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미제라블, 리베이트 그리고 바리케이드
- 조광연
- 2013-01-25 12: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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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원칙주의자 '자베르'가 실정법을 위반했던 '장발장'을 쫓듯 정부 사정 당국의 의약품 리베이트 추격전은 진행형이다. 불안과 초조에 희망이라는 당의정을 입히며 새해를 맞았던 국내 제약산업계가 또 다시 리베이트 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대형 제약사 두 곳과 중견 제약사 한 곳, 그리고 이들과 연을 맺었던 의약사들이 리베이트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3년 1월 우리는 모두, 슬픈 시대극의 재방송을 보는 중이다.
검찰과 경찰이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리베이트 문제를 발표했을 때 장안의 화제라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여러 장면들이 보건의약계와 충첩돼 떠 오른다. 당국은 물론 보건의약계의 영원한 숙제인 리베이트 문제는 지금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것일까. 바로 현재와 미래를 구분짓는 상징적 장치로 영화에 비춰진 바로 그 곳, 바리케이드 위다. 기계 체조선수가 평균대서 각종 연기를 펼치다 실패해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그 절망적 모습이다.
제약회사와 의약사들의 두 발은 지금 바리케이드 이 쪽과 저 쪽에 걸쳐져 있다. 투명한 거래와 혁신 신약개발, 글로벌 진출이라는 지점에는 한 발이 닿을 듯 말 듯하다. 반면 다른 발은 제네릭 의약품, 과다 출혈경쟁, 갑을관계가 빚어내는 리베이트의 땅에 뒷꿈치를 살짝 든 채 눈치를 보고 있다. 한편은 희망이고, 다른 한 쪽은 그래도 버텨보고 싶은 현실이다. 그러나 이 현실이 연장된 미래는 절망이다. 모두 희망을 원한다지만, 관습의 이름으로 덕지 덕지 앉은 기름 때는 좀처럼 닦일 줄 모른다. 모두 비극이다.
아파트 단지에 살 때 일이다. 매일 아침 경비실에 쌓인 각종 일간신문이 의아했다. 한 여름 '아랫마을 수박장수가 왔습니다'며 과일 장수의 확성기가 울려퍼질 즈음 경비실의 쪼개져 쌓인 수박 조각들은 이상했다. 신문 배달원과 과일장수, 경비실 중 과연 누가 지탄받아야 마땅한 것일까? 분명 어느 일방의 문제일 수 없다.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과일 장수 확성기 소리에 낮 잠을 깬 거주민의 불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국민 주머니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사정 당국은 자베르 한명으로 상징되나, 대한민국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에 관한한 사정 당국은 검경뿐만이 아니다. 민중들도 다 같은 한편이다. 그래서 보건의약계는 '혁신을 고대하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들어야 한다. 자발적으로 관습의 땅을 딛고 있는 발을 들어, 어서 희망의 땅으로 옮겨야 한다. 당국도 거들어 줘야 한다. 지금처럼 회초리를 들어 장딴지를 피터지도록 계속해 때리기만 할 것인지, 관습의 때를 벗겨내기 위해 근본적인 정책을 내며 때릴 것인지 그건 당국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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