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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이해할 수 없는 급여재평가 비공개 행정

  • 천승현
  • 2025-09-22 06:15:00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은 건강보험이 적용 중인 의약품에 대해 재정을 투입해 약값을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급여 적정성 평가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진행된 급여재평가에서 총 6개 성분 의약품 전 품목이 급여 목록에서 퇴출됐다. 실리마린, 빌베리건조엑스,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옥시라세탐, 아세틸엘카르니틴, 이토프리드 등이 급여 재평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중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옥시라세탐, 아세틸엘카르니틴 등은 임상재평가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급여 재평가도 좌절된 사례다. 적응증 일부가 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의약품도 있다.

올해 급여재평가에서는 애엽 추출물 성분 위염 치료제가 급여 적정성이 없다는 판단에 급여 퇴출 위기에 놓였다. 제약사들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급여 재평가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급여재평가 진행 과정에서 늘 의문이 드는 점은 합격과 불합격의 구체적인 사유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엽추출물의 사례를 보면 ‘급여적정성 없음’이라는 심의 결과와 함께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이라는 10글자짜리 사유만이 제시됐을 뿐이다. 유용성의 사전적 의미는 ‘소용에 닿고 이용할 만한 특성’이다. ‘임상 결과 값을 살펴보니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정도의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어떤 임상 자료가 어떤 기준점에 미달했는지 또는 안전성에 어떤 문제가 발견됐는지 등 어떠한 구체적인 사유도 제시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 논문을 검증한 결과 위염 치료 효과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친절한 설명이라도 있었다면 급여재평가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덜 들었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효과가 불분명한 의약품을 허가했다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는 허가받은 의약품을 5년 마다 효능·안전성을 검증하는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운영 중인데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는 의약품이 어떻게 정기적으로 허가를 갱신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행여 국내 개발 천연물의약품이 해외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이 급여 재평가 감점의 요인으로 작용한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이전에 급여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임상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애엽 추출물의 처방 시장은 1298억원을 형성했다. 애엽추출물은 용량과 제조법에 따라 총 4종류가 있는데 평균 약가는 107원, 124원, 186원, 205원이다. 4종류의 애엽추출물이 비슷하게 처방됐다고 가정하면 지난해에만 총 8억개 이상이 처방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에 15개 이상 복용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구체적인 사유조차 설명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료인들과 환자들은 오랜 기간 쓸모없는 약을 처방하고 복용한 셈이 되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현상이다.

애엽추출물은 국내제약사 100곳 이상이 판매 중인 의약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관련 임상 자료를 제출했고 급여 재평가가 이뤄졌다. 제네릭을 보유한 100여곳의 제약사는 어떤 이유로 급여 재평가 통과가 힘들어졌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정상적으로 허가받고 판매 중인 자산이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는데도 해당 업체들은 구체적인 이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급여 재평가를 결정하는 회의록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보건당국은 급여 재평가 탈락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의 기회가 될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로 그동안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의약품에 대해 불필요한 재정을 낭비했다는 실책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급여 재평가 탈락은 정부의 반성도 동반돼야 한다.

심지어 애엽 추출물은 14년 전 보건당국이 급여재평가를 진행한 결과 이미 유용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효능에 비해 약값이 비싼 약의 퇴출하거나 약가를 깎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의 일환으로 순환기계용약, 소화성궤양용약 등 5개 효능군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211개 품목에 대해 보험 적용을 중단키로 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스티렌의 ‘위염 치료’ 적응증에 대해서는 유용성을 인정했고 ‘위염 예방’ 유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위염 예방은 임상시험 자료 제출 지연을 이유로 제약사와 정부가 법정 공방을 펼쳤고 결국 약가인하와 급여 삭제로 결론났다. 위염 치료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불과 14년 전에 임상적 유용성에 아무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의약품이 왜 이제와서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판단됐는지 납득할만한 사유가 공개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진행되는 국무회의도 전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시대다. 오랜 기간 국민들이 매년 10개 이상 복용한 의약품이 퇴출되는 중요한 행정이라면 절차와 결과는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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