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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황당해하고 다른 절반은 무관심한 게 현실"(정부) "7대 제약강국 달성, 이 캐치프레이즈 자체가 도전적 설정이다."(제약) "시장규모면에서 한국은 세계 12~13위 국가다. 이번 5개년 종합계획은 목표가 10위다. 열심히 해서 2~3계단 더 올리자는 건데, 대체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을 바라보는 정부와 제약업계, 그 시각 차이는 이 만큼이나 컸다.22일 정부 측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이던 2006년 이후 최근까지 발표된 제약산업 육성대책만 6번이 넘는다. 처음에는 한미 FTA 피해산업으로 분류된 보완대책이었고, 그 이후 차세대 먹거리가 될 신수종산업으로 장밋빛 청사진이 덧칠해 졌다.보건산업진흥원 #정윤택 제약산업단장은 "2006년 7월 발표된 한미 FTA 보완대책은 제약산업 100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이 마련된 의미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정 단장은 특히 6번의 정부발표는 일련의 연속적인 '성장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2006년 7월 대책에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세제와 예산지원을 약속받은 의미가 컸지만 약가제도 등 다른 부분은 건드리지 못했다.말 그대로 피해 최소화에다가 역발상으로 경쟁력 제고방안이 부가적으로 덧칠해졌을 뿐이다. 2010년 기재부가 중심이 된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에서는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이른바 제약산업의 '오너십'이 후진적 구조를 고착화하고 변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개입됐다. 이 때 강조됐던 것이 M&A 활성화와 구조, 체질 개혁이었다. 예측 가능한 방향의 약가제도 개편 필요성도 처음 제기됐다.2012년 1월에는 약가 일괄인하와 시행을 앞둔 한미 FTA 협정에 대비해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다.글로벌 신약개발 제약, 스페셜리티 파마 등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이전보다 진일보한 대책이었다.같은 해 6월에는 혁신형 제약 인증에 맞춰 제약산업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제시됐는 데, 이른바 'Pharma 2020'이 이 때 탄생했다.이어 같은 해 8월 제약협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고, 보다 구체적인 비전과 방향성, 로드맵이 제시됐다.복지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은 이런 일련의 제약산업정책의 총화이자 발전적 대안이라고 정 단장은 설명했다.복지부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도 "이번 종합계획에 담긴 내용은 기존 발표와 상당부분 겹친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5년간 범부처 차원에서 함께 추진할 로드맵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 단장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10대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 제약업계에 필요하고 절실한 과제들을 성실히 담았다"고 강조했다.정부가 'Pharma 2020'에서 제시한 7대 제약강국도 블록버스트 신약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을 육성한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 자체가 "도전적 설정"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실제 7대 제약강국의 반열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글로벌 제약기업의 모국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이번 육성지원 대책은 제약산업육성지원법에 근거한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대책보다 정책적 의미가 훨씬 깊을 수 밖에 없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설명하기도 했다.제약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와 제약협회 등 제약계 대표단체들은 21일과 22일 잇따라 논평을 내고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지원 의지에 환영을 표하고 나섰다.이들 협회의 '립서비스'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특정산업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반응은 뒤집힌다.한 제약사 중견간부는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의지에 기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결국 자금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연구개발 지원금 2배 확대나 5000억원 펀드로는 자금갈증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다국적 제약사 한 중견간부도 "제약산업의 중요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부분이 인상적"이라면서도 "신약 개발 동기 부여가 부족해 아쉽다"고 평가했다.결국은 신약개발이 중요한 데 그에 걸맞은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제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제약계 한 전문가의 평가는 훨씬 더 날 것으로 적나라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총알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R&D 비용지원, 약가우대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데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사안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꼬아놨다"고 비판했다.그는 "제약은 100년 이상 지속돼 온 산업이다. 수출정보가 없거나 박람회 지원을 못받아서 해외에 못갔겠느냐"며 "제약업계 절반은 (대책을 보고) 열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관심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2013-07-23 06:35:00최은택 -
좀 더 노력하면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된다?"제약산업이 앞으로 7~8년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면 2020년에는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는 신성장동력으로 우뚝 설 것이다."제약산업의 미래 청사진에 대해 #손건익 복지부 전 차관만큼 확신에 찬 사람도 드물어 보인다."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5년, 10년 고생은 많았지만 그 사람(손 차관)이 방향은 잘 잡았다'는." 지난해 데일리팜과 인터뷰에서 손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복지부는 19일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약산업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 비전 관련 주요지표'를 제시했다.지난해 발표했던 '#Pharma 2020'에서도 비전과 목표로 제시했던 내용이다.이 비전지표를 보면, 7년 후인 2020년에 제약산업은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산업의 문턱까지 도달하게 된다.세부내용을 보자. 의약품생산은 2011년 기준 15조4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0조원 규모로 3배 이상 껑충 뛴다. 복지부는 한국시장 규모 성장률을 세계시장 성장률과 동일하도록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비전치고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해 보이지만, 꿈은 다소 '허풍'이 있기 마련이다.수출은 같은 기간 1.9조원에서 23조로 12배 늘어난다.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도 22위에서 9위로 수직 상승한다. 이럴 경우 수출시장 점유율은 3.8%로 지금보다 9배 이상 높아진다.복지부는 현재 세계 8~9위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액은 같은 기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두 배 성장하는 데 그친다.수입보다 수출이 두 배 이상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이런 결과는 글로벌 제약사와 글로벌 신약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Pharma 2020' 비전도 실상 이 것이 전제돼야 이야기가 풀린다.글로벌 50대 제약사는 2곳, 글로벌 신약은 10개를 개발한다. 이중 3개는 세계에서 통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된다. 임상시험은 세계 5위, 매출대비 투자비율은 12%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복지부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미래제약 10대 특화분야별 한국형 전문제약기업을 육성하는 게 과제"라면서 "이에 맞춰 R&D 지원과 차세계 미래 유망기술 발굴,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제약산업 육성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의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책은 국내 제약산업에 좋은 일인 건 분명해 보인다.실제 작년 데일리팜 '국내 제약회사 CEO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일본 다케다제약의 하루히코 히라테 북아시아 대표는 "한 때 돋보였던 스웨덴과 독일의 제약산업이 요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제약산업은 정부의 지원과 함께 가는 산업"이라고 말했다.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제약산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범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인 지원계획이 나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그는 그러나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 종합계획만 놓고 춤을 추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손톱밑 가시부터 제거하고 가야 한다. 결국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업계와 정부간 더 많은 소통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2013-07-22 06:34:58최은택 -
개발비만 최대 40억, 실패하면 제네릭만도 못하다#복합제 시장성이 주목받으면서 제약사들은 너도 나도 눈독을 들인다.하지만 장밋빛만 보고 무작정 손 댔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복합제 개발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중소제약사의 경우 제품화를 앞두고 개발 막바지에 실패하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복합제 개발 비용만 40억원= 복합제 개발은 의사의 병용처방 패턴이나 논문 등을 분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이를 통해 단일제 2개를 선택하게 되는데 임상 과정에서 유용성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은 고스란히 제약사가 떠안아야 한다.복합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는 복합개량신약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이 요구된다. 대략 3년 이상 소요되는 과정이다.전임상이나 임상 1상에서 목표했던 임상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10억원 가량을 다시 투자해야 한다.3상까지 진행했다가 실패할 경우 30~40억원 가량의 개발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것이다.◆300억원+500억원=0원(?)= 이 같은 위험 부담에도 일부 제약기업들이 복합제 열풍에 휩쓸려 준비없이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제대로 된 연구나 자료조사가 뒷받침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최근 1년 복합제 개발 현황가령 시장 규모 300억원과 500억원 규모의 제품을 복합할 경우 800억원 시장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0원이 될 수도 있다.실제 전립선치료제·장장제·비염치료제 복합제 등은 개발 과정에서 중단된 적도 있다.치밀한 조사없이 시장성만 보고 복합제 개발에 뛰어든 대표적 사례다.◆재심사기간 못 받으면 도루묵= 복합제 개발엔 또 하나의 맹점이 있다.개량신약 허가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으나, 식약처가 이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제네릭보다 못한 약이 될 수도 있다.임상에서 단일제보다 유효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으면 개량신약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식약처가 재심사 기간을 주지 않으면 다른 제약사들이 곧바로 제네릭 개발이 가능해진다.3상 임상까지 수 십억원이 소요된만큼 이 돈을 날리는 것과 다름없게 되는 셈이다.◆정보수집과 틈새시장 공략 필수= 따라서 돈이 되는 복합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복합제 개발에서 일부 제품은 전임상 등을 종료하지 않고도 후속 임상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개발기간이 줄어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또 제약사 특성에 맞춘 개발도 필요하다. 주력 제품을 보유한 제약사는 그 제품을 활용한 복합제를 만드는 것이 시장 진입에도 효과적이다.그는 "아직은 많이 상용화되지 않은 3제 복합제나 시장은 작아도 특성있는 조합의 복합제를 개발하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2013-07-17 06:35:00최봉영 -
돈 되는 복합제, 초기단계부터 단일제와 함께 개발#복합제 개발이 제약시장 트렌드로 떠오른지 오래다.고혈압이나 당뇨치료제 시장에서 복합제가 단일제를 추월해 1위 품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복합제는 2개 이상의 성분을 하나로 조합해 만든 제품이다. 기존에 병용 처방하던 약을 하나로 복용이 가능한 것이다.환자 입장에서 먹기 편한데다 가격도 두 가지 약을 따로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만큼 경제적 이점까지 가지고 있다. 의사들도 복합제 처방이 단일제를 병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처방에 적극적이다.바로 이점이 제약사가 복합제를 개발하는 이유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잇점을 줄 수 있는 것이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질환별 매출 상위 복합제 현황◆만성질환치료제, 복합제가 단일제 추월= 만성질환치료제의 경우 이미 상당 부분을 복합제가 장악했다.고혈압약 시장에서 지난해 엑스포지는 750억원으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아모잘탄 630억원, 트윈스타 550억원 등의 매출로 그 뒤를 잇고 있다.당뇨시장 역시 단일제 자누비아는 월 처방액은 40억원 가량이나 복합제 자누메트는 50억원에 육박한다. 가브스메트 역시 가브스 처방액을 넘어선 지 오래다.또 같은 질환치료제가 뿐 아니라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이종질환 복합제의 성과도 크다.대표적으로 카듀엣의 경우 연간 300억원의 대형품목으로 성장했다.◆국내사 복합제 개발 열기 화끈= 복합제의 시장 장악력이 입증되면서 몇 년 새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지난 1년 간 진행된 복합제 임상만 해도 총 86건에 달한다.이 중 국내제약사 22곳, 다국적제약사 10곳이 임상 승인을 받았다.최근 1년 간 복합제 임상 제약사 현황업체별로는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이 각각 10건으로 복합제 개발이 가장 활발했으며, 일동제약 8건, 동아제약·유한양행·한올바이오파마 각 4건 순이었다.이는 생동시험을 제외한 수치인만큼 실제 복합제 개발 건수는 더 많다.◆신약 개발 즉시 복합제도 개발= 복합제가 단일제 매출을 추월하면서 복합제 개발 경향도 달라졌다.신약의 경우 특허가 만료된 이후 복합제 개발을 진행했으나, 이제는 신약과 복합제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령제약 카나브국내사만 해도 카나브가 개발되자마자 보령제약은 복합제 카나브플러스를 내놨다. LG생명과학 역시 신약 허가이후 복합제 개발을 바로 진행 중이다.특허만료 이후에는 다른 제약사에 복합제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이는 외자사도 다르지 않다. 자누비아, 가브스, 트란젠타 등도 단일제와 복합제의 출시 기간의 차가 크지 않은것을 감안하면 이미 단일제와 복합제 개발은 함께 가는 추세가 됐다.◆복합제 개발 열풍은 지속= 복합제의 시장성을 확인한 제약업계의 개발 열풍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복합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처방 패턴에도 일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처방이 단일제를 시작으로 복합제로 옮겨가는 추세였으나, 일부 의사들은 처음부터 복합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고 밝혔다.또 고령자는 만성복합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약을 한 알이라도 줄이기를 원한다는 것도 개발 이유 중 한다.이 관계자는 "복합제 개발은 신약에 비해 돈도 적게 들고 일반 제네릭보다 유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며 "시장성까지 입증한만큼 복합제 개발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2013-07-16 06:35:00최봉영 -
"7월4일 제주도는 연구인들의 총성없는 전쟁터"[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투자포럼의 현장] 어제(7월3일)의 숙취가 채 깨기도 전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날이다. 회사의 미래를 건 기술계약을 할 수도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위해 벌써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 왔고 그 결실을 맺어야 하는 날이다.여기는 제주도다. 어제 오후부터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투자포럼이 제주휘닉스아일랜드에서 열렸다. 어제 행사는 전야제 격이. 기술을 가진 공급자들이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들은 이미 사전 공개됐기 때문에 대강은 다 알고 있어 집중도는 높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자리가 끝난 뒤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맥주파티가 더 관심사였다. 여기서 공급자들과 안면도 트고 친분도 쌓을 수 있는데다 사전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술 자리가 꽤 늦게까지 이어졌고,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있다.본 행사는 오늘부터다. 우리 회사에서 이 자리에서 기술거래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했다. 올해 행사에는 40여개 기술이 나왔다. 회사에서 관심있게 봤던 기술은 10여건이다.다른 참가자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소리없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들이 남들에게도 필요해 계약을 따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드디어 오전 9시. 첫 미팅이 열렸다. 미팅 1건에 주어진 시간은 20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술의 활용도 등 필요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첫 미팅은 우리가 생각한 기술과는 좀 달랐다. 괜찮다. 아직도 10건 이상의 미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우리 회사는 오늘 12건의 미팅이 있는데, 미팅이 많은 기업들은 20건이 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회의장 분위기는 마치 결혼정보회사에서 맞선을 보는 것과 같았다. 남자와 여자가 시간을 정해 놓고 번갈아가며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자리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기있는 기술에는 사람이 몰렸다.미팅당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다른 미팅에서 시간을 넘겨 언성을 높이는 사례도 있었다. 시간이 지연되면 다음 미팅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우리가 가장 관심있는 미팅은 8번째였다. 현황판을 보니 이 공급자는 우리말고도 서른 개 기업과 미팅이 예정돼 있었다. 가장 '핫' 기술이었다. 역시 내가 필요한 기술들은 남들한테도 필요한 거였다. 가장 중요한 미팅이 끝났지만 워낙 인기있는 기술이라 계약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모르겠다.반면 옆테이블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올해 딱 1건의 미팅이 예정돼 있었다. 인기 기술과 비인기 기술의 차이는 확연했다. 시장의 판단은 그야말로 냉정했다. 아마 이런 비인기 공급자들은 올해를 거울삼아 내년에는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오전 미팅이 끝나고 오후 미팅까지 약 한 시간이 비었다. 행사장 외부에서는 컨설팅 업체의 상담도 제공됐다. 우리회사에서는 CRO와 특허법인에 관심이 있어 컨설팅을 받았다. CRO, CMO, 비즈니스 등 컨설팅 업체는 총 23개나 참여했다.오후에도 오전과 같은 미팅을 8건이나 더 해서야 모든 미팅이 종료됐다. 회의장은 미팅 종료까지 북적였다. 오늘 벌어진 미팅은 총 530건이나 됐다고 한다. 회의가 끝나자 공급자가 수요자나 녹초가 되기는 매한가지였다.미팅은 끝났지만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 미팅에서 약 2건 가량이 우리한테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조금 후 있을 맥주파티 시간에 다시 한 번 그들을 찾을 생각이다. 나 같은 생각은 다른 기업에서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맥주파티에서 역시나 우리가 관심을 보인 공급자에게는 사람이 몰렸다. 슬쩍 그 자리에 끼어 미팅에서 못 물어봤던 것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회사의 거래조건도 대충 흘려봤다. 느낌은 긍정적이다. 뭐라도 하나 얻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행사는 내일 오전 특강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만 우리 일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공급자와 거래 계약을 하기 위한 세부 논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얻은 성과를 회사에도 보고해야 한다.행사는 여기서 끝나지만 아쉬워 할 것은 없다. 우리가 관심있어 하는 기술이 다른 회사가 먼저 가져가면 아쉬움은 남겠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내년에도 틀림없이 좋은 기술이 이 자리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일은 내년에도 여기 참석해 남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기술거래를 하면 되는 것이다.행사에서 얻은 것은 많다. 몇 몇 공급자들한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알렸고, 그들도 거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운이 좋다면 경쟁이 치열한 기술도 우리 차지가 될 수도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하면 항상 할 일은 태산이지만, 나름 뿌듯함을 느끼는 이유다. 이 기사는 어떻게 쓰게됐나 지난 7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주도에서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투자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는 국내 유일한 제약바이오 등 기술거래의 장이다. 올해는 110여건의 기술이 나왔으며, 140여개 기관 430명이 참석했다. 데일리팜은 행사 참석자의 눈으로 4일 현장을 재구성해봤다.2013-07-15 12:25:00최봉영 -
에너지가 필요해…드링크, 여름 효자품목으로드링크 여름 매출은 1년 전체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 만큼 하절기 제약사들의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에너지드링크가 여름철 효자품목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중 피로회복 드링크 시장은 일반유통으로 확대한 동아제약 박카스와 광동제약 비타민 음료 비타 500이 전체 80%이상을 점유하면서 절대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몇 년새 드링크 시장에 큰변화가 찾아 왔다. 10~20대 젊은층을 공략하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들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대기업들이 일반 유통 시장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드링크 명가인 동아제약, 광동제약, 일양약품 등 제약사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여기에 지난 3월에는 한미약품이 약국 전용 에너지 드링크인 프리미엄레시피를 전격 발매하며 시장 재편을 꿈꾸고 있다. 한미측은 블록버스터 등극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천억 에너지드링크 시장 한미약품 가세로 활기=현재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전체 약 1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2000억원대에 달하는 박카스, 비타500, 원비디 등 약국전용 드링크에 비하면 여전히 장벽은 높다.업계에 따르면 피로회복 드링크 시장에서 박카스의 위력은 여전하다. 박카스는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박카스는 의약외품 전환 이후 꾸준한 상승곡선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1800억원대까지 매출을 끌어올리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판매가별 피로회복 드링크 시장(2011년 기준)특히 박카스, 비타 500, 원비디 등 3개 품목 매출은 전체 약국판매 피로회복 드링크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에너지드링크 시장은 이에 비하면 아직 초창기로 볼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 대기업과 제약사들이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만큼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국내 에너지드링크 시장은 동서식품 '레드불', 롯데칠성 '핫식스', 코카콜라의 '번인텐스'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제약사들도 시장에 뛰어든지 오래다. 지난해 발매한 일양약품 '쏠플러스' 동아제약 '에너젠', 삼성제약 '야', 명문제약 '파워텐', 광동제약 '파워샷' 등이 모두 에너지드링크들이다.3월 출시된 한미약품의 에너지드링크 '프리미엄레시피'는 약국전용 품목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한미약품 프리미엄레시피는 넓은 약국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미는 월 매출을 확대하면서 블록버스터 품목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드링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에너지드링크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들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제약사와 대기업 등에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있는만큼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3월 발매된 한미약품 프리미엄레시피따라서 제약사들은 일반 유통을 극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기존 피로회복제보다 고카페인이 함유돼 최근 수험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제약업계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같은 이유 때문에 정부에서 마케팅과 광고 등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이같은 시장 환경에 따라 올해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적절한 틈새시장 공략과 함께 약국전용 드링크 판매 경험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젊은층 집중 공략 문화공연 등 협찬=에너지 드링크를 마케팅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무더위가 본격화 되는 시점부터 에너지드링크의 수요가 많아지는만큼, 온오프라인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에너지드링크 업체들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한미약품 프리미엄레시피는 약국 전용 드링크인점을 감안해 건강하고 착하게 마실 수 있는 에너지드링크를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한미 관계자는 "약사들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으로 브랜드 메이킹을 해 나갈 계획"이라며 "에너지드링크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일양약품이 지난해 발매한 쏠플러스는 문화마케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일양 관계자는 "젊은층 공략을 위해 대학교 행사나 문화공연 등 협찬에 나서고 있다"며 "케이블방송 광고와 함께 문화행사 마케팅을 병행하면서 시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밖에 다른 제약사들도 유통망 확대와 광고공모전, 체험단 모집 등 다양한 마케팅 툴을 가동하면서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드링크는 제약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2013-06-28 06:35:00가인호 -
벤조일 각축…한독, 크레오신티 후발품 출격습한 여름이 되면 청소년들과 여성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단연 여드름이다.특히 노출이 심한 바캉스 시즌을 앞둔 요즘은 여드름 관리에 나서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다.여드름치료제를 보유한 제약회사들 역시 이같은 계절 특수를 누리기 위해 시장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해당 시장에서 대세는 일반의약품(OTC), 그중에서도 단연 외용제(크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외용제 시장은 본래 일명 '톡톡이'라 불리는 한독약품의 '#크레오신티(클린다마이신)'이 앞도적인 리딩품목이었다. 이 약은 약 70억 규모의 외용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제품이다.하지만 식약처가 클린다마이신제제의 항생제 부작용이 내성발현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해당 품목들은 모두 전문의약품(ETC)로 전환, 사실상 경쟁 대열에서 빠지게 됐다. 다만 워낙 지배력이 컸던 제품인 만큼 하락세가 뚜렷함데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크레오신티 공석…과산화벤조일 전성시대과산화벤조일제제들따라서 크레오신티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제약사들은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신제품을 출시, 시장에 뛰어 들었다.애초 재분류 특수를 가장 많이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품목은 GSK의 '#브레복실(과산화벤조일)'이다. 실제 브레복실(GSK)은 2012년 3억4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에 대비 약 2배 성장했다.하지만 아직 시기상 매출을 놓고 시장 판세를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사실상 의약품 재분류 작업의 진행된 2012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외용제 시장은 이번 여름을 맞아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브레복실과 같은 과산화벤조일제제들의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약국가에 따르면 크레오신티 ETC 전환 이후 해당 품목들을 찾는 환자들은 급격히 증가했다.제약업계 역시 과산화벤조일 용량별로 다양한 제품들이 활발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먼저 브레복실은 과산화벤조일 농도는 4%, 용량은 10g인 제품이다. 최근 브레복실은 아이돌 가수 '이준'을 모델로 내세우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여드름 Stress Go Away Campaign'도 진행하고 있다.광동제약이 3월 출시한 '#톡클리어'도 왕좌를 노리고 있다. 이약은 과산화벤조일 제품중 농도가 5%로 가장 높고 용량도 30g으로 브레복실보다 많다. 따라서 강한 효능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농도 2.5% 제품들도 눈에 띈다. 갈더마는 최근 '#벤작AC'를 선보이며 약국 영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약은 60g 용량으로 해당 성분 제품중 가장 양이 많다.여드름외용제 시장(단위:원)태극제약의 '#파티마'도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30g 용량인 파티마는 올해 태극제약의 주력품목으로 선정됐다. 기존에는 해외 수출용으로만 생산됐으나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춰 국내용으로 출시됐다.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사 품목은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강점이 있고 국내사 품목은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어떤 품목이 1위 매출을 기록할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독 "크레오신티 신화 이어간다"하지만 과산화벤조일제제들의 강세가 금세 사그라 들지도 모르겠다.크레오신티를 잃은 한독약품이 새로운 제품을 들고 왕위 탈환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한독약품은 오는 7월1일 살리실산 성분의 여드름외용제 '클리어틴'을 출시한다. 회사는 제품 출시와 함께 크레오신티로 재분류로 중단했던 TV광고 등을 통한 프로모션활동을 제개한다는 방침이다.크레오신티의 이미지를 그대로 승계하기 위해 한독약품은 유리병 용기, 고무코팅, 용법(1일2회) 등 요소들을 클리어틴에 적용했다.클리어틴의 성분인 살리실산은 주로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성분으로 클랜앤클리어, 클리니끄 등 브랜드 여드름 전용 화장품에 주로 쓰인다.화장품은 농도가 0.5%인 것에 반해 클리어틴은 의약품 답게 2% 농도로 출시된다.한독약품 관계자는 "TV광고 역시 크레오신티의 광고와 유사한 컨셉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크게 사랑받고 있는 성분인 만큼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2013-06-27 06:34:58어윤호 -
"자율협약 실효성 없다"…병원, 해법 찾아야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약품대금 #결제기한 의무화 입법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갑'의 횡포에 의한 '을'의 고통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결제기한 법제화에 대한 지지는 확고한 편이다.수십년 장기 미수금에 고통받아온 도매업계의 기대도 크다. 오제세 위원장의 약사법개정안이 일부 완화되더라도 일단 조기 입법이 가능하도록 양보할 것은 양보한다는 입장이다.반면 병원계는 생각이 복잡하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저수가 구조로 인해 경영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돈이 없어서 약값을 제때 결제하지 못하는 병원에 이자부담까지 지우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우려했다.병원협회는 #오제세 위원장 법률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의원실을 순회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이 의견에 공감해 결제기한 의무화 입법에 부정적인 법안심사소위 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업계는 이 의원을 '지뢰'로, 병원계는 '구세주'로 여긴다는 후문이다.병원협회의 반 입법투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매협회와 지난달 대화채널을 만들었고, 오늘(17일) 2차 회의에서는 입법대신 자율협약을 통해 돌파하는 방안을 도매업계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도매업계는 병원협회와 도매협회간 자율협약이 회원 병원의 행태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한 업계 관계자는 "병원협회에서 대화를 하자고 하니까 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입법대신 자율협약을 채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대놓고 반대할 수 없고 난감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다른 관계자는 "애초부터 갑과 을이 만나 대등한 위치에서 해법을 모색한다는 시도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을 입장에서는 이것조차 갑의 입맛에 맞춰 달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국회 한 관계자는 "복지부도 입법 필요성에 공감한다. 설령 병원이 경영난을 겪더라도 이를 '을'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한 법률전문가는 "병원계가 할 일은 입법에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결제기한 의무적용 제외대상 확대나 결제기한 연장, 지체이자 하향 조정, 현재 보유 중인 미결제금에 대한 유예조치 확대 등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의약품 거래량이 적은 요양기관을 제외시키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당초 반대 입장에서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중·대형 병원 이외에 나머지 상당수 요양기관이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유보적이거나 조건부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오 위원장실 관계자는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는 요양기관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하고 입법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판단하겠지만 입법논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계가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2013-06-17 06:35:00최은택 -
의원·약국 등 요양기관 90% 이상 의무규정 '밖'약품대금 #결제기한은 요양기관 종별, 의약품 거래량에 따라 각기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거래량은 요양기관의 '바잉파워'로 '우월적 지위'의 척도가 된다.가령 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도매상 12곳과 거래하는 약국 1만7135곳 중 91%는 3개월 이내에 대금을 지급했다.'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의도적인 대금결제 지연과는 먼 이야기다. 오제세 위원장의 약사법개정안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결제기한 의무적용 제외 대상에 요양기관의 매출규모, 거래규모 및 비중, 거래 의약품의 특성 등을 감안하기로 한 것이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요청으로 수정안을 마련 중인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대형문전약국이나 기업형 의원 외에 대부분의 약국과 의원 등을 결제기한 의무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구체적으로는 연간 의약품 거래량이 10억원 이상인 요양기관만을 결제기한 의무적용 대상으로 분류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럴 경우 의원과 약국은 90% 이상, 병원급 이상은 80% 가량이 제외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 방안이 결제기한 의무화에 가장 부정적인 병원협회 등의 동의를 얻어낼 접점이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 검토안(거래량 규모) 대로라면 전체 요양기관의 90% 이상이 제외대상"이라고 귀띔했다.국회 한 보좌진은 "결제대금 지연은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면서 "결국 입법취지를 고려해도 거래량 규모가 큰 중.대형 병원을 타깃삼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의원, 약국, 중소병원 등 의약품 거래량이 적어 사실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요양기관을 의무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결제기한을 3개월이 아닌 4~5개월로 조금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 도매협회는 입법을 위해 결제기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아직 동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최대 6개월에서 접점이 찾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일각에서는 병원계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연간 100분의 40 이내로 규정한 지체이자 상한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모두 복지부가 입법취지를 유지하면서 병원협회, 도매협회 등 이해당사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합일점을 찾기 위해 고려하고 있는 요소들이다.이 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미수금 처리문제다. 복지부 자료대로라면 99개 종합병원은 평균 250일치 미결제 약품대금을 보유중이다.약사법개정안은 법률시행 후 1년간 미수금에 지체이자를 부과하지 않도록 유예했다. 이 기간내에 미결제금을 해결하라는 이야기인데, 병원경영상 쉽지 않은 일이다.한 법률전문가는 "일단 거래상의 횡포를 차단하는 입법이 중요한 만큼 개정법률 시행이후 거래가 발생한 의약품 대금에만 결제기한 의무화와 위반시 지체이자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고 말했다.2013-06-15 06:35:00최은택 -
"약값 결제까지 836일" 이런 게 '슈퍼갑'의 횡포"지금 대한민국은 비정상적이고 약탈적인 '갑을관계'가 만연해 있다. 왜곡된 경제질서와 불평등한 '갑을관계'로 인해 수많은 '을'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은 6월 임시국회를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로 규정했다. 스스로 '을 지키기' 파수꾼이라고 선언했다. 민주통합당이 밝힌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는 이른바 111건의 '을 지키기' 법률안 통과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다.눈물을 흘리는 의약업계 '을'은 누구일까? 지난해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약사법개정안에는 이 '을'을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의약품 대금을 3개월 이내에 결제하도록 요양기관에 강제하는 규정이 그것이다.의료기관과 의약품 공급업체가 약품대금 #결제기한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인간의 계약이다. 그만큼 사적자치 보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 데, 법률이 이런 거래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하지만 실태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매협회는 2011년 10~12월 사이 전국 98개 종합병원과 거래가 있는 제약사와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평균 회전기일을 조사했다. 여기서 회전기일은 의약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받을 때까지 소요된 날짜를 말한다.13일 '을 지키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하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조사결과 평균 회전기일은 250일로 8개월에 10일이 더 걸렸다. 도매업체가 매달 특정병원에 10억원 어치 의약품을 공급했다면, 80억원 이상 미수금이 생긴다는 의미다. 돈을 받을 때까지 걸린 시일이 836일에 달하는 공공병원도 있었다. 무려 2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오 위원장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에 주목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병원은 '갑'이 아니라 '슈퍼갑'이다. 제약사는 자사 제품 판촉을 위해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 도매업체는 한정없는 수금기간을 감내한다"고 주장했다.오 위원장도 의료기관 등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 대금지급을 부당하게 지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봤다. 이로 인해 제약사나 도매상이 부담하는 금융비용은 의료기관 등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에 해당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이른바 리베이트 제재 강화법안인 이 약사법개정안에 결제기한 의무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대금결제 지연을 일종의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했기 때문이다.이후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을 지키기'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대금결제 지연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이거나 '슈퍼갑'인 의료기관의 부당한 횡포로 재해석됐다. 민주통합당 정책위 관계자도 "의무 결제기한을 정하는 것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을 지키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민주통합당은 '을 지키기' 법안에 오 위원장의 약사법개정안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자칫 직능갈등 문제로 확장돼 요란한 마찰음이 생길 경우 다른 법률안 처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도매협회가 2011년 10~12월 사이 전국 98개 종합병원과 거래 관계가 있는 제약사와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회전기일.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한 보좌진은 "'을 지키기' 법안은 그것대로 올인하고, 같은 취지에서 오 위원장의 약사법도 따로 처리하면 된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선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부 측 한 관계자도 "거래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돼 있는 지금이 결제기한 의무 규정을 입법화 할 최적의 기회"라고 말을 보탰다.결제기한 의무규정이 불법 리베이트 제재를 강화하는 이번 약사법개정안의 조기 입법논의를 위한 선행과제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오 위원장은 리베이트 제재 강화조치보다 결제기한 의무규정 입법을 더 우선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측 다른 관계자는 "결국 오는 18~20일 열리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결제기한 의무입법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불법 리베이트 제제강화나 #남윤인순 의원의 리베이트 적발품목 급여제외 법률안 처리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2013-06-14 06:35:00최은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