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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FH...산특 진단기준도, 치료제 지원도 현실과 괴리"심혈관 분야 세계적 석학인 김효수 서울대학교 병원 교수 전문가 인터뷰 | 김효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 산정특례제도는 말그대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 해소를 위해 탄생했다.그러나 어떤 환자가 해당 질환에 대해 분명한 의학적 진단을 받았는데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실상 유일한 약제가 비급여라면 산정특례가 정상적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유전성 내분비 극희귀질환의 일종인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mozygous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HoFH)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질환이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6월) 산특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가뜩이나 소수인 환자들의 살림살이에 제도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데일리팜이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를 만나 HoFH 환자의 진단과 치료 현황에 대해 들어 봤다. 심혈관 분야 세계적 석학인 그는 현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다.-HoFH, 우리나라 발병률은 얼마나 되나.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하 HeFH) 환자의 발병률은 500명 당 1명, 어떤 인구는 250명 당 1명, 보통 400명 당 1명으로 본다.1/400 의 발병률을 가진 HeFH 환자가 만나 HoFH 환자가 나올 확률을 계산해보면 64만명 중 한명이다. 우리나라는 전국으로는 약 80명 정도로 추정된다.-의료현장에서 HoFH 산특 기준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그렇다. HoFH는 유전성 질환이기 때문에 양쪽 부모에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관찰된 가운데, 진단자의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가 500mg/dL(향후 수치 단위 생략)이상, LDL-C가 300mg/dL 이상인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수치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 경우, 유전자 검사를 따로 하지 않아도 HoFH로 확정할 수 있다.또 팔꿈치, 발뒤꿈치, 무릎 등에 노란색 종양, 종괴인 황색종 발병 유무 확인을 통해 HoFH를 진단할 수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산특 기준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이가 입증된 환자에 한해서만 HoFH로 인정된다.-다른 증상이 확실하다면, 유전자 검사에서도 변이가 확인돼야 하는 것 아닌가?20년 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LDL 수용체 유전자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 결과, 외국에서 흔한 변이가 한국에서도 자주 관찰되었지만, 몇 가지 변이만으로 모든 환자를 설명할 수 없었다.한국인에게 LDL 수용체 변이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5개의 유전자 변이 검사만으로는 HoFH 환자를 명확히 가려낼 수 없는 것이다. 당시에도 유전자 검사가 (진단기준으로)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해 연구를 종료했다.유전자 변이는 다양하고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도 많다. 온전한 진단기준으로 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변이 유전자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가족력, LDL-C 수치, 황색종 등 다른 강력한 증거가 확인된다면 HoFH로 진단해야 한다.-그렇다면 현재 HoFH의 치료는 어떠한가?현재는 대표적인 이상지질혈증 약물인 스타틴을 먼저 쓴다. 스타틴을 가장 고용량으로 쓰면 LDL-C 수치는 약 60% 낮춰진다.예를 들어 LDL 수치가 100이면 40까지 낮춰지지만 그 이상 낮춰지진 않는다. LDL이 200이면 80, 300이면 120까지 떨어지는 것이다.그러나 HoFH 환자는 스타틴 및 에제티미브 4가지 종류를 한꺼번에 투여하더라도 LDL 수치가 3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즉, 스타틴을 통해 HoFH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콜레스테롤혈증 중 HoFH를 타깃으로 삼는 치료제 PCSK9억제제가 국내 허가돼 있는 것으로 안다.그렇다. '레파타(에볼로쿠맙)'라는 약물이 들어와 있는데, 비급여이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적이다. HoFH는 유전성 질환이라 가족 전체가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도 많아 더 그렇다.치료를 일생 동안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 부담이 크다. 10대에 발견한 환자가 치료를 받을 경우 수명이 연장될 수록 치료비 부담이 누적이 되는 것이다.아직까지 레파타가 비급여기 때문에 환자 부담을 고려해서 약제를 처방할 때 스타틴을 먼저 쓰고 레파타를 한 달에 1바이알 사용해서 치료 효과를 먼저 관찰한다. 이 결과를 보며 한 달에 2바이알 혹은 3 바이알 쓸지 고민한다.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면 환자의 약제비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스타틴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 대한 고민을 PCSK9억제제가 해결해 주는가?스타틴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 이후, PCSK9 억제제를 사용하게 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 절반으로 줄어든다.예를 들어 PCSK9 억제제를 추가하면 환자의 LDL-C 수치가 300에서 150까지 낮춰진다. 심혈관 관리에 가장 이상적인 최저 LDL-C 수치는 30~50 사이로 입증됐다. LDL 수치는 300, 200보다 150, 100이 나은 것이다그 근거 중 하나가 에제티미브의 유용성을 알려준 IMPROVE-IT 임상이다. 해당 임상연구에서 LDL-C 수치를 기준치인 70 미만 보다 낮은 55로 유지시켰을 때 환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이 있었다. FOURIER(레파타의 3상 연구) 임상에서는 LDL-C 수치가 35로 유지될 때 환자에게 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일반인의 LDL-C 수치는 100 내외이며 유전적으로 좋지 않은 경우에는 130이나 160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수치보다는 40~50 수준으로 LDL 수치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 LDL 수치가 200인 사람을 100으로 낮춰주면 정상인과 같이 생활할 수 있으면서, 기대여명이 길어진다. 즉, PCSK9억제제가 생명 연장에 핵심 치료제인 것이다.-PCSK9억제제의 한계점은 없나? 또 LDL 교환술 등 다른 치료요법도 있는 것으로 안다.한계점은 아직은 없다고 본다. 보통 단클론항체(mAb)를 주입하면, 항체가 생겨서 주입을 하면 효과가 점점 줄어들거나 면역 관련 이상반응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레파타의 성분인 에볼로쿠맙은 다른 동물의 단백질을 포함하지 않는 완전 인간항체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부정적인 효과가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다.또 교환술은 혈액 투석과 같은 것이다. 투석 키트가 굉장히 비싼데 1주일에 2번 정도 한다. LDL 교환술은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보통 2주에 1번, 1주일에 1번 정도이다. LDL-C가 누적이 되면 다시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자주 시행해줘야 하기 때문에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얘기를 종합해 보면, HoFH는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과 PCSK9억제제가 비급여로 남아 있다는 점이 산특의 효율성을 떨어 뜨리고 있는 듯하다.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HoFH는 '결국 고지혈증 아니냐'라는 질문, 즉 만성질환의 느낌이 강할 수 있다. 또 PCSK9억제제는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인식이 적잖은 약물이다.공감한다. 고지혈증은 정부에서 대부분 경증 질환이라고 생각하며, 심장 혈관에 이상이 생기고, 스텐트를 삽입하고 나서야 중증 질환으로 인정되고 있다.그러나 HoFH는 생명에 영향을 주는 중증 질환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약물 관련 얘기를 먼저 하자면 HoFH 환자는 치료가 잘 되지 않다 보니 정상인보다 심장마비가 30년 일찍 오고, 조기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위험인자(당뇨병,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등)가 1개 이하인 일반인의 LDL-C 목표 수치가 160 이하인데, 300~500이 나오는 환자들의 상태가 어떻겠는가?물론 정부에서 모든 치료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하기에는 재정적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고가의 약제에 대해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HoFH는 환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케어 하에서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 하면 선별 급여도 타협점으로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수에 따라 정부 지원범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진단은 단순명료하다. 일전에 학회 차원에서 정부에도 입장을 전달했는데, 변이 유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도 변이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다. 진단 기준을 현재처럼 교집합(And)으로 보지 않고 합집합(Or)로 보는 것이 맞다.2017-11-28 06:15:00어윤호 -
희귀약 40% 이상 비급여…항암제외 약제 관심 부족핵심은 관심과 발견의 부족이다. 희귀질환은 특정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발병 빈도로 정해진다. 참고로 국내는 환자가 2만명 이하인 질환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환자가 적고 약제가 부족한 영역, 즉 신약에 대한 니즈가 상당한 질환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소수 환자들이 만들어 내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항암제 쏠림현상과 비급여 약물=그나마 해당 질환이 '암'이면 형편이 좀 낫다.이름도 어렵고 암도 아닌 질환은 정부 입장에서도 비급여 문제를 해결한 '티'가 잘 안 난다.실제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를 통해 보험급여권에 진입한 15개 약제 중 항암제가 아닌 희귀난치성질환 약물은 한독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치료제 '솔리리스', 일동제약의 폐섬유증치료제 '피레스파(피르페니돈)' 등 3품목에 불과하다. 경제성평가 특례제도를 적용받은 약제 역시 삼오제약의 모르퀴오A증후군치료제 '비미짐(엘로설파제알파)' 정도이다.또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률 추이'를 토대로 희귀난치성질환의 보장률을 보면 암질환의 경우 2013년 대비 2017년 보장률이 72.7%에서 76.0%, 뇌혈관질환은 74.4%에서 77.1%, 심장질환은 78.0%에서 81.2%로 상승했다. 반면 희귀난치성질환은 86.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전체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5% 에 불과하다. 즉, 치료옵션이 한 가지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일반적인 다른 약제와 같은 기준에서 급여를 평가할 수 없다. 환자 수가 너무 적어 임상연구가 쉽지 않은데다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다.게다가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성 질환이다. 가족 내 환자가 여러명일 경우가 많고 환자들은 유년기부터 평생에 걸친 치료가 요구된다. 이는 가족 전체의 의료비 부담 폭증으로 이어진다.한 제약사의 신약 급여등재 담당자는 "일반등재는 당연히 어렵고 RSA, 경평면제 등 아무리 현행 제도를 살펴봐도 급여화 대책이 안서는 약이 있다. 환자와 의사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약가 책정이 쉽지 않아, 회사도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산정특례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으로는 부족한 그것=마냥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다만 희귀질환은 여타 다른 질환과 구분해 보장성 강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잘 안보이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발표된 희귀질환 관리법은 희귀질환의 예방, 진료 및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해 희귀질환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키고 국민의 건강 증진 및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희귀질환 관리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일 때 의료진과 환자들의 요구는 '희귀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었다.그러나 법안 시행 후 희귀질환 연구개발, 등록통계, 전문기관 지정 등 인프라 확충을 중심으로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즉 환자 치료나 관리에는 별 다른 진전이 없었다. 현재 희귀질환 환자의 의료비경감을 위한 제도로 산정특례와 재난적 의료비 한시적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분명 이 두 가지 제도의 혜택을 보는 환자들은 있다. 하지만 '재난적 의료비 한시적 지원사업'은 소득기준이 상한 연 2000만원, 최대 지원일 180일 내에서만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산정특례 역시 비급여 항목은 그대로 제외된다.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10%로 경감되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치료제 등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률이 여전히 100%로 남아있다.김효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교수)은 "극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여타 고가 약제에 비해 재정 부담도 떨어진다. 산정특례 대상이 된 질환에 해당하는 비급여 치료제는 우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2017-11-27 06:15:00어윤호 -
4차산업 혁명시대, 약제 유통정보 융합·활용론 '붐업'#의약품종합정보센터(이하 정보센터)의 역할이 명확해졌다. 지난 10년 간 의약품 코드 표준화로 수집된 정보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데이터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때다.마침, 4차산업 혁명이라는 좋은 기회까지 맞았다. 정보, 의료, 서비스 산업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을 의미하는 4차산업 혁명에서 정보센터가 가지고 있는 의약품 정보는 빅데이터로서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도매단계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 완수 넘어야 할 산 KD코드(Korea Drug Code), 바코드 및 RFID 태그로 시작한 의약품 유통 투명화가 '일련번호 의무화'라는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유통 투명화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고 나면, 정보센터는 앞으로 그동안 수집한 의약품 융합 정보를 제공하거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현재 의약품 정보는 생산·수입·공급 및 사용내역을 가공한 자료가 국회 등의 요구자료로 제출되거나,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으로 발간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올해 통계집은 11월 말 쯤 공개·배포할 예정이다.특히 의약품 자료 제공과 관련해 매년 국정감사에서는 추가 유통정보 제공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심평원은 법령 상의 이유로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의약품 정보 관련 기관가령 심평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도매업체를 통해 요양기관에 제공된 의약품 유통정보의 제약사 제공과 관련, 외부 법무법인을 통한 법률검토를 했는데 각각 '약사법 제87조의 영업에 관한 비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조의 경영상‧업영상의 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가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국민의 알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높이는 차원에서 '유통 관리를 잘 하는 업체, 그렇지 않은 업체를 국민이 직접 보고 의약품을 선택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평원은 정보의 민감성 및 파급력 등을 감안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결국 법리적인 문제를 해결, 수집된 의약품 정보를 필요한 곳에 제공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유통 투명화의 마지막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보센터의 설립목적의 시작은 소규모 도매업체로 인한 복잡한 유통단계와 과다한 경쟁으로 발생한 불건전한 거래를 없앤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이로 인해 도입한 제도가 '의약품 일련번호'다. 지난해 7월부터 490여개 제약사가 먼저 일련번호 제도화에 의무적으로 참여했고, 올해 7월부터는 2500여개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의약품 일련번호는 최소포장 단위의 개별의약품에 부여된 정보로, 제약사와 도매업체는 공급내역을 실시간으로 정보센터에 보고해야 한다. 이 제도로 정보센터는 의약품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체 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부정의약품 유통 차단 및 회수의약품 유통차단 시스템이 함께 마련됐다.지난해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을 보면 492개 제약사가 보고한 의약품 생산·수입실적은 2만1688품목이다. 보고된 의약품은 정보센터에서 이력을 모두 수집·관리하고 있다.문제는 영세한 도매업체다. 올해 7월부터 2549개 도매업체 또한 의약품 공급 실적을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한국의약품유통협회를 중심으로 의약품 묶음번호 가이드라인과 RFID·바코드 병행 부착을 요구하면서 참여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급기야 지난 달 열린 심평원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일련번호 전면 재검토' 이야기까지 나왔다.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바코드를 1D와 2D, RFID까지 모두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련번호 실시간보고 업무가 가중되면 도매업체들은 바코드 종류에 따라 별도 분류, 배송하는 업무가 인건비 기준으로 3배 가량 가중된다"며 "배송이 늦어져 보건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책 자체가 적폐이니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일련번호를 활용하면 의약품이 공급된 최종 거래처 파악이 가능, 국민들이 위해·위조 의약품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도매업체를 위한 제도 전면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해외 사례만 봐도 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는 가야할 방향이다. 터키는 지난 2010년부터 출하·입고시 일련번호 보고를, 미국은 올해부터 위조의약품 유통 방지를 위해 정부 또는 거래당사자 요구시 24시간 이내 일련번호 보고를 의무화 하고 있다. 유럽은 2019년부터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출하시 보고를 시점으로 시범사업 중이다.이와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도매업체)현장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했다"며 "다만 국내 일련번호 의무화는 유통투명화와 의약품 위변조 방지, 안전관리 등 다양한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현장을 살펴본 후 (전면 재검토를)결정하겠다"고 밝혔다.유통투명화의 '화룡점정'이 될 도매단계 '실시간 보고'를 매듭짓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2017-11-15 06:14:59이혜경 -
KD코드서 일련번호까지...유통경로 추적 거의 끝내2007년 10월 문을 연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이하 정보센터)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인 의약품 유통 전 주기 정보를 토대로 한 차원 높은 융합정보를 생성해 제약산업 발전 등에 피드백하는 역할을 꿈꾼다.정보센터는 정부가 의약품 유통 투명성 확보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일명 헬프라인)이 약제비 직불제도 추진 중단과 함께 실패로 끝나고, 연구용역을 거쳐 다시 마련되기에 이르렀다.492개 제약사 2만1688품목 생산·판매 정보 등 총망라 설립 목적은 의약품 유통 투명화. 의약품 표준코드를 마련해 수입, 생산, 공급까지 모든 유통 흐름을 읽는게 목표였다. 이 코드를 통해 수집된 공급 내역과 심평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청구 내역을 비교하면 의약품의 공급과 사용 내역을 파악, 유통 투명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그동안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시도는 여러번 있었다. 정부는 2000년 의약품 바코드 표시 제도 의무화를 도입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 사업을 2007년 종합센터가 이어 받게 됐다.정보센터의 첫 사업은 'KD코드(Korea Drug Code)'. 개개의 의약품에 KD코드(Korea Drug Code)를 부여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의약품 정보 표준화가 실현됐다.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을 보면, 2016년 기준 의약품 5만1187개 품목, 포장단위별로 14만7085개에 표준코드가 부여됐다. 표준코드 안에 들어온 의약품의 유통 정보는 모두 정보센터에서 관리가 가능해 진다.KD코드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전문의약품에 유효기한, 제조번호를 포함한 정보가 포함된 바코드 또는 RFID태그를 부착하도록 하고, 2015년부터 생산·수입된 전문의약품에 대해선 일련번호 정보 표기를 의무화했다. 최소포장 단위의 개별의약품에 부여되는 일련번호로 개별의약품의 제약사 출고 관리, 도매업체 입·출고 및 재고관리 등의 전체 유통단계를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정보센터가 개소하기 전까지 전문의약품 판매 후 회수·폐기 대상으로 확인되는 경우 경로를 알 수 없었지만, 지난해 제약사 일련번호 의무화에 이어 올해 도매업체 일련번호 의무화가 적용되면서 공급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이는 공급총량 중심에서 개별의약품 최소유통단위로 유통관점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정보센터가 수집·관리하고 있는 완제의약품은 2016년 현재 492개 제약사 2만1688품목이다.2549개 도매업체에서 공급하고 있는 의약품 또한 2만7083개로 집계되고 있는데, 정보센터 관계자는 "도매업체 수는 유통 단계로 도매, 도도매를 포함하고 있어 실제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품목수와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한편 정보센터가 개소하면서 안았던 과제 중 하나는 의약품 공장도가와 출하가격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정보센터는 2015년부터 의약품 유통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의약품 공급내역 현지확인과 구입약가 사후관리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다.의약품 유통정보 수집 및 활용체계 실제 조사팀은 매달 제약사와 도매업체 현장에서 실제 의약품 공급내역을 맞춰 미보고 및 거짓보고를 파악한다. 구입약가의 경우 심사완료된 요양기관 청구명세서를 대상으로 구입약가와 의약품 공급내역 자료를 활용, 착오 청구된 약제비용을 정산하고 있다.정보센터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조사로 요양기관의 올바른 구입약가 청구 유도 뿐 아니라 건보 재정 누수도 막고 있다"며 "정보센터의 설립 목적인 유통거래 투명성 확보에도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평가했다.2017-11-14 06:14:59이혜경 -
"약 자동조제기, 약사 삶·환자 약료서비스 품질 높여"대형 종합병원 약제실이나 문전약국의 전유물이던 의약품자동조제기(ATC). 한데 약국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 처방전이 약국으로 몰리며 약사들의 수동조제는 자동화되는 추세다.이같은 변화는 약사를 향한 사회적 요구와 맞물렸다. 단순 의약품 포장조제를 넘어 지역사회 헬스케어 관리자이자 의약품 스페셜리스트로서 고급 약료서비스를 원하는 게 오늘날 대중의 요구다.약사는 의약품 사회안전망을 한층 촘촘히 해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응답할 책임이 커졌고, 약국 ATC의 발달은 약사를 단순조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만들어 환자 복약지도 강화의 토대를 마련했다.특히 최근 ATC 제조업체들은 ▲조제투약오류 최소화 ▲클린조제 ▲약국경영 효율화 등 장점을 기초로 대형약국 외 중소형약국에 적합한 사이즈와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ATC를 개발·출시하고 있다.그러면 이같은 소형ATC들이 정말 개국 약사들의 경영환경을 향상시키고 환자 고급 약료서비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데일리팜이 약사들을 만나 짚어봤다.이번에 만난 약사들의 약국은 모두 규모가 20평 이내로, 소위 '중소형 약국'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하루 처방전 유입 건수도 적게는 30건에서 90건을 넘지않는 수준의 약국이다.중소형 약국 약국장들은 ATC 도입에 신중을 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장 적은 갯수의 카트리지 ATC를 들이는데도 최하 1500만원 이상 비용이나 그에 준하는 기계 리스료가 소요되기 때문이다.과연 그 값은 할까? 데일리팜이 만난 약사들은 크기가 작은 약국일 수록, 1인 약사 체제 약국일 수록 ATC 효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견해다. 조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환자 약료서비스 수준을 높여 자신만의 약국을 차별화하는 게 약국경영이나 환자 건강, 약사 삶의 질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주장이다.ATC를 들인 뒤 더 나은 삶과 지역약료건강에 기여중인 약사들을 직접 만나보자.[사례 1] 파주 열매약국 이현정 약사"ATC, 1인약사 소형 약국일수록 빨리 도입하는 게 이익이죠. 카세트 사이즈가 더 작은 모델이 개발되면 소형 약국에 도움이 클 것 같아요." 이현정 약사는 현재 관리약사를 따로 두지 않고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주변 의료기관, 처방환경은 소아과 의원 1곳을 중심으로 비만치료 환자 처방전이 다수 유입되는 상황이다. 올해 5월 약국인수 후 2개월 뒤인 7월부터 ATC를 도입해 사용중이다.이 약사는 약사면허 취득 후 대학병원 약제부에서 약 10년 동안 근무했다. 때문에 ATC 사용에 큰 거부감이나 고민이 적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가루제형이나 물약이 다빈도 처방되는 소아과 특성 탓에 ATC 도입에 앞서 고민도 했다고 밝혔다.이 약사는 "소아과라 ATC에 적용하기 어려운 제형의 약 처방 비중이 꽤 있고 약국 크기도 스무평 정도라 들여놓을지 고심했다. 환자도 몰릴 때만 몰리고 일평균 처방전이 많은 수준도 아니"라며 "비만약 장기처방 환자 등 처방전이 몰리면 소아과 환자 응대에 불편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특히 1인 약사 약국이라 혼자 조제와 소비자 응대를 병용하면 조제오류 발생확률이 높아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다고 했다.이 약사는 "조제는 약사가 해야하고 관리약사를 두기엔 규모가 작은 약국이라 ATC 도입을 확정했고 지금은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특히 인수한지 얼마 안 됐을때는 성분은 동일하지만 회사가 다른 비슷한 이름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이 들어왔을 때 오류를 줄이는데 ATC가 한 몫했다"고 말했다.ATC 도입이 약국매출 향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것을 따지기보다 환자 대면시간을 크게 높일 수 있고 그 환자의 약국 재방문률이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약사 시각이다.이 약사는 "ATC는 약사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다. 조제는 단순작업이고 오류가 발생하면 안 되는 작업이라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라며 "ATC없는 약국은 생각하기 어렵다. 심적 여유가 생겨 소비자 응대 시간이 늘어나므로 소아과 환자와 엄마 등 보호자 케어가 가능해져 고객만족도 향상과 단골고객 확보력이 커진다"고 덧붙였다.[사례 2] 압구정길약국 김영근 약사"ATC, 관리약사 1명 이상 몫을 하고있어요. 환자 대기시간이 줄고 회전율이 올라 매출향상도 체감하고 있죠." 김영근 약사는 다양한 진료과목 의원이 포진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약국 주변에는 내과,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치과 등 의원이 자리잡았다.수동조제와 자동조제를 모두 경험한 김 약사는 ATC 도입 후 밀려드는 환자들과 처방전에도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2013년 개국 후 처방전이 늘어나면서 ATC를 들여놨는데, 눈에 띌 정도의 업무효율 증가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약 600여개 전문의약품을 취급중으로 156구짜리 ATC를 도입, 120여개 카세트에 다빈도 약물을 채운 상태다.김 약사는 "내과는 장기처방이 많다. 장기처방전 약국은 ATC 도입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3일~4일 정도의 짧은 처방조제는 속도 차이가 없지만 한달 이상 나왔을 땐 엄청난 시간차이가 생긴다"며 "한달 처방전을 손 포제하려면 7일을 모두 신경써야하는데 기계에 맡기면 타 환자 병용조제나 소비자 응대가 수월하다"고 피력했다.김 약사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ATC 들여놓고 나서 과거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 환자 대기시간이 줄어들고 회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새는 처방전이 줄어든다"며 "OTC판매에도 긍정적이다. 상담이 많이 필요한 일반약 보다도 팜피린 같이 지명구매 품목 대처력이 크게 늘어난다"고 했다.ATC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김 약사는 기계 내부 청소가 수월하도록 흡입기 등 장치가 추가될 것과 의료기관 사용약물 변경에 따른 ATC 호환성 증가를 짚었다.김 약사는 "ATC가 약물을 다루는 기계라 내부 청소 중요성이 높다. 간혹 반알 약제나 깨진 약제가 기계에 잔존할 경우 청소를 해야하는데 알약 흡입기 같은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며 "또 사용약물이 많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ATC가 혼란없이 약물이 변경되는 호환성이 향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례 3] 분당 정자동 J정약국 정재훈 약사"ATC는 환자의 약사 대면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대면시점을 앞당겨줘요. 환자는 약사를 만나는 만큼 그 약국을 신뢰합니다. 환자별 약물 히스토리 점검이 가능해면서 약사 본업인 고급 약료가 현실화되죠." 개국약사이자 전문약사 방송인 활동을 겸하고 있는 정재훈 약사는 미국과 캐나다 약사면허를 동시에 보유했다. 1999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수년간 약사생활을 한 뒤 국내에서는 지난해 봄 개국했다.정 약사는 하루 평균 유입 처방전 수가 40건 미만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적은 처방전 수에도 ATC 도입은 약국 개국 후 1개월만에 결정했다. ATC 크기는 소형에 속하는 80구 짜리이며, 취급 ETC 갯수는 약 400여개였다.주변 의료기관 환경은 비뇨기과를 중심으로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치과 등인데 종종 유입되는 2달 이상 장기처방전의 소화력이 ATC로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특히 단순 의약품 포제는 약사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약사의 존재이유와 가치는 포장조제가 아닌 환자 복약상담이라는 시각이다. 기술발달로 단순업무가 점점 기계화되는 현실에서 약사는 자신만의 차별점을 약국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했다.무엇보다 의약품 수동조제는 단순작업이지만 약사의 몸과 마음을 극도로 피로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15평 가량의 정 약사 약국 전면에는 ATC가 정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정 약사는 ATC에 호기심을 갖는 환자들에게 자동조제기라는 설명을 건네면 약국 신뢰도 향상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정 약사는 "환자들이 먼저 묻는 경우도 많다. ATC가 자동으로 약을 조제해주는 기계이고, 그에 따른 여분의 시간을 환자 복약상담에 쏟는다는 설명을 해주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국과 약사를 더 신뢰한다"며 "특히 장기처방 환자들은 자신의 처방전이 소형 약국에 미치는 부담을 어느정도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ATC가 있는 우리 약국을 일부러 찾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정 약사는 "일평균 처방전 수는 30여건으로 많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ATC 도입 후 만족도는 매우 높다. 일단 수동조제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크게 줄었다"며 "좁은 조제대에서 1달~2달치 처방전을 수동조제하면 소진되기 일쑤였다. 환자 상담에도 기가 빠진다"고 말했다.이어 "ATC는 약사 대면시간을 늘려주기도 하지만, 환자와 약사가 만나는 최초 시점을 앞당긴다. 환자가 약사의 존재감을 인지하는 포인트가 빨라지는 것"이라며 "이는 환자 복약 환경이나 히스토리, 처방약 변경 등을 점검할 수 있게 해준다. 단골고객이 늘어나는 토대"라고 덧붙였다.2017-11-13 12:15:00이정환 -
문제 약 개선제안 귀담아듣는 곳은 역시 "국내 제약"유사한 포장과 PTP, 처방과 맞지 않는 포장 단위, 식별이 불가능한 정제, 별다른 표기가 없는 위험 의약품까지. 병원 약국에서 한해 동안 제약사에 개선을 요청한 #문제 의약품 보고서가 빽빽하다.약사들의 요청은 단순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기간에 상관없이 각 제약사들에 회신을 요청해 개선 여부를 확인한다.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넘는 기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요청 후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회신도, 개선도 없다.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몸담은 병원을 넘어 약을 조제하고 투약하는 모든 곳에서 안전하게 의약품이 다뤄질 수 있도록 문제 의약품 보고를 지치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일부 제약사들은 약사들의 이같은 노력에 포상으로 보답하는 등 약을 만드는 제약사, 약을 짓고 투약하는 약사 간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긍정적 시너지도 발생하고 있다.색·글씨부터 포장단위 변화까지…"실수 막고, 복용 편의 높이고"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가 데일리팜에 제공한 문제 약품 보고서에는 요청 내용과 개선 내용, 변경전과 변경후 약품의 변화 등이 세부적으로 기록돼 있다.약사들이 제약사에 요청한 내용 중에는 유사한 포장이나 PTP, 포장단위 등 포장 변경이 가장 빈번한 것을 알 수 있다.그 예로 부광약품 부광미다졸람주의 경우 15mg과 5mg 포장 함량 표기가 작아 구분이 어렵다는 약사들의 문제제기에 따라 제약사는 15mg 약의 라벨과 포장 상에 숫자를 빨간색으로 변경해 차별성을 높였다.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에서 정리한 문제 약품 보고서. 또 알보젠코리아의 카리메트과립은 기존에 100개 단위 포장으로 약국에서 조제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소포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약사는 기존 100개 포장 내 20개씩 소포장으로 변경 조치했다. 한미약품 졸피드정 10mg도 최대 처방기간이 28일인데, 기존에 포장단위가 30정으로 돼 있어 개선을 요청했고, 제약사는 약사들의 요청대로 한병에 28정으로 변경했다.정제 모양이나 식별 기호, 색이 유사해 조제실수를 유발하는 약에 대한 보고와 개선도 일부 있었다. 기존에 한독 엑스페인정과 엑스페인ER세미서방정의 정제 모양과 크기, 색상이 거의 동일하고, 식별 기호도 한면은 동일해 약사들이 개선을 요청했다.한독은 약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중 엑스페인ER세미서방정의 성상기호를 기존 HD, T37에서 XP, ER/S로 개선했다.병원 약제부에서 개선을 요청한 데 대해 제약사가 약사들의 요구대로 변경한 후 공문으로 해당 사실을 알려온 내용이다. 약사가 조제하거나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한 경우도 있다.한국유나이티드 제약의 프렉스정은 기존에 정제가 쉽게 깨지고 층분리가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했었다. 약사들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업체는 정제를 일부 경도로 바꿨다.국내 제약사 개선 의지 보여…다국적 제약은 미흡국내 제약사는 약사들의 요청에 일정 부분 개선 의지를 보인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문제약품 개선을 요청하면 일단 회신율이 높고, 절반 이상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절반 이상은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대형 병원의 요청이란 점이 제약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대다수가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본사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일부 대형 병원은 인근 지역 약국들과 정기적으로 갖는 간담회 자리에서 조제나 투약 시 문제가 되는 의약품에 대한 의견을 받아 그중 선별해 제약사에 공문을 발송하기도 한다.약사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업체에도 긍정적이라고 본 제약사도 있다.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의 경우 지난해 동아ST로부터 관련 내용으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 제약사에서 제조하는 류코스팀주사액이 기존에는 10바이알 박스를 개봉하 때 바이알이 튕겨져 나오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던 것. 약사들은 이에 따른 포장 개선을 요청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돌아온 업체의 반응은 대다수의 다른 제약사들과 달랐다. 약사들의 요청대로 박스 디자인을 변경해 기존에 발생하던 문제를 개선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6월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에 동아ST CCM팀에서 우수 보고 병원으로 선정됐다며 포상도 했다.분당서울대병원 이은숙 약제부장은 "병원에서 문제 약을 보고한데 대해 제약사에서 긍정적인 개선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제안을 한 약사들에 포상을 한 것은 드문 케이스"라며 "제약사들의 이런 인식 변화가 약을 만드는 제약사와 사용하는 약사가 협력해 안전하고 용이한 의약품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17-11-01 12:15:00김지은 -
"틀린그림찾기 그만"…오조제·오투약 왜 약사탓만아래 두 개의 약, 과연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언뜻 봐선 차이점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포장에 적힌 약이름부터 성분, 그림까지 천천히 훑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시력 테스트를 하며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디에선가 다른 점이 발견된다.상자 구석 눈에 띄는 아주 작은 글씨 하나, 아, 용량이었구나.최근 한 약사가 SNS에 한탄하듯 올린 내용이다. 약사는 이 약들을 보며 숨은그림 찾기가 따로없다고 했다. 숨은 그림찾기는 분명 재미로, 흥미로 즐기는 놀이의 일부다. 하지만 환자 안전의 전방터인 약국 조제실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분명 약사의 단순 실수를 너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지겹게 지적도 했고, 일부 개선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조제실에, 투약대에 잔존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게 약사들의 중론이다.조제실수를 유발하는 일명 ‘쌍둥이 약’을 비롯 트러블 메이커 약들과 투쟁하고 있는 병원 약국들. 그들은 약제부 내부 시스템과 교육을 넘어 전체 약국가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었다. “오조제·투약 방지 위해”…의약정보파트·안전관리위원회 협조150건. 지난 한해 서울대병원 약제부가 제약사들에 공문을 발송해 의약품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건수이다. 이중 60% 정도가 약사의 건의대로 해결됐다.포장이 유사한 쌍둥이 약부터, 고위험 약물에 대한 주의 표기 요구, 사용방법 그림 표시 등 이유는 다양하다.몇 년 전부터 일부 대형 병원 약제부들은 조제 실수와 투약오류를 유발하는 의약품들을 선별,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약을 만드는 제약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아 업무에 반영하는 것이다.서울대병원 약제부 내 의약정보파트에서는 오조제, 오투약 방지를 위한 다양한 업무를 진행 중에 있다. 문제 유발 의약품에 대해 관련 제약사들에 개선을 요청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수년 전부터 약사들의 조제실수와 병동에서의 오투약 등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에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외부에도 관련 필요성을 계속 요구해왔다. 단순 약사들만의 노력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오조제와 오투약을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안전관리위원회와 의약정보파트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조제실에서 문제 약품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의약정보파트에서는 이것을 관련 제약사에 문제제기할 만한 사안인지 선별한 후 관련 업체 관계자를 통해 알리거나, 정식으로 회사에 개선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최정윤 의약정보파트장은 "조제실 내 각 파트별로 안전관리 리더가 있고 조제과장이 위원장으로, 소아조제과장이 부위원장으로 매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거기서 조제나 투약오류를 유발하는 문제 약품 보고서가 올라온 것을 공유하고 선별해 최종적으로 회사에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분당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3~4년 전부터 약무정보팀에서 각 조제팀들에서 올라온 조제오류나 투약오류를 유발하는 원인들을 취합해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조제실, 병동에서 올라온 건의 사항은 약무정보팀 담당 약사가 제약사 관계자에 연락해 개선을 요청하거나 회사에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병원의 경우 1년에 20~30건의 요청을 보내면, 이중 절반 정도가 반영되고 있다.약사들의 요청에 따라 포장이 개선된 의약품 사례. 약무정보팀 서예원 약사는 "병원에서는 조제실 뿐만 아니라 입원 환자의 투약을 진행하는 병동에서도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약제부 내부적으로 조제, 투약 오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오류를 0%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서 약사는 "조제, 투약 실수나 오류를 유발하는 그 근본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으로 제약사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약제부 뿐만 아니라 병원 내부적으로 그 업무에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스템을 만들고 제약사에 요청한 후 그에 따른 피드백을 체크해 약사들에 전달하는 체계가 잡히게 됐다"고 설명했다.사회적으로 환자 안전 문제 대두…조제, 투약 오류 관리 강화사회적으로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형 병원들도 몇 년 사이 환자 안전 강화를 위한 다양한 개선 활동에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환자안전법이 제정되면서 이 현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말이다.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는 오조제를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위치를 지도로 만들고, 주의해야 할 의약품에 대해 다른 색으로 표현해 놓았다. 이런 분위기 속 병원 약제부들도 자체적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 조제, 투약 오류 개선 활동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조제, 투약, 복약지도와 팀의료 등 대표적인 약사 업무들과 더불어 최근 환자 안전 관리 업무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지속적인 실무자들의 논의를 통한 조제 업무 환경, 약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내부 교육 등을 통한 약사의 관련 역량 강화, 약 처방 중재 활동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최근 약제부 내에서 환자에 안전한 의약품이 최종적으로 투약될 수 있도록 처방부터 조제, 투약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개선 활동을 진행하는데, 그에 따른 시스템을 만들고 책임 약사를 선정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서울대병원 김귀숙 조제과장은 "환자 안전 문제는 사회 안전망 중요성 대두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더 강조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그만큼 약사 역할이 강화되고 있고, 약사는 개인 역량, 또는 단체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 전 단계인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환자 안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을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2017-10-31 12:15:00김지은 -
[앗, 실패다] 손에 익은 업무, 눈감고도 한다? 천만에하루에도 수십번 약사가 조제실과 투약대를 오가는 약국에선 아차하는 순간 크고 작은 실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숨은그림 찾기라도 하듯 함량이나 정수 차이를 육안으로 쉽게 구분하기 힘든 포장, 주의 문구 하나 없는데 자칫하면 파손되는 고가약들, 잠깐 판단 착오와 실수의 책임은 고스란히 약을 조제하고 검수한 약사에게 돌아오는 현실입니다.일단 저질러진 조제실수는 일차적으로 환자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고, 약사에게는 자괴감을, 경영에는 적잖은 손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이 같은 상황은 여러 약사가 하루에 수백여건을 바쁘게 조제하는 대형 약국에서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뼈저린 실수를 경험했거나 그럴 뻔 했던 상황을 거울삼아 궁여지책을 마련하는 약국들이 있습니다.약국 조제실과 투약대 곳곳에 붙여진 알록달록 메모들이 바로 그것인데요, 약사들이 직접 겪고 느낀 실수 또는 예상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한 경고의 흔적들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 문전약국. 조제에 바쁜 약사와 약을 정리하는 직원들로 분주한 이곳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릅니다.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약 진열장에 일일이 적힌 메모들이죠. 진열대에 약 이름과 함량, 포장단위를 따로 기재해 놓은 것은 기본이고 색연필로 주의해야 할 점을 덧칠해 뒀습니다.함량 확인이 필요한 약이라면 ‘함량 확인’이란 글씨와 함께 주의를 표시하는 빨간색과 함량을 큰 글씨와 녹색으로 표시하고, 고가약엔 따로 표시하고 ‘재고조사 제외 품목! 세지 마세요!’, ‘원박스 단위로 조제, 자르지 마세요, 개봉하지 마세요!’란 취급주의 내용이 적혀있습니다.분포 금지 약도 따로 기재하고, 특히 주의가 필요한 약에는 별도 붉은색 스티커를 부착해 두기까지 했죠.또 다른 대형약국. 투약대 한켠 약 냉장고에 메모가 눈에 띕니다. 한번 실수했던 개봉 후 남은 약에 대한 주의 문구입니다. 이 약국은 박스 포장 약의 경우 개봉 후 약이 남아 있는데도 실수로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봉 후 남은 약 포장에는 반드시 X표를 해주세요! 절대로 그냥 봉하지 말 것!'이라고 경고문을 기재해 놓고, '주사제는 나가기 전 유효기간 확인, 의약품 보관 중인 냉장고입니다. 코드 절대로 뽑지 마세요'라고 기재해 부착해 뒀습니다.메모 한 장의 위력. 손에 익어 눈감고도 할 수 있다는 매너리즘에 경각심을 주는데요, 이를 활용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2017-10-18 12:15:00김지은 -
[앗, 실패다] K약사 큰 기대 품고 오픈매대 했지만...약국도 오픈매대가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매대가 활용되고 있습니다.드럭스토어형으로 심플하고 통일성 있는 인테리어를 한 약국은 물론, 대부분 약국들이 환자 대기 공간에 한두개 이상의 오픈매대를 배치하고 주력 제품이나 계절상품을 진열합니다. 그에 걸맞는 POP도 부착하고요.영남지역의 K약사. 지난해 약국 일부 공간을 개조하기 위해 부분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환자 벤치 수를 줄이고 그 공간에 오픈매대를 설치했습니다. 전부터 대표 일반의약품을 종류별로 모아 깔끔하게 정리한 오픈매대를 꼭 해보고 싶었기에 부분 인테리어와 이 오픈매대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여느 드럭스토어처럼 생활용품이나 화장품까지는 못해도,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중 대표 품목 몇가지를 선택해 보기 좋게 진열하고 제품 설명도 덧붙였습니다.달라진 매장에 흡족했던 K약사처럼, 고객들도 초반에는 '인테리어 새로했네'라며 알은척을 하거나 직접 OTC를 고르며 신선해했답니다. K약사도 짬이 나는대로 매대 옆에서 OTC를 고르는 환자들을 돕고 설명도 해주었고요.그런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 세달. 오픈매대를 시도한 지 반년 가까이 지나고 보니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걸 K약사는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반짝 OTC 매출이 기대만큼 유지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약을 사러 들어온 고객들이 오픈매대만 둘러보고 '휙' 말도 없이 나가버리는 사례들이 왕왕 목격됐죠.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마침 지인을 통해 인테리어 전문가를 알게 되어 조언을 구해보고 K약사는 최근 매대만 새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리고 '오픈매대의 효과'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는데요."약국처럼 상담이 필요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너무 높은 오픈매대를 쓰면 효과가 떨어져요. 손님 얼굴을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죠."K약사가 교체한 매대는 일반 성인남자의 가슴께 아래 정도 높이라고 하는데요. 매대를 교체하자 OTC를 고르는 고객과 눈을 마주치는 빈도가 늘어나고, 고객이 자연스럽게 '이거 이런 때 먹는 거 맞냐'며 약사에게 문의해오는 빈도가 늘어났답니다.K약사는 그제서야 이전 매대를 사용할 때 말없이 들어와 말없이 나가버리던 고객들이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고요. 약사와 소통이 단절된 공간에서 고객은 자신이 찾는 제품이 없으면 미련 없이 이 약국을 나가 다른 약국을 찾았던 겁니다.한 약국체인 관계자도 이렇게 말합니다. 오픈매대 높이가 너무 높으면 없어지는(?) 양도 늘어난다고요.이 관계자는 "높은 매대는 자신을 숨기기 쉽고 자기 행위가 관리자 시야 밖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맘먹고 훔쳐가는 양도 꽤 된다"며 "오픈매대는 크고 넓은 공간이 아니다. 넓고 큰 것보다 구성이 중요하다. 재고를 한꺼번에 많이 진열하기 보다, 핵심 품목을 정해 소량을 짜임새있게 구성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습니다.매출도 그렇고, 고객과 소통이 늘어난 것도 장점이지만 넓지 않은 약국 공간이 낮아진 매대 덕분에 조금 더 넓어보이는 효과도 얻었습니다.가을을 맞아 새로운 인테리어, 오픈매대 구입을 고심하는 약국이 있다면 이런 팁도 참고해보세요. 여러가지 장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2017-10-14 06:15:00정혜진 -
'도쿄 바나나빵'이 말해주는 한국과 일본 OTC 차이앞서 소개한 다섯가지 제품, 비록 갯수로 5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본 OTC들이 이런 특징들이 있다고 참고할 만 했습니다.살펴본 결과 일본 제품들은 조금, 다릅니다. 그 작은 차이를 소비자들은 얼마만큼 다르게 느낄까요.제품 분석 과정에서 이현민·남태환·여혜운 약사와 모연화 약사가 나눈 대화 일부를 가져왔습니다.(모) 일본 제품이라 해서 처음 봤을 때부터 차이점이 크게 느껴졌나? (이) 처음 한국에서 성분표와 함량만을 보고 비교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제품과 일본 제품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왠지 일부 제품은 국내 제약사에서 실제로 유통을 했다가 잘 팔리지 않았거나, 혹은 비슷한 류의 제품을 유통하고 있지만 나조차 약국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비슷한 제품인데, 일본에서 성공하고 한국사람들이 구매하는 제품이 왜 한국시장에는 먹히지 않을까.(여) 자세히 뜯어보며 차이점을 알게 됐다. 일본 제품들은 뭘 하나 더 넣거나, 뭐가 더 좋거나, 용기가 기존 제품보다 편리하거나…아무튼,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하나 이상씩 있다. 인후스프레이 '피니시코와'를 보면 용기를 특허받아 나선형을 그리며 직선으로 멀리까지 분사된다. 용기가 다르다. 그 장점을 소구한다. (남) 약제를 담는 용기가 일본은 1, 2, 3세대까지 발전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제품들은 액제를 담는 용기나 포장에서 디테일이 부족하다. 같은 약제를 모두 평이한 용기에 담는다. 단가를 고려한 것이겠지만, 일본 제품을 보면 가격이 약간 높아도 더 편리하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이것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분명 있다. 우리나라 발빠른 소비자들도 이런 제품에 열광하는 것이다.(이) 라벨만 다른 같은 제품이 우루루 나와 다같이 흐지부지되는 국내 OTC 환경과는 다르다. 다양성이 확보돼있고, 소비자들은 그 중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 제품마다 전용 홈페이지가 100% 다 갖춰져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서 제품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제품 특장점부터 성분과 효능효과를 고객이 직접 찾아볼 수 있다.홈페이지 구성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도 몇개 대표 OTC는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지만, 성분의 장점을 보여주고 그 아래 제품 특징이 나오지 않나. 앞선 연재에서 예로 든 '젠야쿠공업 알로파놀(아로빠노루)'을 봐도 그렇다. '스트레스를 억제한다'는 제품 특징을 보여주고 그 다음으로 억간산의 효능·효과를 보여준다. 원료 효능부터 시작하는 우리 제품홍보 방식과 사뭇 다르다.젠야쿠공업 알로파놀 제품 홈페이지(일부 캡쳐) (여) '알로파놀'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 OTC는 제품 특징, 즉 '소비자에게 이런 이런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제품이다'라는 것을 먼저 알려준다. 그 아래 그 성분이 어떤 성분인지 어떤 적응증과 효능이 입증됐는지를 덧붙이는 형식이다.단지 순서의 차이겠지만, 소비자는 '이거 나한테 필요하다'고 생각한 후 제품 성분을 보게 된다. 고객에게 더 어필하는 방법이지 않나.(모) "제품 장점과 성분 효능효과, 어느 것을 먼저 보여주느냐의 차이가 약사들에겐 크게 다가왔다."(남) 회사 입장에선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려는 노력이고, 소비자 입장에선 소비자편의를 한번 더 생각한 결과다. 종이 한장 차이지만 결론적으로 일본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다.다시 말하면 고객 중심 의약품 디자인, 고객을 배려해 한 발 더 나아간 제품들이 많다는 거다.(여) 일본은 회사가 다르면 제품이 다르다. 회사마다 특색이 있고 그 특성이 무기가 되어 계속해서 전문적인 제품들이 나온다. (이) 그렇다. 일본의 제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일본 제품 품질이 우리보다 조금 더 좋기도 하지만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작은 차이가 크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고객을 잊고 있던 사이, 고객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모) 제품 개발사가 '고객을 생각한다'는 걸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여) 고객을 생각한다는 말은 추상적이다. 나는 '고객 편의를 생각한다'는 건 정확한 타게팅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물론 인구 1억명의 큰 시장이라 가능한 점도 있겠지만, 일본은 거의 모든 제품을 기획 단계부터 아주 철저하고 샤프하게 소비자 타겟을 정한다. 의약품도 예외는 아니다. 타겟이 분명하기에 제품이 팔릴 수 밖에 없다. 필요로 하는 고객이 다른 제품과 비교해보고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한다. 소비자가 먼저 제품을 찾아오는 거다.한방제제를 만화로 쉽게 설명한 단행본. 표지 캐릭터는 갈근탕을 표현한 캐릭터. 다른 얘기지만, 한방제제가 일반화된 것도 약사 입장에서는 부러운 점이었다. 합성의약품 위주의 우리 OTC 시장에서 보면 일본은 약사가 소비자를 케어할 수 있는 더 많은 무기를 가졌다는 뜻이다. 약사가 쓸 수 있는 의약품 범위가 넓어지는 거고, 소비자는 양약과 한약 모두 활용할 수 있어 좋다.소비자를 위한 한약제제 안내 단행본이 서점에 있고,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사서 본다. 만화 캐릭터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놓았다.(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는 제약사와 약사,약국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았다. 우리나라 제품 개발사는 약국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과정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이 과정이 없으니 회사는 막연하고 비슷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자본을 투자해 출시한 신제품인데도 대부분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소비자가 외면하니 약국도 추천할 제품이 없고…제약사와 약국이 함께 어려워지는거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함께 찾자. 약국과 더 많이 소통하자.'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모) 나는 반대로, 50여가지 제품을 뜯어보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주요 성분, 효능, 효과 모두 우리나라 제품보다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마케팅 단계에서 우리와 달라진다.도쿄 가면 몇개씩 사오는 '도쿄 바나나빵'이 있다. 관광객이 10박스씩 사간다. 그런데 10박스나 사 갈 정도로 맛있나? 맛 자체보다는 사고싶고 먹고싶게 만든 모양과 향, 색깔, 선물하기 딱 좋은 예쁘고 깔끔한 포장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OTC도 마찬가지다. 예쁜 포장, 좋은 맛과 향, 그래픽과 텍스트를 활용한 제품 연출이 뛰어나다. '나에게 필요해, 사고싶어'라고 느끼게 만드는 거다.우리가 소비자로서 '이걸 왜 샀지'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마케팅과 포장에서 우리와 일본 OTC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좋겠다.(이) 그 부분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포장과 연출, 제품 설명'에 세심하게 신경쓴다면, 우리 제약사와 약국들이 한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고민하면 일본처럼 매력적인 OTC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남) 이렇게 되면 우리 고객들이 굳이 일본에서 일본어로 쓰여진 비싼 의약품을 사오지 않을 것이다. 약국도 낯선 일본제품을 문의하는 환자를 마주하고 곤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다.2017-10-12 06:15:00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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