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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리두기 2.5단계와 갈 곳 잃은 MR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오늘도 출근을 하긴 했는데, 그냥 차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수도권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A씨가 답답해하며 토로했다. 그는 오늘도 점심을 차에 앉아 김밥으로 때웠다. 카페에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운전석에서 노트북을 열어 회사가 내준 숙제(업무 대신 숙제라고 표현했다)를 하고, 전화 몇 통을 돌린 뒤 퇴근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이달 6일까지 한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3단계에 가까운, 2.8단계쯤으로 봐도 무방한 조치가 권고됐다. 길거리는 부쩍 한산해졌다.

많은 제약사가 2.5단계 거리두기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내근직·영업직을 가리지 않고 집에서 머물 것을 권장한다. 하루라도 빨리 2차 확산이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에 다소의 피해는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수의 몇몇 제약사다. 회사 차원에서 재택근무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권고하면서도 사무실 출근만 하지 않게 하는 편법도 만연하다. 회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잘못 이해한 것인지 모르지만, 중간관리자는 '은근한 압박'으로 해석한다. '되도록 거래처를 방문하지 말라'는 요구와 그럼에도 '이번 달 목표실적은 달성하라'는 요구가 모순처럼 뒤섞인다.

등쌀에 못 이겨 거리로 나온 영업사원들은 갈 곳이 없다. 거래처에선 영업사원 방문을 부쩍 꺼린다. 지난 3월 1차 확산 때보다 정도가 심하다는 전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특히 수도권에서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제약업계에서, 특히 영업직에서도 적지 않은 확진사례가 나왔다.

A씨는 '나쁜 학습효과'라고 표현했다. 모든 제약사가 1차 확산을 경험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해 선방해냈다. 적어도 제약업계에서만큼은 1차 확산이 예상보다 잠잠하게 지나갔다.

그러나 이 경험이 오히려 지금의 2차 확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확산 당시의 경험 때문에 둔감해진 탓에 그때만큼의 경각심이 없다는 지적이다. A씨 사례가 단적이다. 그는 "확실히 지난 3월보다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푸념했다.

내일도 수많은 A씨들이 압박에 못 이겨 억지로 출근길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이들은 방황할 것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만을 쫓는 극소수 관리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8일간의 배수진이 뚫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3단계로 격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탐대실의 위험한 도박은 불필요하다. 애초에 이번 재확산 사태 역시 극소수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디 유격훈련에서의 마지막구호를 외치는 불상사가 제약업계에서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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