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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장이 실망한 건 실패가 아니었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올해 7월은 제약·바이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기업들이 잇따라 악재를 내놓으면서 실망감이 극대화된 한 달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임상 실패나 허가 지연에 그치지 않았다. 기대를 키우는 데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결과가 예상과 달랐을 때 이를 설명하고 수습하는 방식은 미흡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충격이 컸던 곳은 HLB였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미국 진출이 또다시 좌절됐다. 이후 항서제약 제조소 실사가 자발적 시정조치(VAI)로 최종 종결되면서 재도전의 발판은 마련됐지만, 시장이 받은 충격까지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파트너사의 제조소 문제가 반복된 데다 관련 정보가 양사 간 제때 공유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글로벌 파트너십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코오롱티슈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실망을 안겼다.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 첫 번째 시험에서 공동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임상 결과 자체보다 논란을 키운 것은 이후의 대응이었다. 공시와 보도자료, 기자간담회 발표자료에 기재된 수치가 서로 달랐고, 결과 발표 전 주가가 급락한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 회사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위약 효과를 강조하며 오는 10월 공개될 두 번째 임상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이 먼저 요구한 것은 새로운 기대가 아니라 이미 공개된 데이터에 대한 정확하고 일관된 설명이었다. 펩트론도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일라이릴리와의 공동연구가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월 1회 제형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공동연구 대상에 마운자로 주성분인 터제파타이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경영진 발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펩트론 측은 특정 상업화 제품 하나가 아니라 복수의 차세대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직접 마운자로 월 1회 제형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기대가 장기간 커지는 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관심은 오는 10월 기술평가 계약이 실제 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로 옮겨갔다. 삼천당제약 역시 하루 만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회사는 FDA로부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개발과 관련한 Pre-ANDA 회신을 받았다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답변서의 핵심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스스로 규정한 호재보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원했다. 충분한 정보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만 앞세운 설명은 투자심리를 붙잡기는커녕 더 큰 변동성을 불러왔다.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낯선 일이 아니다. 임상은 실패할 수 있고 허가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신약을 시장에 내놓는다. 문제는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어떻게 알리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시장과 어떻게 소통하느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기대감을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기술수출 가능성이나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FDA 일정 하나만으로도 기업가치가 크게 움직였다. 그러나 기대감은 실적이나 데이터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근거보다 기대가 앞서면 현실이 조금만 달라져도 실망은 몇 배로 돌아온다. 상장사는 연구개발 기업인 동시에 공시 기업이다. 투자자는 희망적인 해석보다 정확한 사실을 원한다. 긍정적인 내용만 부각하고 불리한 정보는 뒤늦게 설명하거나, 공개 자료의 수치조차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번 잃은 신뢰는 임상에 성공하는 것 만큼이나 회복하기 어렵다. 올해 7월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기술 경쟁력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임상 결과뿐 아니라 정보 공개의 투명성, 기대 관리 능력, 위기 대응 방식까지 함께 평가한다. 악재 릴레이에서 시장이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었다. 이전부터 실패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한 태도였다. 기업들이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새로운 기대를 내놓기 전에 이미 제기된 의문부터 명확하게 해소해야 할 것이다.2026-07-24 06:00:40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임상 실패보다 아쉬운 코오롱의 태도[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수차례 실패한 뒤 다시 일어나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는 영웅 서사의 클리셰다. 넘어져 봐야 자신의 한계를 알고 좌절을 겪어야 비로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실패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런데 유독 '실패'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는 업계가 있다. 바로 바이오 업계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좀처럼 실패를 고백하는 법이 없다. 실패한 임상은 '절반의 성공'으로 둔갑한다. 일부 환자에게서 나타난 미미한 반응은 '약효 가능성 확인'으로 포장된다.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세우기도 한다. 코오롱티슈진도 익숙한 대응 방식을 되풀이했다. 코오롱티슈진은 개발 중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 미국 임상 3상(TGC-15302)에서 통증과 기능 개선이라는 두 가지 주요 평가지표 모두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핵심 지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회사는 어김없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이오는 결국 데이터로 성패가 갈리는 산업이다. 사전에 정한 핵심 지표를 충족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기준인 이 산업에서 '절반의 성공'이란 존재할 수 없다. 코오롱티슈진이 위약군의 이례적인 개선 폭을 이유로 약효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더라도 사전에 정한 공동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상 임상 결과는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신약개발은 본래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훨씬 큰 영역이다. 임상 3상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일은 글로벌 빅파마에도 흔하다. 시장과 투자자 역시 바이오 투자가 지닌 높은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임상 실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마주하고 대하는 기업의 태도와 소통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오롱티슈진의 대처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회사는 주요 평가지표 미달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를 앞세우는 데 집중했다.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공시와 보도자료, 간담회 발표 자료 간 주요 수치를 제각각 다르게 기재하며 혼선을 자초했다. 2차 평가지표의 경우 외신 배포 자료에는 담았지만 국내 보도자료에서는 제외하기도 했다. 불리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과도한 낙관론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코오롱티슈진은 과거에도 TG-C 허가를 자신했지만 결국 허가 취소와 장기간 임상 중단을 겪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번 임상 3상 결과 발표 전까지 공식 석상에서 성공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두 번째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면 한 건의 데이터만으로도 미국 규제당국 품목허가 협의가 가능하다며 기대를 불어넣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미국 임상 3상에 다시 도전한 코오롱티슈진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바이오 기업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은 시장과 언론 모두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같은 미봉책이 반복된다면 임상 실패보다 더 큰 신뢰의 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 코오롱티슈진에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고 결과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자세다. 앞으로 있을 임상 결과 발표에서는 조 단위 기업가치에 걸맞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소통을 이어가길 바란다.2026-07-23 06:00:42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규제 취지와 제약현장 사이의 간극[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약공장 살균제 이슈를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규제의 필요성과 현장 적용 사이의 거리였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과 살생물제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사전에 관리하고,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제도 취지는 필요하다. 다만 제도가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현장에서 곧바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의약품 제조현장처럼 이미 강한 품질관리 체계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작은 기준 변화도 여러 절차와 검증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하다. 살생물제품 관리 제도가 시행됐고, 제약공장도 기준에 맞는 소독제와 살균제를 쓰면 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현장에서는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도 단순한 구매 품목 변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안은 백신 제품 자체의 성분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살생물제가 백신 원액에 들어가거나 완제품에 섞이는 문제가 아니다. 쟁점은 제약공장의 작업실, 클린룸, 청정구역 등 제조환경을 소독하는 제품이다. 제약공장에서는 작업실과 클린룸의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소독제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안에서 관리된다. 특히 백신과 주사제처럼 무균 관리가 중요한 품목에서는 제조환경 자체가 품질관리의 일부다. 소독제 하나도 사용 구역, 사용 방법, 사용량, 교체 주기, 품질문서 안에서 관리된다. 새 제품으로 바꾸려면 기존 제품과 같은 살균 효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하고, 설비나 자재에 부식성·반응성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면 청소·소독 절차, 환경모니터링 기준, 작업표준서까지 손봐야 한다. 제도상 승인된 제품이라고 해서 곧바로 GMP 제조현장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과 제약공장의 무균환경 유지에 적합한 제품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처별 관리체계의 빈틈이 드러난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식약처가 관리하지만, 제조환경에서 쓰는 살균제는 환경부 규제와 맞물린다. 역할 구분은 타당해 보이지만, 의약품 제조소라는 공간에서는 두 영역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사업장 내 살생물제품일 수 있지만, 식약처 관점에서는 의약품 제조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GMP 관리 요소다. 같은 제품을 두고 규제의 시선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안전규제를 느슨하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교훈은 분명하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규제가 또 다른 공급 리스크를 만들지 않도록 현장 적용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감백신처럼 특정 시기에 공급돼야 하는 품목은 작은 변경도 부담이 된다. 소독제 교체와 검증에 시간이 걸리면 생산·출하 일정 관리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 취지를 지키면서도 제약 제조현장의 GMP 특수성을 반영한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유예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용 제품을 점검하고 제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규제는 촘촘해지고 있지만, 부처 간 경계에 걸친 현장은 종종 사각지대에 놓인다. 제약공장의 소독제 이슈는 그 단면이다.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이 왜 수개월의 검증과 문서 개정으로 이어지는지, 제도도 이제는 그 현장의 무게를 봐야 한다.2026-07-22 06:00:40황병우 기자 -
[특별기고] 약국 시장, 외부 자본을 막는 3개의 빗장지난 2편에서 우리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리고 소유가 아닌 지배를 겨냥한 자본 종속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들여다봤다. 계약서 곳곳에 심긴 통제 장치와 달콤한 제안 뒤에 숨은 낚싯바늘을 확인한 이상,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구조적 유혹을 어떻게 끊어 낼 것인가. 다행히 약국을 진입로 삼아 우회하려는 자본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는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에 걸쳐 하나씩 세워지고 있다. 약국의 문턱에서 걸러 내고,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실권을 쥔 손을 추적하며, 소비자를 향한 광고까지 규율하는 구조다. 이번 편에서는 약국을 자본의 지배로부터 지켜 낼 세 개의 빗장을 차례로 짚어 보고자 한다. 개설·운영의 빗장…약사의 이름 뒤 숨은 자본까지 추적한다 자본이 노리는 첫 관문은 언제나 약국의 개설 단계다. 이 문턱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빗장은 약사법이 못 박아 둔 하나의 원칙이다. 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1인 1약국’ 원칙이다. 약국은 약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그것도 단 하나만 개설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규정이야말로 면허 없는 자본이 여러 약국을 체인처럼 거느리며 지배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약국의 문을 여는 열쇠를 오직 약사 개인의 손에만 쥐여 줌으로써 자본이 약국의 주인 자리에 앉는 길을 처음부터 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 원칙은 주로 서류상 ‘개설 명의’를 중심으로 작동했다. 개설등록증에 약사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그 이름 뒤에서 자금과 인력, 매입과 수익의 귀속을 좌우하는 손이 따로 있다면 약국의 실질적인 주인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은 바로 이 빈틈을 겨냥했다. 약사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명문화함으로써, 하나의 자본이나 이해관계인이 여러 약국을 사실상 거느리는 편법의 고리를 끊어 낸 것이다. 오래된 ‘1인 1약국’ 원칙 위에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물쇠를 하나 더 채운 셈이다. 하지만 개설의 문턱만 잠근다고 방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개설등록을 마친 뒤 임대차계약이나 투자, 물품공급, 인력관리 등의 명목으로 자본이 슬그머니 실권을 행사한다면 간판만 약국일 뿐 운영의 주체는 이미 달라진다. 따라서 두 번째 빗장은 약국 안에서 실제 의사결정을 내리는 손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데 걸려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실권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약국 개설등록을 심사할 때 면허대여 등 불법 개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개설등록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약국 시설의 임대인이나 개설·운영 자금을 제공한 이해관계인이 임대 또는 자금 제공을 매개로 약국 경영에 개입하거나 약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개설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은 자금 흐름과 지배 관계를 확인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임대차나 투자라는 외형을 갖춘 우회적 개입을 개설 단계에서 걸러 내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서 뒤에 숨은 실질적인 지배의 손을 등록 단계에서부터 드러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여기에 지난 6월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약국의 불법 개설·운영 행위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단속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없어 자금의 출처와 수익의 귀속,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까지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속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약국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전진숙 의원의 법안이 약국 문 앞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라면, 서미화 의원의 법안은 이미 문을 통과한 사람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장치에 가깝다. 개설 단계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운영 과정에서는 자금과 결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두 빗장이 함께 작동해야 약사의 이름 뒤에 숨은 자본까지 비로소 가려낼 수 있다. 광고의 빗장…약국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못하게 한다 세 번째 빗장은 소비자를 향한 창구, 곧 약국의 표시와 광고에 걸려 있다. 자본이 약국에 침투하는 이유는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수익을 끌어모으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광고다. 그동안 현행법은 약국 개설자의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의약품 유통·판매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유형만 사후적으로 규제해 왔다. 병원·의원과 치과·한방 의료기관의 광고는 유형별 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고, 의약품 광고 역시 약사법에 따른 심의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직접 방문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상담받는 약국의 광고에는 사전에 걸러 낼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나 다른 약국과의 가격 비교 광고 등이 고소·고발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일선 약국에 혼란을 안겨 왔다. 지난해 11월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핵심은 의료기관 광고심의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약사법에 약국 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정 약국이나 약사에 관한 광고가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법하거나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광고를 미리 걸러 내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우월성 표시, 다른 약국과의 가격·경력 비교 등을 금지 대상으로 구체화했다.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암시하는 광고나 ‘창고’, ‘공장’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고 대량 소비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는 광고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규정을 위반하면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겼다. ‘창고’나 ‘팩토리’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약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쌓여 있다는 이미지는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과 같은 소비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약사의 상담과 복약지도, 환자별 안전관리라는 약국의 본질적 역할은 가격과 물량 경쟁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광고는 단순히 손님을 불러들이는 문구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약국이 어떤 공간인지 규정하고, 의약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좌우한다. 따라서 광고를 사전에 규율하는 일은 표현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약국이 의약품을 값싸게 쌓아 놓고 판매하는 유통 매장이 아니라, 약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책임이 작동하는 보건의료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개설에서 걸러 내고, 운영에서 추적하며, 광고에서 가려낸다. 세 개의 빗장은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지만 겨냥하는 지점은 하나다. 약국이라는 보건의료의 기반을 자본의 손익계산서로부터 지켜 내는 것이다. 물론 법과 제도가 촘촘해진다고 해서 약국이 저절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법안은 아직 발의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시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 모두에 빗장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회 안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약사 직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보건의료 질서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법과 제도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라면, 그 울타리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선택이다. 이어질 4회에서는 그 마지막 기둥, 곧 신뢰받는 약사로 서기 위해 갖춰야 할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하며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빗장은 밖에서 잠그지만, 그 빗장을 지키는 것은 결국 안에 있는 나 자신이다. [필자 약력]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2026-07-22 06:00:38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변화의 문턱에 선 제약영업 직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희망퇴직(ERP)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주요 제약사들이 잇달아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인력 효율화에 나서면서 ERP가 반복되고 있다. BMS와 MSD, 다케다에 이어 최근에는 노바티스까지 조직 재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영업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영업의 쇠퇴로 받아들인다. 디지털 마케팅이 확산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약 영업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경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역시 ERP를 추진하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반면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에서도 ERP가 반복되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최근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제약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의료진을 만나고 제품을 알리느냐에 있었다. 순환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시장을 이끌던 시절에는 영업망과 현장 활동이 성과를 좌우했다.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의료진과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은 시장의 문법이 달라졌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의약품 비중이 커지면서 경쟁은 영업력보다 임상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마커, 진료지침, 세분화된 급여기준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치료제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됐다. 이제는 라포보다 신약의 임상 결과의 임상적 의미, 기존 치료 대비 차별성, 급여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똘똘한 신약 하나가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시대가 됐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들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 하고 있다. 제품 구성이 바뀌면서 경쟁 방식과 영업의 역할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왜 변화의 중심이 영업조직인지도 여기에 답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제약사의 조직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디컬, MSL(Medical Science Liaison), 마켓액세스(MA) 등 의료진과 정부를 상대하는 전문 조직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 영업조직이 담당했던 기능이 보다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어지는 ERP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력을 줄였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어떤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가다. 근거 중심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영업사원들은 '얼마나 많이 만났는가'보다 '얼마나 수준 높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변화의 문턱에 선 영업 직군이 답해야 할 질문도 결국 전문성이다.2026-07-21 06:00:48손형민 기자 -
[데스크 시선] 의약품 구입 편의성이라는 이름의 독배[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오는 12월을 목표로 의약품 규제 완화 페달을 밟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은 가히 파격적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20개로 대폭 늘리고, 이른바 무약촌에서는 24시간 운영 의무조차 없는 일반 소매점까지 판매처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2월 24일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확대까지 맞물려 있다. 약사단체들은 즉각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약사회(회장 연제덕)는 "책임지는 사람을 지우면서 편의를 늘리는 방식"이라며 전국의 시·도지부에 연대 투쟁을 촉구했고, 서울시약사회(회장 김위학)와 경상남도약사회(회장 최종석) 역시 일방적인 졸속 행정을 멈추라며 성명을 쏟아냈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하나로 수렴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편의나 경제 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본질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정책적 일관성도, 명분도 잃은 ‘자기모순’의 극치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상비약 확대의 유력 후보였던 지사제 ‘스멕타이트’ 성분에 대해 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복용을 금지했다. 오남용 우려가 적고 안전하다던 약조차 시판 후 감시를 통해 위험성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 손으로는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며 약을 금지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약을 파는 매대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이 기준이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행정이다. 더구나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점포에까지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도 우려가 크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심야나 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라는 엄격한 전제 아래 예외적으로 허용된 제도다. 이 최소한의 규제마저 허물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제도의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꼴이다.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라는 것을 법에 명시한 이유는 약국이 문을 여는 시간에는 최대한 약국을 이용하고,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 불가피하게 진통제 등 약이 필요하면 편의점을 이용하라는 취지다. 편의점에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닌 심야시간 최소한의 약이라도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책 목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약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다. 아무리 안전하다는 상비약이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전문가의 복약지도와 체계적인 관리망이 빠진 ‘편리한 투약’의 대가는 결국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약물 오남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접근성을 높이는 올바른 해법은 안전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데 있다. 약사 단체들이 입을 모아 요구하는 공공심야약국의 전면 확대와 단골약사제 도입이야말로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안이다. 정부는 "사고가 나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사람은 편의점 점원도, 정책을 밀어붙인 장관도 아닌 약사뿐"이라는 현장의 경고를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조급하게 추진하는 편의성 확대는 결코 복지가 될 수 없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폭주를 멈추고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안전이 무너진 편의는 재앙에 불과하다.2026-07-20 06:00:42강신국 기자 -
[특별기고] 연결의 시대, 우리는 왜 다시 만나야 하는가요즘은 AI에게 말을 거는 일이 낯설지 않다. 보고서를 부탁하고, 축사를 다듬고, 환자에게 건넬 말을 함께 고민한다. 어떤 날은 하루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구하기도 한다. 단체대화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린다. 공지가 올라오고, 자료가 공유되고, 필요한 의견이 오간다. SNS에는 서로의 근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화상회의는 거리의 제약마저 없애 주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잘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주 외롭다고 말한다. 왜일까. 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나지만 정작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다. 환자의 고민은 누구보다 많이 듣지만 자신의 고민은 쉽게 꺼내지 못한다. 동네약국의 하루는 대부분 혼자다. 함께 출근하는 동료도, 점심을 같이 먹는 직장동료도 없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난다. 이번 연제구약사회 통합반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비슷했다.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요?", "제가 나이가 많아 대화에 잘 섞이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선배님들만 계시면 제가 괜히 불편하지 않을까요?" 신기하게도 세대는 달랐지만 걱정은 같았다. 혹시 나만 겉도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약국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약국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환자 이야기로, 가족 이야기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었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반회를 마친 뒤 한 회원이 남긴 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동료가 없는데, 오늘은 직장동료들과 수다를 나눈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이렇게 적었다. "사회적 친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요즘, 직장동료의 빈자리가 이런 만남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문장들을 여러 번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은 행사가 아니라 동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프로필 사진은 익숙했지만 표정은 잊고 있었고, 이름은 알았지만 목소리는 낯설어지고 있었다. 공지에는 답장을 달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정작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SNS는 정보를 전하는 데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AI는 더 좋은 문장을 만들어 주고, 더 빠른 답을 찾아준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끝에 함께 웃고, 잠시 침묵을 나누고,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은 아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공감은 기술이 만들어 주는 기능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이 주고받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약사는 생각보다 긴 직업이다. 정년이 뚜렷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평생 약국을 지킨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을 경쟁자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과,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일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처방을 보고, 같은 환자를 만나고, 같은 고민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과의 공감은 또 다른 깊이를 가진다. 그 공감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번 통합반회를 마치며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충분히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만나지는 못했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비대면 소통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기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속에서 공동체는 비로소 살아난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직업이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일수록, 어쩌면 우리는 더 자주 만나야 한다. [필자약력] -부산 한빛메디칼약국 대표약사 -연제구약사회장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전) 대한약사회 소통이사 -부산시약사회 학술정보나눔방 방장 -부산시약사회 마약류·약물중독예방센터 예방교육 강사2026-07-20 06:00:4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집합 연수교육 논란이 남긴 것[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대면에 해당하는 집합 연수교육이 이슈가 됐다. 집합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한약사회의 방침을 계기로 웨비나의 집합교육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고, 병원·산업약사 등 직역별 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상회의와 웨비나가 일상적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집합교육으로 볼 수 있는 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교육 방식은 연수교육의 접근성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형식에 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작 연수교육의 본질인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다. 전문직의 연수교육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법정 의무교육에 해당되지만, 그 출발점은 약사의 전문성 유지와 향상에 있다. 약사의 경우 새로운 치료 환경과 의약품 정보를 익히고, 변화하는 의료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수교육의 본래 목적이다. 그렇다면 교육 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이 그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연수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약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부 교육을 두고 특정 회사나 제품 중심의 강의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사진과 주제가 매년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보다 제품 설명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연수교육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약사회마다 우수한 강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회원들의 호응을 얻는 교육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정 의무교육인 만큼 교육의 질이 지역이나 강사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한약사회는 복지부 요구로 코로나19로 유연하게 적용됐던 집합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수교육 방향을 잡았다. 이번 개편 취지가 단순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교육 내용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의 학술성과 객관성은 충분한지, 특정 제품이나 기업 홍보로 흐르지는 않는지, 최신 치료지침과 임상 근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회원 약사들의 교육 만족도와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우수 강의를 공유하거나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 약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합돌봄, 방문약료, 전문약사 제도, 비대면진료, 인공지능 활용까지. 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연수교육이 다뤄야 할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연수교육은 단순히 평점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을 사회와 환자 앞에서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이번 집합교육 논란이 온라인과 대면 중 어느 방식이 더 적절한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7-16 06:00:40김지은 기자 -
[전문가 칼럼] 상가임대차 10년, 약국 권리금 포기는 금물필자는 변호사이자 약사로서 약국 관련 분쟁을 직접 수임해왔다. 상담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다. 10년간 성실하게 약국을 운영하신 약국장님들이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10년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시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판단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 후에도 약사님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1.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은 완전히 별개다 약사님들께서 약국 임대차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약사님에게 최소 10년간 안정적인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10년이 지나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러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는 전혀 다른 권리다. 임대차가 종료되더라도, 약국 운영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별개의 제도다. 10년간 운영한 약국에는 시설·장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골 환자와의 신뢰관계, 의료진과 구축한 처방 네트워크, 지역 내 약국으로서의 인지도와 신용도가 모두 권리금의 핵심 요소다. 이 가치들은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2. 대법원이 확립한 권리금 회수권 — 2019년 판결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19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 예외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임대인의 갱신거절로 임차인 이익이 침해되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바로 10년 초과 상황이라고 보았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만료를 권리금 회수 의무의 예외로 규정하지 않았다. 둘째, 10년이 지나도 약국이 형성한 고객·거래처·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된다. 셋째,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3. 임대인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 손해배상 청구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약사님이 신규 임차인을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임차인 주선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약사님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10년 운영 후 임대인의 비협조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약국장님, 암차인들이 법원에서 상당한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이 있다. 4. 권리금 회수 전략과 주의사항 권리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려면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 ① 6개월 전 서면 통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임대인에게 서면으로 권리금 회수 협조를 요청한다. 구두 통보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② 신규 임차인 적극 주선: 스스로 신규 임차인 후보를 찾아 임대인에게 소개해야 한다. 임대인이 거절하면 그 거절 의사와 이유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③ 합리적인 권리금 산정: 시장가격을 현저히 초과하는 권리금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임대료 연체나 신뢰관계 파괴 사유가 있었다면 권리금 회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권리금 분쟁은 복잡한 법적 절차가 따르므로,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다. 맺음말: 10년 후에도 포기하지 마시길 임대차기간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권리금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명확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7-16 06:00:3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소아 지사제 혼란, 깜깜이 행정이 키운 참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가 보건의료 현장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 적응증 전면 삭제는 식약처와 제약사, 의약단체간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맹점은 철저한 현장 소통의 부재다.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 환자의 설사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지사제의 소아 투여 금지 조치는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려졌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먹이던 약이 갑자기 '만19세 미만 복용금지 약물'이 됐음에도 정부와 제약사는 선제적 예방 조치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유예기간이나 대안에 대한 일언반구 안내도 없었다. 결국 폭탄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맞았다. 처방을 급히 수정하고 제품마다 19세 미만 복용 금지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며 구슬땀을 흘린 것은 의사와 약사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DUR 시스템 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지된 약이 처방·조제되는 대혼란까지 야기됐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허가 변경 사항을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제약사들은 뒷짐만 진 채 일선 유통망과 약국에 관련 사실을 신속히 공지하지 않았다. 약국가에는 소아 용량이 버젓이 기재된 구 패키지 제품이 그대로 방치됐고, 제약사가 약속한 스티커 제작·배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소아 보호자들의 정보 공백도 적지 않다. 가정 내 구비하고 있는 스타빅·포타겔 제품을 복용하거나, 성분과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지사제는 약사들 조차 가이드를 헷갈릴 처지다. '만약 스멕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확대됐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성찰도 나왔다. 그나마 병의원과 약국처럼 전문적인 스크리닝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혼란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수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없이 유통되는 편의점 매대에 약이 올려져 있었더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됐을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약은 없다'는 진실 또한 깨닫게 해줬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꽤나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기습, 방치 같은 용어에 집착하며 의약단체에 안내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문서상의 의약품 허가 사항이 변경되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적 통보만 툭 던지는 식약처의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예고제 도입과 DUR 실시간 연동 체계 고도화, 제약사의 책임있는 유통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사제 소아 적응증 삭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있다면 행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현장과의 소통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2026-07-15 06:00:46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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