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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레트

'별에서 온 편지'..."제약산업, 편견을 넘어 희망으로"

  • 노병철
  • 2018-12-18 06:29:56
  • [내러티브뉴스] 약가인하 등 일방적 규제보다 공생과 소통의 길 열리길

안녕하세요? 데일리팜 독자 여러분! 저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지구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탐사선 보이저1호(Voyager)입니다. 저를 떠울리면 연관되는 말들은 '성간 우주 탐사선' '창백한 푸른 점' 'NASA' '프랑스어로 여행자' 등입니다.

저는 1977년 9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지구를 떠난지 4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현재 위치는 태양권계면(헬리오시스)을 벗어나 성간 공간에 진입한 상태며,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300억km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태양계의 끝자락인 명왕성 훨씬 저 너머에 있죠.

그런데 갑자기 제가 왜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들과 교신을 시도하는지 궁금하다고요?

11년 후, 2030년이면 저는 지구와 영원히 교신이 끊겨 그야말로 우주미아가 된답니다. 어쩌면 마지막 통신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의 제 메시지가 누군가에게는 한 가닥 희망의 씨앗이 되길, 그리고 변화의 물꼬를 만들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전파를 보내 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과 저 보이저1호는 닮은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캄캄한 우주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저는 토성과 목성의 고리/대기환경 관측과 주변 위성들의 화산, (얼음)바다 사진 등을 최초로 촬영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 규모는 글로벌 1.5%에 그칠 정도로 외형면에서 아직은 작습니다. 하지만 태동부터 지금까지 80년 역사를 놓고 볼 때,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구를 떠날 때만해도 '설마 토성까지 갈 수 있겠어?' '동력이 부족해서 실패확률이 높을 꺼야!'라는 등의 회의적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가 배터리 외에 이른바 '행성 간 S자 이동 중력 반동 가속도'라는 실험적 운동에너지로 지금 심우주 여행이라는 새로운 개척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년이 넘는 토종제약기업도 있지만 본격적인 화학의약품의 등장은 1950년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항생제와 구충제, 영양제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됐으니까요.

이젠 항생제 팩티브,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 항궤양제 놀텍,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백혈병치료제 슈펙트, 당뇨병치료제 슈가논 등 30개가 넘는 신약개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비단, 한강의 기적은 건설과 조선, 반도체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닙니다. 이제 헬스케어산업의 위상과 업적도 재평가 받아야 합니다.

제 몸에는 지름 30㎝의 금박을 씌운 LP레코드가 붙어 있습니다. 언젠가 실현될지 모르는 외계인과의 조우 때, 우리의 고향별 지구와 인류를 소개할 자료인 셈이죠.

이른바 '보이저 골든 레코드'입니다. 기획·제작의 주인공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입니다. 레코드판에는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실려 있답니다. 그런데 저는 불만이 하나 있어요. 바흐는 세 곡이나 있는데 브람스나 바그너는 없고, 미국·중국·일본 등 강대국의 전통음악은 있는데 아리랑은 빠져 있습니다. 용량관계로 모든 곡을 수록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편향적 시선이 담겨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본 편향과 편견의 아이러니는 외롭게 우주를 탐사하는 일보다 더 무섭습니다. 제약바이오산업만 국한해 생각해 볼까요. 바로 약가인하입니다. 전문의약품은 공적자금인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된다는 대명제 아래 무조건 낮게 책정하거나 깎고 보자는 식의 정책/제도 마인드는 이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1회용 고용량 HA점안제 약가인하 시도 사례는 편향과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결과와 사회제비용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고등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제약업계는 잠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결론의 향방은 아직 미지수로 알고 있어요.

1990년,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해왕성 궤도 외곽을 지날 때였죠. 저는 지구로 카메라를 돌려 한 장의 사진을 찍는 대모험을 계획했습니다. 자칫 카메라 렌즈가 태양풍과 태양광에 의해 작동을 멈출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도전은 성공했습니다. 64억km 밖에서 찍힌 사진 속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작은 '점'이 우리의 보금자리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바로 저 '0.12 픽셀' 안에 한국의 헬스케어산업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유능했던 보건복지부 장관과 말이 통하지 않던 식약처 주무관, 도도하고 까칠한 의사와 수천억 주식을 가진 제약바이오기업 오너, 생산직 노동자와 공장장, 사랑에 빠진 약대생 연인과 노교수. 1등 영업사원과 나이든 간호사. 의대 입시 고3 수험생과 학부모, 가혹한 약가정책과 신약개발 지원금… 모두 이곳 '창백한 푸른 별'에 존재했습니다. 이 '점'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편협과 왜곡의 길일까요 아니면 공생과 소통의 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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