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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갱년기 여성의 건강지킴이 '유산균 YT1'정용욱 교수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에 깊이 영향을 미친 지 어느덧 2달이 훌쩍 지났다.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회사의 회식이나 친구사이의 약속 등은 대부분 뒤로 미뤄지고 많은 회사에서는 재택근무까지 도입되어 남편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학원을 보내기도 어려워졌고 개학은 미뤄졌으며 그렇다고 바이러스를 부모님께 옮기게 될까 걱정이 되어, 연세 드신 부모님께도 맡기기 힘든 상황이다. 매일매일 식구들 식사 준비하는게 보통일이 아니고 청소할 것도 늘어나고, 이래저래 늘어난 가사노동이 많은 대한민국 여자들에게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 생리까지 끊어지면서 작은 일에도 화가 치밀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고 피곤하기만 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질환을 이겨내는 데에는 면역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가사노동, 가족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와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저하로 인해 급격히 면역력이 떨어져 혹시라도 크게 탈이 나는 건 아닌지 40-60대 여성분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우리 몸의 면역력이 각종 질환의 예방이나 치료에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이들 미생물들에 대한 각종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질에 사는 미생물과 이들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중요한 관심 연구 분야가 되고 있다. 과거의 연구가 주로 여성의 질내 세균과 임신, 출산, 질염 및 성매개 감염질환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 근래의 연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질내 세균 분포가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래에 갱년기 대표 증상과 유산균의 관계에 대해 몇가지 연구를 통해 간략히 짚어 보고자 한다.폐경 여성에서 호르몬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안면홍조와 골다공증을 들 수 있다. 여성호르몬의 감소가 이러한 갱년기 합병증의 근본 원인이지만 호르몬 대체 요법에 따른 유방암 증가 등의 합병증을 우려해서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산균이 이들 증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안면홍조는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대표적 증상이다. 흐르는 땀에 외출도 불편하고, 밤에는 잠도 자기 어렵고, 수시로 짜증은 치밀어 오르고, 한창 일할 나이에 여간 고생스러운 것이 아니다. 최근 덴마트 연구진이 안면홍조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폐경 여성에서 유산균과 콩의 일종인 레드클로버 추출물을 12주간 투여해서 하룻동안에 안면홍조의 발생횟수를 4회 정도 감소시키고, 안면홍조의 강도 역시 개선시키는 것을 확인했다.70-80대 골절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골다공증 역시 폐경 여성에서는 관심을 가져야할 질환이다. 골다공증과 관련해서는 스웨덴의 연구팀이 249명의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유산균과 골다공증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 다기관 무작위 전향적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유산균 및 위약을 각각 무작위로 투여하여 골밀도의 변화를 추적관찰 했고 그 결과 위약을 복용한 여성은 요추에서 1년동안 약 0.7%의 골소실이 관찰된 반면 유산균을 복용한 환자에서는 골소실 없이 골밀도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폐경과 함께 여성의 질내 세균분포에도 변화가 생긴다. 폐경이 되면 여성의 질내 글리코겐 농도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유산균도 감소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갱년기 여성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이 질건조증, 성기능장애와 같은 비뇨생식기 증상이며 전체 폐경환자의 약 50-60%에서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심한 환자일수록 질내에 유산균의 수는 적고 대신에 다른 다양한 세균이 질내 유산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를 통해 폐경으로 비뇨생식기 증상의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에서 경구로 유산균을 투여해서 질내 유산균이 회복되고 질건조증이나 성기능 장애 역시 개선되는 것을 증명해 유럽산부인과학회지에 보고했다.잦은 방광염 역시 폐경 여성에서는 매우 괴로운 질병이다. 특히 방광염은 폐경 이후에 그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30-50%의 여성에서 치료 이후에 재발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잦은 항생제의 복용은 자칫 항생제 내성균이 자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질내 유산균은 비뇨생식기계통에서 젖산과 과산화수소 등을 생산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나쁜 균들이 비뇨생식기 표면에 붙는 것을 억제하며 우리 면역계를 자극하여 항균 작용을 하게 된다. 실제 일본 연구진에 의한 연구에서 재발성 방광염 환자에서 질정을 이용한 질내 유산균 투여를 통해 별도의 부작용 없이 방광염의 재발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지금까지 폐경된 여성에서 유산균의 효능을 요약해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런 효능과 관련된 연구들이 대부분 외국에서 시행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여성건강을 위한 유산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국내 유일의 식품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유산균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유익균인 Lactobacillus acidophilus를 이용한 균주인 YT1을 개발했다. L. acidophilus의 경우 국내외에서 치즈나 요거트와 같은 발효가 필요한 식품에서 발효균으로 사용되며 오랫동안 섭취해 온 균주로 그 안정성이 보장된 균주이다.이번에 개발된 YT1은 효과면에 있어서도 폐경 유발 동물 모델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골밀도의 개선 및 우울증 관련 행동의 개선을 확인했으며 국내의 갱년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시험에서 12주간의 해당 유산균 투여를 통해서 안면홍조, 불면증, 우울증과 같은 갱년기 대표증상을 많게는 50%까지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줬다. YT1은 국내에서 갱년기 환자의 임상증상 및 각종 합병증을 개선하는 것을 증명한 여성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유산균이다.2018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5세를 넘어섰다. 평균 폐경 연령이 약 50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그마치 35년을 여성호르몬의 도움 없이 살아야 한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하려면 갱년기의 고통을 잘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며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작용 없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약이라면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여성의 갱년기 건강을 지키면서도 부작용 없는 여성을 위한 유산균이야 말로 진정한 여성의 건강지킴이가 아닐까 싶다. 정용욱 교수 프로필 -연세대 의대 의학과 졸업-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임상연구 조교수-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조교수-미국 예일대 의대 유전학 교실 교환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 부인암 분과 전문의-대한의학유전학회 편집위원-대한비뇨부인과학회 건강보험위원/기획위원2020-04-16 10:15:31정용욱 차병원 교수 -
[기자의 눈] 4년전과 다른 명문제약 자금조달 현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명문제약이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2016년 유증으로 224억원을 조달한지 4년만이다.주주에 SOS(주주배정 실권주 일반공모)를 보내는 자금 조달 방식은 동일하다.차이점은 명문제약의 자금 조달 아래 놓인 '상황'이다.기업의 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 평가는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일반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유증에 나선다면 주가 상승 등 호재로 작용한다. 반대로 목적이 차입급 상환 등일 경우 회사에 돈이 없다는 부정 시그널을 줄 수 있다.명문제약의 이번 유증은 후자에 가깝다.명문제약은 300억원 조달시 채무상환에 166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매입채무상환 60억원까지 더하면 전체의 약 75%를 빚 갚는데 사용하게 된다. 명문제약도 이번 유증 자금 '1순위 사용처'를 '차입금 상환'으로 명시했다. 차입금 상환이 시급해 조달에 나섰다는 의미다.자체 현금이 부족하니 외부 자금에 의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명문제약의 지난해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억원에 불과하다. 단기금융상품 66억원을 더해도 75억원 수준이다.같은 시점 단기차입금은 883억원이다. 총차입금(1024억원)의 88% 수준이다. 1년내 갚아야할 차입금이 900억원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4월 8일 증권신고서 기준으로는 단기차입금이 1024억원으로 늘은 상태다.자체 현금 부족은 실적 부진과 연동된다.명문제약은 지난해 14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29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영역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지표들이다.2016년 유증과는 다른 상황이다.당시 유증 목적은 '공장증설자금'이다.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영업이익(10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시장 반응도 다르다.2016년 유증은 당초 169억원 조달이 목표였지만 유증 발표 후 주가 상승으로 최종 224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기존 계획보다 55억원 증액이다. 미래 성장 기대감과 실적 등이 반영된 결과다.이번 유증은 발표 초반이지만 주가는 빠지고 있다.명문제약의 4월 10일 종가는 5200원이다. 유증 발표 전날인 4월 6일 종가(6750억원)과 비교해 23% 빠졌다. 이대로라면 명문제약은 300억원 조달 목표에 미달할 확률이 높다.4년전과 같은 주주 대상 유증이지만 명문제약 '상황'과 시장 '반응'은 크게 달라졌다.2020-04-13 06:15:58이석준 -
[사설] 벌크 마스크 현장 불만, 방관할 일 아니다나라의 수준이 높아지면 국민 의식수준과 니즈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고 보건의료에 대한 의식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 분야, 특히 요양기관의 질적 수준은 양적 팽창에 비례해 온 게 사실이다. 근 몇년 내 개원·개국한 요양기관의 면면만 보더라도 처방·투약의 질적 서비스 향상뿐만 아니라 그 공간 안에 있는 모든 물품도 마치 백화점의 그것처럼 깔끔하고 화려하기까지 하다.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벌어진 마스크 (수급)대란은 이와는 조금 별개로 전개됐다. 국가 비상으로 번진 감염병 사태에 전세계에 동이 난 건 비단 진단키트와 손소독제만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정이 나은 우리나라는 가격 폭리와 매점매석 등을 우려한 정부의 공적마스크 대책이 일찍 시행됐고, 최대 유통망인 약국의 협조 덕에 조기에 안착됐다. 내로라 하는 선진국들의 대응 행태만 보더라도 이는 약국과 소비자 모두가 공동체라는 인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공적마스크는 값 싸고 품질 좋은 예방용 마스크를 최대한 빠르고 고르게 분배하기 위해 정부가 콘트롤타워를 자처해 생산과 공급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계속됐고 그 분위기 속에서 공급이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약사들은 보건의료 최전방에선 자신의 약국을 이른바 '도떼기시장'으로 내어줬다. 밝고 깔끔하고 청결한 이미지의 약국을 이렇게까지 내어준 것에 시장논리는 배제돼 있는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 가운데 약사들은 제 할 일을 다 했다.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어서 일주일에 고작 2장으론 매우 부족했지만 자신의 것을 나누고, 가족의 것을 보태어 부족함을 기꺼이 감내했다. 추운 날씨, 약국 앞에 기다란 행렬이 줄을 이어도 갈등 한 번 없이 묵묵히 제 차례를 지켰다.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갔지만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을 유지하려면 일부 '벌크 마스크' 유통이 불가피 했다. 이런 일련의 맥락에서 약국과 소비자 모두 마대에 실려 배송되는 벌크 제품을 그럭저럭 수용했다.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조를 보이고 공적마스크 생산·유통도 늘어나면서 비상사태의 긴장감은 한층 누그러졌다. 마스크 만큼은 그렇단 얘기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문제가 골치다. 공급이야 한 숨 돌렸다 치더라도 소비자의 높은 니즈는 다시 살아났다. 나라가 온통 마스크 대란으로 난리통이었을 때는 온 이목이 수급이었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감내했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얘기다. 소분과 개별포장 제품이 뒤섞여 나오는 부분에 소비자들은 품질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제품명과 인증표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10매 이상 벌크 마스크부터, 마스크가 오염된 상태거나 심지어 이물질이 검출된 사례도 제보되고 있다. 덕용이다보니 일부 포장에는 한두개가 모자라는 수량부족 불량포장도 발견된다. 예전엔 어떤 물건을 담았을 지 모르는 마대나 자루에 뒤엉켜 배송되는 마스크를 일일이 배분하느라 약국은 불필요한 갈등에 맞서고 시간을 허비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어떤 소비자는 약국에 환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보건소에 민원까지 넣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마스크 대란이 수그러든 만큼, 벌크 마스크 소분 포장 제품은 이제 소비자에게도 약국에도 짐이 돼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는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감염병 목적의 공적마스크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1인 구매 수량만큼의 개별포장 출하 의무화 또는 마대 포장 근절, 생산·유통 단계에서의 위생관리 등 현장의 목소리가 시급히 반영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2020-04-13 06:14:0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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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총선 정책건의서로 본 약사회 전략총선이나 대선 같은 큰 선거가 있으면 수많은 단체들이 정책 건의서를 주요 정당에 전달한다. 단체의 요구사항을 정당에 제시하기에는 유권자의 한 표가 아쉬운 시점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나 의협 같은 보건의료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각 직능단체가 제출하는 정책 건의서를 살펴보면 그 단체의 원하는 바와 기본 전략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 총선에 약사회은 과연 어떤 정책들을 건의했는지 살펴보자.우선 약사회가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처방전 재사용(리필)제가 이번에도 들어있다. 의협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건의서에는 리필제라는 말 대신 재사용 또는 분할조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해외의 경우 처방전에 의사가 몇 번까지 리필 조제가 가능한지 표기해서 발행한다. 반면 약사회는 180일 이상의 장기처방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한 번에 많은 약을 조제받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제받은 약이 변질될 수 있고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관리도 어려우니 분할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장기 사용이 필요한 피부질환 외용제 처방의 재사용이나 천식 환자의 필수 약품인 벤토린 에보할러의 리필 조제가 더욱 와닿고 필요할 수 있다.또한 종합병원 환자의 대부분이 문전약국에서 조제를 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환자 입장에서 여러 번으로 분할해서 조제받는 것을 선호할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단골약국 이용이 활성화되면 분할 조제가 지금보다 더욱 매력을 지닐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삭센다 등 오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자가투여 주사제의 원외 처방 의무화를 제안한 것은 이번 건의서에서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사제는 의약분업 예외 대상이어서 오남용, 투약오류, 관리소홀의 위험이 늘 존재한다. 처방이 발행돼 약국에서 투약된다면 사용 현황이 투명하게 드러나므로 오남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특히 향정신성 주사제의 오남용 및 관리 문제는 약의 전문가로서 약사들도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다.약사회의 최우선 정책 과제라 할 수 있는 성분명 처방은 이번 건의서에서 전면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성분명 처방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정책을 추천한 것이 눈에 띈다. 신약이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 약품 명칭은 INN(국제일반명)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그 중 하나다.INN은 성분을 지칭하기 위한 국제 공통 명칭이므로 이렇게 할 경우 약품 성분이 곧 의약품의 명칭이 된다. '대웅 록소프로펜', '일동 록소프로펜' 이런 식이다. 이러한 명칭이 보편화되다 보면, 브랜드만 다를 뿐 어차피 같은 성분이라는 것을 환자들이 인지하게 되므로 대체조제에 대한 반감도 줄어들 수 있다.제네릭 약품의 품목 수를 줄이고 오리지널 약에 비해 제네릭의 약가를 충분히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성분명 처방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수많은 제네릭 품목이 난립하다보니 제약사들은 리베이트에 의존한 영업을 하게 되고, 국가가 후하게 인정해주고 있는 제네릭 약값은 리베이트 비용 마련의 원천이 된다. 리베이트로 영업하는 풍토가 근절돼야 상품명 처방을 고집할 이유도 사라진다.약사회는 그동안 ‘성분명 처방’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 작금의 ‘상품명 처방’을 대치하겠다는 구도로 접근했으나 이는 의약사 밥그릇 싸움의 모양새로 비춰져 국민과 시민단체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제도 자체를 당장 관철하는 대신, 길게 보고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다만 INN 도입의 명분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투약 오류 방지인 만큼, 일선 약국에서 조제약 정보가 출력된 전산봉투 사용을 장려하는 등 환자가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다양한 시책이 동반돼야 한다. 의약분업 때 도입됐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지역처방의약품목록을 되살리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 봄직하다.의약사 전용 건강기능식품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있다. 취지는 좋으나 그보다는 일반의약품 시장을 살리고 편의점용 안전상비의약품을 축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이다. 약국에서 일반약을 소비자가 지명해서 구매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약사와 상담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는 등 일반의약품 부문에서 약사의 역할이 자꾸 축소되는 현실 속에 이를 타개할 정책이 이번 건의서에 하나도 제안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우려스러운 것은 약사회가 전향적으로 건의한 전자처방전 도입을 위한 표준 마련이다. 약사회는 이번 건의서에서 전자처방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공들여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전자처방전은 원격의료가 시행되기 위해선 반드시 도입돼야 하는 제도다. 원격의료 시행에 찬성 입장인 상급종합병원들이 전자처방전 도입에도 긍정적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전자처방전 도입이 원격의료와 조제약 택배 시행에 일조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약사회는 전자처방전을 통해 종합병원과 문전약국의 담합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환자와 약국 사이에 전자처방전 업체라는 새로운 중간자가 생겨남에 따라 업체가 약국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전자처방전이 도입된다면 일선 약국의 처방전 수용 방식에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과연 면밀히 검토를 해본 것인지 묻고 싶다. 회원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일수록 의견 수렴과 토론 과정을 먼저 거쳐야할 텐데 불쑥 제안부터 하고 본 이번 조치는 무책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조찬휘 집행부 때도 약사회는 매번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제안 내용을 보면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고려하지 않고 약사회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번 건의서는 약사회의 정책이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숙고한 흔적이 보인다.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좋은 정책을 제안해도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실현되기 어렵다. 대부분의 정책이 반대하는 상대 단체가 있는 상황에는 더욱 그렇다. 약사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약국에서 매일 약사를 접하는 국민에게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신뢰가 쌓여 밑바탕이 될 때 약사들이 국민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제안하는 정책도 하나씩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유창식 약사 이력 의정부 센트럴약국장 (현)새물결약사회 회장 (전)아로파약사협동조합 이사장 (전)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의장2020-04-12 22:38:26데일리팜 -
[칼럼] K-Bio 역량강화, 꼼꼼한 품질관리는 필수실적 시즌이라 '4분기 적자가 속출하고, 불순물 파동이 제약 생태계를 덮쳤다'는 보도를 보면서 관련된 많은 기업들이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본다. 또한 그와 관련된 영업이익 차이로 제약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음도 본다. 그리고 최근 전세계 제약산업의 품질관리는 유효성분 중심에서 극미량의 불순물 관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음도 본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로 이제 꼼꼼한 제약분야의 품질관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2018년 6월에 시작한 의약품의 '불순물 파동'은 일반 국민에게는 그야말로 이름도 생소한 니트로소아민류라는 불순물로서, 중국의 한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 이후 이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제약기업과 정부 규제당국의 안전관리 지침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최초로 발사르탄 불순물 문제를 일으킨 중국의 당해 제약사는 기존의 제조방법에 의해 생성되는 주요 불순물을 감소시키고, 생산수율을 높이기 위해 소위 획기적인 '새로운' 제조방법을 고안해내었고 그 결과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이 안전한(?) 원료의약품을 전세계에 판매했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하고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던 원료에 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새로운 불순물이 혼입되어 있을 줄은 전세계 제약사들도, 정부 규제기관도 사건 발생 전까지는 전혀 예측조차 못 했던 것이다.갑자기 닥친 불순물파동으로 많은 어려움과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제약사들은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니자티딘 모두 해외보다 후속 조치가 강경하게 이뤄졌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다 건너 유럽과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나라보다 약하지 않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즉 이 기준은 모두가 감당해야하는, 맞닥뜨려 이겨나갈 수밖에 없는 숙제라는 것이다. 해외 정부 규제기관 관계자들조차도 사석에서는 조금 심한 조치라는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국민 보건을 위해서는 규제기준이 깐깐할수록 좋겠지만, 너무 깐깐한 규제기준은 제약사로 하여금 생산을 꺼리게 하여 시장에서 약물 부족 또는 고갈(drug shortage)을 야기시킬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불순물인 발사르탄 중 NDMA 허용 기준은 전세계 대부분 규제기관이 0.3 ppm이하로 잡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깐깐하게 설정된 것이다. 이 기준은 '체중 50kg인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1일 최대 복용량인 320mg의 발사르탄을 70년간 매일 섭취할 때, 10만명 중 1명이 암을 일으킬 확률'의 순도이다. 제약사들은 발사르탄 제조시 NDMA 불순물을 그 기준인 0.3ppm 이하로 관리해야한다는 뜻이다.더구나 이 기준은 전세계 제약산업 관리 방향을 주도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합의안이므로 국내 판매 뿐 아니라 수출을 위해서도 지켜져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 정부와 업계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제약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일 것이다. 근래 전세계적으로 불순물 관리가 품질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고 그 핵심 포인트는 ICH 가이드라인 중 유전독성불순물(M7)과 금속성불순물(Q3D) 가이드라인이므로 이 분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ICH M7가이드라인에서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NDMA와 같은 N-니트로소화합물과 아플라톡신류 및 알킬아족시 화합물류의 불순물 관리에 특히 주의하도록 권하고 있다.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원료의약품 제조사는 불순물지도(impurity map)를 통한 원료관리를 생활화하여 생성 가능한 불순물을 사전에 꼼꼼히 관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경우 연구소와 제조공장 그리고 원료 구매부서가 상시 소통하고 많이 논의하여 불순물 생성 또는 혼입을 막고 양질의 의약품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약품 제조시 QbD 개념의 기본이다. 그리고 용매의 재사용 시 예기치 못한 불순물이 혼입되지 않도록 최대한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또한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니트로소화합물류 불순물에 대해서는 회사 자체적으로 동시분석법을 셋팅하고 제조방법의 변경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스크리닝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이러한 불순물은 그 기준이 점점 더 까다로워질테니 부단한 저감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완제회사는 원료의약품 공급업체실사(Vendor Audit)등을 통하여 좀 더 꼼꼼한 원료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자체적으로 원료 분석시스템을 확보하여 원료공급원 교체 시 또는 수시로 제품 품질을 스크리닝하여 불순물 혼입을 사전에 막는 등 꼼꼼한 품질관리가 권장된다. 특별히 저렴한 원료는 좀 더 까다로운 잣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리고 원료의약품 뿐만 아니라 철저한 첨가제 품질관리도 필요하다. 탈크사태가 준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조금 아끼려다 소탐대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꼼꼼한 품질관리는 수시로 닥쳐오는 온갖 불순물 파동에서 기업을 지켜줄 것이며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해 줄 것이다.일반 소비자들은 정부와 제약사, 그리고 의료인을 믿고 복용지침에 따라야 할 것이다. 언론도 신뢰 풍토 조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사건이 터졌을 때 외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규제당국을 믿고 기다려주는 미덕이 참으로 아쉽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과할 정도의 깐깐한 글로벌 기준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규제시스템을 신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약을 복용해야 치료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20년 세계 속에서 K-Bio역량이 비상하는 멋진 한 해가 되기를 전심으로 기원한다. 김나경 전 대전식약청장 이력 ◆학력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졸업('84) 동대학원 약품분석 석사('86) 독일 Kiel대학교 약학박사(약품화학) ('92)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18.2)◆경력 독일 Kiel 대학교 약학연구소 연구원(Halbtagsangestellte)('89.3~'92.4) 대구가톨릭의료원 약국장('96.1~7)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시험분석실 연구관('96.7~'98.10)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평가부 화장품평가팀장('08.4~'09.4)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 ('18.2~'19.2)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 퇴임('20.1)2020-04-12 22:16: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암에 코로나까지…만병통치약 구충제[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이쯤 되면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암 치료에 이어 만성질환인 비염, 당뇨, 아토피는 물론이고 전 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잡는다는 그 기적의 명약이 다름 아닌 구충제다.지난해 펜벤다졸(동물용 구충제)이 암치료에 좋다는 유튜브 영상이 돌면서 관심 받기 시작하더니 알벤다졸(인체용 구충제)로 옮겨오며 비염에 당뇨, 아토피까지 치료 기전이 확대됐다.최근에는 알벤다졸이 코로나19의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고, 이버멕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내 죽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구충제 열풍을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소비자의 높은 관심은 일선 약국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펜벤다졸은 물론이고 알벤다졸 역시 수개월째 품절이 이어지고 있는데 더해 최근에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이버맥틴 제품을 찾는 문의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요즘 약사들 사이에서는 구충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작 정상적으로 구충제를 복용해야 하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없어 실구매자들에 약을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근거 없는’ 구충제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가짜 뉴스를 전하는 매체와, 이를 확산시키는 소비자들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들도 의료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속 무작정 매체와 그 매체의 소비자만을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그렇다면 이를 제어할 전문가와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데, 과연 약사와 현재 품절 사태를 겪고 있는 구충제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물론 대다수 약사들은 임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효과를 바라는 소비자의 구매를 제한하고, 적절한 복약지도를 하려 애쓰고 있다. 재고가 워낙 없어 판매가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일부러 구매 가능 개수를 제한하는 약국도 있다.하지만 펜벤다졸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알벤다졸 역시 ‘대량 입고’, ‘대량 구매 가능’을 자랑인 듯 홍보하는 일부 약국의 모습은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건 사실이다.최근 한 의약품 온라인몰이 자사 제품인 알벤다졸을 특정 시간대 한정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인 것도 곱게 보이지는 않는 대목이다. 이 업체가 준비한 수량은 5분 이내 동이 났고,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주문이 몰리면서 서버 트래픽으로 인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분명 구충제는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이다. 정기적으로 복약할 시 골수 조혈기능 억제로 인한 백혈구 혈소판 감소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본래 목적 이외나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근거 없는 구충제 열풍에 약의 전문가인 약사와 의약품 제조, 유통에 신중함을 기해야 할 제약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바로 거기에 있다.2020-04-09 18:10:16김지은 -
[기자의 눈] 공적마스크 소분을 보는 다른 생각[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공적마스크 공급 관련 약국의 가장 큰 불만은 소분이다. 지난주 공적마스크 공급량은 총 6726만개로 전주 대비 615만개 가량 증가했다.하지만 마스크 공급 초창기부터 문제시 되던 덕용포장 배송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요원하다. 군인력을 투입해 소분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정부 약속도 희망고문이 됐다.오히려 공급에 여유가 생기면서 일부 지역에선 소분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와 민원이 늘었다."4월까지만 소분하면 해결되니 조금만 힘내주세요"라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괴로운 건 소분 종결에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피로가 누적된 약사들은 정부와 약사회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그렇다면 정부는 벌크 포장된 마스크의 공급과 약국 소분 업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5일 식약처와 조달청 관계자는 위생 등을 고려해 1매 포장 생산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에는 모두 공감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현 공급량으로는 낱개포장으로만 선별 공급하면서 공급량을 축소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1매 생산으로 모두 전환하려면 추가 공정이 필요한 공장, 낱개로 전환했을 때의 생산 속도 등을 고려해봤을 때 일 공급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현재 공급량으로 단순 계산해보자면 주 6700만장의 마스크는 국민 1명 당 2개씩 배포도 넉넉지는 않다. 따라서 조달청에서는 매수 당 가격만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장에 대한 분류나 기준을 정해두고 있지 않았다. 아직까진 최대한의 공급량을 확보하는데 집중돼있기 때문이다.조달청 관계자는 "약사들이 긴급상황에서 희생하며 협조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1매 생산으로 더 위생적으로 공급하면 좋겠지만 현재는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식약처도 마찬가지다. 처 관계자는 "일 생산량이 1000만장 내외로 한정돼있다. 주 6000~7000만장인데 국민 5000만명이라고 계산했을 때 많지 않다"면서 "일부 안정이 됐다곤 하지만 지역별 편차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소비량이 확연히 줄어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300만장을 생산해도 여유가 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현재로선 4배 가량을 생산해도 부족하다"면서 "수요가 조금 줄긴 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라고 했다.결국 정부는 1매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선 수요가 더 안정화돼야 하고, 현재로선 시기상조로 보는 것이다.개학과 해외 상황 등의 변수를 고려해보면 수요가 완전히 안정화된다는 것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정부의 무책임함은 오히려 이같은 판단 이후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동안 정부는 약국에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불가피한 마스크 소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한 적은 없다.약국에 재고가 조금씩 생기는 현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비상 상황인만큼 약국 약사들이 소분 업무에 협조해달라는 요청만 거듭할 뿐이다.만약 마스크 대란 초창기부터 정부가 "마스크 공급량을 최대한 늘려야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소분된 마스크를 구입해야 합니다"라고 안내했다면 민원을 모두 떠안아야 했던 약국가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또한 100% 낱개 생산으로 전환할 수가 없어 소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다만 공적마스크의 낱개 생산량과 벌크 생산량을 집계해 공개할 수는 없었을까. 오늘도 약국가에선 복불복의 심정으로 마스크를 배송받고 있다.정부의 공적마스크 수급 관련 고시는 6월 말까지다. 정부는 "고시가 끝날 즈음엔 안정화 되겠지"라며 지켜보는 수동적 태도보다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봐야 한다.2020-04-06 19:05:16정흥준 -
[기자의 눈] 코로나 약국 경영손실, 진짜가 필요해[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선 보건의료기관과 함께 약국경영도 직·간접 피해를 입었다.공적 마스크 물량 80%를 약국이 소화하면서 소비자 불안과 불만 창구도 약국으로 사실상 일원화했다.그런데도 아직까지 약국 대상 코로나19 경영손실 정책은 감감 무소식 같아 보인다.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 시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에서 정부·지자체 직권 폐쇄명령으로 직접 피해가 발생한 병·의원과 약국 손실보상 지원금은 포함했지만, 사실상 폐쇄에 준하는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 약국의 지원책은 미처 담지 못했다.확진자 발생·방문 등 사유로 폐쇄가 확정된 병원의 문전약국들은 '준폐쇄' 수준 경영피해가 불가피한데도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에 놓였다.코로나19 확진자 진단·치료하는 선별진료소나 치료전문병원 지정 보건의료기관 인근 약국도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정책 미흡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내주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전문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이 같은 사례의 약국 피해보상안을 논의한다.이에 대한약사회는 확진자 직접 노출 기관 등을 선별하고 현 규정이 명시하지 않은 예외적 사례도 수집해 제출했다.정부는 미처 미리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직·간접 피해 약국의 피해보상안을 촘촘히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긴급경제대책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에서 약국 직접지원금 목록을 뺀데 이어 초저금리 대출 신청가능 범위에도 약국을 포함하지 않았다.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통상적으로 고신용 은행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더 곤경에 처한 소상공인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배제했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정부는 이번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 대비 수준 높은 질병 검진력과 방역력을 대내외 입증했다고 자평 중이다.코로나 확진자 증감 수치와 동선을 실시간으로 디테일하게 대국민 공개하면서 예상치 못한 경영 피해에 직면케 된 기관도 증가했다.촘촘한 방역에 나선 만큼 촘촘한 보건의약기관 경영피해 지원책을 명확하게 내놓을 시점이 됐다.경영 피해 산출 산정방식에서부터 예기치 못한 예외적 피해사례를 선정하는데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담는데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전례없는 감염병 사태로 온 사회와 병·의원, 약국이 혼란에 빠졌다. 메르스 때 경험으로 이번 코로나는 비교적 발 빠르고 폭넓은 방역이 실현됐다는 게 정부 스스로의 평가다.자기평가에 걸맞는 수준의 약국 손실 지원을 위해서는 신규 피해 사례를 폭 넓게 수용해 보상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현재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 적용 범위에서 약국은 초저금리 대출 신청 분야에서 배제됐다.약국 약사는 상황이 더 열악한 소상공인 대비 신용이 높아 정부 지원 초저금리 대출이 아니어도 일반 대출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초저금리 대출을 제한한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약국 대비 더 곤경에 처한 소상공인을 우선 지원한다는 취지에 일부 공감이 간다.이 공감 폭을 더 넓히려면 공적 마스크 전담으로 코로나 방역에 가담하고 또 예기치 못한 의료기관 폐쇄로 상당한 경영 피해를 입은 약국가 손실을 보상할 합리적 보상책이 나와야 한다.2020-04-03 15:57:06이정환 -
[데스크 시선] 젤잔즈 허가변경에 대한 단상화이자 JAK 억제제 젤잔즈(토파시티닙시트르산염) 적응증 중 하나인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10mg 고용량 처방에 주의사항이 추가됐다. 이는 미래의 잠재적 부작용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한 중대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혈전증을 포함한 심혈관 리스크가 정상인보다 2배 가량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조치는 처방의와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다. 화이자는 최근 허가변경을 통해 사용상 주의사항 경고에 '혈전증의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는 이 약의 사용을 피하고, 효능효과·용법용량에 관계없이 혈전증의 징후·증상이 있는 환자는 긴급히 평가, 혈전증이 의심되면 이 약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화이자의 이번 허가 변경은 지난해 발표된 TNF 억제제와 젤잔즈의 허가 후 안전성감시 연구 중간분석 자료 결과에 기인한다. 분석 자료를 보면 젤잔즈 1일 2회 10mg 투여군 3884인년당(patient-years) 폐색전증 19례, 사망 45례인 반면 TNF 억제제 투여군은 3982인년당 폐색전증 3례, 사망 25례로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 FDA는 해당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7월경 젤잔즈 적응증 중 하나인 궤양성대장염에 대해 1차 치료제에서 2차 치료제로 허가 사항을 변경했다. 유럽CHMP는 같은 해 11월, 대안이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 혈전 위험성이 높은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에게 젤잔즈 1일 2회 10mg 유지요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2020년 1월 31일자로 유럽의 허가사항(SmPC)이 변경됐다. 초기 8주 동안 고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경우, 혈전증 위험이 있는 환자는 투여를 시작하지 말고, 위험군 환자의 경우 타 약제로 바꾸라고 권고한 것이다. 국내 식약처도 미국·유럽에 이어, 지난 2월 말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미국 당국의 허가후 안전성감시 연구였던 해당 연구 내용을 검토하고, 식약처의 안전관리 절차 및 안전성 유효성 검토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궤양성대장염 적응증으로 젤잔즈를 처방받는 환자는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다행히 그 기간동안 심각한 부작용 발생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는 고용량 처방·복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중대한 부작용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좌고우면치 않고 신속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그러나 모든 허가변경 사항은 외국 정부 조치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허가당국의 리뷰 절차에 따라 별도 검토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기인한 금번 허가사항 변경 내용에 따른 올바른 처방과 복용이 더욱 중요하다. 무조건 고용량에 대한 처방을 금기하는 것이 아니고, 혈전증 고위험 환자에서는 사용을 피하고 보다 주의를 기울여 처방하라는 것이 이번 허가사항 변경의 요지다. 류마티스관절염·건선성관절염·궤양성대장염 등 모든 적응증에 쓰이는 전체 TNF 억제제의 연간 외형은 2400억 수준이다. 해당 시장에서 TNF 억제제가 아닌 새로운 기전의 신약으로 등장한 젤잔즈의 매출은 류마티스관절염과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해 대략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에서 젤잔즈의 연간 약제비는 약 950만원(10mg정당 1만9488원/5mg 정당 1만1836원/1년 기준/induction 8주 10mg*2T, maintain 44주 5mg*2T)으로 다른 TNF 억제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급여 혜택으로 실제 환자의 약제 부담은 10% 정도다.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경구용 약물인 JAK 억제제 젤잔즈는 지난 십 수년간 주사제 중심의 TNF 억제제가 주를 이루던 궤양성대장염 시장에 주목받는 신약으로 출시됐다.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약물인 만큼, 폐색전증 부작용 이슈는 민감한 이슈다. 관련해 리얼월드 데이터 및 장기간의 임상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젤잔즈의 투약편의성-안정적 효과를 믿고 약을 처방·복용한 의사·환자들에게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발빠르게 전달돼, 환자들로 하여금 부작용 위험은 최소화하고, 최선의 치료효과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화이자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2020-04-02 06:24:59노병철 -
[기자의 눈] 공적마스크와 약사들의 건강[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약사회 합창단에서 활발히 활동을 해온 여약사의 부음이었다. 과도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추정됐다. 서울의 한 노약사도 지난 한 달 간 약국 업무가 과로해 쓰러졌다고 한다. 두 분 모두 공적 마스크를 직접 판매했다.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와 같은 경우를 비롯해 최근 들어 약사들이 호소하는 심적·신체적 피로 누적은 공적 마스크 판매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정부는 공적 마스크 수량을 늘리기 위해 KF94등급을 KF80으로 낮춰 생산·배송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는 일일 400장이 공급된다. 대구·경북·전남·전북(250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350장씩이다.정부와 약사회, 생산업체, 유통업체 노력으로 마스크 수급 상황은 개선된 걸로 보인다. 여러 약사의 입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제는 시민들이 '마스크 쇼핑'을 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한다. 브랜드를 따지고 색상은 흰색 또는 검은색으로, 크기도 맞춰서 가져가길 원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공급량이 늘어난 만큼 세부적인 정책 개선은 미흡한 현실이다. 유통업체 배송 단계부터 소분 포장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덕용포장이 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덕용포장이 늘어나며 약국에서 소분 업무가 가중됐고, KF80을 기피하는 시민들의 불평·불만도 커지고 있다. 구매를 거부하거나 KF94로 교환 또는 환불해달라고 집어던지며 화를 내는 시민도 있다.이같은 상황은 결국 소분 포장이나 KF80 공급 관련한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이 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시행된 마스크 관련 정책을 보면 수량 확대에 급급한 나머지 현장에 있는 약국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가장 먼저 시행 정책을 알고 있어야 할 약국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다.약국에서는 듣지 않아도 될 항의와 불만을 들으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정부가 약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의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소분 포장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2020-03-31 18:31:08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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