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은 담배사가 짜놓은 프레임 깰 수 있을까
- 최은택
- 2014-09-15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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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암초 만난 소송...2차 변론서 향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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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서막 오른 담배소송, 갈 길은 구만리

건보공단 측은 '해볼만하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담배회사들이 정교하게 짜놓은 '프레임'을 깨뜨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오는 11월 예정된 2차 변론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KT&G 등 4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담배회사들이 건보공단을 옭아맨 논리는 이른바 흡연 피해자를 대신한 보험자의 '직접소송 불가론'과 지난 4월 선고된 대법원 확정판결의 '기판력'이었다.
◆직접소송 불가론의 함정=담배회사 측 소송대리인들은 일관되게 건보공단이 이번 소송의 직접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본 논리는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건보공단은 흡연피해 가입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하지 않고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또 보험급여는 보험가입자의 손해에서 발생한 간접적 손실인 만큼 손해배상 청구대상이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구상권'을 통해서만 보험가입자의 손해를 대위해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프레임'이었다.
인용된 조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건보법 58조.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 소송대리인은 생동조작사건과 원외처방약제비환수소송에서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통해 직접 청구권을 인정했다며 이번 소송도 같은 맥락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배회사 측은 물러서지 않고 집요하게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청구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필립모리스 측 소송대리인은 "유사사례로 미국에서 150건 이상 소송이 제기됐지만 '원격손해'라는 취지로 단 한건도 최종 승소한 경우가 없다. 유럽과 남미, 아시아에서도 41건의 유사소송이 있었지만 모두 배척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일단 이번 소송의 쟁점을 5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제시한 뒤, 다음 공판부터 쟁점별로 심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담배회사 소송대리인들은 "(재판부가 제시한 소송쟁점에 대해) 이견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건보공단의 '직접소송' 가능여부가 이번 소송이 유지될 수 있는 지 판가름할 수 있다"면서 "별도 분리해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만약 담배회사 측 논리대로 건보공단의 '직접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면 청구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싱겁게 조기 종결된다. 다른 4가지 쟁점은 다툴 이유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담배회사 측 제안을 일부 수용해 다음 변론기일에 '직접소송' 성립여부를 먼저 심리하고, 그 이후 청구(내용) 변경여부 등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분리 심리여부를 최종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에는 '직접소송'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구상권'으로 청구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는 암시인 셈이다.
담배회사들이 '직접소송' 부분을 핵심 쟁점으로 집요하게 끌어올린 것은 법리 상의 논리 때문만일까. 구상권은 건보공단의 피해가 '간접적 손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다. 더 나아가 이번 소송의 피해자인 3484명에 투입된 급여비용 한도 내에서 각각의 청구액을 특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는 "직접청구가 유지되면 고비를 넘기겠지만 불가피하게 구상권으로 청구방식을 변경하게 되면 건보공단 입장에서 이번 소송은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산이 된 대법원 확정판결=대법원은 지난 4월 상고심 선고에서 "흡연을 계속할 것인 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니코틴, 타르의 함량을 알면서 의존증이 높은 담배를 제조하기 위해 유해한 첨가제를 넣어 니코닌 함량을 조작해왔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국내에서 사실상 15년간 지속돼온 담배소송의 확정적 결론이었던 셈이다. 이 확정판결이 나온 직후 소송을 제기한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불운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수년 간 준비해온 소송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 사실은 담배회사들이 '프레임'을 구성하는 데 아주 좋은 자양분이 된다. '기판력' 때문이다.
'기판력'은 확정된 재판의 판단 내용이 소송당사자와 후소법원을 구속하고, 이와 모순되는 주장이나 판단을 부적법으로 하는 소송법상의 효력을 말한다. 비슷한 취지와 내용의 후속 소송은 '기판력'에 따라 획기적인 논리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KT&G 측 소송대리인은 "원고의 주장은 (이전 소송과 비교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하급심인 재판부를 압박했다.
BAT 측 소송대리인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최근 선고된 상황에서 같은 취지의 소송을 공기관이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 위반"이라고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필립모리스 측 소송대리인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된 쟁점에 대해 동일한 절차를 밟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먼저 원고 측이 새로운 청구원인을 제시하면 해당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담배회사 측의 융단폭격에 건보공단 측 소송대리인은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소송과정에서 담배회사가 대외비 등을 이유로 핵심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관계가 실체적으로 점검되지 못한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부가 전향적으로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천문학적 소송이 될 수 있는 담배소송의 서막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11월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건보공단이 담배회사가 짜놓은 단단한 '프레임'을 깨고 주도권을 잡아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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