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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약국서 처방에 의존...건기식 시장확대 '발목'

  • 정흥준
  • 2019-03-12 00:34:10
  • [기획] 약사 전문성도 천차만별..."표준화 위해 교육 활성화해야"

약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수의 약사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 이유는 처방조제 의존, 열악한 공간, 가격경쟁력, 부족한 전문성 등으로 나뉜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상당수의 약국들이 처방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건기식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건기식 시장에 대한 전망을 약국에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들에서 현실적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처방 조제하랴, 일반약 판매하랴 바쁜데 건기식까지 할 수가 있나요. 진열만 해두고 찾는 사람들한테 주는 정도죠. 물론 지역마다 편차가 있고, 약국마다도 차이가 있을 거예요. 우리 약국은 여력이 안돼요."

"약에 비해 건기식이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예요. 이왕이면 건기식보다는 적합한 약을 추천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게다가 약국에서 팔던 건기식도 약국 밖으로 풀려버리면 가격경쟁에서 상대가 안돼요."

그동안 약사사회 내부에서 건기식 시장을 확대해보려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사가 직접 만든 건기식을 내세워 시장에 뛰어든 사례도 십여년전부터 등장해,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애플트리김약사, 솔빛P&F, 네이처스팜, 케이세라퓨틱스, 약사와건강, 엔큐앤에이, 아이비웰니스 등이 그 사례다.

하지만 약사가 만든 건기식업체들 중 상당수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업체들은 연 매출 100억을 넘어서며 조금씩 시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대부분은 벽을 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약업계 관계자는 "근거 기반으로 제품의 특이성이나 효과 입증, 마케팅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엔 업체들의 규모가 작다"면서 "설령 100억 매출의 회사가 있다고 해도, 한달로 계산하면 8~9억인데 광고라도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전국의 약국을 돌아보면 특정 지역은 처방에 치여 굳이 건기식을 왜 하냐고 생각한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처방 시장이 작아 상담 위주의 학습과 운영에 특화돼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건기식 시장이 확대된다고 해도 약국은 양분화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약 9년 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든 A 약사도 약국에서의 건기식 시장 확대는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약사는 “의사의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케어에 관여하고 싶은 약사들이 건기식에 더 관심을 가진다. 이를 바꿔말하면 처방이 많이 나오지 않는 자리에서 약국을 하는 약사들만 건기식에 흥미를 보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 약사는 "만약 처방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하면, 건기식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면서 “속된 말로 처방이 많으면 권리금이 올라가지만, 건기식 많이 판다고 권리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 않냐는 태도"라고 말했다.

건기식 시장에 대한 약사들의 호응도가 낮기 때문에 관련 교육도 아직 미진하다는 설명이다.

A 약사는 "결국 관심있는 일부 약사들만 배우려고 하다보니 교육도 덜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 요즘에 와서는 온라인교육 등이 많아졌는데 양질의 교육으로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진열경쟁은 무모...전문성 제공이 유일한 무기

"건기식은 잘 몰라요. 약대 교육과정에서도 선택과목으로 2학점 개설돼 있었어요. 환자가 자세하게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해줄 수가 없어요. 약국 중에 몇프로나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10%는 될까요. 게다가 유행하는 성분이 나오면 너나할것없이 다 만들어내는데 좁은 약국에서 무슨 수로 들여놓을 수가 있겠어요."

건기식에 대한 약사들의 전문성도 편차가 크다. 만약 약국의 전문성이 상향 평준화된다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약국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A약사는 "약국이 온라인이나 대형마트랑 가격경쟁을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공간의 쾌적함으로 비교해도 대부분의 약국들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만약 약국들이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면, 그것은 인테리어나 가격경쟁력을 전부 뛰어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건기식에 대한 근거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약사가 현재로선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B약사는 "현재로선 약국 중 10%만 관심이 있고, 그 중 스스로 공부하는 약사는 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약국이 마진에만 집중하면 한두번은 팔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재구매는 없다. 약사로서의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홈쇼핑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약사들은 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기르고, 또 대다수의 약국이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표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B약사는 "영어라는 장벽이 있겠지만 해외 논문 등도 살펴보면서 공부를 해야한다. 약사는 약 작용에 대한 기전을 알고, 환자의 건강상태도 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른 어떤 직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 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기식 상담에 대한 역량이 약국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면 환자들은 혼란스러워하거나, 약국을 신뢰하지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약사는 "약국마다 다른 얘기를 한다면 환자들은 결국 약국 전체를 신뢰하지 못 할 것"이라며 "근거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약사 직능의 폭발적 확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부작용보고도 단기간 급증...건기식도 가능성 있다"

서울 노원구약사회에서 부작용보고 활성화를 주도했던 윤중식 약사는 건기식에서도 약사의 역할 확대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윤 약사는 올해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플러스친구 등을 활용해 교육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이비웰니스로 건기식 사업에 나섰지만, 교육 활동에선 제품을 뒤로 하고 정보의 교류와 학습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윤 약사는 "건기식의 효과와 그 근거가 되는 임상데이터를 손에 주무를 정도로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보고도 불과 몇 년만에 서울의 약 23%가 참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약사는 "건기식도 마찬가지다. 교육과 공부가 뒷받침되면 약사 역할이 급증할 수 있다"며 "올해에는 제품이 아닌 건기식 성분 등에 대한 정보를 보다 활발하게 나누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환자들이 건기식을 원하고 찾는다면, 의약품과 더불어 건기식에서도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윤 약사의 주장이다.

윤 약사는 “약에 대해서만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은 환자들이 건기식을 찾는 상황에서 미흡한 상태로 머물겠다는 것”이라며 “약사는 외면할 것이 아니라 건기식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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