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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가·약가 병행 2차 시범사업에 거는 기대[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보다 빠른 접근성 개선을 위해 허가와 약가 평가 과정을 동시 진행하는 약물들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빠른 허가 만큼, 보험급여 절차가 이뤄질 지 미지수다.보건복지부는 생존을 위협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품목 허가, 급여평가, 약가 협상 과정을 병행 처리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허가-평가-협상 병행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인 '콰지바(디누툭시맙)'와 빌베이 등 2품목을 1호 대상약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빌베이는 얼마전 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관문을 넘지 못했다. 지금은 등재가 완료된 같은 1호 약제 콰지바 역시 약평위에서 한차례 제동이 걸린 바 있다.이어 지난 2024년 모집한 제2차 시범사업에 10개 품목이 신청하여 이 중 3개의 신약이 선정됐다. 3개 신약은 한국MSD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한국UCB제약의 드라벳증후군치료제 '핀테플라(펜플루라민)', 국내사인 큐로셀의 거대B세포림프종치료제 '림카토(안발셀)' 등이다. 3개 약제 모두 현재 올해 국내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제2차 시범사업의 선정 기준은 ▲2025년 6월까지 허가 및 결정 신청이 가능한 약제 ▲기대여명 1년 미만의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희귀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효과가 충분한 의약품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이보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인 약제 ▲식약처 신속 등재(GIFT) 약제로 지정 받았거나 신청 가능한 약제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약제를 대상으로 했다.선정 기준은 당연히 '빠른 도입이 필요한 약'을 가리키고 있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기간 단축은 거의 매년 거론돼 왔으며 실제 조금씩 규정상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 및 협상 단계 모두 그렇다. 그런데, '정말 빨라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1호 약제인 콰지바도 등재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허가-약가 병행 약제도 급여 평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투명성과 속도일 것이다. 기다리고 있지만 답이 없고, 향방도 알 수 없는 신약이 돼서는 안 된다. 2차 시범사업,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명확하고 짧아지는 등재 절차를 목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25-06-17 06:02:26어윤호 -
[기자의 눈] 무균제제 GMP 정비와 공급 관리[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12월 시행을 앞둔 'PIC/S 국제기준을 반영한 무균의약품 GMP 기준 개정 고시(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를 앞두고 제약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미 지난 2023년 규정 개정안 행정예고 이후 의견조회를 거쳐 2년 간의 시행기간 유예를 둔 만큼, 일부 제약회사들이 요청한 제도 유예는 없는 대신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해법 마련에 나선 것이다.무균의약품 GMP 기준 강화 내용을 보면 ▲무균의약품 제조를 위한 체계적인 오염관리전략 수립·이행 의무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별 제조·품질관리기준(GMP) 마련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대상 세부제형, 판정 절차·방법 세부사항 명확화 등이 담겼다. 오염관리전략 수립이 가장 중요한데, 매 로트마다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있어 인력과 비용 투자가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국내 무균제제를 제조하는 업체는 100여개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무균제제 생산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적으로 일동제약의 '아티반'의 경우 몇 년간 공급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최근에서야 최종적으로 공급 및 생산 중단 소식을 알렸다. 식약처가 파악한 바로는 제약회사의 내부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수익성 등의 내부 사정으로 그동안 고민하던 공급 문제가 GMP 강화로 인한 시설 재투자에 대한 비용효과성과 맞물려 최종적으로 철수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그동안 무균제제 GMP 기준 강화와 관련, 식약처의 입장을 물어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유예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 식약처 품질관리과가 먼저 나서 기자들과 만남을 요청했다. 지난달 20여개의 무균제제 제조업체 공장장들을 만났고, 바로 언론 브리핑을 가질 수 없던 이유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진행하고 있는 '무균GMP 규제조화 이행방안 연구'를 같이 설명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식약처는 지난해부터 무균제제 GMP 관리 강화에 대한 업계 부담을 줄이고자 제약협회와 공동으로 기준 완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단다. HK이노엔, JW중외제약, 대한약품 등 대용량 수액제를 90% 이상 생산하고 있는 3곳과 벌써 연구 중반부에 들어왔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우선 대용량 수액제에 대한 기준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품질과 입장에서는 실제 기준 강화에 따른 업계 부담해소를 위한 기술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던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PIC/S 가입국과 같은 수준의 GMP 기준을 국내 무균제제 업체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규제적 지원 방안은 마련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 및 인력투자가 어려운 작은 회사에서 무균제제를 포기할 경우에 대한 대안 마련은 준비됐냐는 것이다. 아쉬웠던 부분은 품질과에서는 공급 관련 문제는 품질과가 아닌 의약품관리지원팀에서 준비하지 않을까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는 것이다. GMP 기준은 우리과 소관, 공급은 다른과 소관으로 '모른다'고 말하는 느낌을 강하게 지울 수 없었다.식약처는 무균제제 GMP 기준 강화 때문에 주사제 등 무균제제 공급을 포기하는 것 처럼 비춰지는 게 우려스럽다는 반응이지만, 사실 이 두 문제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균제제의 경우 퇴장방지의약품이나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게 많은 상황이다. 이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국가가 관리를 하겠다는 것인데, 수익성이 거의 없는 무균제제에 시설 및 인력 투자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왔다. 결국 투자 비용과 수익성을 따져 품목 취하를 결정하는 사례도 나오는 상황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준과 공급의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고, 같이 고민하고 제약업계의 부담을 줄이고 공급불안정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라본다.2025-06-15 15:38:59이혜경 -
[기자의 눈] ESG경영 활성화와 현장 괴리감[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업계 ESG 경영이 활성화되고 있다. 성과도 도출된다. 최근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여곳을 보면 이들의 2024년도 지배구조 핵심지표 평균 준수율은 60%에 육박한다. 이는 50%를 조금 밑돌던 전년에 비해서 개선된 수치다.LG화학(86.7%), 유한양행(80%), 삼성바이오로직스(80%), 대웅(80%), 셀트리온(80%) 등이 80% 이상의 준수율을 기록했다. 특히 일동제약은 2023년 13.3%에서 2024년 73.3%로 60%p 상승했다. 첫 공시에 나선 한올바이오파마와 제일약품은 2024년 각각 60%, 26.7%를 기록했다.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낸 일동제약은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인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 등 항목이 개선됐다.ESG 경영이 기업가치와 연동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이 의무가 아닌 제약사도 자율공시를 통해 투명경영에 동참하고 있다.다만 ESG 경영이 여전히 현장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A사 영업사원은 "병의원, 약국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일부 일탈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그는 "종로 소재 특정 거래처(병의원 또는 약국)를 맡는 영업사원의 경우 일주일 내내 거래처 콜에 대기해야한다. 술자리든 주말 산행이든 부르면 가야 영업이 통한다. 가까운 해외로 골프투어도 간다. 당연히 비용은 제약사 부담이다. 이 경우 특정 거래처에 법인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없어 다른 거래처로 사용처를 돌리곤 한다"고 귀띔했다.컴플라이언스에 예민한 다국적사 B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영업사원은 CP 벌점 상위권이다. 다만 실적은 세손가락 안에 들며 인센티브를 독차지하고 있다. 법무팀 관계자는 "CP 벌점이 높은 직원이 우수 사원이라서 관리가 힘든 부분이 있다. 영업마케팅에서는 영업왕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감시대상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제약사들의 ESG 경영 방식은 분명 발전했다. 다만 현실과 괴리감도 여전하다. 지배구조 핵심지표에 대한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면 이제는 현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세부지표도 현실적으로 살펴봐야한다. 현장과의 괴리감을 좁히는 길이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숙제다.2025-06-13 06:05:48이석준 -
[칼럼] 식약처가 개혁돼야 제약·바이오 산업이 산다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왜 정부가 의약품 허가권을 보유하며, 그 허가 조건은 무엇인가? 답은 매우 자명하다.모든 국가는 정부가 의약품의 허가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허가 조건은 의약품이 타깃 적응증(target indication)에 효과가 있다는 ‘실질적 증거(substantial evidence)’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좀 달리 실질적 증거라는 개념은 없다.이 글에서는 미국의 허가 조건에 관한 내용을 시작으로, 우리 식약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자동차의 경우,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물리적, 화학적 기준만 충족하면 비교적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 역시 제조에 대한 실질적 규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해외에서 제조한 아이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삼성 스마트폰 또한, 전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그러나 의약품은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 의약품의 경우, 단순히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기준만으로 허가가 승인되지 않는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실질적 증거’가 확보된 의약품만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실질적 증거’의 기준이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FDA가 승인한 의약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른 나라에서도 승인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식약처 역시 미국에서 인정한 실질적 증거를 인정하지 않으며, 국내에서 생성된 실질적 증거 또한 FDA가 반드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의약품에 대한 규제는 일반 상품에 적용되는 기준과 다르고 나라마다 규제가 상이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실질적 증거라는 개념은 주관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FDA가 의약품 유효성에 대한 실질적 증거를 허가 기준으로 채택한 것은 1962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유효성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없었으며, 의사들의 판단이 곧 기준이었다. 임상시험 결과보다도 의사의 의견이 우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관성은 미국의 경우 FDA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말한다.미국의 의약품 규제 역사는 변질되거나 부정의약품을 규제하던 기관인 화학국(Bureau of Chemistry)에서 시작되어, 1930년 FDA가 창립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FDA는 두 건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형성되었다. 1908년 발견된 감염치료제 설파닐아미드(sulfanilamide)를 소아용으로 만들기 위해 부동액(diethylene glycol)에 용해하고 딸기 향을 추가해 영약(elixir sulfanilamide)이라고 명명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1937년에 이 약을 복용한 어린이 독감 환자 353명 중 105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했다.이 사건 이전에는 제약사가 의약품의 안전성을 자체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결정했으며, FDA는 의약품의 규제 권한도 없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의회는 1938년 Food, Drug, and Cosmetic 법을 제정하여 안전성 규제를 시작했고, FDA에 관련 권한을 부여했다. 제약사는 자율적으로 안전성 시험을 하고 FDA에 의약품 허가신청을 하는 초기형태의 NDA제도를 도입했다. 한편, 의약품의 유효성 판단은 의사단체인 미국의학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자체적으로 수행했으며, FDA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 1955년, AMA는 의약품 유효성 판단에 대한 활동을 중단했다. 그 이후 제약사들은 자체적인 평가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효성을 주장하며 의약품을 판매했지만, 임상시험이 필수 요구조건은 아니었다.1948년 영국의 저명한 통계학자 A.브레드포드 힐(A. Bradford Hill)이 임상시험 사상 최초로 근대적 의미의 임상시험을 통해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이 폐결핵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본 임상에서 대조군, 치료군, 무작위 배정을 시행하여 의사들에 의한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을 제거했다. 이 임상시험은 최초로 ‘adequate and well controlled clinical trial’로 인식됐다. 대조군이 있고 적절히 잘 관리된 임상시험이란 의미다.미 의회는 1958년부터 제약산업에 관한 일반적인 청문회를 시작했고 의외로 제약회사의 임상연구의 퀄리티 문제가 제기되었다. 시험약이 안전성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사람을 대상으로 투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의회 증언을 통해 나왔는데 이는 동물 독성시험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증언까지 나왔다. 문자 그대로 인간 몰모트(mormot) 시대였다.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의약품을 시장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보도되었다. FDA가 어떤 규제 권한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FDA에 의한 의약품 규제 강화를 시도했으나 의사, 약사, 제약회사의 반대로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이 와중에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이 터졌다. 10,000명 이상의 바다표범손발증(Phocomelia; 팔다리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거나 단축되어 손발처럼 보이는 기형을 가진 희귀한 선천성 기형) 기형아가 주로 유럽에서 태어났는데 미국에서도 20~30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승인이 안된 시험약이었음에도 미국 의사들이 입덧이 심한 임산부에게 제조사로부터 샘플로 받은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하도록 하면서 발생한 문제다.탈리도마이드 사건이 터지자 약사법 개정에 관한 반대가 사라지고 일사천리로 미 의회에서 승인되었다. 이것이 바로 역사적인 1962년 키화버-해리스(Kefauver-Harris) 약사법 개정안이다. 비로소 IND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IND의 조건은 의약품의 비임상 안전성 시험(preclinical safety test)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며 GMP도 최초로 도입되었다. 유효성은 복수의 대조군이 있고 적절하게 잘 관리된 (adequate and well controlled; AD&WC) 임상시험에 의한 실질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약사법 개정이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의약품의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시킨 것이다. 1938년부터 1962년 사이에 미국에서 승인된 의약품 가운데 1,000개 이상이 실질적 증거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승인이 취소되었다. 당시 신약승인과정의 부실함을 보여준다.미국의 경우, 이 두 건의 비극적 의료사고를 계기로 의약품 개발 허가 규정과 FDA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지난 60년간 꾸준히 진화하며 오늘날 미국 제약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제약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초 IND와 NDA가 분리되기 전까지 국내 신약 개발 활동은 미미하였다. 당시에는 주로 선진국에서 이미 승인된 의약품을 국내 승인을 위하여 형식적 임상시험을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2002년 초 IND와 NDA가 분리되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신약 임상시험이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신약 연구 개발이 비로소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규제 개혁은 국내 제약 산업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그러나 규제 개정이 없거나 또는 규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제약 산업의 현실이다. DTx(Digital Therapeutics)와 분산형 임상시험이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DTx 개발과 임상시험이 임상시험 규정이 만들어진 후에 비로소 활발해졌다.모든 선진국, 임상시험 후진국인 중국, 가장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분산형 임상시험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분산형 임상시험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규제를 만들 수 없고 규제가 없으니 분산형 임상시험이 허락되지 않는다. 분산형은 국내에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가 반대하니 식약처는 분산형 임상시험을 무리해서 추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분산형 임상시험은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제약회사가 분산형 임상시험 방법으로 임상시험을 했는데 부실(不實)한 데이터가 생성(生成)되었다면 제약사(sponsor)/CRO의 책임이지 식약처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식약처의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임상시험의 혁신적인 방법을 허락하지 않는 식약처는 우리나라를 신약개발/임상시험 후진국으로 만들어 간다. 식약처가 규제하는 것은 분산형 임상시험뿐만이 아니다.임상시험에서는 원칙이 중요하고 방법은 원칙을 지키면 된다. 방법은 변하고 발전하지만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방법이 원칙을 위반하지 않으면 규제 받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원칙보다 방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원칙적으로는 타당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해당 방법이 승인되지 않으면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규제가 혁신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즉, 우리나라에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규제가 없으면 혁신할 수 없다는 사고(mentality) 때문에 국내에서 발굴(discovery) 된 신약의 개발이 국내 규제에 맞지 않거나 맞추기 어려워 선진국에서 진행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심지어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모호성 때문에 국내 승인을 받지 못하고 미국에서 승인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이 사례가 될 것 같다. 미국 FDA는 실질적 증거로 대부분 두개의 AW&WC 임상시험을 요구한다. 국내에서 진행된 조인트스템 임상시험이 인정을 받으면서 미국에서 진행 중인 pivotal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FDA에 NDA를 신청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코오롱 생명과학의 인보사는, 미국에서 3상을 모두 마쳤고, 2027년 1분기에 FDA에 BLA(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제출한다고 한다. 인보사는 승인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오롱 생명과학은 인보사의 효과를 퇴행성 관절염에 추가하여 퇴행성 디스크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는 FDA의 허가를 받았고, 퇴행성 골관절염 2상 임상시험도 미국에서 진행 중이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에서의 긍정적인 상황은, 코오롱 생명과학 회장이 형사 재판을 4년간 받아야 했고 국내 승인은 취소되는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인보사와 조인트스템은 미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국내에서도 승인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한국 신약 개발의 현실이다.ADC(antibody drug conjugate)의 FIH(First in Human) 임상시험이 국내 연구개발에 비하여 활발하지 못한 것도 국내 규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은 글로벌 임상시험 주도 국가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으며, 특히 다국가 초기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줄어드는 원인을 식약처의 IND 검토과정의 복잡성과 기준의 모호성에 두고 있다. 식약처가 우리 임상시험과 신약개발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제약 강국이 되려면 규제기관과 바이오제약 산업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규제기관은 제약회사, 바이오텍과의 신약개발의 파트너다. 식약처는 책임을 누가 지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질문이고 이에 사로잡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이 틀림없다. 이런 강박관념으로 인해 식약처는 어떤 과감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식약처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파트너가 되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어려운데, 식약처가 규제기관으로서, 과학을 규제하려는 현실 때문에 식약처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신약은 최첨단 과학이다. 식약처는 과학기관이 아닌데 최첨단 과학을 규제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식약처의 검토과정이 복잡해지고 기준이 모호해지고 작은 흠결도 용납 못하는 것이다.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약 약학 과학자들이 모여 있는 대학이 신약의 과학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식약처는 임상시험에 관련된 규정 집행만 하면 된다. 바이오 제약 산업을 위하여 규제개혁은 필수적 선제조건임을 업계가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미국은 FDA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산업의 강자가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식약처의 규제 완화 개혁이 되어야 바이오-제약산업의 강자가 될 것이다. 미국 의회가 1962년 과감하게 약사법을 개정하였듯이 우리나라 국회는 약사법을 과감하게 개정해서 식약처가 규제할 수 없는 최첨단 과학을 국내 최첨단 과학기술을 갖춘 대학이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영작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2025-06-12 15:48:42데일리팜 -
[기자의 눈] '적응증별 약가' 환자 눈높이에서 논의를[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 적응증에 따라 서로 다른 약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질환에선 생명을 연장할 만큼 효과적인 약이, 다른 질환에선 단지 증상 개선 수준에 그친다면, 치료 가치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해야 한다는 논리다.제도의 취지 자체는 충분히 논의해볼 만하다. 특히 고가 치료제의 급여 확대와 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제도적 유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도입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넥사바(소라페닙)’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 당시 넥사바는 신장암 치료에는 본인부담률 5%로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말기 간암에는 비급여였다. 이듬해 말기 간암에도 급여가 확대되긴 했으나, 본인부담률이 52.5%에 달했다.결국 말기 간암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같은 약을 쓰는데, 왜 우리는 52.5%를 내야 하느냐”는 항의였다. 2012년 말 결국 간암 치료에도 본인부담률 5%가 적용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환자 입장에선 급여 적용으로 혜택이 확대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오히려 불만을 표출했다. 적응증별 약가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환자들이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와 함께 실제 진단명과 다른 적응증으로 약물을 처방하는 처방 왜곡 우려도 제기된다. 본인부담률 차등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 혼선과 의료 현장의 부담도 현실적인 고려 사항이다. 제도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의 혼란과 비용이 적지 않을 수 있다.결국 중요한 질문은 ‘누구를 위한 약가인가’다.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선 ‘가치에 기반한 약가가 R&D 투자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호주·스위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선 치료 효과에 따라 약가를 조정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환자 보호와 사회적 형평성을 우선해야 한다. 치료 효과에 따른 가치 평가가 필요하더라도, 그 방식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율이 필요하다.같은 약을 사용하는데 단지 병명에 따라 치료 기회나 부담 수준이 달라진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가치 기반’이라는 경제적 논리도 환자의 현실과 감정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적응증별 약가제도는 논의해볼 수 있는 하나의 정책 대안이다. 하지만 그 도입이 실제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 혁신을 위한 제도라면, 그 혁신이 환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2025-06-12 06:00:00김진구 -
[기자의 눈] BD 인재 양성, '기술·전략' 균형이 관건[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BD(사업개발)의 역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영업 업무로 여겨지던 BD는 이제 신약 개발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전략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BD는 국내외 시장 분석부터 후보물질 도입, 기술이전(L/O), 전략적 제휴, 공동 연구 등 신약 사업화의 다양한 기회를 발굴·실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그만큼 신약개발 성공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이지만, 과거에는 BD를 단순 영업직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던 시기도 존재했다.그러나 최근에는 BD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며 'BD가 경쟁력'이라는 말까지 업계에서 나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신약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 성과가 기업 가치 판도를 바꾸는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BD 조직은 더 이상 부수적 부서가 아닌 신약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전략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주요 국내 제약사들이 R&D와 BD를 융합한 조직을 운영하며 초기 연구 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연구와 사업개발 간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실제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도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정교한 사업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변화를 강조했다.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BD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바이오사 대표는 "기술적 이해와 비즈니스 소통 능력을 겸비한 인재는 드물어 결국 협업과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기술적 전문성과 협상 능력, 글로벌 시장 이해를 동시에 갖춘 BD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 인재 육성의 현실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이러한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KDDF 등 기관에서는 'Young BD' 워크숍 등을 통해 젊은 인력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하지만 이 또한 현장의 경험을 대체할 수 없으며, 짧은 교육 기간과 제한된 인원 등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실효성 있는 인재 육성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글로벌 경쟁 환경 또한 BD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한국을 앞서 대형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는 상황에서 기술적 우수성 외에 사업 전략 및 협상력 같은 소프트 스킬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많다.전문가들은 "기술력만 강조해서는 글로벌 파트너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파트너가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 역량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이오산업 정책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R&D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주기에 걸쳐 BD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최근 논평을 통해 "정부의 제약바이오 R&D 정책 기조를 실질적 성과 도출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상업화 단계에 근접한 후기 임상과 기업 대상 지원 확대의 시급성을 강조했다.BD 인재 양성은 이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다.기술혁신을 이끌 R&D 인력과 이를 성공으로 연결할 BD 인력의 조화로운 육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신약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소통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기업, 학계,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2025-06-11 06:00:05황병우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의 요란한 언론플레이[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기술이전, 기술수출은 마법의 주문처럼 쓰인다. 간담회, IR 자료, 보도자료 등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다.특히 최근 들어 “다수 글로벌제약사와 기술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계약이 임박했다.” “임상1상에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등의 수식어구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그러나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진 사례는 그 빈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시장의 기대는 점점 커지지만 정작 그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기술수출은 산업 성장의 중요한 지표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기술료를 확보하는 구조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협의에서 계약까지는 수많은 기술적·법적 검토가 뒤따르며 그 기간도 예측하기 어렵다.그럼에도 일부 기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논의를 외부에 빠르게 알리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 내용이 빠진 채, 협의 진행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특히 임박이라는 표현은 시장에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다. 그러나 실질적인 진척 상황이 공유되지 않거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경우가 반복되면서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이 불발될 경우에는 어떤 후속 자료나 향후 계획에 대해 알리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업계나 투자 관계자들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기술수출 임박이라는 표현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수단이 된 지 오래다.문제는 이러한 선언적 발표만 반복되면 기업의 신뢰도는 추락한다는 점이다. 주가 부양 목적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많다. 발표 당시에는 반짝 오르던 주가가 이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글로벌 기업과의 협의는 큰 기회인 만큼, 외부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표 시기와 내용의 강도에 따라 시장이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의 주목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신뢰다.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수출 논의가 아니라, 그 논의가 실질적인 계약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경쟁력과 협상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기술수출을 진정한 성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실체 있는 준비와 내실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전, 데이터뿐만 아니라 후기임상 프로토콜, CMC(화학·제조·품질) 문서의 완결성까지 꼼꼼히 따진다. 그들 앞에서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는다.기술수출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접점을 넓히는 중요한 축이다. 그만큼 말의 무게를 다시 살펴야 할 때다. ‘속도’보다 ‘신뢰’가 앞서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발표보다 결과로 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2025-06-10 06:18:01손형민 -
[데스크 시선] 국격훼손 톡신 국가핵심기술 철회하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와 관련한 '2차 의견 발표'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찬반측 입장을 청취한 바 있지만 당시 별다른 방향성과 결론을 도출치 못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극소수 의견인 반대론 입장은 지난 5월 전달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달 25일에는 업계 중론인 해제 찬성 입장과 관련한 당위성·고시 개정 절차적 문제점·규제 혁파·해외 사례 등 입체적 논리 전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단순히 유체물에 불과한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시점은 2010년이다. 국가 차원에서 일종의 '전매특허'를 부여함으로써 공정기술의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급기야 2016년에는 아예 균주 자체에 대해서도 고시개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학계와 업계의 면밀한 잣대로 본다면 이는 난센스다. 톡신 생산공정은 이미 1940년대 산츠박사에 의해 인류에 공여됐으며, 1980년대를 거치며 '침전기술·단백질분리기술' 역시 대부분 특허가 만료돼 하이테크가 아닌 중급기술로 전락됐기 때문이다. 톡신 균주는 글로벌 젠뱅크에 등록된 것만 2200여개에 달하는데,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사례는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한국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위원 몇몇과 소수 업체는 무슨 영문인지 줄기차게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극도로 반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른 그들의 주장 근거는 제조과정에서의 '스페셜티'와 무기화에 따른 테러 위협 등이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내 업체에서 유전자재조합 보툴리눔 톡신 개발 성공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난도 하이테크 보다는 균주 출처에 따른 로열티 지급에서의 자유로움 그리고 타이터(수율)를 높임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에 방점이 있다.인류가 보툴리눔 톡신에 주목한 계기는 2차 세계대전 말,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섭취한 독일인 200여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부터다. 역학조사 결과 상한 통조림에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박테리아가 발견됐고, 히틀러 정부와 일본 731부대가 이를 세균·생물학전에 사용할 전략물자로 연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이처럼 맹독성 물질이다 보니 일부 테러·종교단체들은 통조림을 이용해 보툴리눔 톡신 생산을 시도한 바 있지만 초고도 정제·증폭기술이 요구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 종교단체의 연구시설은 상당히 발전된 규모를 자랑했는데, 톡신 무기화에 두손두발을 다든 것을 보면 국가 차원의 지원 없이는 무기화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정설로 받아들여 진다.톡신은 A, C1, C2, H형까지 9가지의 타입이 있고, H형이 가장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시술에는 비교적 약한 독소인 A형 독소가 주로 사용된다. 아울러 혐기성 균으로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는 단시간 내 증식이 어렵기 때문에 무기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분자량이 150kDa에 달하는 단백질로 현재 톡신 제조기업의 생산기술로는 절대 이를 무기화할 수 없다. 경구 투여 시, 성인 기준 치사량은 4.2mg이다. 이는 완제 톡신 제품 기준 20만 바이알이 필요한 양이다. 에어로졸과 탄두 장입 시에도 공기 접촉·열 발생에 따른 단백질 안정화 기술도 확보된 바 없어 차라리 핵무기 테러가 빠르다는 우스게 소리가 나올 정도다.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은 1940년대부터 논문으로 공개돼 한국 외에도 14개국 50개 이상 기관과 기업에서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공정 개발을 통해 독소제제의 생산기술과 균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글로벌 젠뱅크에 등록된 균주는 2200여개를 훌쩍 넘는다. 뿐만 아니라 항체 대규모 발효정제 기술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지만 그 원료 격인 세포주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 자연적 산물과 유정체에 불과한 보툴리눔 균주는 무슨 이유로 버젓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을까.글로벌 톡신시장은 8조~10조 수준인데, 이중 90% 상당은 미국 엘러간 보톡스가, 2·3위는 독일 멀츠 제오민과 프랑스 입센 디스포트 등이 6%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 리딩 제품과 후발주자인 한국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제품력·기술력을 직간접적으로 비교 평가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선두그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용시장 보다는 치료시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생산기술과 균주의 우월성이 아닌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보툴리눔 톡신 제품 생산기술은 물론 균주 자체의 유일성이 없는데, 해외 유출을 걱정한다? 아무리 곱씹어도 어불성설이다. 국내 톡신제조업체 중 A·B·C사는 미국 유명대학교에서, D사는 영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표준배양균주보관소에서, E사는 스웨덴 균주은행에서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럴진데 수입산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당당히 지정한 당시 산자부 전문위는 이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사뭇 그 대답이 궁금하다. 우리가 독자 개발한 기술도, 우리가 독자 발견한 균주도 아닌 Made In U.S.A 균주를 Made In Korea라고 칭하는 것은 쓴웃음을 넘어 사기에 가깝다.현재 보툴리눔 톡신은 6개 부처 7개 법령으로 철통 보안·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핵심기술로 또다시 옥죄는 것은 국부창출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툴리눔 균은 생물테러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체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로 분류된 것을 포함해 이미 다양한 법률체계를 통해 안전하게 규제·관리되고 있는 점도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 품목 인허가 시, 산자부 기술자료 보안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소 2~3개월에서 최대 6~8개월까지 소요돼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정량화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치러야 한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때문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질병관리청 감염병예방법·테러방지법, 산업통상자원부 생화학무기법·산업기술보호법·대외무역법,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전염병예방법, 식약처 약사법, 대테러센터 테러방지법, 국가정보원 테러방지법 만으로도 충분히 합목적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최근 10년간(2014~2023년) 국가핵심기술 유출 현황을 살펴보면 조선이 15개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정보통신 등이 11·10·6·6·4개로 뒤를 이었다.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2010년을 포함하더라도 관련기술 해외 유출사례는 단1 건도 없다. 이미 1940년대 톡신의 아버지 산츠 박사가 톡신 정제·분리 공정 등의 기술을 인류에 공여했기 때문에 기술 유출은 황당 그 자체다.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론은 톡신 자체의 전략물자화를 부정하자는 논리가 아니다. 균주 보관과 이동 그리고 생산관리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은 유지하돼 재고의 가치조차 없는 국가핵심기술로서의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K-톡신의 자존심과 발전 그리고 심각히 훼손된 국격을 정상화 하는 것은 민의의 엄중한 명령이다.2025-06-09 06:00:00노병철 -
[기자의 눈] 공적 전자처방·성분명, 공약에 그쳐서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성분명처방 제도 도입, 돌봄통합지원사업 내 약료 서비스 정착, 의약품 품절 사태 해소 위한 제도 개선, 약사·한약사 면허체계 정립 및 역할 명확화,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 병원 약사 인력기준 현실화.대한약사회가 4일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를 향해 축하 메시지와 더불어 재차 제안한 6대 약사 정책들이다.약사회는 지난 4월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서 대선 정책기획단을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약사 정책을 어필했다. 이재명, 김문수 후보와 정책 협약을 갖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과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지난달 권영희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진행한 ‘골목골목 경청 투어’ 중 경북 지역을 순회하는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직접 약국으로 이끌고 약국가를 찾아 고충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당시 권 회장은 이 후보 측에 한약사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성분명처방 도입 필요성을 어필해 주목받기도 했다.실제 약사회가 밝힌 대선 정책기획단 활동 내역을 보면 이재명 후보 2차례, 김문수 후보와 1차례 정책 협약식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서영석, 김윤 의원과 각각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지부 차원에서 12차례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지역 도당들과 정책 협약식이 이뤄졌으며, 자발적 약사 모임을 통해 민주당, 국민의힘 각 후보 지지선언이 있었다.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이번 선거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 공약 중 품절약에 한해 제한적 성분명처방 도입, 공적 전자처방 전달시스템 구축, 단골의원-단골약국 중심 일차의료체계 구축 등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약사회 정책 기획단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산했으며, 추후 일부 약사회가 제안한 정책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각 당 공약에 실린데에만 안주하지 않고 실질적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새 정권은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업무에 들어가는 만큼, 대선 기간 중 제안하고 또 실제 양당 후보 공약에 실렸던 정책이 실제 국정 과제에 실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약사회 외에도 보건의약 단체들에서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안한 정책이 일회성 제안이나 공약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의사협회의 경우 대선기획본부를 해산하면서 그 연속선상에서 의료분야의 지속적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미래전략기획특별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짧은 대선 기간이었지만 그간 정치권에서 언급을 피했던 성분명처방과 더불어 의사협회가 반발해왔던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을 포함시킨 것은 분명 약사회의 성과다. 약사회가 제안한 정책과 실제 채택된 공약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게 하는 것도 결국 약사회의 몫이다. 약사회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추진력을 통해 약사들의 기대와 염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2025-06-08 14:48:29김지은 -
[기자의 눈] 대통령의 '수면제 에피소드'로 본 약국역할[데일리팜=강혜경 기자] 2024년 12월 3일 내려진 계엄선포 후폭풍이 6개월 만의 조기대선으로 마무리됐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각계 각층에서 진심어린 당부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6개월간 이어진 의정갈등 사태로 보건의료계에서는 새 정권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더욱 크다.약사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정책 공약에 단골의원-단골약국 중심 우리 동네 일차의료체계 구축, 성분명 처방이 담기면서 약사사회 내에서도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수급불안 필수의약품에 대한 제한적 성분명 처방 등 대체조제 활성화 추진'으로, 제한적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성분명 처방이 대선후보 정책 공약에 담긴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숙제는 5년간 공약을 얼마나 세밀하게, 빠짐없이 추진해 나가느냐다.이 대통령은 약국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본인의 자서전을 통해 밝히는가 하면, 언론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다.가난은 아득해 보였고 한 팔을 못 쓰는 사람이 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절망에 빠져있던 그가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해 복용했지만, 열 일곱 어린 아이에게 약사는 수면제가 아닌 소화제를 건네준 것이었다.'수면제를 먹었는데도 왜 잠들지 않았을까? 나는 이윽고 약사에게 속았음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20알씩이나 먹고서도 멀쩡하게 면접을 보러 갈 수는 없었다. 웬 어린놈이 수면제를 달라하니 상황을 짐작한 약사는 소화제 같은 것을 잔뜩 줬던 것이다. 동네약국의 그 약사를 생각한다. 약사는 폭풍 잔소리를 해댔지만 어쩌면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얘야. 서럽고 억울하고 앞날이 캄캄해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삶이란 견디면 또 살아지고, 살다보면 그때 죽고 싶었던 마음을 웃어넘길 수 있는 만큼 편안하고 좋은 날도 올 거란다. 그러니 힘을 내렴."약사는 처음 보는 나를, 세상 슬픔을 다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생을 끝장내려고 하는 소년을 모른 척 하지 않았다.'시대가 변화하고, AI가 실생활에 접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약국은, 약국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관심이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다. 생로병사가 공존하는 유일한 유통처이자 공공적인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때문에 약사는 '단골 할머니 손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도', '단골 아주머니 딸이 원하던 회사에 취직한 것도' 본의 아니게 알게 된다. 또 '오실 때가 됐는데 안 오시는 어르신을 보면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한다.이런 이유로 약국에서 가출 청소녀를 위한 소녀돌봄약국, 위기임산부를 돕는 1308 상담전화 안내, 파지수거 어르신 돌봄사업 등 사회공헌사업에 알게, 모르게 나서고 있는 것이다."국민 여러분이 기대하고 맡긴 사명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반드시 이행해 국민을 통합시키는 대통령의 책임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취임사처럼,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약국이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정책을 펴 나가길 기대하는 바다.2025-06-04 09:59:07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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