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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당청구 방지에 대한 이상한 연구

  • 김정주
  • 2016-04-04 06:14:50

진료비 부당청구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통상 이런 부류의 연구는 보건복지부 또는 건보공단, 심사평가원 등 산하 연구기관이나 관련 유관기관에서 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연구는 주관 부처가 엉뚱할 뿐만 아니라 내용도 조금 이상하다.

연구 타이틀이 '건강보험 진료비 부당청구 방지를 위한 심사체계 심층평가'인데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아직 중간보고서까지 나온 상태이지만, 기본 골격과 방향성, 결과는 잡혀있다.

내용은 이렇다. 현재 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심사 시스템 구조에 허점이 많아 병의원 등 의료기관 부당청구가 만연하고 건보공단이 힘드니, 심평원의 방대한 요양기관 실시간 심사·청구 데이터를 건보공단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10% 미만으로, 보험자의 부당청구 관리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의료기관 부당청구를 위해 관련 공공기관 업무를 진단하고 개선을 도모하는 연구와 노력은 이상하다 할 문젠 아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출발점부터 여느 연구와 다르다. 심평원이 수행하는 심사(청구 포함) 업무가 부실하거나 법률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있으니 실시간 데이터를 끌어다가 건보공단의 부당청구 방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요지는 철저히 환수에 시각이 맞춰져 있다.

현재 부당청구 적발은 건보공단, 심평원 공동의 업무라 할 수 있지만 양 기관의 시각은 각각 다르다.

청구물량을 직접 접수받아 소화하는 심평원의 입장에서는 올바른 청구와 계도 등을 현지확인·조사와 병행해 애초에 방지하는 업무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재정을 관리하는 건보공단은 강력한 적발로 누수를 방지하며 '경찰효과'로 예방하고자 하는 시각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중간보고서에서 "심평원의 청구오류 사전점검 시스템은 요양기관 행정미숙과 오류로 유발되는 문제에 대한 페널티가 없어서 궁극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진단한 연구진의 시각은 철저하게 건보공단의 그것과 일치한다.

또 "심평원의 청구가 병의원이 '선량한' 기관임을 전제하고 진행되고 있어 이를 악용하는 요양기관이 빈발한다"고 현재 심평원 전산심사를 비판하고 있다. 예방과 방지를 지향하는 심평원과 재정을 총괄관리하는 건보공단의 업무를 구분 해봤을 때 건보공단에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심평원의 DUR의 실시간 청구 시스템을 기반으로, 미국식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Real Time System, RTS)인 RTCA(Real Time Claim Adjudication)을 차용하자는 결론을 냈다. 건보공단과 함께 부당청구 관리 수행기관인 심평원에 주는 함의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청구S/W(민간 제품이 100%)가 부당청구를 조장한다거나 지표연동관리제가 형식적이라는 연구진의 비판에서 찾을 수 있는 심평원 부당청구 관리 해법과 결론에 따른 이점은 사실상 없다.

기관 간 데이터 통합으로 야기될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사실상 답이 없다. 실시간 정보 공유를 한다는 건 정보 노출 빈도와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점은 추후 본말전도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화두다.

아직 최종 연구보고서가 도출되지 않았고, 외부 연구자에 의해 수행되는 특성상 주관적 관점이 베일 여지가 있지만, 외부에 의뢰하는 연구는 발주할 때 이미 기본 방향성이 설정되고 중간결과가 기본 취지에 심각하게 다르지 않는 한 중간보고서의 관점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이 연구는 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미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이 연구에 대해 유감의 입장을 표하고 공동연대하기로 결의했다.

특히 요양기관을 기본적으로 잠재적인 범죄기관으로 보는 시각은 연구진 절반이 과거 건보공단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연구자들이라는 사실과 함께 보험자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자 반발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모든 연구는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담겨 있기 마련이다. 연구에서 드러난 목적이야말로 그 연구의 시작점이자 마지막이며 연구자의 니즈가 고스란히 베어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그래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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