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전문기업 육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 유통환경과 전문 구매대행사=선진국의 의료기기 유통구조는 어떨까?

의료기기 시장규모 세계 1위인 미국에는 GE헬스케어나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등 세계 유수 의료기기 업체를 포함해 8000여개 기업이 성업 중이다.

유통은 특정지역을 담당하는 지역대리점과 전국 유통망을 보유한 업체, 전문 구매대행사(GPO) 등 크게 3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이중 GPO의 영향은 막강하다. 미국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65%, 대형병원의 96%가 GPO를 통해 거래된다. 또 GPO 중에서도 노베이션, 헬스트러스트 등 상위 5개 기업의 점유율이 90% 가량으로 높다.

1위 기업인 노베이션의 경우 가격 및 시장분석, 비용절감 분석, 입찰 및 계약, 구매관리 등을 수행하면서 최적가격 선정, 계약수행 및 모니터링, 공동구매 등을 통해 매년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실제 2009년 메트메디카 리서치는 미국 병원이 GPO를 통해 매년 124억 달러의 의료기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구매가격(104억불)과 인건비(20억불) 절감 효과인데, 이 수치는 같은 해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약 13%에 해당한다.

일본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병원을 모방해 공급부문의 SPD화를 지향한 원내 물류반송 일원화를 실현한 병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병원 경영악화로 인해 물품관리의 효율화가 경영개선 수단으로 주목받아왔다.

유한대학 남상요 의무행정과 교수는 대한병원협회지에 기고한 '일본중소병원의 경영혁신 사례'에서 물자관리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성공 케이스로 카사이병원을 소개했다.

이 병원은 병원물품관리위탁회사인 P사에 병원창고를 무상대여하고 사용부서의 말단재고까지 위탁사 관리로 전환시켰다. 이 결과 재고부담을 덜고 보험청구 누락을 방지하는 등 물품관련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국내 구매대행업체 현황과 문제점=한국도 병원의 경영난을 고려할 때 비용절감에 대한 필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의료채권 발행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 병원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입법노력도 이런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들 중 하나였다.

양승조 의원은 병원을 담당하는 국내 간납도매 70여개가 병원 138곳에 의료기리(치료재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지난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미국의 GPO나 일본의 SPD와 유사한 MSO 형태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국내 업체는 검찰발표로 논란의 한 가운데 선 케어캠프와 이지메디컴 등을 꼽을 수 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나 실거래가 허위조작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에 피해를 주는 것은 분명히 단죄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것이) MSO 자체를 죄악시하고 퇴출시킬 명분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원경영연구원 관계자는 "핵심인력 이외에는 아웃소싱하는 게 병원경영 트렌드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커미션', 다시 말해 '언더테이블 머니'의 문제인데 양성화하거나 제도화하는 것이 원칙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관련 업계 한 관계자도 "한국은 GPO나 의료전문 물류업체 같은 병원경영지원회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재하고 부정적인 사회분위기로 인해 병원 물류를 효율화할 수단이 없다"면서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 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합법과 불법, 애매한 경계선=이번 검찰조사에서 적발된 일부 불법행위는 제도적 지원체계가 부재한 데서 비롯된 법리상의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이후 의약품 분야에서는 합법과 불법 사이 모호한 경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의료기기도 같은 맥락에서 논란이 잠재할 수 밖에 없었다.

임 장관은 이번 국정감사 답변에서 의료기기 리베이트에도 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의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법령개정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 경계선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기기 유통 선진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구매대행사 무용론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그치지 않고 제도개선으로 선순환되도록 종합적인 고민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전문 구매대행사만 규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현재 (지적사항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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