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본 '졸피뎀'
- 안경진
- 2016-08-03 06:14:50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이소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
- PR
- 전국 지역별 의원·약국 매출&상권&입지를 무료로 검색하세요!!
- 데일리팜맵 바로가기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소란들이 있었다. 6년 전 고(故) 최진실, 최진영 씨의 자살사건이나 3년 전 현직 의사가 여성에게 수면제를 넣은 술을 먹인 뒤 강간한 사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악마의 속삭임'이란 부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최근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다뤄진 졸피뎀의 부작용은 그 어느 때보다 자극적이다. 이 약을 먹으면 폭식, 기억상실, 자살시도는 물론 타인을 죽이는 살인까지도 저지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졸피뎀이 그 정도로 위험한 약일까?
데일리팜이 만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견은 달랐다. 수면제 오남용이 위험한 것은 맞지만 졸피뎀은 개중에 안전한 약이란다.
졸피뎀을 언급하는 것조차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이소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는 "졸피뎀은 다른 수면제들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이다.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이들이 공포심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폐해를 막고 싶다"고 말했다.
"졸피뎀은 마약이 아니다"
이소희 홍보이사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졸피뎀이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위험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와 비교하면 오히려 안전한 편에 속한다. 비교적 반감기가 짧아, 다음 날 아침까지 약기운이 남아있다든지 졸린 증상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Z drug으로 분류되는 수면유도제로서, 장기간 복용했을 때 중독이나 내성을 일으키거나 중단 시 금단증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적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하루 한 알 정도만 복용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약을 마약 취급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수면제,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에겐 꼭 필요하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제 없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로 인한 불면증 같이 원인질환이 명확한 환자에게는 당연히 수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원인질환 해결로 불면증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 없이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강박관념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일부 환자에겐 수면제가 유용할 수 있다. 즉 "또 잠이 안 오면 어떡하지?"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 자야 하는데 큰일이네" 하는 식으로 '잠' 자체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경우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정신생리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이들은 TV 앞에서 꾸벅꾸벅 졸다가도 막상 잠자리에 누우면 잠이 안온다. 잠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불안증으로 이어져 불면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럴 때 수면유도제를 한 두번 처방해서 푹 자는 경험을 하게 하면 잠에 대한 공포증을 해소할 수 있다. 과연 이들에게조차 졸피뎀이 위험해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소희 홍보이사는 "언론을 통해 졸피뎀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신체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극단적으로는 수면제 대신 술에 의존하게 되면 알코올 중독이나 근거 없는 대체요법에 빠지게 될 위험도 높다"고 경고했다.
"졸피뎀이 아닌 오남용이 문제다"
이번 사태의 핵심사안은 다름아닌 오남용이다. 전문의 처방대로 한 알만 복용하는 게 아니라 자의로 2~3알을 한꺼번에 복용한다던지, 의도적으로 다량 복용할 경우 방송에서 보도된 것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벌어질 수 있다. 탈억제(disinhibition) 현상이 일어나 이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술에 취한 사람처럼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던지, 무의식중에 돌아다니는 것 같은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언론에서 보도됐던 내용과 차이가 있다면, 본인의 의지와 완전히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멀쩡한 사람도 술김에 평소 미워했던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무의식 중에 감춰져 있던 충동이 탈억제로 인해 극대화 되는 것"이라면서 "전혀 없었던 충동이 새로 생길리는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졸피뎀의 오남용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타이레놀을 과다복용하면 간손상으로 사망하게 되지만 타이레놀을 위험하다고 얘기하진 않듯 졸피뎀의 위험성도 그 정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요즘에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았더라도 기간 내에 다시 처방을 넣으면 팝업창을 통해 알려주게끔 시스템화 돼있어, '중복처방' 위험이 낮지만 다른 진료과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와 함께 복용하거나 술을 마실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과 Z drug이 동일 수용체의 같은 부위에 작용하는 교차내성을 갖고 있어 효과가 배가되는 것이다. 평소 주량대로 술을 마셨음에도 필름이 끊기거나 수면유도제를 한 알만 먹었는데 이상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전문가들이야 자극적인 방송을 보더라도 걸러들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의사의 말 한마디보다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졸피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
식약처 "'졸피뎀' 복약지도·본인확인 철저히"
2016-07-20 11:29:32
-
"졸피뎀 위험 알고 있지만…약사들 할게 없다"
2016-07-20 06:15:00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13년 전 악몽 재현되나"…유통·CSO업계 약가개편 촉각
- 2'묻지마 청약' 규제했더니...상장 바이오 공모가 안정·주가↑
- 3[기자의 눈] 절치부심 K-바이오의 긍정적 시그널
- 4의사 남편은 유령환자 처방, 약사 아내는 약제비 청구
- 5비대면 법제화 결실…성분명·한약사 등 쟁점법 발의
- 6유통협회, 대웅 거점도매 연일 비판…“약사법 위반 소지”
- 7제일약품, ESG 경영 강화…환경·사회 성과 축적
- 8[팜리쿠르트] 삼진제약·HLB·퍼슨 등 부문별 채용
- 9희귀약 '제이퍼카-빌베이' 약평위 문턱 넘은 비결은?
- 10약사회, 청년약사들과 타운홀 미팅...무슨 이야기 오갔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