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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대노총 배제논란과 '존경받는 복지부'

  • 최은택
  • 2016-01-25 06:14:51

"올해는 일할 맛 나는 복지부, 유능한 복지부, 존경받는 복지부로 거듭나자."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달 4일 복지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 장관은 현 정부 4년차를 맞아 '국민행복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이런 다짐은 당시만해도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대외적으로 유능하고 존경받는 복지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였다.

그런데 불과 18일 뒤 이런 다짐을 무색하게 만드는 논란이 불거졌다.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입맛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 특정단체를 배제시켰다는 논란이 그것이다.

실제 복지부는 6기 #건정심 위원을 추천받으면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소비자단체협의회를 제외시켰다. 모두 1기 때부터 건정심에 참여해왔던 단체들이다. 특히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는 양대노총을 배제한 것을 두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지부 측은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이 있는 위원을 선택하고자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납득한만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사실 건정심은 처음부터 전문가위원회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성격이 강하다. 만약 전문성이 필요했다면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같이 각종 전문평가위원회를 건정심 산하에 두고 운영하면 될텐데, 현 건정심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또 양대 노총에 각각 속해 있는 보건의료노조, 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근로자 대표로 참여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병원 종사자들로 구성된 개별 병원노조의 연합(연맹) 단체가 노동계를 대표한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 노조는 보험수가 결정(보험수가는 건보공단과 의약단체가 자율협상하지만 결렬되면 건정심 심의 의결절차를 거쳐 복지부장관이 직권으로 정한다)이나 보험료 인상에서 전체 노동계(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데 명백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중론이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보험수가와 보험료 인상 등에서 가입자 의결권 두 장을 의료공급자에 넘겨준 꼴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주장도 있다. 이번 '건정심 축출사건'의 진정한 타깃은 한국노총의 김선희 국장과 소비자단체협의회의 황선옥 이사였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노총 추천으로 건정심에 참여해온 김경자 위원장이 보건의료노조 소속인 데서 비롯된다. 보건의료노조가 위원으로 김 위원장을 추천하면 결국 이번 '축출사건'으로 배제되는 건 김 국장과 황 이사이고, 복지부도 이를 노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논란과 의구심은 이렇게 뿌리없는 가설들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인구 고령화가 신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건정심은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안전성)과 보장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단기적으로는 의료체계 개편과정에서 의료계에 대한 보상문제, 상대가치점수 개편, 보험수가 현실화 논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그만큼 의료공급자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가입자 대표단체와 치열한 논쟁과 갈등,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복지부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대신 병원노조를 교체 투입한 건 누가봐도 그 의도가 개운치 않아 보인다.

혹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어서 성과주의에 목 맨건 아닐까. 이런 방식의 위원구성으로 복지부는 누구에게 존경받게 될까. 3년간 위원회 출·결을 체크했더니 해당 단체들의 출석율이 저조했고, 회의가 종료되기 전에 이석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등 뭔가 합당한 이유라도 제시했더라면 최소한 이런 논란에 해명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복지부는 귀를 막고 이번 논란에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해명할 게 있으면 해명해야 하고, 석연치 않은게 있으면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게 정 장관이 말하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복지부의 모습이다.

사족(巳足)하나. 참여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각각 성명을 내고 양대노총 '축출'을 철회하라고 복지부에 촉구했다. 이런 비판 성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다른 단체들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반면 당사자인 양대노총은 공개적인 성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하단체가 대신 추천단체가 됐으니 내부 교통정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를 두고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총연맹의 합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산하단체 건정심 위원 선정은 양대 노조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시민단체 등의 주장처럼 양대노총을 건정심에서 배제시킨 게 정부의 '의도적인 획책'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양대노총은 산하단체가 건정심 위원 추천에 응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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