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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공장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 그 사연은?

  • 이탁순
  • 2014-01-03 06:25:00
  • [특별 인터뷰] '뼈웅인' 칭송받는 대웅제약 정기두·경윤 부자

여동생 학비 대고, 두 아들 키운 회사 아버지의 평생 직장, 아들의 첫 직장되다

정기두(57) 씨는 대웅제약에 1974년에 입사해 40년 동안 일하고 작년 퇴직했다. 하지만 그는 대웅제약에 또 재취업했다.

그야말로 '뼈웅인(대웅제약에 뼈를 묻는 직원을 일컫는 내부 직원들의 말)'의 표본이다.

그런데 인연은 2대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큰 아들 경윤(25) 씨도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아버지 기두 씨는 현재 대웅제약 향남공장에서 수출입 제품의 입출고 관리업무를 보고 있고, 경윤 씨는 성남 공장에서 알약 코팅 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

경윤 씨가 대웅제약에 입사하게 된 데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추천이 크게 작용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전문대를 나와 4년제 대학 편입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취업하라며 대웅제약 입사를 권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잠깐 일한 적이 있는 경윤 씨는 대학 편입을 포기하려니 고민도 됐지만, 아버지의 자랑이던 '대웅제약'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부자는 대웅제약의 직원이 됐다. 처음 1년동안 향남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부자는 아들 경윤 씨가 올해 여름부터 성남공장으로 근무지로 변경되면서 따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같이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는 지금이 편하다는 부자는 딱 봐도 한국의 전형적인 어색한 '부자지간'이었다.

그런 둘이 인터뷰에 응했으니 말이 술술 나올리 없었다. 그나마 40년 동안 제약업계에 몸담았던 아버지 기두 씨는 '산증인'으로서 다양한 레퍼토리가 있었지만, 이제 갓 1년 넘게 일한 경윤 씨는 이야기거리가 없어 스스로 분량을 걱정하기도 했다.

푸근한 인상의 아버지와 아이돌 가수 2PM의 '닉쿤'을 닮은 경윤 씨, 다들 어렵다는 제약업계에서 2대에 걸쳐 생계를 맡긴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 12월 11일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에서 부자를 만났다. 닮은 모습을 찾기 위해 한참을 들여다봐야 할만큼 다른 아버지와 아들이었지만, 지독한 대웅제약 사랑은 똑같았다.

아버님, 대웅제약이 얼마나 좋길래 아들까지 대웅제약에 추천하셨나요? 한눈 팔지 않고 평생을 바치신 이유라도 있을까요?

옛날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제가 대웅제약에 입사한 게 그러니까 1974년, 약 40년 전이었죠. 그때는 상호가 대웅제약이 아니라 대한비타민이었어요.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 전북 남원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나중에 지인을 통해 들으니 9명이 지원했는데, 저 혼자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의 힘이 필요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회사를 떠나게 됐어요. 시골에 군대영장이 나온 거였어요. 그래서 3년동안 군대를 갔다 왔는데, 제대하고 인사하러 회사를 가니까 주임 과장이 '니 자리 여기 있다'는 거에요. 3년을 빠져 있었는데, 제 자리를 남겨놨던거죠. 아 그때부터 이 회사에 충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40년을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아들 둘을 낳았죠. 그동안 한번도 월급이 밀린 적이 없어요. 번 돈으로 여동생 학비도 대줘고, 아들 대학등록금까지 회사에서 지원해줬으니, 저한테 대웅제약은 한마디로 '일하고 싶은 회사' 였습니다.

경윤 씨는 그래도 본인 꿈도 있었을텐데, 아버지를 따라 제약사에 들어오는데 망설여지지 않던가요?

전문대 전자과를 나왔는데,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편입공부를 했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가 아버지가 정년퇴직도 했을 때라 차라리 취업하는 게 나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웅제약에 자리가 나서 아버지가 추천하시는데 왠지 딱 좋은 기회라고 느껴졌어요.

경윤 씨도 처음 입사했을 때는 아버지와 같은 향남공장에서 일했다고 들었어요. 서로 불편하지 않던가요?

(아들)솔직히 지금 성남에서 일하는게 좋아요. 향남에서 일했을 때는 조금 불편했어요. 지금은 출퇴근 시간도 줄었고, 남는 시간에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하니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아버지)같이 있을 땐 저 녀석이 무슨 실수라도 할까봐 마음이 안 놓였었죠. 쉴 때 담배를 피는 거 보면 '빨리 피고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할텐데'하면서 가슴졸였죠.

(아들)아, 저 담배 끊었어요. 회사에서 하는 금연운동 덕분에 이제 손도 안 댑니다.

대웅제약에서 일하면서 어떨 때 가장 자부심을 느끼나요?

(아버지)퇴직하고 다시 재취업해서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그렇고. 지금까지 복지혜택은 다른 어느 회사 못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대웅제약하면 우루사, 곰 그렇게 인식해 준다는 게 제일 마음이 뿌듯합니다.

(아들)전자회사에 다니는 같은 과 친구들이 대기업 못지 않은 임금 수준을 듣고 부러워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얼마전 친구들을 만났는데 어떻게 전혀 다른 제약회사에 들어갔냐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40년 동안 근무하셨는데, 아버님에게 대웅제약은 어떤 회사인가요?

항상 가족같은 회사였어요. 예전에는 3박4일동안 무주에서 전직원이 텐트를 치고 놀기도 했죠. 그때 윤영환 회장님이 텐트마다 방문하셔서 사원들과 고스톱을 치기도 했어요. 얼마나 잘하시는지, 절대 잃는 법이 없으셨죠.

예전과 지금 제약업계도 많이 변했죠? 아버님.

그럼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다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지게차들이 하는 것도 사람이 대신했죠. 모든게 기계화되고 자동화됐죠. 글로벌 시대에 맞게 360도 변화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 같고요.

서로 어떤 아버지, 아들인가요?

(아버지)딸이 없어서 그런지, 큰아들이 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엄마를 대신해 인터넷으로 생활용품을 사기도 하고. 장남이라 아무래도 작은놈보다는 든든한 게 있어요.

(아들)지금도 그렇지만 엄격하신 분이었어요. 보수적으로 보일 때도 있고요. 그래도 가장 기대고 싶은 분이세요. 군대 첫 휴가 때도 복귀 날이 다가오니, 아버지가 생각나더라고요. 소주 세 병 사가서 술 한잔 하자고 했었죠.

아, 경윤 씨는 첫 월급 타서 아버지에게 어떤 선물해주셨나요?

(아들)구두를 사드렸어요. 매번 싼 구두만 신으셔서 좋은 걸로 하나 해드렸죠.

(아버지)(발을 들어 구두를 보이게 하며)오늘 인터뷰한다고 해서 신고 왔습니다.

성남공장에서 코팅업무를 맡고 있는 아들 경윤 씨(왼쪽)와 향남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 정기두 씨
서로 고쳤으면 하는 점도 있을텐데요?

(아버지)회사 생활한지 2년째라 궁금한 게 많을 텐데, 제대로 묻지를 않아요. 본인한테도 회사 조직이나 내역 같은 걸 들으면 도움이 될텐데 말이죠.

(아들)술을 좀 줄이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건강도 걱정하실 나이니까.

(아버지)사람들과 소통하다보니 술 한잔 씩 사주고 그러는거지, 집에서는 술 한 병도 안 먹습니다.

(아들)그러시긴 하는데, 주량이 예전같지 않으시니까 본인 건강도 생각해서 적당하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아버지)회사 배려로 일을 하면서 대학을 나왔어요.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전공해서 자격증도 땄는데. 만약 대웅제약에서 노인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여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아들)지금은 코팅업무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타정이나 과립 업무도 배워서 2~3년 후에는 이쪽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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