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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약으로 환자 삶이 달라질 수 있다"

  • 안경진
  • 2016-07-28 06:12:16
  • 하깃 바리스 펠트만 교수(이스라엘 고셔병 전문가)

주사제와 비교해볼 때 먹는 약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주사바늘이나 주사부위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 혹은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는 의미로도 해석해볼 수 있겠다.

전국을 통틀어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40명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라면 더 그렇다.

제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폐나 눈, 신장, 심장, 신경계까지 전이돼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고셔병 환자에게는 '세레자임(이미글루세라제)'이나 '비프리브(베라글루세라제)' 같은 효소대체요법(ERT)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2주 간격으로 주사제 형태의 리소좀 효소를 직접 주입해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 수치를 감소시키는 원리다.

그런데 최근에는 알약 형태로 된 ' 세레델가'가 등장했다. 기질감소치료법(SRT)이라는 조금 다른 원리인데, 리소좀축적질환(LSD) 치료제 중 유일한 경구제로 고셔병 환자 삶의 질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데일리팜은 이달 초 이스라엘에서 방문한 고셔병 전문가 하깃 바리스 펠트만(Hagit Baris Feldman) 교수와 만나, 고셔병 치료의 최신 트렌드와 경구용 제제가 갖는 의미들을 들어봤다.

-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이번 방한 목적이 궁금하다.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고셔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이틀동안 한국의 소아청소년과, 유전의학과 전문의들과 만나면서 의료현장에서조차 고셔병이 친숙한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는 고셔병 환자가 40명 정도 된다고 하던데 일반적으로 고셔병이 나타나는 빈도를 따져보면 적어도 5천만 인구 중 500명 정도가 고셔병 환자로 추정된다. 진단되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다수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 고셔병은 치료제가 개발돼 충분한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놓치고 있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나. 더욱 많은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강연을 들은 한 전문의가 자신의 환자 중 고셔병 환자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 흥미로운 얘기다. 강연 중 어떤 내용이 고셔병 진단의 팁이 될 수 있었는지 소개 부탁한다.

한국의 전문의들도 의과대학 재학 시절 고셔병에 대해 배웠겠지만 의료현장에서 접하지 못하다보니 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고셔병은 리소좀축적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희귀하지만은 않다. 눈여겨봐야 할 증상에는 대표적으로 간비대를 꼽을 수 있고,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간혹 뼈가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환아들도 있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비가역적인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의료진이 고셔병으로 의심하지 않으면 신경병증성 문제나 뼈 관련 장애 등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고 만다.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하고 난 뒤 치료하게 되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했을 때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고셔병 유병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치료 환경은 어떤가? 아쉬케나지(Ashkenazi) 유태인들의 경우 850명당 1명 꼴로 고셔병이 발생하며, 관련 돌연변이의 보인자 빈도는 17명당 1명 꼴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셔병 유병률이 5만~10만 명당 1명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인구가 800만명 정도인데, 그 중 고셔병 환자수는 700여 명에 달한다.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15년 전부터 혈액종양내과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고셔병 의심증상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의심 환자가 있으면 혈액 샘플을 채취해 기관에서 직접 효소 및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보인자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회사에 검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아무리 유전적 특징이 다르더라도 5000만 인구가 넘는 한국에서 고셔병 환자가 40명 밖에 없다는 것은 잠재적인 환자들이 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 리소좀축적질환 분야에서는 효소대체요법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획기적 치료제로 자리잡았다고 보이는데 '세레델가'와 같은 경구용 기질감소제가 갖는 의미가 궁금하다.

고셔병을 유발하는 문제 효소가 발견된 것은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사이였다. 태반에서 효소를 추출해 만든 '세레데이즈(알글루세라제)'와 재조합형 효소 '세레자임(이미글루세라제)' 같은 효소대체요법가 과거 흔했던 무혈성괴사나 척추변형 등 중증 합병증을 현저히 줄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2주 단위로 주사를 맞기 위해 내원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의료인이 가정방문을 통해 주사제를 놔주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까지 그런 제도가 없지 않나. 환자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는 삶의 질과 연결되는 문제다. 환자가 최대한 보통 사람들과 동일하게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하는 임상의사들 입장에서는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SRT) 도입의 의미가 크다.

- 실제 사례를 들어줄 수 있나?

이스라엘에서는 최근에 관련 임상연구가 종료되고, 세레델가의 허가 및 급여를 위한 '헬스바스켓(health basket)' 등재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임상시험이나 임상이 끝난 뒤 약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형태로 세레델가를 경험해 왔다. 장기간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2주 마다 주사를 맞는 데 대해 불편함을 겪어 온 많은 이들이 먹는 약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세레델가가 헬스바스켓으로 도입된다면 고셔병 치료제로 확실한 입지를 굳힐 것이라 생각된다. 급여 전이지만 직접 약가를 지불하고 약제를 사용하겠다는 환자들도 있을 정도다.

본인이 관리하는 환자들 중에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뤘거나 회사의 중역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2주 간격의 주사치료가 상당한 제한요인이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청소년들은 1년 넘게 세계일주를 가고 싶어하는데, 효소치료제로는 불가능했다. 개별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치료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세레델가를 복용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효소대체요법이 고셔병 환자들의 건강을 찾아줬다면,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는 '삶의 질'을 찾아줬다고 정리하고 싶다.

- 기존 효소대체요법과 효과 차이는 전혀 없다고 봐도 되나? ERT와 SRT를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도 진행됐다고 들었다.

그렇다. 환자에게 두 가지 치료제를 동등하게 제시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세레델가와 관련해서는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대상의 ENGAGE 연구, 3년 이상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안정화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ENCORE 연구 등 총 3건의 3상임상이 진행됐다. 그 중 ENCORE 연구는 총 1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첫 1년 동안은 3분의 1에게 세레자임을, 나머지 3분의 2에게 세레델가를 투여한 뒤 1년이 지나 전부 세레델가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효소대체요법으로 안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을 세레델가로 전환해도 효과가 그대로 유지될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주요 평가변수는 헤모글로빈, 혈소판 수치 같은 혈액학적 변수와 간, 비장 등 내장부피가 모두 12개월간 안정적으로 유지된 환자 비율로 정했다.

그 결과 세레델가를 복용한 환자의 84.8%가 1차 종료점에 도달했고, 헤모글로빈과 혈소판 수치, 간 및 비장의 부피를 측정한 4개의 개별 평가변수도 각각 93~96%로 연구 목표를 만족시켰다. 또한 임상이 종료된 뒤 1~2년에 걸쳐 추적관찰했을 때도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안정된 효과를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 이후에도 6개월 단위로 환자들을 관찰해 장기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는 중이다. 12~24개월까지의 치료 효과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세레자임에서 세레델가로 전환했을 때도 갑자기 치료 효과가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환자들의 상태가 유지된다. 때에 따라서는 두 그래프가 겹쳐 보일 정도이니 효과 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효소대체요법과 기질감소요법이 필요한 환자군이 조금 다를 것 같다. 만약 '나는 평소 매일 약을 복용하면서까지 이 질환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환자라면 효소대체요법을 권하는 게 나을 듯하고, '2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환자에게는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가 적합하다고 본다. 경구용 제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순응도를 지켜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다. 환자들과 치료 옵션에 대해 논의해 본 결과, 기존 효소대체요법에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라는 옵션이 추가되는 것을 상당히 반기고 있다.

- 향후 리소좀축적질환 분야에서 경구용 기질감소제가 효소대체요법을 대체하리라고 보나? 두 치료법이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가게 될지 전망을 말한다면?

아직까지 확실한 답변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일부 환자는 세레델가를 더 좋은 옵션으로 반기고 있지만 다른 환자들은 효소대체요법을 고수하는 실정이다. 효소대체요법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부족한 효소를 채우는 방식이고, 기질감소요법은 효소가 없애야 하는 기질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기전 차이가 있고, 기전에 따라 환자가 약에 반응하는 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겠지만 치료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일부 환자들에게 보충적으로 효소대체요법을 병행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효소대체요법이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로 완전히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이는데, 실제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물론 전문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다른 옵션이 생겼다는 사실이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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