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형 기획바이오 성공사례 필요한 이유
- 차지현
- 2025-10-01 08: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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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바이오의 핵심은 효율성 극대화다. 기획바이오는 설립 단계부터 빅파마가 필요로 하는 유망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임상에 올리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로써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빅파마의 매력적인 인수합병(M&A) 타깃이 되고 투자자에 빠른 투자 회수(엑시트) 전략을 제공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더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모더나는 2010년 미국 보스턴에서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세운 기획바이오다. 모더나는 설립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mRNA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백신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수백 배 늘었고, 창업 10여 년 만에 글로벌 제약사로 등극했다.
미국에서는 기획바이오가 보편적인 창업 모델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꽤 오랜 기간 기획바이오가 부정적 시각에 갇혀 있었다. 신약개발 본질인 장기적인 과학적 성과보다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자본시장 지향적 접근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금융 전문가가 먼저 회사를 세운 뒤 나중에 기술을 사오거나 도입하는 방식이 많다 보니 "연구 기반이 빈약하고 상장만 노린다"는 시각이 형성됐다. 반대로 교수 창업이나 대학·연구소 스핀오프처럼 연구자 기반 창업은 신뢰를 더 얻었다.
요즘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기획바이오를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한 축으로 인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미리어드파트너스는 단순히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걸 넘어 초기 단계부터 기업을 직접 설계하고 창업을 공동 주도하는 컴퍼니 빌더를 지향한다. 아직은 국내에서 생소한 기획바이오 모델을 국내 투자 생태계 안에 안착시키려는 시도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기획바이오 모델을 가진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형태도 증가하는 추세다. 피노바이오가 2023년 말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설립 2년차 컨쥬게이트바이오에 기술수출했다. 컨쥬게이트바이오는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ADC 플랫폼 발굴 경험을 보유한 전문 VC에게 투자를 받은 회사라는 게 피노바이오 측 설명이다.
이달 보로노이의 자가면역질환 경구치료제 후보물질 'VRN04' 프로그램을 인수한 미국 안비아 테라퓨틱스도 작년 5월 설립한 미국 뉴욕 소재 신생 법인이다. 안비아는 미국 최대 헬스케어 전문 VC 중 하나인 디어필드가 초기 설립을 주도한 기획형 바이오로 알려져 있다. 이외 에이비온도 지난 6월 클라우딘3(CLDN3)을 포함한 총 5개 단백질 표적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BN501'을 신생 기업에 기술수출했다.
디앤디파마텍 파트너사 멧세라는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에 인수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멧세라는 지난 2022년 비만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미국 대형 바이오 전문 VC 아치 벤처 파트너스와 파퓰레이션 헬스 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신생 바이오텍이다. 멧세라와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부터 신약개발 협업을 맺고 있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으로부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을 도입,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획바이오 모델의 확산은 단순히 창업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연구자 중심 창업은 연구자의 학문적 호기심과 성과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모델은 기초 과학 발전에는 기여했으나 시장성이나 상업화 가능성이 낮은 기술에 매몰될 위험도 존재했다.
반면 기획바이오는 처음부터 시장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처음부터 '잘 팔리는 기술'을 골라 그에 맞는 연구진과 자원을 모아 회사를 설계한다. 이후 기술을 고도화해 이를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걸 염두에 둔다. 기획바이오의 부상은 국내 바이오가 학문적 성과를 넘어 실질적인 상업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기획바이오가 불신의 굴레를 벗고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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