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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출구 없는 바이오 공시 규제, 혁신 막는다

  • 차지현 기자
  • 2026-08-06 06:04:25
  • 요약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또다시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에 나섰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구체화하고 기술이전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국은 정보 비대칭을 줄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공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는 타당하다. 자본시장의 신뢰는 충분한 정보 공개에서 시작한다. 그동안 임상 성과나 기술이전 규모가 과도하게 포장되거나 공시와 언론보도 간 정보 불일치로 투자자가 혼란을 겪어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세부 기준 마련과 가이드라인 도입은 반길 만한 변화다.

문제는 정책의 무게중심이다.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추진된 제도 개선은 대부분 투자자 보호와 규제 강화에 집중돼 있다. 당국은 공모주 가격을 정하는 기관투자자의 참여 기준을 높였고 기관투자자가 배정받은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했다. 여기에 이번에는 기업가치와 연구개발 성과에 관한 공시 의무까지 한층 더 촘촘하게 바꾼 것이다.

반면 투자금 회수 통로를 넓히기 위한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와 투자자에게 IPO는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 수단이다.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기업을 매각하거나 보유 지분을 넘겨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성장 단계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상당수 바이오벤처가 상장에만 매달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IPO와 공시, 상장관리 제도는 계속 손질하면서도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거나 기업의 인수 참여를 끌어낼 정부 유인책 마련은 요원하다. 정부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은 마련하지 않은 채 상장 문턱만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회수가 막히면 벤처캐피털은 기존 펀드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새 펀드를 조성하기 어려워진다. 신규 투자 재원이 줄면서 가장 먼저 초기 바이오벤처로 흘러가는 자금이 마른다. 기술력이 있어도 임상 진입과 후속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 일정을 늦추거나 파이프라인을 중단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M&A나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되지 못한 채 정부 지원금이나 반복적인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에 의존해 연명한다. 유망한 기업에는 돈이 가지 않고 성과가 부진한 기업에는 자금과 인력이 묶이는 구조다. 결국 혁신기업은 성장 기회를 잃고 이른바 '좀비 바이오'만 시장에 남게 된다.

투자자 보호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보호만 있고 회수는 없는 시장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제 정책의 초점도 '어떻게 상장시키고 관리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회수하고 다시 투자하게 만들 것인가'로 옮겨야 할 때다. 기업의 인수 부담을 낮추는 세제 지원과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M&A와 구주 매각 등 다양한 엑시트 경로를 열어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회수된 자금이 다시 혁신기업으로 흘러가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도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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