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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식욕억제제 허가제한 해제의 행간

  • 이정환
  • 2016-08-29 06:14:50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향정약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 식욕억제제 추가품목 허가제한을 내년 11월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소수 제약사들이 해당 성분 비만약 매출을 점유중인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다.

실제 펜터민·펜디메트라진을 생산중인 제약사는 34개사다. 해당 성분 치료제 한해 생산실적은 약 635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식약처가 국민 마약류 안전관리를 이유로 34개사들이 보유중인 635억원 시장에 대한 기득권을 일정부분 인정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식약처는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 간담회를 열고 불합리 시장규제 완화 등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중소제약사들은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시장독과점과 불공정 경쟁을 논리로 허가제한 해제와 추가품목 시판허가를 요청했다. 식약처가 이를 수용하자 일부 언론들이 국민안전을 뒷전에 두고 제약산업만 지원하는 행정이라며 지탄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폐동맥고혈압, 불안감, 우울증 등 부작용이 심각한데 시장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국민안전 수위를 낮췄다고 했다.

식약처는 허가제한 해제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으로 공표했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계획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입출고량과 생산·유통 경로가 선명해지는 시점부터 마약류 향정약 허가제한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식약처는 국민에 품질 좋고 안전한 의약품을 왜곡되지 않은 시장에서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의약품은 필연적으로 약효와 부작용이 공존한다. 특히 마약류 향정신성 약물이라면 약사법 외 마약류 관리법 등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약품도 상품이다. 지난해 생산실적 635억원.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상품이 형성중인 시장볼륨이다. 허가·유통시장이 왜곡됐다면 자칫 국민들에게 그릇된 가격의 치료제가 공급될 우려도 있다.

이번 마약류 식욕억제제 허가제한 논란으로 식약처는 '시장독과점 해소'와 '마약류 약물 부작용 안전관리'를 동시 처리해야하는 충돌지점 위에 섰다. 해당 향정약의 국내외 사용례와 현 시장 현황, 미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을 종합한 결과를 토대로 허가제한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지만 논란은 지속중이다.

논란 속에서 우리는 시장규제 완화를 선택한 식약처 행정의 속살을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식약처가 내세운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시장 독과점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해당 식욕억제제 부작용 관련 대응 비전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해당 식욕억제제 국내 생산실적은 지난 2010년 약 365억원에서 지난해 약 635억원으로 6년동안 급증했다. 생산실적이 곧장 처방매출로 직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시장수요에 맞춘 의약품이 생산되는 만큼 635억원 생산량은 대체로 기업 매출과 비례해 연동됐다고 봐야한다. 즉 34개 제약사가 지난해에만 635억원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시장매출에 대한 기득권을 영위해 온 셈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경우, 통상 연 100억원 매출이 초과하면 '블록버스터 처방약'으로 평가된다. 수백억원 매출을 상회하는 치료제는 수십~수백여개 제약사들이 특허쟁송과 생동·임상시험 등 절차를 거쳐 제네릭 허가로 시장경쟁에 합류한다.

600억원을 초과하는 볼륨의 의약품 시장을 30여개 제약사가 독과점중이란 중소제약사 측 논리와 식약처의 허가제한 완화가 힘을 받는 이유다.

안전성도 따져보자. 해당성분 식욕억제제는 향정약으로, 환자는 3개월 동안만 처방이 가능하다. 그 이상 약물을 복용하려면 주치의와 전문의 판단이 필수적이다. 심장질환 유발이나 불안감 등 정신과적 부작용도 확인돼 필요에 따라서는 복용 전 환자 검사나 병용약제 주의도 요구된다.

때문에 의사들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의 상태를 검진하고, 허가사항에 기재된 부작용을 설명한 뒤 약물을 처방한다. 즉 해당성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합격점을 주기엔 부족함이 있는 셈. 워낙 오래된 약물이라 단일제에 대한 장기 처방임상 데이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펜터민 성분 비만약은 미국의 경우 처방력이 약 50년이 넘었다. 물론 처방 기간이 해당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할 순 없지만 50년동안 의사 처방으로 부작용 관리를 통한 환자 복용이 지속된 점은 팩트다. 미국 등 해외는 펜터민 성분을 복합한 비만신약(제품명 큐시미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의 시판허가도 허용했다.

때문에 이미 34개 업체나 마약류 향정 식욕억제제를 생산중인 상황에서 식약처의 추가품목 허가 수용을 막연히 국민안전 위협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쯤되자 허가제한 해제에 대한 의사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향정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전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식약처 행정과 펜터민 등 성분 안전성을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 가정의학과 비만전문의 A교수는 "펜터민·펜디메트라진은 이미 처방중인 치료제가 수십여개다. 추가 품목이 허가돼도 전체 시장파이가 쪼개질 뿐, 의사들의 처방패턴에 영향을 주는 일은 미미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에서 가정의학과를 개원중인 B의사는 "해당 성분 식욕억제제는 정신과적 부작용 등으로 3개월 처방제한이 있지만, 의사의 환자 모니터링 아래 처방되면 치명적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최근에는 비만신약이 2개나 오랜만에 허가돼 펜터민 등은 구형약물로 평가된다"고 했다.

허가제한 완화를 결정한 식약처 입장도 들어봤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비만약 허가제한을 무조건 해제하는 게 아니다. 입출고 내역과 유통라인이 선명해지는 통합관리시스템 시행과 발맞춰 해제하기 때문에 국민안전에 해가되지 않을 것"이라며 "독과점중인 치료제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마치 지금까지 처방이 허용되지 않았던 성분을 처방 허용하는 것 처럼 일부 기사들이 유통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약효와 부작용 관리가 최우선에 있어야하는 의약품 분야에서 특히나 마약류 향정약은 의존성이나 정신과적 부작용 문제로 인해 정부가 약사법 외 마약류 관리법으로 보다 엄격히 관리중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추가허가 제한됐던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식욕억제제의 규제 개방으로 국민안전을 우려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수년 째 고요했던 시장이 열리게 되면서 제약사들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자사 약물을 처방하려 힘쓰게 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국민이 처방받게 될 치료제량도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다만 600억원이 넘는 향정 식욕억제제를 34개 제약사에게만 허용해 합법적으로 기득권층 시장을 형성해줬다는 중소 제약사들의 논리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추가 향정 식욕억제제 안전관리를 빈틈없이 챙기겠다는 식약처 약속을 믿고 왜곡된 시장 불균형 문제부터 해소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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