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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약사면 부인도 약사행세...60년간 계속된 '관행'약사의 가족이 약사 행세를 하는 약국,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약국에 만연했던 불법행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영향이 크죠.한 업계 관계자가 '카운터'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 할 정도로, 약사의 가족이든 일반 카운터든 약국 질서를 해치는 사례들은 확실히 감소했습니다.그 배경에는 약사 세대교체가 있습니다. 제가 이 건으로 많은 약사들의 의견을 들으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약사 행세를 하는 배우자'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60년 간 선배약사들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 중 하나가 바로 가족 카운터입니다."약국 내 무자격자 척결 의지가 강한 한 약사는 이렇게 말합니다."일반 카운터보다 가족 카운터에 약사들이 관대하냐고요? 고령의 약사들만 관대하죠. 월급 받는 카운터나 가족 카운터나 결국 저는 동일하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고령층이 가족 카운터에 관대한 이유는 예전에 그 세대가 아주 흔하게, 공공연하게 그렇게 약국을 운영해서에요. 그런 분들이 약사회 임원을 하고, 약사회에서 원로 행세를 하기도 하고요. 그런 임원들 때문에 카운터 척결을 위한 정화 운동이 탄력을 못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 스스로 찔리는데 '카운터 척결하자'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또 다른 약사도 '가족 카운터'를 논할 때 세대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알려주었습니다."40대 이상? 50대 이상의 약사들에게 가족 카운터는 아주 흔하고 익숙한 풍경이에요. 난 이런 경우도 봤어요. 돈 많은 집에서 아들을 백수로 두고 약사 며느리를 얻어 약국을 차려준 거예요. 며느리는 약국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남편은 슬슬 나와 약국 한번 돌아보고 일하는 척 하고. 이게 불과 80, 9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약국이었던 거에요. 남편이 약사면 부인도 옆에서 약을 팔고 약을 짓고...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어떤 약사는 우리 사회가 이런 가족 카운터, 무자격자가 있는 약국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기성세대, 노인세대에게 말이죠. 과거부터 쭉 있어왔던 적폐라, 나이 지긋한 환자들은 오히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지난 60년 간 선배 약사들은 약사의 배우자도 함께 약사 행세를 해왔어요. 정말 뭣같은 문화를 만들어놓은 거죠. 늘 명분은 '도와준다'는 겁니다. 박스 나르고 사입하고 청소만 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상담해서 약을 팔고 조제까지 손을 대게 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은 미약하지만 점점 대담해지다 끝은 창대하게 마련이거든요."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런 경험까지 말해줍니다. 어르신 환자들은 약국 전산 직원보고 '부인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요. 어르신들은 60년 간 봐왔던 모습이니 당연히 남자 약사와 여직원을 부부인 줄 안다는 것이죠. 이 정도로, '약국 내 여자는 약사의 와이프'라는 고정관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요.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실소까지 자아냅니다. "와이프 아니라 해도 안 믿어요. 여직원이 바뀌어도 안 믿는다니까.""귀찮고 힘들고 지키기 어렵지만 분명히 모범사례는 있다"이렇게 만든 건, 다른 누가 아니라 약사들입니다. 이제는 줄어드는 모습이라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어요.우리는 아주 가까운 과거에 현직 약사회장의 부인이 약사도 아니면서 약국에서 약을 판매해 크게 논란이 됐던 경험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약사 모임에서 '왜 가족이 나와서 약을 파느냐'고 비판을 받아 해당 약사가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하고 무마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옛날의 일이라고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그럼 약사 가족은 일절 약국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만이 대안일까요. 그렇게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 하기엔 선량한 가족들도 많습니다. 약사 업무에 절대 손 대지 않으면서 약국 내 청소와 직원 관리, 재고와 결제 관리를 깔끔하게 하는 약사의 가족이요.그 중 성공적인 사례를 보았습니다. 부인이 약사이고, 퇴직한 남편이 일을 돕는 약국인데,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죠.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부부 사이에 철저하고 분명한 업무분장이 돼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손님 응대를 일절 하지 않더라고요. 단지 인사하고, 결제하는 것 외에 약은 물론 판매 제품에 관련된 것도 100% 약사가 응대하고 있습니다.약국이 바쁘고 환자가 몰리면 깨지기 쉬운 룰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약국이야 말로 '약사의 좋은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 말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50대인 서울의 한 약국장도 같은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가족이든 배우자든 약사와 일반인 사이에는 아주 명확하고, 엄격한 룰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노인들은 여직원을 자연스레 와이프로 볼 지 몰라도 노인 이하 모든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대다수가 약사를 '조제료를 받고 약을 조제하는, 판매하는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어요. 약사인 우리가 아무리 직원은 보조만 한다, 부인은 청소만 한다고 주장해도, 국민이 보기에 조제실 안에 직원과 약사 부인이 있는 자체에 거부감을 가져요. 약사가 생각하는 '조제'라는 개념, 국민이 생각하는 '조제'라는 개념 사이의 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국민이 생각하는 '전문가로서의 약사' 인식을 개선하려면이 약국장은 그래서 이 갭을 극복하기 위해 약사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환경을 탓해도 국민들에겐 핑계로 들릴 뿐이며, 이러다 보면 보조원이 조제하면 약사에게 왜 조제료를 주어야 하는가라는 위험한 주장까지 나올 수 있다는 염려입니다."시럽 따르는 건 괜찮다고 타협하다 보면, 약을 나누는 것, 약포지에 놓는 것까지 괜찮아집니다. 약사의 부인, 남편, 카운터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약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겁니다. 국민 눈에서 보아야 해요. 그래서 우선 약사와 직원 간, 약사와 가족 간 업무 분장부터, 그리고 그 업무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업무를 세분화해야죠. 귀찮고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사례를 모으고, 제가 들은 의견을 종합해 나온 대안은 여기까지입니다. 전 편에 이어 이번 편까지 '약사 행세를 하는 약사의 가족' 이야기를 읽어보신 약사라면 이제 스스로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약사 배우자가 관리하는 약국을 어떻게 보십니까?2018-08-24 18:47:10정혜진 -
일반약 팔고 조제까지...가족이라는 이유로 묵인된 불법약국에 태풍 피해는 없으셨나요. 온 국민의 관심이 태풍이 지나갈 길에 쏠려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은 태풍이지만, 우리 약사사회에서 최근 이슈가 된 사건이 있다면 부산에서 일어난 약국 성추행 사건이죠.사건의 핵심은 성추행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알려지면서 약사 독자들은 성추행 진실 여부 못지 않게 '왜 약사가 아닌 약사의 남편이 약국장으로 불렸냐'는 점에 관심을 가졌어요. 사건을 쫓아 여러 약사들, 경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약사 사회가 특히 '약국 내 무자격자'라는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그래서 약국을 관리하고 약사 업무에 관여하는 약사의 배우자와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약사들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서 황당하리만치 심각한 상황, 또 한편으로는 약사 배우자가 약국장 행세를 하기 쉬운 이유, 약사들의 시선 등 많은 얘기를 접했습니다."그런 약국이 있냐고요? 말도 마세요, 저는 이런 일도 겪었어요." '약사님, 약사 배우자가 관리하는 약국서 일해보신 적 있어요?'라는 질문에 지금은 작은 약국을 직접 운영하시는 한 약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제가 그런 약국에서 일한 적 있는데, 말도 마요. 약국장은 나오지도 않고, 약사도 아닌 부인이 약국장처럼 직원 부리고 관리하고 환자 오면 일반약 집어주고, 이것저것 설명까지 해주고요. 제가 이건 아니라고 문제 제기하니까, 그 다음부터 저를 왕따시키는 거예요. 점심시간이면 저만 빼놓고 나머지 직원이랑 근무약사들 데리고 밥 먹으로 가고요.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죠."얼마 전에는 약사 남편의 부인이 약국 주인행세를 하며 도매 직원들, 제약사 영업사원을 하수인처럼 부리다 갑질로 경찰조사까지 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약사 가족'의 어두운 단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죠.사실 근무약사들 사이에서 이런 경험이 없지 않을 겁니다. 약대 실무실습이 막 시행됐을 때, 약국 실습을 다녀온 약대생들에게 설문을 해보니, '약국에 카운터가 있고, 그 카운터에게 일을 배웠다. 자괴감이 들었다'는 답변이 꽤 있었습니다.이 중에는 '약사 남편이 약국장인 줄 알았다. 직원, 약사 관리는 물론 약품 사입, 재고 관리 약국 전체 관리 감독을 다 하더라. 일반약 판매도 했다'라고 지적한 약대생도 있었고요.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약사 가족이 자연스럽게 약국 일을 거들게 되는 이유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약국장의 가족, 특히 배우자가 함께 약국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그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요. 시쳇말로 고소득 전문직 배우자와 살며 편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셔터맨'이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만 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한 약사는 약국 셔터맨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습니다."처음부터 직업 없는 남자와 결혼할 여약사가 많겠나요. 약사는 1등 신붓감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처음엔 삼성, 현대같은 대기업 다니는 남자와 약사가 만나 결혼을 하죠. 그런데 대기업은 퇴직이 빠르잖아요. 퇴직한 남편이 사업을 한다, 재취업을 한다 하다가 이게 잘 되지 않으면 차차 자기 일을 포기하게 돼요. 그러면서 차라리 약국에서 일손이나 돕자 하는 게 일명 '셔터맨'으로 굳어지더라고요."너무 개인적인 얘기인가요? 이렇게 공론화하는 게 저 역시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약사 가족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런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지역의 30대 근무약사는 '약사 남편 관리자'가 생겨나는 과정을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저도 그런 약국에 한 번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약국장은 몸이 안 좋아 약국에 안 나오고 관리약사로 일해달라는 약국이었어요. 그런데 관리약사를 뽑는다 해도 일을 100% 맡길 수 없으니 약사 남편분이 매일 약국에 나오는 거예요. 직원 관리는 물론 결제, 금전 관리를 하고요. 개설 약사가 갑자기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약국을 폐업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게 생계인데 쉽게 폐업할 수 없겠죠. 이럴 때 관리약사를 구하면서 실질적인 약국장은 약사의 배우자가 되더라고요."그리고 이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왜 약사 가족이 약국에 나와 일을 하게 되는지 말입니다."믿을 만 한 직원 구하는 게 쉬운가요? 일 가르쳐 놓으면 딴 데로 옮기고, 10만원 더 주는 약국으로 가버리고. 일이 손에 익기도 전에 연락 없이 그만두는 직원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꾸준히 출근하는구나 싶으면 웬걸. 불성실한 사람, 돈이나 약에 손 대는 사람, 게으른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 마음 맞고 웬만큼 일 하는 직원을 구하기 힘드니, 차라리 믿을 만한 가족 중에 약국 나와 도와주는 게 좋은 거예요."약사 가족이 일하는 약국의 장점도 있습니다. 이들은 약국이 '내 일'이기 때문에 약국 업무에 약국장 만큼 열심히, 성의껏 임합니다. 건성건성 일하는 고용된 직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죠.내 일이고, 우리 가족의 일이니 이들은 우리 약국에 오는 손님에게 훨씬 친절하게 대합니다. 그럼 전반적인 약국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데 일조하겠죠. 우리가 '약사 가족'이라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요즘은 그런 약국 많이 줄지 않았나요?" 다행인 것은, 이런 사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전반적으로 약사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졌고, '무자격자'를 알아보고 이게 불법이라는 걸 인지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탓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동안 약국을 괴롭힌 팜파라치도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근무약사로 3~4년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젊은 약사는 그럽니다. 요즘은 그런 약국 많지 않다고요."지방은 몰라도, 서울에는 거의 없을 거에요. 젊은 약사가 하는 약국 중엔 더 없고요. 저도 보지 못했고, 제 주변에도 없었어요. 우선 요즘 약사들은 기본적으로 전문직 배우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약국에 나와 같이 일하는 배우자가 없습니다. 나이 드신 약사들이 운영하는 약국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만... 젊은 약사들은 기본적으로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나 조제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커요. 그런 약국에서 일하느니, 다른 약국에서 일하죠. 근무약사 자리가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찝찝한 약국에서 일하고 싶겠어요."그런데, 약사 배우자가 '관리'를 하는 약국은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약사 배우자가 약국을 관리하고 약사 업무에 간섭하는 경우는 꽤 있어요. 왜냐하면 약국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배우자는 약국 돌아가는 사정을 제일 잘 알고 있거든요. 조제나 의약품 판매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업무 지침이나 이런 건 그 분들께 배운 적 있어요. 약사 배우자, 사실상 약국의 경영자? 오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가족, 다음 편에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약사사회의 연령 별 엇갈린 시선과 모범이 될 만한 '약사 가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2018-08-24 06:24:03정혜진 -
제약 CEO 84% "협회장, 여권인사보다 업무능력 중요"제약 산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차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직을 수행할 적임자로 여야 당색을 초월한 업무능력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인물을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는 데일리팜이 지난 16·17일 제약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 선임과 관련한 전화·문자 긴급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는 총 50명의 최고경영자들이 응답했다.설문 결과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여권 인사 영입 당위성'을 묻는 질문에는 '여권 인사 보다는 업권을 위한 업무추진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의견이 전체 응답자 50명 중 42명(84%)에 달했다. '여권인사가 적합하다'고 답한 사람은 8명(16%)에 그쳤다.제약바이오협회 회무는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 그리고 정부의 제도·정책 환경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우선 시 되는 만큼 회원사 여론 역시 당색이 배제된 합리적 인물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출신과 경력 적합성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능력과 자질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답한 의견이 응답자 중 42%(21명)를 차지했다. 행정기관(복지부·식약처) 관료 출신과 국회의원은 각각 34(17명)·24%(12명)로 나타났다.설문에 참여한 CEO들은 국회의원 출신 제약바이오협회장의 장점으로 정치적 영향력 발휘, 리더십을 겸비한 강한 업무 추진력, 대정부 정책·제도 즉각 대응과 해결 등을 꼽았다.관료출신 장점은 다년간 실무 경험과 전문지식 우수, 정책·제도에 대한 솔루션(해결책) 제시, 체계적 업무 방식을 인정했다.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정부-국회 등 대관협상 능력'이 응답자 중 48%(2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권신장 추진 능력' 34%(17명)과 '대형-중소제약사 간 소통과 화합을 통한 회무 추진 능력'은 18%(9명)로 집계됐다.한편 제약바이오협회는 1월 30일 사퇴한 원희목 전 회장 이후 7개월째 공석인 상태로 갈원일 회장 직무대행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4명으로 구성된 협회 이사장단은 조만간 적임자를 추천 후 이사회에서 선임, 총회 보고를 거쳐 제22대 회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2018-08-20 06:30:50노병철 -
임상 마무리 임박…첫 NASH 치료제 경쟁 4파전제약사들에게 NASH 치료제 개발은 매력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수가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터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가령 미국에선 2017년 2월 기준 1365만명이 NASH로 진단 받았다. 전체 인구(2억7374만명)의 약 5.2%가 NASH 환자다.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으로 진단된 환자는 전체 인구의 26%에 달하는데, 고지방 위주의 식습관 영향으로 관련 환자수는 차츰 증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2016년 NASH 치료시장의 규모를 6억 1800만 달러로 진단하고, "향후 10년간 연평균 45%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26년 253억 달러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화로 환산할 때 약 28조 5763억원 규모다.그럼에도 ▲확진을 위해 간 생검(조직검사)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진단율이 낮다는 점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은 지난 10년간 관련 시장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없다보니 진료현장에서는 항산화제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등을 NASH 환자들에게 오프라벨로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NASH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출처: nashbiotechs.com) 하나둘 풀리는 NASH 발생의 비밀…치료제 개발 속도↑전문가들이 말하는 NASH 치료제의 성공요소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단순지방간에서 NASH로 진행되는 순서와 같이 각 단계별로 ▲간 내 지방축적 ▲염증반응을 비롯한 세포손상 ▲섬유화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작용기전이 필요하다. 이처럼 베일에 쌓였던 NASH 발병기전과 병태생리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NASH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실제 NASH 치료제 개발 성공확률이 높아진 데는 질병 진행에 핵심역할을 하는 타깃이 알려진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된다. 지방간 합성에 관여하는 PPAR-γ이나 DGAT2, ASK-1부터 인슐린민감성과 관련된 인자인 PAPR, FGF-19, FGF021, 담즙산 합성에 관여하는 오베티콜릭산(obeticholic acid)부터 염증반응 및 섬유화와 관련된 PPAR α/δ, TGF-beta 등 수많은 표적들이 NASH 치료제 개발사들의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2017년 6월 기준 NASH 치료제 개발을 시도 중인 제약사는 70여 곳에 이른다.(출처: nashbiotechs.com) 글로벌 NASH 치료시장 분석업체(nashbiotechs)에 따르면 전임상부터 후기임상 단계를 아울러 NASH 치료제를 개발에 뛰어든 회사는 70여 곳에 이른다. 그 중 절반이 2상임상 단계에 도달했다. 이미 3상임상을 진행 중으로 수년 내 상용화가 기대되는 회사도 존재한다.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즈(오칼리바)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셀론설팁), 젠핏(엘라피브라노), 엘러간(세니크리비록) 4개사가 NASH 치료제 첫 개발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인터셉트 '오칼리바', 선두…내년 3상결과 발표= 진행단계상 가장 앞선 후보는 인터셉트파마의 오칼리바(오베티콜릭산)다. 오칼리바는 이미 2년 전 FDA로부터 원발성지방성담관염 치료제로 허가받아 시판 중이다. 간섬유증 진행에 관여하는 FXR(파네소이드 X 수용체) 촉진제로서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 처방된다.개발사인 인터셉트파마는 각각 섬유증과 간경변증을 동반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3상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섬유증 환자 대상의 REGENERATE 연구는 내년 상반기면 최종 결과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건은 안전성이다. FDA는 작년 9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오칼리바 과다용량을 복용할 경우 중증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비록 적응증은 다르나 원발성지방성담관염 환자에게 처방되는 용량이 5mg과 10mg, NASH 섬유증 환자에 대한 시험용량이 10mg, 25mg으로 고용량이란 점에서 부작용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길리어드, NASH 신약후보 3종 동시가동= 길리어드는 빅파마들 가운데 NASH 치료신약 개발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회사다.ASK-1 억제제로서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셀론설팁(GS-4997) 외에도 2상임상을 진행 중인 FXR 작용제 GS-9674와 ACC 억제제 GS-0976, 후보물질 2종을 2상임상 단계에 올려놨다.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셀론설팁의 경우 각각 간섬유증과 간견병증을 동반한 NASH 환자 대상으로 2건의 3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두 연구 모두 환자모집을 마친 상태로 내년 초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다.서로 다른 계열의 후보물질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셀론설립과 GS-0976, GS-9674의 병용 효과를 평가하는 2상임상도 진행 중이다.◆젠핏 '엘라피브라노', 3상임상 진행 중= 프랑스 회사로 국내에 다소 생소한 편인 젠핏(Genfit)도 매력적인 NASH 치료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핵수용체의 일종인 PPARα와 PPARδ에 이중으로 관여하는 엘라피브라노다. 젠핏은 성인 및 소아 NASH 환자와 원발성지방성담관염, 2가지 적응증을 목표로 엘라피브라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간섬유증을 동반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엘라피브라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3상임상을 진행 중으로, 주요평가변수는 2021년 말경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2상임상에서는 포도당 항상성과 인슐린민감성, 혈장 내 지질수치를 개선함으로써 간부전 표지자와 조직검사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엘러간, 토비라 인수로 확보한 '세니크리비록' 복합제 개발= 보톡스 판매사로 잘 알려진 엘러간은 2016년 9월 토비라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사례다. 170억 달러를 투자해 토비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염증반응 및 간섬유화에 관여하는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을 확보했다.당시 세니크리비록이 주요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2b임상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인수합병을 감행하는 바람에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후 노바티스의 트로피펙서(LJN452)와 복합제를 공동개발하는 노선을 취했다.2상,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NASH 후보물질과 제약사 현황(출처: nashbiotechs.com, 데일리팜 재정리) 앞서 언급한 4개사 외에도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즈(MGL-3196)와 갈메드 파마슈티컬즈(아람콜)가 긍정적인 2상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3상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상임상 결과 아쉬운 성적을 거뒀던 갈렉틴 테라퓨틱스(GR-MD-02)도 3상임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갈메드사가 개발 중인 아람콜의 경우 삼일제약이 2016년 7월 국내 제조 및 상업화 등에 관한 전권을 확보한 물질로, 국내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다.그 외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같이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GLP-1 유사체를 NASH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조용균 교수(출처: 강북삼성병원)전문가들은 이들 4개 후보군 가운데 긍정적인 3상임상 결과가 확보된다면, FDA 신약허가신청서(NDA) 제출이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발병원인이나 병태생리가 복잡한 질환 특성 탓에 특정 제약사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대한간학회 산하 지방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조용균 교수(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는 "지방간에 동반된 염증과 섬유화, 간경변증을 개선하는 게 NASH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다. 한 가지 기전의 약물만으로는 효과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단 의미"라며 "2~3가지 경로를 동시 타깃하는 복합제나 다양한 표적을 가진 치료제가 의미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5~10년 이내 NASH 치료신약이 시장에 나오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병용전략이 요구되므로 관련 연구개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018-08-17 06:30:12안경진 -
잇따른 개발 실패…'될듯 안되는' NASH 정복 스토리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NASH'라는 생소한 질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년 전쯤부터다. 미국 토비라 테라퓨틱스(Tobira Therapeutics)는 당뇨병 치료제로 판매 중이던 슈가논(에보글립틴)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동아에스티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에보글립틴과 자체 개발 중이던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을 결합한 복합제가 NASH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토비라가 계약금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지역의 에보글립틴 개발, 허가 전권과 판매 단계별 마일스톤 명목으로 내건 지불액은 최대 6150만 달러(한화 약 709억원)였다.에보글립틴과 세니크리비록 복합제 개발은 순조로운 듯 했다.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된지 5개월 여만에 미국 1상임상에 진입했고, 토비라 역시 긍정적인 전임상 결과에 기대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시 회사 측은 "동물실험 결과 DPP-4를 저해하는 에보글립틴의 기전 덕분에 간내 조직분포가 높고, 간조직에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니크리비록의 항섬유화 작용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1년 뒤 3상임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하지만 간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 확장이란 명목 아래 토비라를 인수한 엘러간은 그로부터 약 1년 뒤 에보글립틴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동아에스티로 반환하고 만다. 세니비크록/에보글립틴 복합제와 에보글립틴 단일제의 새로운 임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구체적인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엘러간이 노바티스와 공동개발 중인 FXR 촉진제 트로피펙서(LJN452)와 세니크리비록 복합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 2017년 4월 노바티스와 엘러간이 공동개발에 합의한 후보물질은 2b상임상 단계로, 에보글립틴 복합제보다 앞선 단계였다.엘러간이 토비라와 비슷한 시기 아카나 테라퓨틱스(Akarna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확보했던 FXR 촉진제(AKN-083/현 AGN-242266) 개발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엘러간은 토비라 인수를 통해 확보한 세니비크록과 FXR 촉진제 트로피펙서(LJN452)를 핵심파이프라인(6 Star Program)으로 선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출처: 엘러간 홈페이지) 오늘날 트로피펙서와 세니크리비록 복합제는 엘러간의 R&D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엘러간과 노바티스는 현재 진행 중인 트로피펙서 단일제 임상 외에 세니크리비록과 병용 효과를 평가하는 2상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8월 중 NASH와 간섬유증을 동반한 성인 환자 대상으로 피험자 모집을 시작해 2020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다.글로벌 시장가치 40조원 육박하지만…"개발 중단 다반사"2025년 NASH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350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한다는 장밋빛 전망에 기대에 많은 제약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패 사유도 다양하다.2007년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이 2억 달러 규모로 길리어드에 기술이전했던 GS-9450의 미국 임상이 중단된 사유는 부작용이었다. C형간염과 NASH 2가지 적응증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던 GS-9450은 캐스파아제(caspase) 저해제로서 작용기전상 간세포 파괴를 막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됐다. 하지만 임상 도중 일부 C형간염 환자에서 간효소 상승을 유발한 것으로 확인돼 개발이 중단됐다.갈렉틴사는 NASH, 흑색종, 건선 등 다양한 적응증을 목표로 GR-MD-02 개발을 추진 중이다.(출처: 갈렉틴 테라퓨틱스 홈페이지) 야심차게 GR-MD-02 개발을 추진 중이던 갈렉틴 테라퓨틱스(Galectin Therapeutics)는 지난해 말 발표된 2상임상 결과에 발목이 잡혔다. GR-MD-02는 지방간과 간섬유증 발병과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갈렉틴-3 단백질을 타깃하는 탄수화물 복합체다.뛰어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201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는데, 2b상임상에서 엇갈린 결과를 얻었다. 식도정맥류를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서 간견병증 개선 지표 중 하나인 간정맥압력차(HVPG)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지만, 식도정맥류를 동반한 환자군에선 만족할만한 효과를 나타내지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일관되지 못한 임상결과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시 갈렉틴사의 주가는 30%가량 급락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GR-MD-02의 NASH 치료제 개발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식도정맥류를 동반하지 않은 NASH 환자 대상으로 간정맥압력차 변화를 평가하는 3상임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세부 디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최근에는 샤이어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볼릭시뱃(SHP626)의 2상임상 중단 소식을 알렸다. 볼릭시뱃은 간에서 소장으로 담즙산을 순환시키는 ASBT(표면나트륨의존성담즙산수송체)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2년 전 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은 기대주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일부 환자에서 ALT 수치증가와 같은 중증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사례가 늘어난 점이 개발 중단 원인이다.NASH 치료, "복잡한 병태생리…임상연구 진행도 까다로워"전문가들은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점이 치료제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NASH라는 질환의 개념이 정립된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발병기전 및 병태생리가 복잡하다보니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설계가 어렵다는 것이다.학계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비알코올지방간질환(NAFLD)이란 용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직검사 결과 간세포의 5% 이상에서 지방침착이 확인되는데 알코올 섭취나 지방간을 유발하는 약물복용과 같은 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비알코올지방간질환으로 진단하고, 진행 단계에 따라 단순 지방간(simple steatosis)부터 NASH, 간경변 등으로 구분하기 시작한 게 불과 20~30년 정도다.동아에스티 연구소 관계자는 " NASH의 발생과정을 살펴보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인슐린저항성과 염증반응, 섬유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반응이 한 가지 인자가 아닌, 다중인자가 관여한다"며 "하나의 타깃에 관여하는 약물로 모든 병적반응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유효성을 구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2017년 11월 에보글립틴의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을 돌려받았던 동아에스티가 당뇨/이상지질혈증 치료후보물질인 DA-1241과 에보글립틴 복합제를 당뇨병 및 NASH 치료제로 개발하는 복안을 검토 중인 것도 그런 연유다.물론 유용한 타깃과 후보물질을 발견한 뒤라도, 상용화를 위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기란 녹록지 않다. 정석대로라면 약물 복용 전후 환자의 간조직 표본을 얻어 지방간과 염증, 섬유화 정도 등을 확인하고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해야 하지만, 간조직 생검과정 자체가 환자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직검사 결과의 민감성과 재현성에 관한 신뢰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조용균 교수(출처: 강북삼성병원)이 관계자는 "간생검을 통해 얻은 조직이 질환 전체를 대표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병리학자에 따라서도 생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생검한 환자는 1년 이내에 재생검이 불가하다는 것도 임상연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대한간학회 산하 지방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조용균 교수(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도 비슷한 소견을 내놓는다.조 교수는 "NASH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발생한 간 손상을 의미하는 비알코올지방간질환(NAFLD)의 일종으로, 단순지방간에서 염증 및 조직학적 섬유화가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간, 지방조직, 장 등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미쳐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대사질환을 동반하는 데다 질병 진행경과에 따라 섬유화와 간세포 손상, 간구조 파괴 등이 동반돼 치료전략이 복잡해진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유병률조차 집계되지 않은 실정으로 관련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2018-08-14 06:20:50안경진 -
신약 기술수출 가치 평가...'계약금'의 은밀한 메시지통상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의약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 상업화 단계 도달시 받을 수 있는 전체 계약 규모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이나 동아에스티의 ‘에보글립틴’의 사례처럼 권리가 반환되면 애초에 발표된 계약 규모가 기술 수출의 가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기술이전이나 수출 계약의 가치를 살펴보려면 기술을 넘긴 업체가 받기로 확정한 계약금 규모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유한, 2400억 규모 기술이전 체결...계약금 비중은 0.3%2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26일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와 퇴행성디스크질환치료제 'YH14618'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총 계약 규모는 2억1815만달러(약 2400억원)로 계약금은 65만달러, 개발·허가 및 매출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은 2억1750만달러다.이 계약의 특징은 유한양행이 수령키로 확정된 계약금 규모가 전체 계약 규모의 0.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YH14618'이 후속 개발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면 계약금 65만달러가 유일한 기술료 수익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YH14618'이 개발이 중단된 약물이라는 점이 낮은 계약금 비중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은 YH14618의 임상 2a상에서 성공했지만 임상2b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2016년 10월 임상중단을 결정했다.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계약금이 마일스톤의 0.3%에 불과한 65만 달러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국내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기에, 스파인 바이오파마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마일스톤 지급을 개발 후기에 높게 설정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다만 'YH14618'의 기술이전은 계약금 규모가 크지 않지만 개발을 중단한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을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계약으로 평가된다.총 계약규모, 권리반환 등 변수에 가치 왜곡 우려의약품 기술이전 계약을 평가할 때 계약금을 유심히 봐야한다는 교훈을 준 대표적인 사례는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권리 반환이다.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3월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제 ‘올무티닙’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5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6억9000만달러다.하지만 1년 6개월만인 2016년 9월 올무티닙의 권리가 반환됐다. 한미약품이 올무티닙의 기술수출로 받은 금액은 계약금 5000만달러와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1500만달러 등 총 6500만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애초 발표 당시 계약 규모보다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의약품의 기술이전 이후 다양한 사유로 개발이 중단되거나 권리가 반환되는 것은 다반사다. 성공보다 훨씬 높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동아에스티는 2016년 4월 토비라테라퓨틱스에 당뇨치료제 ‘에보글립틴’을 비알코올성지방간염치료제 개발을 위해 넘기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6150만달러에 달했지만 이듬해 11월 권리가 반환되면서 동아에스티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계약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물론 애초에 받은 계약금을 되돌려주는 경우도 있다.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총 39억 유로 규모의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4억 유로(약 5000억원)다.하지만 2016년 말 지속형인슐린의 권리 반환 등을 담은 계약 내용 수정으로 한미약품은 1억 9600만 유로를 사노피에 되돌려줬다. 당초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할 때 반영한 최대 2억 유로의 계약 종료(터미네이션) 조항이 발동된 것이다. 사노피와의 계약 규모는 반환 금액 1억9600만 유로와 마일스톤 축소 금액 7억8000만 유로를 제외하면 나머지 2개 제품이 모두 상업화에 성공하면 총 28억2400만 유로로 줄었다.코오롱생명과학도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기술수출로 미츠비시타나베제약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25억엔을 돌려줄 위기에 처했다.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11월 미츠비시타나베와 인보사의 일본 시장에 대한 독점적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25억엔이며 인보사의 일본내 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는 총 432억엔을 받는 조건이다.코오롱생명과학이 수령한 계약금 25억엔은 계약 당시 미환불조건이라고 발표됐다. 하지만 2017년 말 미츠비시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통보하면서 현재 중재절차가 진행 중이다.계약금 규모 분석 결과 한미·동아 등 고순도...초기 단계일수록 계약금 비중↓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기술수출 계약서 전체 계약 규모가 아닌 계약금 규모로 따지면 한미약품이 다른 계약을 압도한다.2015년 사노피와 맺은 퀀텀프로젝트 기술이전의 경우 계약 수정 이후 계약금 감소를 반영하더라도 계약금 규모는 2억400만유로(약 2650억원)에 이른다.국내 기업의 의약품 기술수출 계약에서 계약금이 1000억원을 넘긴 적은 사노피의 퀀텀프로젝트 이외에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얀센과 맺은 지속형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가 유일하다. 한미약품이 이 계약으로 얀센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1억500만달러(약 1200억원)다.국내 주요 기술수출 사례와 계약규모 대비 계약금 비율 전체 계약 규모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도 전반적으로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높은 순도를 나타낸다.얀센에 넘긴 지속형 비만당뇨치료제는 계약금(1억500만달러)이 총 계약 규모(9억1500만달러)의 11.48%에 달했다. 제넨텍과 체결한 표적항암제의 경우 계약금(8000만달러)은 총 계약 규모(9억1000만달러)의 8.79%를 차지했다.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 사노피(계약 수정 전 기준) 등과 맺은 기술수출에서도 전체 계약 규모 대비 10% 안팎의 계약금이 책정됐다.한미약품의 주요 기술수출 계약이 전체 계약 규모 뿐만 아니라 계약금 규모에서도 실속을 챙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계약금 규모의 산정 기준은 해당 기술의 상업적 가치와 함께 성공률을 기반으로 책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개발 단계의 진척도가 높을 때 계약금 비중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지난 2월 SK케미칼은 사노피파스퇴르와 총 1억5500만달러 규모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금(15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9.68%에 달했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술이라는 이유로 계약금이 높게 책정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해 11월 제넥신의 I-Mab과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에서 계약금 비중은 2.14%에 그쳤고 지난달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앱토즈바이오사이언즈에 기술이전한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의 계약금은 전체 계약 규모의 2.40%에 불과했다. 두 제품 모두 임상1상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라 기술 도입 업체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려는 장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지난 1월 동아에스티가 뉴로보파마슈티컬즈에 기술을 넘긴 당뇨병성신경증치료제 DA-9801의 계약금 비중도 1.11%로 낮은 수준이다. 동아에스티는 2015년 5월 미국 임상2상시험을 종료한지 2년 8개월이 지난 이후에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기술이전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아 높은 수준의 계약금을 따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의 지분 5%를 받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비상장기업이어서 가치평가가 힘들다.다른 계약과 비교하면 동아에스티가 2016년 말 애브비바이오테크놀로지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이 높은 순도를 보인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동아에스티는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면역항암제 '멀티K(MerTK) 저해제' 개발 및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5억2500만달러(6300억원)이며 계약금 4000만달러(약 480억원), 개발 허가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은 최대 4억8500만달러(5820억원) 규모다. 이 계약에서 계약금의 비중은 7.62%다.후보 물질 탐색 단계에 이뤄진 기술수출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계약금 규모와 비중 모두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물질 발굴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거래 상대방에서 이 기술의 가치와 성공률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아스트라제네카-머크, 항암제 공동개발 계약 2017년 최대규모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의 가치가 높으면서도 개발 단계가 후기로 접어들수록 계약금의 비중은 큰 편이다.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최신 보고서(IQVIA PHARMA DEALS, Review of 2017)에는 이 같은 관점이 잘 반영됐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이전 건수는 연간 900건 전후로 집계된다. 2017년의 경우 전년보다 계약건수 자체는 소폭(2%) 감소된 반면 계약규모는 오히려 28% 늘어났다.최근 5년간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이전 건수(왼쪽)와 총계약규모 및 계약금 현황(출처: IQVIA Pharma Deals) 지난해 성사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머크(MSD)의 항암제 공동개발 제휴가 포함된 덕분이다. 양사는 2017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의 난소암 치료제 린파자와 3상임상 단계인 MEK 억제제 셀루메티닙의 글로벌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각 사가 보유한 PD-1 항체 키트루다와 PD-L1 항체 임핀지의 린파자 병용전략을 모색하고, 셀루메티닙의 적응증을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당시 머크는 선계약금으로 16억 달러(한화 약 1조 7896억원)를 지급했다. 라이선스 옵션(7억 5000만 달러)과 향후 상업화 단계에 따라 약속된 마일스톤(61억 5000만 달러)를 전부 합칠 경우, 전체 계약규모는 85억 달러(한화 약 9조 5072억원)에 달한다. 이미 2억 1600만 달러의 연매출(2016년 기준)을 내고 있는 린파자와 3상임상까지 진전된 셀루메티닙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 계약금 비중이 18.82%까지 늘었다.지난해 중국 바이오텍 활약 두드러져…계약금 비중 20% 내외 빅딜을 성사시킨 또다른 주인공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7) 당시 암종과 관계없이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TRK 표적항암제 라로트렉티닙으로 화제를 모았던 중국의 생명과학기업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다.록소는 작년 11월 바이엘과 라로트렉티닙(LOXO-101)과 LOXO-195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엘은 2개 후보군을 확보하는 대가로 지급한 선계약금 4억 달러 이외 개발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등을 합친 총 계약금은 15억 5000만 달러다. 계약금 비중이 20%를 상회한다.라로트렉티닙은 종양 위치가 아닌 유전자변이에 따라 투여하는 신개념의 항암제다. 결장암부터 폐암, 췌장암, 갑상선암, 흑색종 등에 이르기까지 17개 암종에서 76%(50명 중 38명)의 종양반응률이 보고됐다. 이 같은 초기 임상 결과에 근거해 지난해 말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5월 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2017년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기술수출 사례와 계약규모 대비 계약금 비율 지난해 7월 세엘진과 PD-1 항체 티스레리주맙(BGB-A317)의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한 중국의 베이진(BeiGene)도 비교적 높은 계약금을 수령했다.세엘진은 아시아를 제외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티스레리주맙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2억 6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추가로 1억 50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감행했다. 순수 계약금 비중만 따져도 전체 계약금 대비 17.62%를 차지한다. 티스레리주맙은 비록 초기 임상 단계지만 PD-1에 대한 친화성과 특이성이 높아 다른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 한다는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베이진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BGB-A317의 혈액암 및 고형암 적응증을 개발,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엘진의 중국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아브락산, 레블리미드, 비다자 등 중국에서 허가된 세엘진 품목의 판매권한과 림프종 및 간세포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CC-122의 중국 라이선스를 획득했다.아이큐비아 "기술 가치 평가, 전체 계약규모보다 선계약금이 유용"물론 계약규모가 공개되지 않거나 계약조건의 특이성 때문에 계약금 비중을 따지기 쉽지 않은 사례도 있다.가령 지난해 말 난징 레전드바이오텍과 B세포 성숙화항원(BCMA) 타깃 CAR-T 치료후보물질 LCAR-B38M의 공동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한 얀센 바이오텍은 계약금으로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767억원)를 지급했다. 향후 제품허가 등 개발성과가 도출될 때마다 추가비용을 지급한다고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지난해 1월 노바티스가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즈의 계열사인 아케아테라퓨틱스와 체결했던 심혈관 치료후보물질 2건에 관한 기술이전 거래도 이례적이다.노바티스는 각각 2상과 1상임상 단계인 AKCEA-APO(a)-LRx와 AKCEA-APOCIII-LRx 2종의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대가로 선계약금 75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전체 계약규모(16억 5500만 달러)와 비교할 때 계약금 비중이 4.53%로 낮은 편에 속하는데, 아이노니스에 대한 지분투자 1억 달러를 비롯해 근시일 내에 2억 2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아이큐비아는 이 보고서에서 "기술이전 계약과정에는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적응증이나 불가능한 판매목표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계약규모가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전체 계약규모보다는 선계약금 규모가 이전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2018-07-30 06:20:50천승현·안경진 -
국내제조 발사르탄 원료 조사...고혈압약 파장 확산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조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 착수했다. 중국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가능물질이 발생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국내 업체가 생산한 원료에 대해서도 안전성 점검 대상을 확대하는 모습이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15일 국내 업체 13곳을 대상으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의 안전성 검사 결과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발사르탄 안전성 검사 결과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식약처는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라고 협조를 당부했다.식약처는 13개 업체들에 ▲조품과 유사 출발물질을 포함한 발사르탄 관련 상세 제조방법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NDMA 검출여부 및 분석결과 등을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 7일 최근 중국 제지잉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정보를 확인한 이후 국내에서 해당 원료를 사용한 115개 완제의약품에 대한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후 식약처는 제지앙화하이가 공급한 원료의약품을 수거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이다.여기에 후속조치로 국내업체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도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이번에 검출된 NDMA는 제지앙화하이가 새롭게 도입한 발사르탄의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발생했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제조 환경에서 특정 용매와 반응해 NDMA가 생성된 것으로 제지앙화하이 측은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이론적으로 제지앙화하이와 유사한 제조환경에서 만든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도 NDMA가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식약처가 원료의약품 생산의 중간 단계인 조품과 유사 출발물질의 상세 제조방법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이유도 원료의약품 제조 과정을 들여다보고 NDMA 생성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제지앙화하이가 공급한 원료의약품의 안전성 여부를 점검 중이다”면서 “다른 업체가 제조한 원료의약품의 유해성 검출 여부에 대한 정보수집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제출한 자료를 보고 후속조치가 필요하면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2018-07-18 06:30:50천승현 -
"약물 알러지, 의외로 많아...상담하고 또 상담하라"휴베이스가 '약물 알레르기 약사 인터벤션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일부 약국이라도 약사들이 놓치고 있는 환자의 알레르기 현황을 모아 데이터화 하고, 그 안에서 약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도출해내자는 취지다.하지만 이 연구에 참여한 50곳의 약국 약사들은 '연구 결과는 차치하고 우선 나의 환자 상담과 복약상담 수준이 몰라보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6개월 간 약국을 찾은 거의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알레르기 조사, 상담을 진행하며 훈련이 됐고, 연구가 끝난 지금도 알레르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습관이 됐다는 약사도 있었다.휴베이스 연구소(소장 김민영)가 주도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더 많은 긍정적 반응이 나오겠지만, 프로젝트는 이미 참여 약사들에게 복약상담 매뉴얼과 약물 알레르기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참여 50곳 약국 약사 중, 세 명의 약사를 꼽았다. 서울 종로구 행복한약국의 김지연 약사, 경남 통영 통영서울약국 김준형 약사, 충남 공주 유일약국의 김진식 약사.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성실히 임한 약사들로, 열의를 쏟은 만큼 느끼고 변화한 점도 많다고 털어놓았다.50곳의 약국이 제출한 알레르기 개별 데이터를 정리하는 과정. 김지연 약사 "내 복약지도 매뉴얼이 더 알차졌다"행복한약국 김지연 약사김지연 약사는 요즘 미국 최신 약물 기전 공부에 푹 빠져있다. 동료 약사들과 시작한 것인데,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마다 상기하게 되는 기억이 있었으니, 약물 알레르기 반응 조사 기간에 접했던 환자들의 무수한 알레르기, 부작용 사례다."공부를 하다보니, 그 때 그분이 그래서 그런 증상을 겪었구나 하며 끼워 맞춰지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약물학 공부로 이어지며, 제가 복약상담하고 공부하는 큰 흐름이 형성된 것 같아요."김지연 약사가 설문조사를 하며 느낀 것은 환자도 약사도 의외로 알레르기에 둔감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약사가 먼저 물어보자, '이런 증상도 있었다'며 20년 전 경험을 얘기하는 환자도 있었다. 모두 적절한 알레르기 케어를 받았으면 좋았을 경험들이다."외국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미리 물어보는 게 필수 절차잖아요. 저희는 처방이 하루 20건도 되지 않지만, 외국인이 가끔 오면 저도 의식해서 알레르기를 확인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단골, 일반의약품 구매자 모두에게 가능한 빠짐 없이, 자세히 사전에 알레르기 여부를 조사하게 됐습니다."김 약사는 "약사 스스로 약물 알레르기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 기회가 소중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김지연 약사는 "알러지가 부작용보다 빈도수는 훨씬 낮다. 하지만 알레르기라는 게, 모두에게 안전해도 누군가에겐 극히 위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약국에서 복약상담 시 알레르기를 꼭 한번 확인해야 할 절차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약사다운 언어로 얘기해야 환자에게 약사가 전문가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 좋은 기회이자 계기가 약물 알레르기, 부작용 상담이라 본다며 "중요한 건 환자와의 소통이고, 약사의 진심 아니겠느냐. 이런 부분까지 케어한다면 환자가 약사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더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김준형 약사 "더 많은 약사들이 약물알레르기 반응 교육을 받길 바란다"통영서울약국 김준형 약사"환자들에게 약물 알레르기에 대해서 물었을 때, '이런 거 물어보는 약국은 여기가 처음이에요'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어요. 뿌듯하면서도 동시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불과 몇달 전까지는 이런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물어보지 않았거든요."김준형 약사의 말처럼, 대부분 약사들이 약물 부작용도 아닌 알레르기를 미리 알고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김 약사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좋은 기회이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휴베이스 폐의약품 연구를 보며, 일반 개국약사와 동네약국 약사도 이런 사회적으로 중요한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그러던 중 이번 프로젝트를 보고,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그의 생각처럼, 김 약사는 정말 알레르기 조사에 열심히 임했다. 대략 하루 평균 50~60명의 환자의 알레르기 유무를 묻고, 답변을 메모했다. 적지 않은 숫자고 노력이다."시작 전에는 환자들이 언짢아하거나 귀찮아하면 어떡하나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설문을 시작하니, 의외로 대답을 잘 해주셨습니다. 특히 약물 알레르기를 겪은 경우 진행되는 상세질문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상담 시간과 질문 갯수가 늘어자는데도, 환자분이 더 정성껏 대답을 해 주시는 거에요.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여러가지 알레르기 증상(휴베이스 교육 자료 중 일부) 김 약사에게는 기억에 남는 환자도 있다.한번은 소아 보호자에게 아기 알레르기가 있느냐 묻자,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호자는 이제 생각이 났다며 어제 다른 곳에서 받은 약을 보이주며 복용해도 괜찮을 지를 물어왔다."그런데 거기에 페니실린계 항생제가 들어있는 거에요. 그걸 알고선 이 분이 '평소 가지 않던 병원이었는데 아이 열이 심해서 응급실 진료를 받고 받은 거다, 물어보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 했다'며 거듭 고맙다 인사하고 가셨습니다. 만약 제가 미리 확인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하면서 약물 알레르기 상담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김 약사는 끝으로 "대부분의 약사님들께도 약물 알레르기 설문, 상담 교육이 더 많이 이루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또 현재 DUR에서 약물 중복 투여를 체크하는 것처럼, 환자 약물 알레르기 체크도 이루어지면 어떨까 합니다."김진식 약사 "지금의 DUR도 한계가 있다...알레르기·부작용 케어 제도화 해야"유일약국 김진식 약사김진식 약사는 과거에 대한약사회에서 약물부작용보고사업을 접한 후, 복약상담 시 관심을 가지고 환자에게 질문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그는 "사실, 이건 습관이 아니라 약사의 의무"라며 "이번 알레르기 조사에서도 하루 50건의 처방, 20건 정도의 일반약 상담을 하며 메모한 것 같다"고 말했다.알레르기 조사를 하며 환자가 귀찮아하지 않았으냐 묻자 김 약사는 "환자들 반응이요, 귀찮아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고, 제가 간략하게 질문을 던졌을 때 오히려 '이런 약국은 없었는데 왜 다른 데선 설명해주지 않는거냐'며 궁금해하고 여러 기전이나 약물로 인한 가능성을 언급하니 고마워했다고 답했다.그런 김 약사에게도 기억에 남는 조사 기간 중 환자가 있다. 소염진통제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가 '나는 성분을 계속 바꿔도 알레르기가 나타난다. 근데 병원에선 성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없었다'고 하기에, 김 약사가 성분을 하나씩 짚으며 설명해주었다. 그 환자는 "다음 병원에 가게 되면, 처음 가는 곳이더라도 시행착오를 덜겠다"며 좋아했다.김 약사는 "일반약을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이 처방약을 또 복용하는 경우, DUR관리도 한계가 있지요. 물론 약사가 구두로 물어보긴 하지만, 그 분들은 의료계 종사자가 아닐 수도 있어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처방약 성분까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뭔가 제도적 장치적 개선이 되길 바란다. 가까운 미래에,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반복해 강조했다.2018-07-10 06:30:35정혜진 -
부작용 만큼 중요한 '약물 알레르기'…약국이 찾아낸다고혈압약을 바꾼 후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는 60대 김할머니의 말에 이똑똑 약사는 금세 혼란스러워졌다. '부작용인가? 이 약 부작용에 피부발진이 있었던가...' 머리가 아득해진 이 약사는 '알아보고 연락을 드릴테니 우선 집으로 가 계셔라, 약은 우선 복용 중단하라'고 말하며 김할머니를 달래 돌려보냈다. 그리고 해당 약의 인서트는 물론 관련 서적을 찾고 인터넷 검색도 들어갔다. 약사모임 카톡방에도 질문을 올렸다. 약사님들, 60대 여성분이 A고혈압약을 드시고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는데요, 부작용일까요?약물 부작용의 위험성과 상담 필요성에 공감하는 약사라도,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약물 알레르기 반응'.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약물 알레르기 연구를 진행한 사례는 좀체 찾기 어렵다.그런데 약사에게도 생소한 '약물 알레르기'를 주제로 휴베이스가 또 한번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약국 70곳이 약 6개월간의 환자 직접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기록으로 남겼는데, 프로젝트 과정뿐 아니라 그 결과도 주목된다.교육과 테스트를 통과한 약국에 휴베이스 본사가 제공한 현판. 조사기간 6개월, 50개 약국이 제출한 6만개 데이터 애초 휴베이스가 '약물 알레르기'에 주목한 건 휴베이스 내부 연구소의 성과다. 김민영 휴베이스 연구소장은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한 환자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저도 약국에서 근무하지만, 약국에서 매번 복약상담 때마다 약물 알레르기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100% 다 확인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가끔 그런 분들이 있어요. 제 기억에 남는 그 환자분도, 약을 드시고 불편을 겪으신 경우인데 부작용인 줄 알고 약국을 찾았다가 약 성분을 확인해드리자 '왜 미리 얘기 안 해줬느냐. 난 그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그러시는 거에요."김민영 소장은 여러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중요하지만 개별적인 반응, 즉 '약물 알레르기'를 미리 안다면 환자 불편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즉시 연구원들에게 의견을 개진하고 장장 6개월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프로젝트 준비 기간을 제외하고 설문 조사 기간만 해도 짧지 않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70곳 휴베이스 약국이 참여했는데,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은 약국 50곳의 개별 데이터만 6만개에 달한다.최현규 연구원의 약물 알레르기 동영상 교육. 70곳 약국 약사들은 일일이 환자 직접 면담을 통해 약물 알레르기 반응을 조사했다. 그런데 이 70곳 약국도 '아무 데나'가 아니라 일정 과정과 선별 과정을 거쳤다.약사들조차 부작용인지, 알레르기인지 헷갈릴 수 있는 까다로운 프로젝트이기에, 참여 약국을 대상으로 교육을 선행하고 테스트를 거친 약국 70곳에 '의약품 안전 사용 상담전문약국' 현판을 증정하고 설문지, 질의 등을 제공했다.환자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약사들, 선행교육 진행지난해 11월 초, 휴베이스 최현규 연구원이 등장한 30분간의 '약물 알레르기'를 주제로 한 동영상이 업로드됐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하고자 해도, 이 교육을 모두 수강하고 간단한 테스트를 거친 약사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한 약사가 60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약물 알레르기 설문지 강의에 따르면 '약물 부작용'은 약물에 대해 환자가 보이는 부정적인 것, 긍정적인 의도하지 않은 반응 모두를 뜻한다. 반면 '약물 유해반응'은 환자에게 이롭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만을 뜻한다.약물 유해반응은 또다시 과용량 복용과 같은 예측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뉘는데, 알레르기는 여기에서 불가능한 반응에 해당한다.최현규 연구원은 "약물 알레르기는 처음에는 작은 면역반응이지만, 나중에 더 크고 빠른 반응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한번 알레르기가 생긴 약물은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약사가 확인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전체 약물 유해반응 중 5~10%가 알레르기로 인한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민영 소장은 "캐나다 약국 경험이 있는 약사에 따르면, 캐나다 약국은 복약상담 시 약물 알레르기를 확인하는 게 필수 절차이다. 알레르기를 미리 확인하면 환자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전체 의료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 건강과 비용 절감이라는 실익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를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휴베이스 "1년 간의 분석 기간 거쳐 유의미한 데이터로 만들어낼 것"70곳의 약국이 이번 조사에 참여했고, 50곳 약국이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했다.교육과 테스트를 거친 약국들은 현장에서 조제약 복약 상담 시 거의 모든 환자에게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했다.환자에 대한 기본 정보로 성별과 나이를 조사하고, 알레르기 경험 여부, 경험 시 대처 방법, 당시 약사의 대처 방법 등을 포함해 총 10개 문항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다.휴베이스는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전문 기관과 협력해 유의미한 자료로 도출할 예정이다. 기간만 약 1년 정도 잡고 있는데,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예정이다.김 소장은 "데이터를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대부분 환자가 오래전 경험이라 정확하게 기억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비율로 보면 상당히 많은 환자가 알레르기, 또는 부작용을 겪고 이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알레르기인지, 부작용인지도 구별해야겠지만 약물 알레르기라는 분야에 약사의 역할이 분명히 필요하고, 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고 강조했다.모연화 전무는 "약물에 대한 전문가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복약상담, 부작용 케어와 함께 알레르기 역시 중요한 항목이 될 거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휴베이스가 근거가 될 만한 연구를 했다고 자부한다"며 "결과가 나오면 대외적으로 활용해 약국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사회 분위기, 환자 인식을 전환하는 데 일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2018-07-05 12:25:19정혜진 -
"모두 만족하는 적정수가?…전달체계·지불제도 병행"# 제약산업을 이야기할 때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일명 문재인케어) 설계자인 김 이사장도 아직 제약 분야에 대해선 고민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건강보험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문재인케어는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편입시켜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는 게 핵심이다. 한마디로 건강보험 환자의 전체 의료비 중 70%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는 얘기다.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수반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의사들의 적정수가다.아직 의사들의 적정수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국내 진료수가가 '원가 이하'라고 하지만, 원가에 대해선 각계각층에서 이견이 많다. 대한의사협회는 단순히 매년 환산지수를 7.5%씩 올리면 원가(62.6%→100%)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전략으로 내년도 요양기관 환산지수 인상률을 정하는 수가협상을 임했지만, 지난 1일 결렬을 선언했다.# 문재인케어, 그리고 적정수가 # 김 이사장과 대담은 건보공단과 요양기관 유형별 수가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9일 진행됐다. 김 이사장은 수가협상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문재인케어와 적정수가라는 굵직한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가 이어졌다.▶의사들이 문재인케어를 반대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반발의 원인은 낮은 수가에 대한 오랜 불신 때문이다. 사실, 적정수가를 '말(言)'로 약속하고 설득하기엔 어렵다. 아무리 원가 플러스 알파를 보장하겠다고 해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라 본다.문재인정부는 앞으로 5년간 이익과 손해가 불합리하게 책정된 수가를 재설계하고, 급여화가 이뤄진 건강보험의 모든 의료서비스 항목들이 균일하게 합리적으로 적정수가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할 계획이고, 이 과정은 오해와 갈등은 해소하고 신뢰를 축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모든 문제를 말로 풀고, 시작할 수 없다.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을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 5년 동안 성실하게 임하는 것 빼고는 도리가 없다고 본다."▶얼마 전 적정수가를 고수가도, 저수가도 아닌 적정 이윤이 있는 합리적인 수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우리나라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의 곱으로 정해지고 있다. 행위별수가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위에 대한 직접적 통제 없이 가격 단가(수가) 조정만으로 의료행위량을 적정하게 조절하는 건 쉽지 않다. 기관별, 종별, 유형별, 과목별 편차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적정수가는 각 수가 항목의 이윤 폭이 균일하다는 걸 의미 힌다. 환산지수로 높낮이를 조정할 수도 있고,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통해 알파 수준을 맞출 수도 있다."지난 4월 김 이사장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찬강의에서도 원가와 급여수가를 직선으로 그려 설명했다.# 대담 도중 김 이사장은 몇 장의 종이를 썼다. 주로 그래프를 그렸다. 적정수가 이야기가 나오자, 종이에 밑줄(원가)과 사선(급여수가)을 하나 그었다. 문재인케어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로 사선으로 원가 이하, 이상에 있던 수가를 원가 위에 놓이는 밑줄로 바꾸는 과정이다."문제는 원가는 밑줄 한 줄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단순화시키기 위해 원가를 일직선으로 하나 그었을 뿐이지, 사실은 원가의 선이 기관별, 종별, 유형별, 과목별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물결이 돼야 한다. 결국, 모두를 골고루 만족시키는 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의료공급체계 개편, 빼놓을 수 없는 과제#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수가구조인데, 수가 정상화를 어떻게 시킬 수 있나."의료공급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의료기관마다 원가 구조가 다르다. 개원의사의 경우 내과와 외과의 원가 구조가 다르고, 병원은 50병상과 1000병상의 원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가정의학과 의사만 개원하고, 병원의 경우 규모나 환자 방문 특성이 비슷하다면 원가를 맞춰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굉장히 복잡하다. 아무도 만족할 수 없다.따라서 비슷한 원가구조를 맞추기 위한 의료공급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300병상 미만 병원은 점진적으로 줄이고, 개원을 할 수 있는 전문과목 계열을 나눈다면 원가구조가 단순해지고 비슷해질 수 있다. 비슷한 규모의 병원, 그리고 비슷한 계열의 동네의원을 그룹핑 해서 수가를 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수가구조를 내과계, 외과계, 중소병원, 대형병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료 수집과 진료 모니터링을 통한 연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생각하고 있는 의료공급체계 개혁 방안이 있다면."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를 끌어안고, 수가를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건강보험만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들은 의료비로 가계파탄이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케어를 모든 의료와 관련된 문제를 풀어주는 '만병통치약'으로 봐선 안 된다.문재인케어 이후 환자는 1차 의료기관보다 3차 의료기관을, 지방보다 수도권 의료기관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의료공급체계,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등 다른 처방을 써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해선 의료전달체계를 고쳐야 하고,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선 지방에 좋은 병원을 세워야 한다. 의료 이용량이 늘어난다면 행위별 수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여러 가지 증상에 따른 처방은 별도의 약으로 해야지 문재인케어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간과할 수 없는 문제, 건강보험 재정# ▶5년 장기프로젝트 문재인케어, 30조6000억원으로 가능한가."2022년까지 30조6000억원 추계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만든 안이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중 10조원을 활용하고, 지난 10년간 평균보험료 인상률 3.2%를 유지하면서 재정을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현재까지 변동요인은 없다."▶적정수가를 재설계 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추가 투입될 가능성은 없나. 국민들은 문재인케어를 찬성하면서도, 추가 건강보험료 부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함께 보내고 있는데."문재인케어는 의료개혁의 전부가 아니다. 30조6000억원은 문재인케어를 완성하기 위한 재정소요액이다. 건강보험료 평균 3.2% 인상, 누적적립금 10조원 지출은 미용, 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데 쓰일 비용이다. 30조6000억원으로 모든 건강보험 제도를 포괄 할 수 없다.가령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는 2020년 이후부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 온다. 고령화 때문에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긴데, 이 문제를 문재인케어 때문이라고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정부는 문재인케어를 설계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정을 예측했다. 그리고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로 30조6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재정을 속이거나, 더 필요한 부분을 숨기지 않았다. 몇 번을 계산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공보험이자 단일보험자로서의 건보공단0# ▶식상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건강보험 기금화에 대한 평소 소신을 듣고 싶다."우리 건강보험은 가입자·보험자·공급자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책임지는 것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 만큼 기금화는 맞지 않는다. 사회보험에서는 보험원리에 의해 1차적으로 국민의 보험료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고 국가는 2차적 지원과 후견적 지도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재정이 악화되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고, 국고 등 지원은 보험재정의 2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단일보험자의 현지조사권 강화 혹은 수사권 부여 등 건보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여러 복안이 오랫동안 논의됐다. 이에 대한 건보공단의 방향성은."최근 복지부에서 실시한 가짜 입원환자 의심 요양기관 기획조사에 공단이 참여한 것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조사권은 복지부 고유권한이지만 필요한 전문 인력을 공단과 심평원이 함께 지원했던 만큼, 복지부 주관으로 현지조사와 공단 방문확인, 심평원 방문심사 등 급여조사 효율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무장병원은 공단에서 수사의뢰 후 수사가 종결되기까지 평균 11개월이 소요되면서 재정누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의료와 조사의 전문성을 갖춘 공단에 사무장병원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 되면 전국에 배치된 급여조사 인력풀을 활용해 단기간 내 사무장 병원 퇴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단일보험자 탄생과 함께 설립된 심평원과 관계 설정은 보건의료계의 영원한 물음이 될 것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심평원은 심사를 대법원 판결과 같은 권위를 갖도록 만들어졌다. 요양기관들이 공정성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못한 점이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여기에 심평원이 입법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수가와 약가 설계기능을 가지고 있어 사법기능과 혼재된 상태다.문재인케어는 수가의 재설계이며, 수가와 급여를 잘 설계하고 운영을 제대로 하려는 것으로, 정부·공단·심평원의 3자 협의가 중요하다. 건강보험 운영도 역시 3자가 역할을 나눌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현재 맡은 역할을 변경하려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자의 역할, 향후 과제를 이야기해달라."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재정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질병의 치료에서 예방사업 중심으로 가야 의료수요 감소로 급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부문이 취약한 한국적 보건의료 환경에서 공공부문의 역할 부족을 보완해 건강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1# 김용익 이사장은 데일리팜 창간 19주년을 맞아 대담 이후 친필로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2#2018-06-05 06:30:40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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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7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8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9“약 수급불안 조장”…제약사 거점도매 정책 약사회도 반발
- 10'엘라히어' 국내 등장…애브비, ADC 개발 잇단 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