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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가 그 분들의 책장을 넘긴다"

  • 최은택
  • 2012-12-27 06:30:02
  • 박선미 부장(한국MSD 대외협력부)

희망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정희성·시인)

눈이 내렸다. 박선미(한국MSD) 부장이 처음 시각장애인들 앞에 선 그날, '눈'은 시인의 '별'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시를 읽는 동안 심장에서는 둥,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박 부장은 늘 혼자였다. 두어평 남짓한 녹음실에 앉아서 대상없이 글을 읽어나갔다. 한달에 두시간씩 꼬박 일곱달이 지나서야 목소리들은 '오디오북'에 담겨 또하나의 책이 됐다.

그가 '낭독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봄이 막 지난 때였다. 당시 박 부장은 한국MSD가 지원하는 사내 봉사프로그램인 '러브인액션'의 일환으로 '푸드마켓'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보육원이나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 음식물을 배달하고 말벗이 돼 주는 일이었다.

"어르신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세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토라지는 분도 계시구, 돌아올 때는 친자식 손주 보내시듯 먼발치까지 배웅을 나오시죠. 지금 생각해도 뭉클해요."

박 부장은 얼마 뒤부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목소리 재능기부, 바로 '낭독봉사'였다.

"주변에서 권유해서 시작했어요. 테스트를 통과해야 낭독봉사자가 될 수 있는데 처음에는 아나운서나 성우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기뻤죠."

그러나 목소리(재능) 기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녹음부스에 혼자 앉아서 두어시간 책을 읽는 것부터가 스스로에겐 낯선 풍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 오디오북을 빌려서 듣는 사람들도 어둠속에서 혼자 앉아 목소리로 책을 읽을 수도 있겠구나.'

"단체봉사 활동 말벗 이상의 책임감이 엄습해 왔어요. '내 목소리로 한자 한자 글자를 읽어가고 책장을 넘길 사람들에게 목소리는 그 이상일 수 밖에 없겠구나' 싶더라구요."

눈이 내렸던 지난 5일에는 서울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마침내 '오디오북' 독자들 앞에 섰다. 이번엔 컴컴한 녹음실이 아닌 탁 트인 무대 위였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라는 시로 유명한 정희성 시인과 함께 한 시 낭독회였다.

"저녁 무렵 눈이 와서 참석자가 없을까 복지관 측에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눈속을 뚫고 오셨어요. 낭독이 끝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어요. 그분들에게 시가 갖는 소중한 의미를 이 소리로 화답해 준 거죠."

박 부장은 내년에는 자신의 목소리로 아름다운 서정시집 한 권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구성지지만 쉼표가 있고, 감성적이지만 정제된 목소리로 꾸며질 '박선미표 시선집'을 꿈꾼다.

"낭독봉사에 참여하면서 나눔의 의미부터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면서 살고 있어요. 우리 직원들도, 그리고 데일리팜 독자 여러분들도 2013년은 제가 경험한 보람을 재능기부에서 찾아보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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