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벌 강화정책은 역효과"...공정경쟁 환경 조성 시급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Anti-Bribery Management System) 인증 제약사들이 제대로 울타리를 치고, 윤리경영에 매진하려면 최고 경영자의 의지와 임직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인증만 받아놓고, 불법을 묵인하고, 시스템을 등한시한다면 부패 리스크에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물론 ISO37001이 주는 효과도 못 누리게 된다.예를 들어 직원의 일탈적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회사는 그간의 투명화 노력을 사법당국에 어필해야 면책 받을 수 있다. 단순하게 CP나 ISO37001 인증 사실만으로 양벌제 면책을 기대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재작년 전주에서 적발된 리베이트 사건이 좋은 예다. 당시 전주 지역 병원에 리베이트 영업을 진행한 19개 제약사 영업사원이 적발됐는데, 이 중 일부 법인은 CP활동이 참작돼 양벌규정 면책조항에 따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이 사건은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서 양벌규정 면책을 받은 유일한 사례로 알려졌다.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제약사들은 검찰에 준법교육, 위반자 징계 등 CP 활동 내역이 담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출해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제약업계는 자정노력을 통해 윤리경영 문턱을 높이고 있으니 처벌 일변도 정책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참고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 양벌규정과 면책조항은 약사법 97조에 담겨있다.약사법 제97조에 따르면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3조, 제94조, 제94조의2, 제95조, 제95조의2 또는 제96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이어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앞의 문장이 양벌에 관한 사항이고, 뒷문장에 면책조항을 담고 있다. 즉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양벌을 면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할 도구로 CP나 ISO37001 활동 내역은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행정처분에 없는 양벌 면책 규정...기업 노력 배제 불합리문제는 법에 양벌 규정과 면책조항이 있지만, 정부기관 행정처분에는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주 리베이트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제약사도 행정처분 대상으로 판매정지를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서울대 약대 졸업 후 GSK에서 제약회사 근무경험을 가진 박성민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직원이 잘못하면 자동적으로 회사도 처분하는 현행 행정처분 절차는 문제가 있다"면서 "제약계가 요구하는 것처럼 윤리경영이라는 담을 높이 쌓아놨는데도 불구하고, 직원이 이를 넘고 불법을 저지른 경우라면 회사의 처분은 면제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행정당국의 이러한 과도한 처벌은 근본적인 리베이트 근절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박 변호사는 "정부가 제도와 구조를 만들어 놓고 제약사와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제제 위주 방식은 리베이트 근본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며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말고도 다른 경쟁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의 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리베이트 외 다른 경쟁수단이라면 품질과 가격이 있지만, 현행 제도상에서 똑같은 제네릭 약물로는 품질경쟁, 가격경쟁을 펼치기는 어렵다.전문가들은 제약업계 리베이트 근절 방안으로 썬샤인 액트 강화와 MR인증제 도입, 유통 낭비요소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보건복지부 출신으로 약무행정을 경험한 이재현 성균관대약대 교수는 "리베이트는 상품 이동에 경제적 가치가 없는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도의 특성이 표출된 현상"이라며 "도덕수준이 올라가고, 건강보험 시스템의 시장논리를 인정한다면 원천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그러면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의료인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주고, 영업사원도 전문가로서 윤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약가인하, 형벌 강화로는 한계...공정경쟁 환경 마련에 초점 맞춰야이 교수는 해외 사례로 2012년 프랑스의 의료개혁과 일본의 MR자격제도를 들었다. 그는 "프랑스는 의료개혁을 통해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받은 경제적 이익을 공개하게 돼 있다"며 "또한 제약회사 판촉사원은 의사와 만나기 위해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썬샤인 액트 제도라고 치켜세웠다.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공개하는 한국판 '썬샤인 액트'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의료인이 아닌 제약사가 공개 의무를 가지고 있다.또한 이 교수는 "일본의 MR자격제도는 약에 대한 의미와 사회적 특성에 대해 잘 훈련을 받아 MR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한다"면서 "윤리의식과 양심을 갖춘 영업사원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에게만 자격을 준다면 현재의 CSO 리베이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제약업계는 국제 인증을 통해 윤리경영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사진은 작년 11월 제약업계 최초로 ISO37001 인증을 받은 한미약품 기념 사진. 제약이 자정작업을 확산하는 상황에서 약가인하 등 처벌강화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역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보험정책실장은 "정부는 리베이트 근절과 투명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집중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요소를 찾아내 제거하고,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장 실장은 "현재도 제제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자꾸 처벌만 강화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CP와 ISO37001이라는 툴(도구)을 통해 공정거래 자정노력을 제약계가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이 건전한 발전을 하는데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2018-09-14 06:30:00이탁순 -
"부패 방지, 더 능동적으로"...양벌 면책규정 '메리트'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Anti-Bribery Management System) 등 국제표준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불법 리베이트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이는 기존 ISO19600(공정경영시스템, Compliance Management System)를 기반으로 한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Compliance Program)도 마찬가지다. CP나 ISO37001 인증이 리베이트 차단의 만능은 아니다.그러니까 반부패경영시스템이나 공정경영시스템을 도입한 제약회사에서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터졌다고 두 시스템의 '무용론'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시스템이 직원의 불법 현장을 포착하거나 사이렌을 울려 행동에 제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CP·ISO37001 인증 제약사에서도 회사는 알 수 없는, 영업사원의 일탈적인 리베이트 사건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직급이 낮은 직원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해당된다.최근 제약기업들이 국제표준 규격인 IS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미지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2016년 새롭게 나타난 ISO37001이 기존 CP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아니다. CP에서 새는 불법 리베이트를 ISO37001이 차단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오해라고 볼 수 있다.기업이 CP 등급평가나 ISO37001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 돈을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CP 등급평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임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ISO37001은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으로 위임받은 한국인정지원센터(KAB, Korea Accreditation Board)가 인정한 복수의 민간 인증기관에서 심사를 진행한다.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심사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그 속에서 얻을 게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오로지 이윤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CP, ISO37001 등 윤리경영 해외인증에 대한 오해…"완전무결한 시스템은 없다"CP 등급평가에서는 인증기관이 요구하는 정해진 항목들이 있다. 여기에 맞춰 시스템을 갖추고, 이행한 다음 서류를 만들어 등급평가를 진행한다. 보통 회사에서는 컴플라이언스팀이라는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여기서 CP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회사 구성원들에게 전파하고, 위반사항을 관리하게 된다.보다 충실한 내용을 담은 회사가 등급이 높은데, 최대는 AAA 등급이지만, 현재 제약업계를 비롯한 다른 업계에서 받은 최고 등급은 AA이다.반면 ISO37001은 스스로 문제해결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CP 보다 구성원들이 능동적이어야 한다. 부서마다 부패 리스크를 예측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스스로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이에 ISO37001 인증작업을 진행했던 제약사 관계자들은 부패리스크 도출·해결 과정에서 직원들의 부패 인식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유승현 한미약품 컴플라이언스팀 과장은 "ISO37001 인증조건으로 부서별로 부패 리스크를 도출하고, 향후 그 리스크를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해당 부서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부패 방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경각심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또한 부패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아닌 일반 부서에서 내부심사관을 선발해 운영하게 된다. 이 역시 직원의 참여도를 높여 부패 방지 인식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다만 내부심사관은 본연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이처럼 직원들 스스로 참여하면서 부패 방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인식도를 높인다는 점은 ISO37001 도입의 최대 장점이며, 회사가 얻는 가치이기도 하다.신지원 동아에스티 CP운영팀 과장은 "기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탑다운(상명하달식) 방식이라면 ISO37001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뿐만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부패 리스크를 파악하고 경감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훨씬 능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더구나 부패 리스크와 관련해 문서화된 작업을 최고경영자로부터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직원들이 느끼는 중요도가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오인환 녹십자 CP관리팀 팀장은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스스로 부패와 관련된 법 사항에 어긋나는 점을 점검하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바텀업(탑다운의 반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준비기간 5개월 동안 구성원들에게 도입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그만큼 직원들이 느끼는 부패 방지와 관련한 인식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동아제약은 최근 IS037001 인증을 받았다.ISO37001이 국제표준 인증시스템이기 때문에 '대외신인도 향상'은 기업이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ISO37001 인증 기업들은 이 사실을 국내외 파트너들에게 어필하고 공유한다. 한미처럼 글로벌제약사를 상대로 신약기술 영업을 하는 제약사라면 국제인증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역으로 ISO37001 인증 조건으로 협력업체의 부패 리스크 실사 점검이 있다. 이에 설문조사, 현장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업체의 부패 리스크를 체크하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파트너사라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부패 리스크를 체크하다보니 그만큼 상호간 거래 신뢰가 높을 수 밖에 없다.파트너사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윤리적인 기업'이라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제약바이오협회가 회원사들에게 ISO37001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도 불법 리베이트로 등돌린 국민들의 마음을 국제인증을 통해 되돌리겠다는 측면이 있다.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보험정책실장은 "말로만 '윤리경영'이 아닌 국제적으로도, 제3자 윤리경영 인증을 통해 대외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ISO37001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기업의 윤리경영 노력, 형벌에 반영해 달라"…ISO37001의 실질 효과인식률 제고와 신뢰도 상승,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뿐만 아니라 인센티브, 처벌경감 등 실질혜택도 기업이 ISO37001 인증을 통해 기대하는 요소다. 사실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기업이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CP 도입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불법 리베이트 조사가 제약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자 처벌경감 차원에서 기업들이 CP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벌경감은 없었고, 대신 등급에 따라 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가 부여되고 있다.공정거래는 국내 제약기업의 영원한 화두다.(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제약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점이라면 ISO37001이 '양벌 면책 규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양벌 규정이란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 처벌 외에 업무주체인 법인까지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다.업계는 CP나 ISO37001을 통해 법인이 공정거래나 부패방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 일탈에 따른 리베이트 사건에서 법인의 윤리경영 노력은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데 법원이 중요하게 판단하는 부분이다.다만 행정처분에는 이같은 근거가 없어 제약업계는 ISO37001 같은 국제인증을 받은 제약사는 처분제외 사유로 참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제약회사 컴플라인스 담당자들도 양벌 규정 면책 참작 사유로 ISO37001 도입 효과를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문재인 정부들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ISO37001 인증을 적극 장려한다는 점은 '양벌 면책 규정'에서 ISO37001의 사례적용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한미약품 컴플라이언스팀 헤드인 이승엽 팀장은 "완전무결한 경영시스템은 없다"면서 "어디든 위법사항에 대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고, 중요한 건 리스크를 관리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SO37001를 통해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있고, 이런 부분은 양벌 면책 규정에도 참작돼야 한다는 이야기다.그러면서 이 팀장은 "ISO 37001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리스크 평가에 대해 각 부서가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최고경영진의 윤리경영, 부패방지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2018-09-13 06:30:00이탁순 -
고강도 제네릭 규제 시행될까...불안한 제약업계제네릭 난립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허가와 약가제도 전체를 들여다보고 제네릭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부추기는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점을 문제삼는 것은 자율적인 시장경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네릭 난립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일회용 점안제의 허가 변경과 약가인하와 같은 1회성 정책으로 식약처와 복지부가 협의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제네릭 난립'과 같은 광범위한 정책을 목표로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가와 약가제도의 전면 손질을 통해 제네릭 난립을 근절하겠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시장에 유통되는 제네릭 개수를 줄이려면 허가 규제를 강화하거나 가격정책으로 제약사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다. 복지부와 식약처 측 모두 "업계에서도 제네릭 난립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허가와 약가제도 전반을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복지부와 식약처는 먼저 제네릭 난립을 부추기는 허가와 약가제도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각자의 분야에서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 연내 대책 도출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복지부,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제네릭 약가인하 '만지작'복지부는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네릭이 급격히 늘어난 현상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복지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계단형 약가제도 부활'과 '제네릭 상한기준 인하' 두 가지로 압축된다.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전에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수록 한 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계단형 약가 제도를 시행했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 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사실상 퍼스트제네릭이 진입한 이후 6개월만 지나면 제네릭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약가를 받을 수 있어 후발 제네릭의 시장 진입이 뜸했다.하지만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 이후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된 시장에도 제네릭이 속속 문을 두드렸다.노바스크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전후 약가 분포 비교(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8년 특허 만료된 고혈압약 '노바스크'의 경우 약가제도 개편 전인 2011년 12월1일 기준 20개의 제네릭이 200원대 1개, 300원대 17개, 400원대 2개 등으로 다양한 약가를 형성했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달 기준 제네릭은 85개로 4배 이상 증가한데다 84개가 300원대의 약가로 등재됐다. 이중 56개는 최고가인 367원으로 책정됐다. 15개 제네릭은 351~365원의 약가가 형성됐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등장한 제네릭은 대부분 최고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사실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는 제네릭 업체들에 자발적인 약가인하를 통한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였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똑같은 53.55%의 약가가 형성되면 제네릭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자진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노림수가 있었다.제네릭 업체 입장에선 경쟁 제품보다 파격적으로 떨어뜨려도 많이 팔린다는 확신이 없어 조금 덜 팔더라도 더욱 많은 마진을 챙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번 인하된 제네릭 가격은 다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자진 약가인하를 시도하기엔 적잖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하지만 만약 계단형 약가제도가 다시 시행되면 제네릭 업체들은 과거와 같이 최고가를 받기 위해 무더기로 퍼스트제네릭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또 다시 나온다. 위수탁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하나의 업체가 만든 20~30개의 제네릭이 동시에 허가와 약가를 신청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복지부 입장에선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인 최고가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제네릭의 가격을 높게 받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제네릭 진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제네릭 가격인하 카드는 제약업계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와 동시에 시행된 약가제도 개편은 제약사들이 집단 소송을 추진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다수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캐시카우로 수익을 거둬 신약개발 재원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제네릭 약가인하를 추진하면 반발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이와 함께 자체 생산 제네릭과 위탁 제네릭간 약가 차등을 두는 방안도 제안하는 의견도 있다. 제제합성과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한 제네릭에 높은 약가를 부여하면 무분별한 위탁 제네릭의 시장 진입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식약처, 공동생동 규제 강화 등 검토...수수료 인상 가능성제네릭 허가제도에서는 공동(위탁)생동 규제 강화가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는 지난달 23일 발사르탄 의약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탁생동 등 제네릭 의약품 관련 허가제도 전반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재검토 중이다"면서 유일하게 공동생동 규제를 거론했다.공동생동 규제 강화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속적으로 건의 중인 내용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2016년과 지난해 공동(위탁)생동 허용 품목을 원 제조업소를 포함해 4곳(1+3)으로 줄이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했다. 올해는 정식 건의를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공동생동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무제한 공동생동 허용 이후 제네릭 개수가 급격히 늘어나 과당경쟁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동생동 제한은 종전에 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건의했다"라고 설명했다.현재로서는 식약처는 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7년 전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로 폐지한 제도를 부활시켜달라고 요구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제약바이오협회가 관련 건의를 제안했을 때 제약바이오협회 이외의 다른 유관 협회에도 해당 내용을 문의하기도 했다. 과연 전체 제약업계의 공통된 입장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만약 제약바이오협회의 건의대로 공동생동 규제가 강화되면 위수탁 생산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제네릭 난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위탁 제네릭 허가용 의약품 생산 폐지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다만 규제 합리화 취지로 개선한 제도를 제네릭 난립을 이유로 다시 규제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식약처가 꺼낼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는 허가 수수료 인상이다. 식약처는 지난 2008년 25년 만에 허가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이후 2017년에도 소폭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과 비교하면 허가수수료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탁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내는 수수료는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제네릭 허가시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 제출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식약처는 국내 생산 제네릭 제품이 미국,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국내 허가시 제출한 자료가 해외에 비해 상이할 수 있다는 의심을 제기한다.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네릭 허가시 제출하는 자료를 들여다보고 국내에서 유독 완화된 기준을 적용 중인 부분은 없는지 검토할 계획이다"면서 "제네릭 허가 전반에 걸쳐 살펴보고 복지부와 협의해 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제약업계 "제네릭 개수 많으면 문제인가...시장 자율에 맡겨야" 반발이에 대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제네릭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단지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이유로 국내 의약품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기업들의 자율적인 시장 경쟁을 유도하되 불법행위만 엄격히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위수탁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힌 업체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위수탁을 장려하는 추세다.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계단형 약가제도 폐지가 고가 제네릭만을 양산한 것은 아니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일부 시장에서는 제약업체들이 제네릭의 약가를 자진인하하며 건전한 경쟁을 펼치는 사례도 있다.글리벡과 제네릭 약가분포(단위: 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만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경우 제네릭 제품의 가격경쟁이 펼쳐지면서 3000원대에서 1만원대로 폭넓은 약가가 형성중이다.정부는 제네릭 난립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불법 리베이트와 같은 부정행위, 저가 원료 사용으로 인한 부적합 제품 유통을 우려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불법 리베이트 차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면서 단지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점을 문제삼으면 안된다"라고 토로했다.정부는 지난 2010년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한 이후 점차적으로 리베이트 처벌 강도를 높였다. 리베이트 의약품을 제재하기 위해 약가인하와 건강보험 급여 중단 제도가 반복적으로 시행 중이다. 리베이트 의약품의 판매금지 기간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됐다.저가 원료 사용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도 제약업계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한다.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승인한 원료를 사용했고 정식 절차를 거쳐서 허가받은 제품인데도 저가 원료를 사용했다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무책임한 태도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시장경쟁에 맡기고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2018-09-12 06:30:22천승현 -
'ISO37001' 도입, 제약 윤리경영 패러다임 바꾼다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리베이트 투아웃제 시대, 제약협회의 윤리헌장이 발표됐고 각 제약사별 윤리경영 선포식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은 이제 필수가 됐다.상당수 제약사들이 CP 담당자를 배치하고 영업사원 교육을 강화시키는 등 합법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정경쟁규약 준용을 위해 힘쓰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확실히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해 도입한 'ISO 37001(Anti-Bribery Management System)'은 많은 회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ISO 37001은 162개국이 참여하는 ISO(국제표준화기구)가 2016년 10월 제정한 반부패경영시스템이다. 정부기관과 비정부기구, 기업체 등 다양한 조직이 반부패경영시스템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집행·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고안된 부패방지 국제표준이다.일동제약, 한미약품, 대원제약, 유한양행(사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은 지난해와 올해 ISO37001 인증을 받았다.◆8개 제약사 인증 완료…후발 주자들도 분주=협회의 움직임에 제약업계는 확실하게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지난해 11월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올해 3월 유한양행, 5월에는 GC녹십자가 각각 ISO 37001 인증을 획득했다.여기에 코오롱제약, 대원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등이 합류하면서 지난 6월까지 8개사가 인증을 마쳤다.또한 종근당은 인증 획득에 필요한 부패방지 방침 선포, 부패방지 책임자 선임, 내부 심사원 교육 등을 완료하고, 연내에 ISO 37001 인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조만간 ISO 37001 인증 준비에 착수한다는 복안이다. 내년까지 제약사 10여곳 이상이 추가로 인증을 받게될 것으로 전망된다.인증 기업의 경우, 모든 임직원에게 부패방지·윤리경영을 위한 역할과 의무가 부여된다. 윤리경영과 뇌물수수방지 등에 대한 실천 지침도 구체적으로 마련, 이행해야 한다. 또 한 번 인증을 받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증 후 1년 내 사후심사를 받게 되며, 3년 후 갱신심사를 받아야 한다. 내부조직에 한해 적용되는 CP와 달리 ISO 37001은 조직의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직 ·간접적 뇌물 위험까지 다루는 전사적 개념임을 설명하며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관리가 요구된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ISO가 정한 표준은 국제 협약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ISO 37001 인증 획득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기업의 대외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황지만 딜로이트 안진 라이프사이언스 헬스케어 솔루션팀 상무는 "최근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국제반부패경영시스템인 ISO37001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계의 부패 척결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자, 국제 표준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회사들과의 협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ISO 37001의 운영과 실행노력=그렇다면 ISO 37001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뇌물과 부패에 대한 심각성 인식은 UN, OECD 등 국제기구의 반부패 관련 협약확대, 국제투명성기구의 기업 투명성 강화요구 등 국제사회의 다양한 연대와 노력으로 전개돼 왔다.특히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뇌물방지 법안인 영국의 Bribery Act는 영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부관료에 대한 뇌물사건 발생시 대표자와 법인에 대해 처벌을 가하도록 양벌규정을 명시했다.이때 영국 기업들은 양벌규정에 대응할 적절한 절차 마련을 위해 BSI(영국왕립표준협회)가 제정한 'BS 10500'을 제정했고 이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를 얻어 2016년 ISO 37001로 전환됐다.ISO 37001은 품질, 환경, 안전 등 여타 경영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계획(Plan), 실행(Do), 평가(Check), 개선(Act) 사이클 모델을 바탕으로 반부패경영시스템을 수립토록 제정됐다.시스템 구축 단계(출처: 한국인재개발센터)실행을 위해 업체들은 ▲자체 현황 및 갭 분석 ▲ 부패 위험 평가(RA: Risk Assessment) ▲ABMS(Anti-Bribery Management System)전략 수립 단계를 거친다. 조직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위험도에 대한 자료를 구축해 모든 조직의 활동 기준으로 제시하게 된다.제약바이오협회는 이같은 실질적인 ISO 37001 모델 제시를 위해 지난 7월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 연수단을 꾸려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에 위치한 국제반부패아카데미(IACA, International Anti-Corruption Academy)에서 진행된 연수일정에 참석하기도 했다.이원기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장은 "ISO 37001가 제약업계에 정착할 경우 리베이트에 대한 효과적 통제 수단으로서의 1차적인 기능 외에도, 전사적으로 반복적인 노력을 요해 리스크 발생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경영 자정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2018-09-12 06:30:00어윤호 -
계단형 약가제·공동생동 규제 폐지 여파...제네릭 난립업계에서는 2013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갑작스럽게 급증한 원인을 정부 정책의 변화로 지목한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네릭 개수가 급증했다면 당시에 시행한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구심에서다. 2010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제네릭 허가와 보험약가제도에 큰 변화를 가하면서 제네릭 난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복지부,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후발 제네릭 최고가로 진입2012년 시행한 약가제도 개편이 제네릭 급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복지부는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특허만료 신약의 가격을 특허만료 전의 80%에서 53.55%로 인하했다. 제네릭은 최초 등재시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9%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고 1년 후에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상한가격이 53.55%로 내려간다.이때 복지부는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했다.2012년 이전에 시행한 계단형 약가제도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다만 첫 번째 제네릭이 동시에 여러 개 등재되면 퍼스트제네릭의 보험약가도 떨어지는데, 13개 이상이 동시에 등재되면 제네릭 최고가는 54.4%로 책정된다.2012년부터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과거에는 제약사들이 뒤늦게 제네릭을 발매할수록 낮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지금처럼 후발주자들이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 지난 시장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지난 2014년 특허가 만료된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의 사례를 보면, 특허만료 직후인 2014년 총 136개(5mg 29개, 10mg 63개, 20mg 66개)의 제네릭이 등재됐다. 이후에도 크레스토 제네릭은 매년 수십개씩 쏟아졌고 현재 제네릭은 292개에 달한다. 특허만료 이듬해부터 156개의 제네릭이 추가로 진입한 셈이다.연도별 크레스토 제네릭 개수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만약 계단형 약가제도가 유지됐다면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매달 최고가가 10% 떨어지기 때문에 특허 만료 이후 1년 가량 지난 이후 등장하는 제네릭은 사실상 원가에도 못 미치는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리피토, 플라빅스, 디오반 등 대형 제네릭 시장도 특허 만료가 한참 지났는데도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공교롭게도 약가제도 개편이 이뤄진 2012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급증한 것도 약가제도가 제네릭 난립에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실제로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최고가 수준의 가격으로 등재되는 제네릭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약가제도 개편 시행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2011년 12월 1일과 2018년 9월 1일 기준 주요 제네릭 제품의 약가 분포를 분석해봤다.리피토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전후 약가 분포 비교(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리피토10mg의 경우 2011년 12월 기준 제네릭이 29개에서 현재 118개로 늘었다. 7년 전에는 제네릭의 보험약가가 400원대에서 800원대로 고르게 분포됐다. 600원대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800원대가 9개로 뒤를 이었다.그러나 현재 리피토의 제네릭 118개 중 115개는 최고가 수준인 600원대의 약가로 등재된 상태다. 이중 95개의 제네릭은 최고가와 근접한 652~663원으로 보험약가가 책정됐다. 제네릭의 80.5%는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네릭이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 수준은 다소 떨어졌지만 대다수의 제네릭이 최고가격 수준의 가격을 선택했다는 의미다.플라빅스 제네릭도 비슷하다. 2011년 12월 기준 플라빅스 제네릭 34개 중 가장 높은 1700원대에 12개의 제네릭이 포진했고 400원대부터 1600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제네릭의 가격이 형성됐다. 그러나 9월1일 기준 플라빅스 제네릭은 105개로 급증했는데 이중 87개가 가장 비싼 1100원대 의 보험약가를 나타냈다.플라빅스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전후 약가 분포도 비교(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를 철폐한 이후 제약사들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퍼스트제네릭 선점에 실패하더라도 후발 제네릭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공동생동 규제 철폐·위탁 제네릭 허가용 생산 폐지 등 제네릭 난립 부추겨제네릭 허가제도에서는 '공동(위탁) 생동 규제'가 제네릭 난립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5개 업체로부터 위탁을 의뢰받고 총 6개의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3번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인데도 똑같은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B업체가 다른 업체에 포장만 바꿔 새롭게 허가를 받는 ‘쌍둥이 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2개를 두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공동생동 규제 폐지 이후 제네릭의 허가 건수도 급증했다. 위탁생동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은 업체들 입장에선 허가비용과 시간을 단축했는데도 높은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매력이 생겼다.식약처에 따르면 생물학적동등성 인정 품목은 2010년 437개에서 2011년 90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1112개로 늘었다.연도별 생물학적동등성 인정품목 추이(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탁 생동을 통해 제네릭을 허가받는 비중이 커졌다. 공동생동 규제가 폐지된 2012년부터 위탁 생동 건수가 직접 생동실시를 앞질렀다. 2011년 직접실시가 543개로 위탁생동 366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개 업체만 하나의 생동성시험에 참여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위탁생동 건수가 직접실시 건수를 넘을 수 없는 구조였다.2012년에는 위탁생동으로 생동성을 인정받은 제품이 337개로 직접실시(251개)보다 86건 많았다. 2016년에는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984개로 직접실시 128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016년 기준 생동성인정품목 1112개 중 위탁생동 비율이 88.5%를 차지했다. 허가받은 10개의 제네릭 중 9개 가량은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동생동 규제 폐지가 제네릭 개수 증가의 한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셈이다.허가 제도에서 공동생동규제만이 제네릭 개수 증가를 부추긴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기존에는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3개 제조단위(3배치)를 미리 생산해야 했다. 생산시설이 균일한 품질관리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는 명분에서다.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정부로부터 검증을 받은 제품인데도 또 다시 허가용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적합판정을 통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중인 제네릭은 3배치를 생산하지 않고도 제품명과 포장만 바꿔 허가받을 수 있게 됐다.제약사 입장에서는 위탁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을 때 별도의 생동성시험과 허가용 의약품 생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제약사의 경우 1년에 1배치 분량에 해당하는 30만정을 팔기도 벅차다. 3배치를 허가용으로 만들어도 사용기한내 모두 소진할 수 없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위탁 제품에 한해 허가용 생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제네릭 허가에 나설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016년 192곳으로 전체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353곳 중 절반이 넘었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2010년 134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2곳으로 크게 늘었다.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제네릭 난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시장 진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허가와 약가제도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2018-09-11 06:30:47천승현 -
제네릭 100개 이상 속출...2013년부터 폭발적 증가세#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엉뚱하게도 제네릭 난립 문제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유독 발암가능물질 검출 발사르탄 의약품이 많은 이유를 제네릭 난립으로 지목하면서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은 총 573개일 정도로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허가받은 제품이 많기 때문에 특정 원료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판매중지나 회수 대상 의약품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발사르탄 파동은 원료의약품 생산과정에서 기준규격에 없는 발암가능물질이 우연하게 생성됐을 뿐 제네릭 난립과는 무관하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네릭 난립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식약처와 복지부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데일리팜은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 개수의 증가 추세를 살펴봤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제네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급여등재 의약품 개수는 지난 1일 기준 2만123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2만2074개보다 844개 줄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지난 10년으로 확대하면 급여의약품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건강보험 급여등재 품목 수 변동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급여등재 제품 수는 1만5000개 안팎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2009년 3월 기준 1만5136개에서 2012년 6월 1만4075개로 소폭 감소세를 보였고 2013년 3월에는 1만4712개로 큰 변동이 없었다.건강보험 급여 등재 의약품은 2013년 6월 1만5006개를 기록한 이후 갑작스럽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6년 9월에는 2만1683개로 3년 만에 무려 6677개 늘었다.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보험급여 의약품 개수가 44.5% 증가한 셈이다.전체 보험급여 의약품 중 제네릭 비중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건강보험 의약품의 급증은 제네릭 개수의 증가와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심평원에 따르면 현재 주성분별 1개 제품이 단독 등재된 약품 수는 2660개다. 전체 급여목록 제품 2만1230개 중 제네릭이 발매되지 않은 제품의 비율이 12.5%라는 얘기다. 제네릭 의약품이 전체 보험급여 의약품의 87.5%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연도별 신약 허가 건수(단위: 건,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최근 신약 허가가 크게 늘지도 않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허가받은 신약 제품은 360개에 불과하다. 2007년 65개의 신약이 허가받은 이후 단 한번도 1년에 허가받은 신약이 50개를 넘은 적이 없다.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제네릭 개수의 급증으로 건강보험 의약품 수도 크게 늘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제네릭 급증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가장 기승을 부렸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주요 성분의 제네릭 개수 추이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2013년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가 확연히 눈에 띈다.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2012년 9월 기준 총 62개(10mg 34개, 20mg 16개, 40mg 9개, 80mg 3개)의 제네릭이 등재됐다. 2009년(44개), 2010년(50개), 2011년(51개)과 비교해도 큰 상승폭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1년이 지난 2013년 9월에는 급여등재된 제네릭 제품이 111개로 껑충 뛰었다. 1년 만에 리피토10mg은 34개에서 69개로 2배 이상 늘었고 리피토20mg도 16개에서 30개로 급증했다.연도별 리피토 제네릭 등재 개수(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리피토 제네릭의 증가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 9월에는 140개(10mg 85개, 20mg 42개, 40mg 42개, 80mg 3개)로 늘었다. 이후에도 매년 리피토 제네릭은 봇물처럼 등장하면서 현재 234개에 달한다. 리피토10mg 1개 용량만 118개의 제네릭이 쏟아진 상태다.리피토는 2009년에 특허가 만료됐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집중적으로 제네릭 제품들이 등장해 시장 선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특허 만료된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제네릭 제품이 속속 진입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다른 굵직한 제네릭 시장에서도 리피토와 유사한 패턴이 읽힌다.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시장이 열린 지 한참 지났는데도 뒤늦게 제네릭 개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흐름이다.2009년 특허가 만료된 항혈전제 ‘플라빅스’도 2013년부터 제네릭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플라빅스의 제네릭은 2009년 9월 31개, 2010년 9월 30개, 2011년 33개로 변동이 없었다. 2012년 9월 41개로 증가한데 이어 2013년 9월에는 66개로 치솟았다. 2016년 9월에는 총 100개의 제네릭이 등장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존 제네릭보다 2배 이상 많은 제품이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급여등재목록에 이름을 올린 플라빅스의 제네릭은 105개에 달한다.연도별 플라빅스 제네릭 등재 개수(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연도별 아스피린프로텍트 제네릭 등재 개수(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연도별 글리아티린 제네릭 등재 개수(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스피린프로텍트'의 제네릭도 같은 시기에 큰 폭으로 늘었다. 2012년까지 아스피린프로텍트의 제네릭은 4개에 그쳤다. 2013년에는 17개로 늘었고 2014년 34개, 2015년 40개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은 2013년까지 제네릭이 15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현재 77개까지 늘었다.‘노바스크’, ‘크레스토’, ‘스티렌’, ‘아리셉트’, ‘디오반’ 등 처방실적 상위권에 포진한 주요 제품들도 제네릭 개수가 2013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의 경우 2008년 특허가 만료됐는데도 2013년 이후 제네릭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2012년 9월 노바스크의 제네릭은 26개에 불과했다. 2013년 이후 매년 10개 안팎의 제네릭이 추가되면서 현재 98개로 늘었다. 고혈압치료제 ‘디오반’ 역시 2012년부터 제네릭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지난 9월 1일 기준 제네릭 개수는 132개에 이른다.연도별 주요 의약품 제네릭 등재 개수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계 일각에서는 새롭게 의약품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제네릭 수도 덩달아 급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업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의약품 제조업체는 총 635곳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6년 548곳보다 87곳 늘었다. 하지만 2012년 647곳, 2013년 684곳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갑작스럽게 신규 제약사가 많아져 제네릭 개수가 급증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건강보험 급여등재 품목 수 변동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0# 지난 몇 년간 주목해야 할 현상 중 하나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제약사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식약처의 식품의약품통계연보를 보면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016년 192곳에 달했다. 전체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353곳 중 절반이 넘는 제약사가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2010년 134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2곳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 업체가 38곳에서 42곳으로 정체됐고, 생산실적 규모가 100억~1000억원 업체도 큰 변동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영세제약사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생산실적 10억 미만 업체는 2010년 57곳에서 2016년 111곳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연도별 생산실적 규모별 제조업체 수(왼쪽)와 생산실적 있는 제조업체 수(오른쪽)(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정된 제네릭 시장에 다수의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뛰어들면서 나눠먹기식 경쟁이 펼쳐졌고, 그 결과 매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는 '하향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업계 한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갑작스럽게 크게 증가하면서 영세제약사가 급증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시장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2018-09-10 06:30:08천승현 -
'체중감량+안전성'...비만약 후계자의 숙제와 가능성'리덕틸(시부트라민)' 철수 이후 8년간의 공백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교훈을 안겨줬다. 비만치료제의 상업적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체중감량 효과 만큼이나 장기 복용 시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의존성 및 남용 우려로 일찌감치 처방이 중단됐던 '암페타민'부터 심장판막이상 부작용이 확인되며 회수조치가 내려졌던 '펜펜(펜터민/펜플루라민)', 뇌졸중 및 심장발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혐의로 시장에서 퇴출됐던 '리덕틸'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는 안전한 비만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갈증을 키웠다.미국식품의약국(FDA)도 비만치료제의 허가조건으로 5% 이상의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고, 추가 임상을 통해 약물의 지속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최근에는 비만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체중조절을 통한 심혈관계 혜택을 증명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보한 '벨빅(로카세린)'과 당뇨병에서 비만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한 '삭센다(리라글루티드 3.0mg)'가 단적인 예다.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반등 여부 역시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한 벨빅과 삭센다의 3분기 성과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벨빅, 대규모 임상으로 심혈관계 안전성 확보…반등 기대국내 출시 2년만에 부진에 빠진 '벨빅'은 하반기 강화된 심혈관계 안전성을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전망이다.일동제약이 판매중인 벨빅벨빅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에자이는 지난달 유럽심장학회(ESC 2018)에서 CAMELLIA-TIMI 61 연구의 세부 결과를 공개했다.CAMELLIA-TIMI 61 연구는 심혈관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시험이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전 세계 8개국 473개 의료기관에서 심혈관질환 이외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위험인자를 추가로 지니고 있는 성인 1만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무작위배정을 통해 피험자들을 시험군(벨빅 10mg 1일 2회 복용)과 위약군으로 1:1 배정한 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지금껏 진행된 비만치료제의 심혈관계 아웃컴 연구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주요 평가변수는 심혈관계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주요심혈관사건(MACE) 발생률이었다.평균 3.3년(중앙값)의 추적기간 동안 주요심혈관사건은 총 460건으로 집계됐다. 벨빅 복용군의 6.1%, 위약군의 6.2%에서 주요심혈관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위약 대비 비열등성을 확보했다.벨빅 복용군의 첫해 평균 체중변화량은 4.2kg으로 위약군(1.4kg 감량)의 3배에 가까운 효과를 보였다. 1년간 5% 이상의 체중량에 성공한 환자 비율은 벨빅 복용군이 39%, 위약군이 17%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낸다. 벨빅은 등록 당시 당뇨병 전 단계였던 피험자의 당뇨병 전환율을 낮췄을 뿐 아니라, 중성지방(TG), 혈당, 심박수, 혈압 등 임상지표도 소폭 개선시켰다.연구기간 중 흔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현기증, 피로감, 두통, 메스꺼움 등으로 FDA 허가라벨에 기재된 사항과 차이가 없었다. 전임상 단계에서 문제가 됐던 종양 발생률과 판막질환, 중증 저혈당증 발생률도 위약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CAMELLIA-TIMI 61 연구에 나타난 벨빅과 위약의 MACE 발생률 비교(출처: ESC 2018 홈페이지) 다만 입원치료를 요하는 불안전형 협심증과 심부전, 관상동맥재관류술 등의 발생률은 11.8%로 위약군(12.1%)보다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CAMELLIA-TIMI 61 연구의 주저자로 참여한 하버드의대 에린 보훌라(Erin Bohula) 교수(브링검여성병원)는 "벨빅 복용을 통해 체중을 감량했을 때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중, 혈당, 지질 수치와 같은 심혈관계 위험요인 개선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비만치료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한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특히 벨빅 복용군의 당뇨병 신규 발생률이 위약군 대비 19%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차이가 체중감량에 따른 부수 효과인지, 벨빅 자체의 대사작용 탓인지 여부를 추가 분석한 뒤 유럽당뇨병학회(EASD 2018)에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삭센다, 당뇨병 치료제 강점 인정…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라벨빅의 야심찬 행보를 가로막을 유력 경쟁상대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거론된다. '빅토자'와 동일한 성분(리라글루티드)으로 용량만 달라진 삭센다는 주사제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국내 시장에서 삭센다의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 아이큐비아 기준 삭센다의 올 상반기 매출은 2억8400만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3월에 출시된 데다 공급량 부족으로 품절이 잦았다는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공급부족이 해소된다면 하반기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빅토자(리라글루티드 1.8mg)'를 통해 장기 안전성을 입증 받은 데다 체내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낸다는 계열에 대한 신뢰감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용량은 다르지만 삭센다와 동일한 성분의 '빅토자'는 제2형 당뇨병 환자 9000여 명이 참여한 LEADER 연구 결과, 심혈관계 사망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을 위약 대비 13% 낮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관련 내용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제품 라벨에 반영된 상태다.북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유럽 지역 25개국에서 판매 중으로 해외 매출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삭센다의 매출성장 전망에 힘을 싣는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2분기 실적보고를 통해 공개한 삭센다의 글로벌 매출액은 25억6200만 크로네(DKK, 약 4469억원)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아랍에밀레이트 5개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노보노디스크가 공개한 삭센다의 글로벌 매출 추이(출처: 2018년 2분기 콘퍼런스콜) 삭센다를 통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재미를 본 노보노디스크는 주1회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비롯해 글루카곤 유사체(G530L), 아밀린 유사체(AM833), PYY 유사체(PYY1562) 등 비만치료 파이프라인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연내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다는 목표다.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공통분모가 많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비만할 뿐 아니라, 대다수 비만 환자가 높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안고 있다"며 "당뇨병 치료시장에서 강점을 확보한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치료시장에 진출한 건 진입장벽이 높은 비만치료시장에서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국내 시장에선 지난해 9월 알보젠코리아가 미국 비버스(Vivus)사와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의 출시시기도 관심사다.제약업계 관계자는 "벨빅 출시 이후 경쟁약물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벨빅과 품절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삭센다, 출시가 임박하다고 알려진 큐시미아까지 하반기에는 변수가 많아보인다"며 "시장재편과 함께 전체 시장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2018-09-05 06:30:25안경진 -
"서울은 OK, 부산에선 NO"…약국개설기준 정비 시급약국과 약국, 약국과 병원 간 분쟁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개국 1분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약국 한 곳이 개국하면 주변 약국에선 불법 소지가 없는 지부터 살핀다. 병의원과 조금이라도 관계성이 있다 싶으면 바로 분쟁으로 이어진다.특히 '원내약국' 이슈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약사와 약사회는 물론 보건소, 변호사, 약국체인 등 약국 개설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방법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결국 약사법 개정만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어느 곳에나 적용할 수 있는 공통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약국 개설허가를 두고 실제 가장 애를 먹는 곳은 보건소다. 언제나 약국 개설과 관련된 소송에 노출돼 있는 보건소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구내약국으로 판단된 약국의 개설신청을 반려했다 소송을 겪은 한 보건소 담당자는 약사법에서 말하는 '시설 안', '구내'라는 말의 모호성을 지적한다.담당자는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면적의 몇% 이상'과 같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 말이다. 보건소 뿐 아니라 환자, 약사가 보기에도 약국 입점이 된다, 안된다가 판단이 돼야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니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약사회 역시 보건소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실제 대한약사회는 올해 발간한 '약사 정책건의서'에 병의원과 담합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제20조의 개정안까지 마련해놓았다.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기능적, 공간적 분리를 통해 약국 개설기준을 강화하는 안이다.이 개정안에는 약국 개설이 불가한 의료기관 개설자에 관련 임직원 등 종사자의 의료기관 개설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을 포함시키는 등 병원 관계자의 약국 개설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을 넣었다.대한약사회가 발간한 약사 정책건의서 일부 발췌 반면 '병의원과 약국의 담합' 소지에 초점을 맞춘 대안들도 제기된다.우리 약사법의 모델이 된 일본 약사법에서는 병의원과 약국의 '담합'을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명시하고 있으며, 허가 단계에서 이 모든 인적 관계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부동산을 통한 공간적 담합을 방지함은 물론, 그 안의 의사와 약사의 담합을 막기 위한 인적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보자.약국체인 휴베이스 관계자는 "일본은 약사법에서 직계가족을 포함 몇 인척 이내의 친인척이 같은 건물에서 병의원-약국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남편이 2층에서 병원을 하고 부인이 1층에서 약국을 하려 한다고 치자. 우리는 허가가 나지만 일본은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보건소가 이 모든 내용을 확인해 허가를 반려할 방법이나 의무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경기도약사회 제도개선특위 조양연 단장은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연계된 특정 의료기관이 발행하는 처방전을, 특정 약국이 일정 퍼센트 이상 독점하면 급여를 제한한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란 특수 관계인을 따져 병원과 약국 간 독점구조를 규제하는 것"이라며 "부동산이란 물적 대상뿐만 아니라 인적 대상에 대한 규제도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물적 대상인 건축물 차원에서 담합, 원내약국을 막을 방안도 거론된다.경기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사례를 보면, 병원이 관계자의 다른 이름을 건축주로 해서 부속 건물을 세우고 여기에 약국을 운영하거나 임대하는 사례가 많다. 건축대장을 같이 쓰는 병원 건물 내에는 약국 입점을 금지시켜야 한다. 건축주와 무관하게 하나의 건축대장을 쓰는 병원 건물이라면 약국 허가가 나지 않도록 해야 최소한의 담합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법에서 제 3자가 약국 허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그런가 하면 이미 개설허가가 난 약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안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JKL 법률사무소 이기선 변호사는 "허가에 관한 법률은 기본적으로 허가 신청자를 보호하는 게 원칙이다. 이것이 현재 약국 허가에도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특정 병원과 연관된 걸로 보이는 약국이 개설 신청을 하고 보건소가 거부했다면 신청 약국은 이에 대해 행정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약국, 인근 약국은 원고적격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해도 각하된다. 아예 다툼의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편법약국 문제가 생겨도 해당 약국개설의 불법 여부에 대해 소송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가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아무런 견제 없는 약국 개설권을 가진다는 것"이라며 "제3자도 원고적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약사의 권익을 위해서라기 보다, 행정부(보건소)의 잘못을 사법부(법원)에 따져 물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이처럼 모든 관계 전문가들이 '약사법 개정'을 주장하는 가운데, 복지부는 지자체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약사법 개정에는 신중한 입장이다.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복지부는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라고 지적하는 쪽의 입장이 있고, 또 상대편의 입장이 있다. 쉽게 말해 허가를 내줘도, 허가를 반려해도 각각 상대편에서 민원을 제기한다. 편법적인 약국이라는 시각이 상대적이라는 뜻이다"라고 밝혔다.이어 "현장의 어려움은 100% 이해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 말만 듣고 약사법 개정에 나설수는 없다. '약국개설등록 자문협의체'는 그래서 마련했다. 개별 사례부터 공유하고 축적해보자는 뜻이다. 일부에서 기대하듯, 이 협의체가 바로 약사법 개정이나 별도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협의체를 판례가 쌓이는 것에 비유하며 "자문협의체를 통해 약국 개설을 둘러싼 갈등 사례를 공유하고 축적하다 보면 논의할 여지가 생기고, 여기에서 합의된 기준을 도출할 수 있지 않겠나. 중장기적인 약국개설 기준 협의의 틀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약사법 개정해도 또 틈새 찾는다" 회의론도...약사사회 대책은?약국 호객행위를 막기 위해 부산 해운대구보건소가 설치한 프랜카드현재 협의체는 각 지자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한 상태로,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되려면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중장기적 협의의 틀'이라고 밝힌 만큼, 당장의 뾰족한 묘수를 찾기엔 적절치 않다. 복지부도 협의체를 제외하면 약국 개설에 관한 별도의 대안이나 정책을 구상하는 바는 없다.모두가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외치며 복지부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느린 걸음은 당장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병원의 편법적인 약국 개설 시도를 막을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 약국 체인 관계자의 지적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그는 "지금 이 상황은 법이나 기준이 만든 것이 아니다. 시장 논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병원이 일방적으로 약국을 개설한다? 그런 약국 자리를 원하는 약사가 있다는 것이다. 아니, 원하는 약사가 많다. 병원의 처방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약국을 모두가 원하기에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꼬집었다.이 관계자는 "돈 1억, 2억을 주고 병원 부지 약국으로 들어가려는 약사가 줄을 섰다. 지금처럼 약국의 처방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담합, 병원 부지 약국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도 같은 취지로 약사법 개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관계자는 "약사법을 아무리 개정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도, 병원과 의원은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또 새로운 틈새를 뚫고 들어와 법망을 피한 조건의 약국을 신청할 것이다. 막을 수 있는 대안?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한 약사는 '결국 해답은 약국의 자생력'이라고 주장한다. 약국의 처방전 의존도가 낮아지고 자생력이 높아지면 담합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약사는 "병원이 편법을 동원해 약국을 개설한다 했을 때, 모두 병원을 욕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그 약국은 처방전을 얼마나 많이 받을까' 생각한다. 병원 부지라는 판단에 허가가 반려되면, 보건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그 약국에 들어가려는 약사다. 시장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다. 이 상황에서 약사법 개정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겠느냐"고 지적했다.이어 "시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오래 걸리고 힘들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약국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약사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약국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유일한 대안은 처방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2018-09-05 05:05:09정혜진 -
신제품 효과 종료?...8년째 '왕좌' 못찾는 비만약 시장비만치료제는 제약사들에게 욕심나는 시장이다. 뇌졸중과 심장발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혐의로 2010년 시장에서 퇴출된 '리덕틸(시부트라민)'은 직전년도 9개월 동안 8000만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1997년 FDA(미국식품의약약국) 허가 직후 전성기보다 한참 떨어진 액수다.리덕틸은 국내에서도 철수 직전까지 2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물로 기억된다. 이후 리덕틸의 공백을 노리는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시장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8년째 그를 대체할 만한 후계자는 탄생하지 못했다. 새로운 후계자 후보로 주목받던 '콘트라브(날트렉손/부프로피온)'의 개발사 오렉시젠 테라퓨틱스가 올해 초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높은 장벽을 대변하는 사례다.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469억원 집계…벨빅 매출 19% 급감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 싶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제자리 걸음이다. 최근 신약출시 이후 가파르게 질주하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곡선은 둔화하기 시작했다.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총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469억원)보다 6.3% 감소했다. 지난 2015년 이후 급성장한 시장 규모가 주춤한 모습이다.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으로 리덕틸(시부트라민) 퇴출 이전 수준으로 근접했던 시장 규모도 뒷걸음질했다.식욕억제제 리덕틸이 2010년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2009년 1162억원에 이르던 시장 규모는 5년만에 66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벨빅의 등장 이후 비만치료제 시장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928억원으로 확대됐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시장 1위 제품인 '벨빅(로카세린)'을 필두로 최근 가파른 성장을 보이던 제품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콘트라브와 같은 경쟁품목이 늘어나면서 처방이 분산된 데다, GLP-1 유사체 등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 등장으로 신약출시 효과가 희석된 것으로 평가된다.2009~2018년 분기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 추이(단위: 억원, 출처: 아이큐비아) 지난해 연매출 122억원(아이큐비아 집계)으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던 벨빅이 부진을 보인 여파가 컸다. 벨빅의 올 상반기 매출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63억원)보다 19.0% 줄었다.벨빅은 2015년 2월 일동제약이 미국 아레나파마슈티컬즈로부터 도입한 제품이다.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만을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리덕틸' 퇴출 이후 침체했던 비만치료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역으로 평가된다.'미국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13년만에 승인받은 비만치료제'란 타이틀에 힘입어 국내 출시 직후부터 시장에서도 상당한 파급력을 나타냈다. 출시 첫 해인 2015년 136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6.6% 증가된 146억원대로 시장큐모를 키웠다.하지만 신제품 출시 효과는 2년 남짓에 불과했다. 출시 2년차를 맞은 2017년 매출이 전년보다 15.9% 감소된 122억원에 그쳤고, 올 상반기에는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벨빅 출시 이후 분기별 매출액 추이(단위: 억원, 출처: 아이큐비아) 올해 1분기 매출은 24억원으로 출시 이래 최저치였고, 2분기는 비만치료제 성수기였음에도 26억원 규모에 머물렀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비만치료제와 비교했을 때도 감소율이 가장 높다.벨빅·콘트라브 실적 기대 이하…상위 품목 7종 벨빅 매출 부진물론 실적 부진이 벨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68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기록한 알보젠코리아의 푸링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13.6% 감소했다. 알보젠의 또다른 제품인 푸리민(-7.9%)과 광동제약의 콘트라브(-8.4%), 로슈의 제니칼(-6.7%) 등 기대를 모았던 비만치료제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감소했다.매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증가한 제품은 휴온스의 휴터민(+8.0%), 광동제약의 아디펙스(+0.9%), 휴온스의 휴터민(+8.5%) 3종 뿐이다. 벨빅, 콘트라브 등 신제품 출시 이후 시장규모가 빠르게 회복됐다지만 리덕틸 퇴출 전 시장매출이 1100억원 규모를 넘나들던 2009년 상황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 규모를 형성하는 단일 제제도 찾아보기 힘들다.업계에서는 시부트라민의 퇴출 이후 다른 비만치료제들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팬터민, 펜디펜트라진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은 환각, 우울감과 같은 부작용 발생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지방분해억제제 '제니칼(올리스탯트)' 역시 간손상 위험과 지용성 비타민제를 별도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감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다.주요 비만치료제의 2017, 2018년 상반기 매출 현황(단위: 백만원, 출처: 아이큐비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비만치료제에 대한 갈증이 높긴 마찬가지다. 콘트라브와 큐시미아, 벨빅 등 여러 약물들이 차기 '시부트라민'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연매출 1억 달러의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비만치료시장은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을 해당할 만큼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2014년 오렉시젠의 콘트라브가 FDA 허가를 받을 때만 해도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며 "벨빅, 콘트라브, 큐시미아 3종 모두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임은 분명하다. 다만 폰디민, 리덕틸 과 같이 체중감소 효과가 뛰어남에도 부작용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은 약물들이 존재하다 보니 약물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제품군보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2018-09-04 06:30:37안경진 -
갑자기 들어선 원내약국…무너지는 토박이 단골약국"지금의 법이라면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 환자 편의를 내세운 대자본의 약국 임대 사업은 예견된 수순이고, 평범한 약사들은 희생될 수 밖에 없다."법률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병원의 편법 원내약국 개설, 약국 임대사업 개입에 대해 한마디로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치열해지는 약국자리 경쟁과 처방전 위주 수익사업 확산,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모호한 법령까지. 약국은 환자 건강을 위한 공간이기 이전에 부동산 수익 사업의 먹잇감이 돼버렸다.약국 자리를 놓고 병원과 특정 약사 간 검은 관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법이 명확지 않다보니 행정기관인 보건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무줄 행정의 주역이 돼 버렸다.약국 개설 당사자인 약사도 행정기관인 보건소도, 이를 바라보는 약사사회도 모두 납득할 만한 잣대를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기만 한걸까."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되고"…모호함이 부른 촌극 약국 개설에 있어 최초이자 최종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은 보건소의 허가다. 최근들어 약국 개설 허가 여부를 둔 지역 보건소들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단순 논란을 넘어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일도 다반사다.일각에서는 약국 개설 허가 업무에 대한 지역 보건소들의 업무가 고무줄 행정이라며 비판하지만 보건소 담당자들도 할말은 있다. 관련 법령이 모호하니 판단 기준도 명확할 수 없고, 여기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천안 단국대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 논란 당시 1인 시위에 나선 박정래 충남약사회장 모습.A보건소 약국 개설 담당자는 "개설 허가 여부에 있어 보건소는 약사법 제20조 제5항에 규정돼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복지부 지침에 따르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사례가 워낙 다양해 해당 법 조항만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그는 "개설 신청 약사, 그와 연관된 의사, 혹은 반대의 약사가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도 대부분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식이다. 그래서 허가 반려를 결정하면 민원인은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로 허가된 경우를 가져와 제시하는 게 최근 추세"라고 덧붙였다.보건소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이 더 큰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B보건소 약국 개설 담당자는 "법조문의 해석 범위가 넓다보니 같은 사례에 대해서도 다른 판결이 나오기도 하고, 이것은 결국 지자체와 보건소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현재 보건소는 약사법도, 법원 판례도 명확한 근거로 삼지 못한 채 개별 판단으로 약국 개설 민원을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개설 신청자는 '되고' 막는자는 '안되는'…'원고적격' 걸림돌로 현행 약사법 상 병원이 약국 개설, 임대에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항은 병원, 약국 간 담합을 막기 위한 조항인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약국을 개설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된다.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약분업 원칙에 따라 특정 의료기관, 특정 약국 사이 배타적 연관을 짓거나 소비자를 그런 관계로 오인케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하지만 약국 개설 허가권자인 보건소도 신청자인 약사도 관련 법령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편법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경기도약사회 제도개선특위 단장을 맡은 조양연 이사는 "현행 약사법 상 병원의 약국 개설 개입을 막는 규제 대상은 병원 시설 내 부지, 즉 물적대상인 부동산에 한정돼 있다"며 "해당 병원, 의료병원이 대표자 혹은 특수관계인이 약국 개설, 임대에 개입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부동산이란 물적대상뿐 아니라 인적대상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에 따르면 일본은 약국이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연루돼 있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처방전을 일정 비율 이상 독점하면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란 특수 관계를 따져 병원과 약국 간 독점구조를 규제하는 것이다.법률 전문가들은 계속 불거지는 병원의 편법 원내약국 사태와 관련 현행 법률상의 '원고적격'을 문제로 제기했다.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편법 원내약국의 가장 큰 문제는 약국 개설권자인 행정부의 위법 여부를 사법부에 소송으로 따져물을 방법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논란이 제기되도 불법 여부에 대해 소송할 원고적격자가 없다. 이렇게되면 행정청(시군구청, 보건소)은 사실상 아무런 견제 없이 약국 개설 권한을 줄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우 변호사는 "창원경상대병원, 강서구, 금천구 등 이미 발생한 편법약국 논쟁을 문제삼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려면 원고적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 약사의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행정부의 잘못을 사법부에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병원의 약국 임대사업 개입, 국민 건강권 침해한다? 이 시점에 원초적인 질문 하나가 제기된다. 왜 병의원의 약국 개설, 임대사업 개입은 안되는 것일까. 과연 이것이 환자, 나아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답은 멀리 있지 않다. 최근 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한 병원의 운영 사례만 봐도 그 답은 쉽게 도출된다.지방의 한 약사는 "병원 시설 내 약국을 개설시키면서 내세운 명분은 환자 불편 해소와 편의였다"며 "하지만 해당 약국이 오픈하고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하면서 오히려 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예를 들어 소발디와 같은 고가약 처방은 받지 않고 병원서 500m 떨어진 기존 약국으로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다. 카드 수수료의 조제료 잠식 문제 때문"이라며 "높은 임대료, 목표 수익을 확보를 위해 약국 운영 기준이 환자 건강이 아닌 수익에 맞춰진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조양연 이사도 "병원이 약국 개설, 임대에 관여한단 것은 기본적으로 담합을 통한 특정 약국의 독점적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라며 "처방전이 지역 약국으로 분산되고 약국에서 환자 약물에 대한 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처방전 독식을 통한 독점 구조가 형성되면 환자가 충분한 약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는 박탈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를 통한 병원, 약국 간 담합구조가 형성되면 불필요한 의약품, 고가 의약품 사용을 통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2018-09-03 18:18:03김지은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7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8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9“약 수급불안 조장”…제약사 거점도매 정책 약사회도 반발
- 10'엘라히어' 국내 등장…애브비, ADC 개발 잇단 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