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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약 등재 제도 개선의 무가치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매해, 아니 이제는 매분기 들려 온다. 약이 있어도 환자수가 적거나 혹은 기준 대비 환자수가 살짝 많아 비용효과성 입증과 재정소모 예측이 어려워 보험급여 등재 과정이 험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국회에서는 두달에 한번 꼴로 특정 희귀질환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정부는 항상 검토를 약조하고 개선방안도 내놓지만 의료현장과 환자의 갈증은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왜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일까. 기존 경제성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만성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가 장기 생존할수록 약제의 복용도 지속 이뤄져야 하므로, 약제로 인한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약제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비용효과성을 증명하기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며, 극단적 예시로 환자가 빨리 사망해야 비용효과성이 높게 평가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만큼의 획기적인 신약들은 대부분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약제는 당연히 올드드럭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등재 절차를 지연 시킨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진정한 급여율이 상승하려면 결국 현재의 평가 방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 수를 알기 어려운 질환이다. 대상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자체가 어려운 사례도 허다하다.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렵게 신약개발에 성공해도, 경평을 통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예고하며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평가기간의 단축은 신속 등재를 보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제약회사)가 신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기한일 뿐이다. "우리도 노력했다. 검토하겠다"는 말의 반복은 무가치하다. 현 상황을 반영한 평가방식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그에 대한 결과를 내놓을 때다.2026-06-08 06:00:46어윤호 기자 -
[특별기고] 서울시약사회 역사 정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1977년 미국의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전 세계를 흔들었다.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니시리즈 ‘뿌리(Roots)’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한 청년 쿤타 킨테(Kunta Kinte)와 그 후손들이 노예로 살아온 수백 년의 역사를 담담하고도 처절하게 그려냈다. 방영 당시 미국 전체 시청률 44.9%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단순한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을 넘어 '인간은 왜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전 인류에게 던졌다.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이 흐려지는 시대일수록, 뿌리에 대한 물음은 더욱 절실해진다. 개인도, 가문도, 국가도, 그리고 직능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뿌리란 무엇인가—나무는 뿌리로 서 있다 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살아있는 기반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높이 자란 나무라 할지라도, 뿌리가 흔들리면 그 모든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에서 뿌리란 곧 정체성(Identity)이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의 근본은 어디에까지 닿아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곧 한 인간의 뿌리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를 인간 발달의 핵심 과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를 잃은 인간은 방향을 잃고, 방향을 잃은 인간은 결국 무너진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가 그러하고, 한 민족의 문화가 그러하며, 한 단체의 창립 정신이 그러하다. 자신의 역사적 뿌리를 명확히 알고 있는 단체는 외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뿌리가 불분명한 단체는 작은 갈등에도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기 쉽다. 뿌리를 찾는 시대—약업계의 각성 반가운 일이 있다. 대한민국 약업계가 저마다의 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5년 이미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하였고 2026년,올해 대한약학회는 창립 80년사 발간과 학술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대한약사회는 2028년 창립 10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10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數)가 아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의 혼란 속에서도,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도 약사 직능을 지켜온 선배들의 땀과 헌신이 응축된 시간이다. 이 100년의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야말로 미래 100년을 향한 진정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이처럼 뿌리를 찾고 기념하는일은 약업계의 존재 이유와 방향을 재확인하는 공동의 의식(儀式)이며,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정신적 토대이다. 그런데 이 뜻깊은 뿌리 찾기의 물결 한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다. 바로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총회, 즉 그 역사적 기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어떤 이는 특정 시점을 창립의 기원으로 주장하고, 다른 이는 또 다른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그 사이에서 '역사적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진 채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날짜 논쟁이 아니다. 서울특별시약사회라는 단체의 정체성과 정통성 그 자체에 관한 문제이다. 뿌리를 모르면 길을 잃는다—역사 정립의 당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들이 나라를 빼앗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이름 없는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려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1946년 그날의 창립 선언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그 뿌리를 외면하는 것은 선배들의 고귀한 결단을 부정하는 일일것이다.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 역사도 명확히 정립될 때, 비로소 그 구성원들은 진정한 자긍심 위에 서게 된다. 숫자 하나, 날짜 하나가 만들어 내는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서울 시민들 곁에서 묵묵히 건강을 지켜온 서울 약사들의 역사에 정당한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 대한약학회의 80년, 대한약사회의 100년이 증명하듯, 위대한 역사는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것을 발굴하고,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역사는 살아 숨 쉰다. 서울특별시약사회도 이제 엄정한 사료(史料) 조사와 공정한 학술 고증을 통해 창립의 뿌리를 명확히 밝히고, 그 실체적 진실을 회원과 사회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선배들의 땀에 보답하는 길이며, 미래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길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역사 없는 단체는 미래도 없다. 이제, 뿌리를 바로 세울 때다. -필자 이력 중앙대학교 약학박사 이화여대 MBA 경영학석사 전)대한약사회 부회장 전)약학정보원장 전)마포구약사회 회장 현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이사장 현 마포구약사회 의장 현 한국보건약학협회장 현 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장 현 케어솔약국장2026-06-08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한미약품, 집안 싸움보다 진한 '본업 경쟁력'[데일리팜=최다은 기자] 2년이 넘게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창업주 가족 간 갈등과 OCI그룹 통합 추진, 주주연합 형성,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간 충돌로 이어진 분쟁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였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신약 연구개발(R&D)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내 의사 결정 지연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핵심 인력 이탈, 파이프라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이 내놓은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흘러갔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85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수준이다. 계약금만 7500만달러(약 1100억원)를 확보한 대형 기술수출이다. 릴리와의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계약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한미약품이 10년 이상 축적해 온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1년 넘게 이어진 집안 싸움 속에서도 신약개발 역량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데 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시기에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상업화 문턱까지 순항시켰다.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들과 항암과 대사질환, 희귀질환에 걸친 후속 파이프라인들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적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9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2098억원으로 확대하며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 기업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 실제로 한미약품 역시 지난 1년간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신약 가치보다 지배구조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은 그동안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억누르던 대표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릴리와의 기술수출, 각종 비만·희귀질환·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의 진전, 실적 성장은 한미약품이 갈등 속에서도 본업에 집중해왔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가장 시끄러웠던 시기에 한미약품다운 방식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국내 제약업계에는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반복된다. 경영권 분쟁, 소송, 규제 이슈와 오너 리스크에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연구개발 성과와 실적이다. 시장은 앞으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 성과와 후속 비만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척, 추가 기술수출 여부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이 흔들림 속에서도 경쟁력을 지켜낸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한미약품의 본업 성장력을 얼마나 큰 성과로 증명해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2026-06-05 06:00:44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반도체 랠리, 바이오가 이어받으려면[데일리팜=차지현 기자] 117.0% vs 10.2%.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다. 코스피가 89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반면 코스닥은 1000선을 겨우 지키는 수준에 머물며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업종별 지수를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같은 기간 KRX반도체 지수는 185.9% 급등했지만 KRX헬스케어 지수는 13.6%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반도체주로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쏠리면서 시장 내 업종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섹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내 바이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바이오는 실체 없는 신기루다'는 식의 회의론이 앞선다. 굵직한 성과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조롱과 냉소가 섞인 반응마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단순히 한 업종의 주가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스닥은 본래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이 중 바이오·헬스케어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성장 산업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가운데 절반이 바이오 기업이고 이들 상위 10개사 내 바이오 기업 시총 비중은 40%가 넘는다. 코스닥의 체력과 성장성을 설명하는 데 바이오를 빼놓기 어려운 이유다. 코스닥 시장이 정부가 제시한 '삼천닥'(코스닥 3000)이라는 고지에 다가서려면 결국 바이오가 살아나야 한다. 바이오 섹터의 회복 없이는 코스닥의 구조적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은 주가와 별개로 국내 바이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고 주요 국제 학회에서 국내 기업의 구두 발표와 임상 데이터 공개도 늘고 있다. 기술 완성도와 데이터 투명성 등 신뢰도 측면에서 K-바이오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만 두 건의 기술수출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와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 유사체 '소네페글루타이드'에 대한 최대 1조8973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1129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6.0% 수준이다. 선급금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금 순위 10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오스코텍은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조원으로 업프론트는 375억원이다. 오스코텍은 지난해 12월 아델과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데 이어 또 한 번 후속 성과를 추가한 것이다. 국산 31호 신약인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확보한 현금흐름을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의지 역시 확고하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가동하고 반도체·AI·바이오 등을 국가 전략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1500억원 규모 임상3상 특화펀드도 운용사 선정을 앞뒀다. 민간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후기 임상 단계에 정책금융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 완주와 상업화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물론 현재 바이오 주가 부진을 단순한 수급 소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간 국내 바이오 업계가 반복해온 임상 실패, 기술반환, 과도한 밸류에이션 논란이 시장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 정책금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자산 경쟁력과 기술수출 이후 임상·매출·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사업화 역량이다. 그럼에도 바이오를 다시 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로 성장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반도체 하나로 다음 10년, 20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인구 고령화, 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제약·바이오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키워야 할 차세대 산업이다. 인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의 성공은 국가적 과제에 가깝다. 바이오의 성장이 코스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반도체 이후 한국 증시의 다음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6-04 06:00:38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신약 스타트업, 출발보다 완주다[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정부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과 병원, 출연연구기관에 쌓인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초기 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이다. 연구성과가 논문과 특허에 머물지 않고 기업으로 이어져야 산업의 저변도 넓어지고,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에도 새로운 후보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신약 개발이라는 긴 경로를 놓고 보면 창업은 성과라기보다 출발선에 가깝다. 법인을 세우고, 과제를 선정하고, 초기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첫 단계지만 그것만으로 신약 스타트업이 개발의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임상과 임상, 후속 투자와 기술이전,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벽은 일반 창업의 성장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약 스타트업은 앱이나 플랫폼 기업처럼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반응에 따라 수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후보물질 하나가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임상에 들어간 뒤에도 실패 가능성은 늘 남아 있다. 초기 기술의 가능성만으로 기업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좋은 연구성과가 곧바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신약 스타트업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가능성 있는 후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어떤 완주 구조를 설계하느냐다. 창업 기업 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정책 성과를 설명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본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후보물질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갔는지, 어느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지, 어떤 과제가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공동개발로 연결됐는지다.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투자심의위원회 논의는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심의위원회는 단순히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후보물질이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따지는 관문에 가깝다.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임상 진입 가능성, 적응증 전략, 경쟁약물 대비 차별성, 기술이전 가능성, 후속 투자 연계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약 스타트업의 '완주'와 직접 맞닿아 있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이 창업 장려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런 판단 기능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초기 연구성과가 좋아 보이더라도 임상 설계가 불명확하거나 시장 진입 전략이 부족하면 개발 과정에서 쉽게 멈출 수 있다. 반대로 가능성이 확인된 후보물질이라면 단기 연구비 지원을 넘어 임상, 사업개발,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후속 자원을 붙여야 한다. 완주를 말하려면 선별과 집중도 피할 수 없다. 모든 후보물질을 끝까지 밀어줄 수는 없고, 모든 창업 기업이 신약 개발의 긴 경로를 완주할 수도 없다.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중간에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과제에는 자원을 더 과감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실패를 관리하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기준이 있어야 지원 체계도 지속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생태계는 출발선 확대에는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연구자 창업, 기술사업화, 초기 투자, 창업 보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었고, 바이오 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적 메시지도 반복됐다. 그러나 창업 이후의 공백을 메워주는 구조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 국내 임상에서 글로벌 개발로 확장하는 구간, 기술이전 협상과 후속 투자를 준비하는 구간에서 스타트업은 자금과 경험, 네트워크 부족을 동시에 겪는다.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스타트업 지원은 또 하나의 창업 장려책에 머물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초기 자금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임상 설계 자문, 글로벌 규제 전략, 사업개발 네트워크, 후속 투자 연계, 기술이전 전략까지 포함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신약 스타트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 경험과 네트워크를 공공 지원 체계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은 단기간에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기 어려운 영역이다. 창업 기업 수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당장 제시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성과는 훨씬 긴 시간 뒤에 드러난다. 이제 정책의 질문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창업시킬 것인가"에서 "어떤 기업이 개발의 다음 문턱을 넘도록 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출발선에 세웠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후보물질이 개발의 긴 시간을 버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창업의 숫자가 아니라 완주의 구조다.2026-06-02 06:00:42황병우 기자 -
[전문가 칼럼] 약사들을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해설약국 개설과 운영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권리금만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보증금과 월세 부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약사님들이 임대차 계약의 법적 지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변호사이자 약사로서 약국 현장의 임대차 분쟁을 직접 다루며,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피해들을 목격해왔다. 이 글에서는 약사님들께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의 주요 조항들을 실무적 관점에서 해설한다. 1. 상가임대차법이란 무엇인가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인 상인(약사 포함)이 임대인에 비해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위에 있다는 전제 하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이다. 이 법에서 임차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통상 강행규정(당사자 간의 합의로도 배제할 수 없음)으로 적용되며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 다만 이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환산보증금' 개념이 핵심적인 분기점이 된다. 2. 환산보증금: 보호의 ‘강도’에서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기준점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 + (월차임 × 100)'으로 계산한 값이다. 이 금액이 지역별 기준액 이하인 경우에만 상가임대차법의 전면적 보호를 받으며,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 일부 조항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00만 원인 약국의 환산보증금은 5,000만 원 + (500만 원 × 100) = 5억 5,000만 원이 된다. 환산보증금 기준이 얼마인지는 매년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강남 문전약국이나 대형 메디컬 빌딩 입점 약국은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무 포인트】 일반적으로 환산보증금 초과 약국의 경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임차인 또는 약사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러나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대항력·계약갱신요구권·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적용된다. 다만 차임증액 5% 상한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유의가 필요하다. 3. 대항력: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나는 계속 영업한다 대항력이란 임대인이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임차인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계속 약국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대항력은 '건물 점유(인도) 개시 +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약국 개국 첫날 또는 임대차 계약 직후 즉시 사업자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한편 상가임대차법의 경우 주택임대차법과 달리 전입신고가 아닌 사업자등록이 요건인 점도 유의해야 한다. 【주의사항】 사업자등록 신청일의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기므로, 그 사이에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되면 임차인이 후순위가 될 수 있다. 의외로 이러한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당일 저당권이 설정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약 당일 신청이 최선이다. 4. 우선변제권: 경공매에서도 보증금을 지킨다 우선변제권은 임차 건물이 경매 또는 공매에 넘어갈 경우,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를 위해서는 대항력 요건(건물 점유 + 사업자등록) 외에 관할 세무서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통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받으려면 임대인과 협의하여 '전세권’이나 ‘근저당’을 설정해두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실무 포인트】 계약 당일 임대차 계약서 원본을 지참하여 세무서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확정일자는 신청 당일 효력이 발생하며, 이날 이후 설정된 근저당에 우선한다. 5. 계약갱신요구권: 최대 10년의 영업 안정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에게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하여 전체 10년의 범위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처음 2년 계약을 했더라도 10년이 될 때까지는 매 만료 시마다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법이 정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환산보증금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갱신요구권 행사 방법 임대차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서면(내용증명 등)으로 갱신을 요구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묵시적 갱신으로 전환될 수 있으나, 계약갱신요구권을 정식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기간 내 서면 통지가 필요하다. 특히 환산보증금 초과 약국의 경우 묵시적 갱신 시 민법 규정이 적용되어 임대인이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환산보증금 초과 약국의 경우 반드시 서면을 통한 갱신이 필요하니 주의해야 한다. 【실무 포인트】 월세를 3회분 이상 연체하면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재정적으로 어렵더라도 월세 연체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6. 차임 증액 제한: 5% 상한선 임대인은 차임(월세)이나 보증금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 청구 당시 금액의 5%를 초과하여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 단, 이 조항은 환산보증금이 기준액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7.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약국 임차인의 핵심 권리 권리금이란 임차인이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지리적 이점 등의 유·무형 가치에 대해 지급하는 금액이다. 약국의 경우 문전약국의 입지 가치, 장기 단골 고객, 조제 처방 네트워크 등이 포함된다. 약국 권리금은 지역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며, 강남권 문전약국의 경우 조제료의 25~30배까지 형성되기도 한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만약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실무상 임차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임대인의 ‘갑질’을 당하고 있으신 약사님들께서는 주저하지 말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을 권장 드린다. 【중요 개념】신규임차인 주선 의무: 권리금 보호의 선결조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받으려면 임차인이 먼저 신규임차인을 찾아 임대인에게 주선해야 한다.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가 아닌 한, 임차인이 스스로 신규임차인을 찾지 않으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실무 체크리스트】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신규임차인을 물색하고, 주선 사실을 문자·이메일·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 소개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회신을 보관해야 하며, 권리금 계약서에 임대인 동의 조건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가 인정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단계를 잘 설계해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변호사와 상의하여 진행하는 것을 권장 드린다. 맺음말: 법을 아는 약사가 살아남는다 상가임대차법은 약사의 재산권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다. 그러나 이 방패를 제대로 쓰려면 법의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계약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임대차 분쟁은 발생 후 수습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특히 브로커나 공인중개사의 계약 검토에 의존하시는 약사님들이 계신대, 브로커나 공인중개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어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주체라는 점에서 면밀한 계약 검토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계약서 한 줄, 등기 하나가 수억 원의 권리금을 지키기도 하고 잃게도 한다. 만약 큰 규모의 계약(특히 문전 약국 등)이라면 임대차 계약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기를 권해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2026-06-01 12:00:44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네트워크약국 방지법 시행과 남겨진 과제[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한민국 약국가의 오랜 근간이었던 ‘1인 1약국’ 원칙이 한층 더 촘촘하고 강력한 법적 방어벽을 갖추게 됐다. 약사나 한약사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이른바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를 거쳐 오는 11월 2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본회의 통과와 발효는 단순한 문구 수정을 넘어선다. 기존 약사법이 표면적인 ‘명의 대여’나 교묘한 위법 행위를 잡아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면, 개정안은 ‘운영’이라는 두 글자를 명문화함으로써 자본을 앞세운 복수 약국의 실질적인 지배 구조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입법의 시계추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지금, 약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의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인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우선 약사 사회와 보건의료계는 이번 법안 시행이 약국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회복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자본이나 특정 조직이 청년 약사들의 명의를 빌려 편법적인 체인형 네트워크 약국을 확장하거나 지분 투자를 감행하는 행위는 공공연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최근 우후죽순 개설한 체인형 창고형약국도 네트워크 약국 아니냐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이러한 편법 네트워크 약국은 필연적으로 과당 경쟁을 유발하고,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약품 오남용이나 무리한 일반의약품 판매를 부추겨 보건안전망을 위협해 왔다. 법안이 시행되면 자본 중심의 약국 운영 구조에 제동이 걸리면서, 독립적인 동네 약국들과 청년 약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돈'이 아닌 '약료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는 시대의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의 이면에는 법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숙제는 과거 의료계가 ‘유디치과 사태’ 등에서 겪었던 것처럼, 약국판 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한 우회 범법 행위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이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경영 컨설팅이나 자문 계약, 혹은 독소조항이 담긴 임대차 계약의 형태를 띠면서 실질적인 약국 운영 수익을 특정 법인이나 자본가가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를 과연 수사당국이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단순한 이자 지급이나 정상적인 체인 가입 체계를 넘어, ‘실질적 지배 및 경영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면 자칫 현장의 법적 분쟁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일각에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도입이나 약국 개설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강력한 보완 장치가 연동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1월 27일은 약국이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 보건의료 기관으로서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역사적인 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의 통과가 곧 불법 네트워크 약국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 당국은 남은 기간 동안 편법 경영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꼼꼼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하며, 사법당국 역시 복잡한 임대 구조 뒤에 숨은 진짜 운영자를 찾아낼 수 있는 전문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사 사회 스스로가 자본의 유혹에 면위를 대여하거나 가담하지 않는 엄격한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6개월 뒤 마주할 새로운 약사법이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진짜 ‘방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2026-06-01 06:00:39강신국 기자 -
[기자의 눈] 항암신약 허가·급여 기준의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항암 치료 영역에서는 허가 범위와 건강보험 급여 기준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허가상 치료 대상임에도 실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진료지침과 임상 현장이 제시하는 치료 방향, 국내 허가·급여 기준 사이 간극이 환자 치료의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와 급여는 애초 목적이 다르다. 허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인 반면, 급여는 제한된 재정 안에서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한다. 두 기준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허가 범위와 글로벌 가이드라인 권고, 실제 급여 적용 범위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행성 신세포암 치료다. 글로벌 진료지침은 신세포암 1차 면역항암제 치료 이후 보다 넓은 선택지를 제시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유럽비뇨의학회(EAU) 등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 병용 이후 다양한 표적치료제를 주요 후속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약제는 1차 면역항암제 이후 주요 선택지로 제시되며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에 따라 유연한 순차 치료 전략(sequence)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다르다. 일부 후속 치료 옵션은 기존 VEGF 표적치료 경험을 전제로 허가 범위가 설정돼 있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먼저 사용한 환자군에서는 급여는 물론 활용도 제한된다. 글로벌 진료지침은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와 급여 기준이 다시 환자군을 좁히는 구조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간극은 전이성 위암 치료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생존 개선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치료제는 전체 환자군(all-comer)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급여 단계에서는 다시 PD-L1 발현 수준을 반영한 CPS(Combined Positive Score) 또는 TAP(Tumor Area Positivity) 기준이 설정되며 실제 치료 대상 환자군이 재구성된다. 결과적으로 허가상으로 치료 가능 환자 일부는 급여권 밖에 놓이게 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바이오마커 수치가 기준선 인근에 위치한 환자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치료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급여 기준 때문에 선택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허가 기준과 급여 기준 사이 간극이 환자 치료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치료제를 허가 범위 그대로 급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비용효과성을 고려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제한된 재정 안에서 환자군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기준이 실제 임상과 얼마나 정합성을 갖느냐다.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허가가 넓어진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급여 기준이 과거의 환자 선별 틀에 머문다면 치료 환경 변화와 제도 사이 시간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허가가 치료의 가능성을 여는 과정이라면 급여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절차다. 두 기준 사이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다. 다만 그 간극이 환자 치료 기회를 좌우하는 수준까지 벌어질 때 제도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할 시점이다.2026-05-29 06:00:38손형민 기자 -
[데스크 시선] 글자 같다고 유사 의약품? 금지만이 능사 아냐[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이제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유명 의약품과 유사한 명칭으로 하는 제품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비만치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이름을 교묘하게 본뜬 유사 명칭 제품들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식품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고시 일부 개정안을 각각 행정예고했다. 이에 국내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규제는 소비자가 일반 식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오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명칭 및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식품에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지 대상 명칭은 '약사법'에 따라 허가·신고된 의약품 및 한약 처방명과 유사한 이름이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사 의약품 광고 행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의약품 모방 광고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이를 환영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식약처의 규제 방침이 지나치게 넓고 무차별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는 단지 유명 의약품과 철자가 일부 유사하거나, 발음이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중소 식품업체들의 브랜드 네이밍까지 ‘유사 명칭’이라는 틀에 가두고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식약처 행정예고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많다. 유사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철자, 발음,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겠다는 모호한 기준 아래,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멀쩡한 제품들도 한 순간에 ‘모방 제품’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같은 성분명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전개하거나 기업명을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명에 적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모방 제품’으로 낙인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현재 의약품 제품명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 중인 업체는 15개, 품목은 34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잉 규제는 시장의 역동성을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히 포장 교체 비용만 문제되지 않는다. 그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알려온 기업들은 다시 고비용을 들여 제품명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간 공들여 브랜드를 알리고 쏟아부은 마케팅∙브랜딩 비용이 하루 아침에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셈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있겠으나 건전한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 업계가 짊어질 부담의 무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및 고시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유예기간도 없는 셈이다. 이 또한 혼란을 자초하는 격이다. 관련 부담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또, 업계에서는 어디까지를 유사 명칭으로 볼 것인지를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규제영향분석서 내 규제대안과 같이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또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거나 규제가 적용되는 의약품 명칭을 고려한 심사를 통해 제품 등록 단계에서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의 목적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있다. 시행에 앞서 식약처는 획일적이고 압박 위주의 단속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야 하겠다. 관리당국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2026-05-28 06:00:38이석준 기자 -
[기자의 눈] 다시 시험대 오른 약정원…이제는 정상화가 답[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학정보원이 또다시 대한약사회 현안 한복판에 섰다. 약국 청구프로그램과 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국가 디지털 인프라를 책임져 온 핵심 기관이지만 최근 약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조직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과 후유증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집행부의 PSP·PPDS 논란에서 시작된 갈등은 최근 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이슈로 이어졌고, 원장 직위해제와 해임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여기에 새 원장 체제 출범을 앞두게 되면서 약정원은 사실상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사실 약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플랫폼, 데이터 사업 등 경영과 관련한 문제는 물론이고 내부 조직 운영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불거지며 집행부 교체 때마다 약정원은 개혁 대상 혹은 권력 충돌 지점으로 거론돼 왔다. 이쯤되면 약정원은 단순 대한약사회 산하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약국 청구프로그램, 약국 IT 시스템 등의 공공사업과 조제 데이터, 외부 협력 등 조직사업을 동시 담당하다 보니 그 중요성만큼 조직 내부의 긴장과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단순 인사 문제로만 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원장 해임 과정에서는 조직관리 실패 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현장에서는 그 이상의 복합적 문제가 누적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업 방향성을 둘러싼 약사회와의 이견, 조직 장악력 문제, 내부 소통 갈등 등이 축적돼 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차기 원장 인선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신임 원장 체제에서 약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재정비 될 것인가에 쏠린다. 무엇보다 지금 약정원에 필요한 것은 조직 정상화와 신뢰 회복이라는 것이 약사사회를 넘어 약국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차기 원장 체제가 시작되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만 해도 적지 않다. 우선 청구프로그램 완전 전환 과제가 눈앞에 놓였다. 약정원은 당초 올해 6월을 목표로 PM+20으로의 완전 전환을 공언한 바 있다. 조제 데이터 사업 역시 숙제로 남아 있다. 약정원은 최근 새 사업 파트너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 구조와 데이터 활용 방향성, 수익 모델 등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보유출 논란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투명성과 신뢰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조직 안정이다. 최근 약정원을 둘러싼 분위기를 보면 사업 자체보다 사람 문제로 더 큰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직 내 갈등이 길어질수록 실무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약사회는 물론이고 신임 원장 체제의 약정원이 짊어진 짐의 무게가 커졌다. 무너진 조직 신뢰를 다시 세우고 흔들린 내부 체계를 안정시키며 약국가가 불안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 약정원에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덧붙여 최근 기자가 약정원 사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내부 문제와 경영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약정원은 특정 집행부나 일부 경영진만의 조직이 아니다. 전국 회원 약사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약사사회의 공적 자산에 가깝다. 조직 운영과 주요 사업, 경영 방향을 둘러싼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덮어야 할 내부 문제’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며 회원 사회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풀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조직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약정원은 지금 다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현 시점은 약정원이 앞으로 어떤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2026-05-28 06:00:36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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