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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알씩 3번, 졸릴 수 있어요"…배우자의 약사 행세[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아기들 해열제는 이거고요. 용량은 여기 나와 있고, 1알씩 3번, 약간 졸릴 수 있어요.”의약품을 판매하며 복약지도까지 해온 약사의 배우자가 이를 수상하게 여긴 환자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약사에 대해 각각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B약사의 배우자로 B약사가 운영 중인 약국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약사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재판부에 다르면 A씨는 지난해 B약사가 운영 중인 약국에서 한 고객에게 일반약인 어린이 해열제 시럽과 성인용 감기약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A씨는 이 사건의 고객이 약국을 방문해 “어린이 해열제와 성인이 코가 막힌 데 먹는 약이 필요하다”고 하자 약국 진열대에서 특정 제품을 가져와 용량과 복용 방법, 부작용 등을 직접 설명했다.더불어 고객이 건넨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도 재차 “코막힌 데 먹는 약은 성인 것을 이야기한 것 맞냐”며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당시 B약사는 A씨의 옆에 있었지만 다른 고객에 조제약에 관한 복약지도를 하고 있었고, A씨나 그가 상대하는 고객은 바라보지 않는 등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이 같은 장면은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고, A씨와 B약사는 이를 이유로 경찰에 고발돼 결국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이번 재판 과정에서 A씨와 B약사 측은 A씨가 이 사건 의약품을 판매할 당시 A약사가 바로 옆에서 의약품 판매, 복약지도 행위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방법으로 묵시적, 추정적 지시, 승낙을 한 만큼 약사가 판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판부는 A씨와 B약사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의약품의 선택부터 복약지도까지 모두 직접 담당했으며, 이 사건 의약품을 판매하는 과정 중 B약사가 관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재판부는 “구매자에게 의약품의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매자 대신 의약품을 선택하는 행위는 약사가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고 약사가 아닌 자에게 판매 행위 일부를 위임하는 경우라도 약사가 지시, 승낙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관여해야 약사에 의한 의약품 판매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A는 약사가 아님에도 구매자와 대면해 구매자가 특정하지 않은 의약품을 자신이 선택해 권유하면서 직접 투약법 등을 설명함으로써 의약품을 판매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 과정에서 B약사의 묵시적, 추정적 지시, 승낙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피고들은 수년 전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2023-07-31 10:47:45김지은 -
5개 항목에 묶인 약국 수가...서비스 다양화 발목[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전국 37개 약학대학의 통합 6년제 전환, 국가 전문약사제도 시행 등 약사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환경이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습니다.약사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약료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지역 약국과 병원 약제부는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하지만 약사 서비스 다양화와 고도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의 지불보상체계, 즉 수가입니다.5개 항목(조제료,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의약품관리료)으로 구성된 조제 중심의 약사 수가는 서비스 다양화, 전문성 고도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의약분업 이후 고착화되고 경직된 수가 체계로는 약사·약국의 역할 확대를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란 뜻이죠.비효율적 수가는 자칫 과잉 진료와 의약품 남용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현 수가 체계는 결과론적으로 양적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달리 말하면 정부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사회적 비용의 상승 문제를 대비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언젠가는 수가 체계를 손 봐야 한다는 겁니다.수가 개편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약사 전문성 활용은 비단 한국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은 약사 수가 체계를 손보며 전문적 서비스 다양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특히 전문가들은 고령화 등 한국과 동일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일본 수가 체계를 참고 사례로 제시합니다. 일본은 약사의 환자 관리와 지도, 타 직역과의 정보 공유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가산 수가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일본, 처방약 줄이면 보상하고 단골약사 수가도 운영가와현약제사회 후쿠시마 히토시 보험담당이사는 최근 경기약사학술대회에 참석해 일본의 약학관리료가 어떤 방향성으로 바뀌어가고 있는지 소개했습니다.후쿠시마 이사는 “약학관리료는 제도 개정으로 새로운 항목이 신설되고 있다. 이로써 보다 충실한 환자 지도나 정보 공유, 처방 제안 등 다른 직종과의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가산 수가와 그 취지를 설명했습니다.일본은 약사의 환자 관리와 지도, 타 직역과의 정보공유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가산수가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 조제행위 외에도 ▲단골약사지도료 ▲스스로 투약관리 어려운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래복약지원료’ ▲6개 이상 처방약을 중재해 2가지 이상 감소할 경우 지급되는 ‘복용약물 조정지원료’ ▲재택환자방문약제 관리 지도료 ▲퇴원 시 공동지도료 ▲의료기관과 환자 요청에 따라 복약 정보 제공할 경우 ‘복약정보제공료’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있습니다.약국뿐만 아니라 병원약사에 대한 수가도 한국과 달리 세분화돼있습니다. ▲24시간 조제 체계 확보할 경우 ‘종합입원체제가산’ ▲퇴원 약제정보관리지도료 ▲병동약제업무 가산 등이 마련돼있고, 다학제 팀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완화케어진료 ▲영양서포트팀 ▲항균제적정사용지원 가산 등도 있습니다.이 같은 신설 수가 도입이 약사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후쿠시마 이사는 “고령화 심화에 따라 처방약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불가피한 제도적 대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대한약사회도 수가 체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신상대가치 항목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존 행위를 세분화해 가산 수가를 부여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박영달 약사회 보험담당 부회장은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차등수가 제한이 40건이다. 충분히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대신 약사의 여러 행위에 수가를 가산하기 때문에 약사와 환자가 모두 좋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또 박 부회장은 “새로운 항목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가령 복약지도 행위를 표준 복약지도와 심층 복약지도로 세분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약이나 고위험약물 등은 가산할 수 있다”며 행위에 따른 수가 세분화 필요성을 공감하기도 했습니다.일본 단골약사제도와 수가는 2016년 본격 시행됐다. 사진은 2017년 한국에서 단골약사제도를 설명하는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소속 백성택 약사. 박 부회장은 “다만 행위를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는 표준화도 준비돼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일본은 국가 재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고 수가 제도를 손보고 있다. 우리도 공적 재정이 파탄으로 가기 전에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부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물론 조제 위주의 현행 수가체계도 적정 보상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가령 91일 이상 장기 처방 비율을 보면 지난 2012년 0.8%에서 2021년 기준 2.6%로 3배 이상 늘었지만, 초과 구간에 대한 분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죠.따라서 현행 수가 체계의 현실화와 가산 수가를 통한 약사 활용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균형있게 성취해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전문약사·방문약료, 차별화된 서비스엔 차별화된 수가를" 미국도 약사의 전문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MTM(Medication Therapy Managemen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수가 코드를 추가하면서 환자 관리에 약사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죠.각 보험회사는 복약순응도가 떨어지거나 고위험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약국과 매칭시켜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간 보험사들이 약사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건 환자 관리가 그만큼 보험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겠죠.공단과 지자체 다제약물관리사업에 수가가 지급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범사업이라 제도화가 숙제로 남아있다.올해 시행되는 국가 전문약사제도 중 통합약물관리 과목은 미국 MTM 서비스를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지역 약국 약사들의 전문성 발휘에 거는 기대가 어떤 목표를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전문약사 자격을 갖춘 병원 약사들과 약국 약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경제성 평가에 따른 수가 뒷받침이 필요해보입니다.물론 한국에도 새롭게 제도화를 추진 중인 약사 수가도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다제약물사업, 지자체 주도의 방문약료사업에 따른 수가인데요. 아직은 시범사업에 불과해 일본처럼 ‘재택환자방문약제 관리 지도료’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약사들은 약료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국민들이 받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수가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안화영 대한약사회 지역사회약료사업본부장도 “방문약료를 나가보면 노인 환자들이기 때문에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10번씩 복약지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약료 서비스에는 수가가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면서 “의사들은 다양한 수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약사들도 새로운 수가를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2023-07-30 17:11:14정흥준 -
"내 손으로 탄생한 약국 800곳…15년간 한 우물만"이해준 약국전문 착한나무 인테리어 대표.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데, 벌써 약국전문 인테리어를 한 지도 15년이네요."우연한 기회에 약국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줄곧 약국만을 고수하고 있는 약국전문 인테리어 업체 착한나무. 이해준 대표(62)의 손을 거친 약국만 무려 800곳이 넘는다.착한나무는 현재도 매년 평균 60여개 약국을 시공하고 있다. 매주 약국 하나씩 그의 손에 의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500여개에 달하는 약국 인테리어 업체 가운데서 그가 롱런(long run)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클래식은 영원하다, 기교 없는 인테리어= 이해준 대표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은 심플함과 모던함 그 자체다. 약국장의 만족을 위해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약국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그는 "눈에 확 띄는 색깔과 약국 같지 않은 콘셉트의 약국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약국은 약이 주인공인 공간으로 상대적으로 인테리어 자체는 배경인 양 하는 것이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며 "처음 약국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는 몰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착한나무 이해준 대표는 기교없는 '클래식'에서 약국 인테리어의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제약회사의 총천연색 약들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심심하다고 여겨질 법한 인테리어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는 것.이 대표는 또한 공간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도 노하우로 가지고 있다.그는 "약국이 직사각형이냐 정사각형 형태냐에 따라, 평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조제위주냐 매약위주냐에 따라 공간과 동선 활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통상 약국 공간은 10~14평(33㎡~46.2㎡)이 가장 보편적인데, 이 공간 안에 환자 대기공간과 일반약 판매 공간, 카운터, 조제실, 창고 등을 얼마나 규모 있게 빼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 대표는 "한 우물을 파다 보니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약국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설계도가 그려지기 때문에 특히 처음 약국을 개국하는 약사들의 경우 인테리어는 물론 상권분석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800여개 이상 약국을 직접 인테리어 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비결을 약국에 집약해 낸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부르는 게 값? 거품을 없앤 인테리어= 15년 간 약국전문 인테리어를 고수해 왔던 이해준 대표에게도 코로나19는 변곡점이 됐다.코로나19로 인해 인건비와 물류비, 원자재 값이 비싸지면서 약국 인테리어 가격이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또 약국 역시 양도·양수가 묶이면서 신규 개설 보다는 부분 인테리어, 리모델링에 관심을 돌리는 분위기였다는 것.이해준 대표는 "가격 거품을 뺀 것도 롱 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직접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하도급이나 협력업체가 아닌 약국과 직거래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A/S 문제가 생겼을 때도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특장점이 됐다.그는 "함께 움직이는 정예 멤버들이 10년 이상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기담당, 바닥담당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닌 '맥가이버' 멤버들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공사가 가능하고, 견적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착한나무 인테리어팀은 100평 규모 약국 공사를 하루 만에 끝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이유로 착한나무는 소개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99% 가량이 소개에 의한 거래라고 해도 무방하다"며 "약국 인테리어라는 길을 고집한 만큼, 앞으로는 약국 인테리어 체인을 통해 유럽형과 한국형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약국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2023-07-28 15:58:25강혜경 -
"항암신약 '렉라자' 병용요법 성공시 점유율 50% 가능"[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은 국산 신약 최초로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올랐다. 이제 업계의 기대는 글로벌에 쏠려있다.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렉라자가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느냐다.관건은 얀센이 진행 중인 'MARIPOSA' 임상 결과에 있다. MARIPOSA 3상은 얀센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으로 현재 1차 표준요법인 타그리소를 정조준한다. 만약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보다 우월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입증한다면, 치료에 큰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MARIPOSA 3상 중간결과는 오는 10월 열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MARIPOSA 임상이 성공하면 렉라자의 글로벌 허가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3세대 옵션이 세 개(타그리소, 리브리반트+렉라자, 렉라자)로 늘어나게 된다. 사용 가능한 옵션 중 3분의 2에 렉라자가 포함된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좌)와 충북대병원 이기형 교수.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폐암센터장)와 이기형 충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22일 종양내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열린 LASER 심포지엄에서 기자와 만나 렉라자의 글로벌 신약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미국 임상정보공개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MARIPOSA 임상은 전 세계 1074명 환자를 3개군으로 나누어 평가한다. A군에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병용 투여하고 나머지 B·C군에는 타그리소와 렉라자 단독요법을 각각 투여한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보다 우월함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임상의 목표다.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로 사용 시 19개월에 달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을 기록해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약제다. 그만큼 우월성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기란 매우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해당 임상이 좋은 결과를 낼 경우 판을 뒤흔들 만한 파급력을 지녔다는 의미다.조 교수는 "리브리반트+렉라자와 타그리소를 비교하는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기 위한 기준이 꽤 높게 설정된 편이다. 앞으로 대다수 항암제가 단독요법이 아닌 병용요법으로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결과가 상당히 기대된다"며 "MARIPOS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 순차적으로 미국 승인절차를 밟는다. 승인되면 3가지 옵션 중 2가지에 렉라자가 속하게 되고,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 이는 처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의 메인 주제는 아니지만 타그리소와 렉라자 단독요법이 한 임상 내에서 평가됨으로써 렉라자의 효과를 다시 한 번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렉라자는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3상 LASER301 임상에서 20.6개월이라는 긴 무진행생존기간을 입증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과거 타그리소가 3상에서 보여준 기록보다 더 긴 수치이지만 모집환자군이 상이해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MARIPOSA 임상에서는 타그리소와 렉라자 단독요법이 포함돼 있어 두 군 간 효능을 살펴볼 수 있다.이 교수는 "LASER301 임상과 하위분석에서 나온 결과가 MARIPOSA 임상에서도 일관되게 나올 지 궁금증이 있고, 여기서도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면 의료진로부터 렉라자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최소 50%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동시에 타그리소도 화학항암요법과 병용한 FLAURA2 임상을 통해 확장을 꾀하고 있다. 최근 톱라인 결과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획득했으며 하반기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FLAURA2 임상이 치료 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키긴 힘들 것이라 이들은 예측했다.조 교수는 과거 1세대 게피티닙과 항암화학요법 병용의 예를 들었다. 이 병용요법은 전체생존기간(OS)에 유의한 개선을 보여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발간하는 임상종양학회지(JCO)에 관련 논문이 실리고, 국제 가이드라인에도 등재됐다. 하지만 실제 이 병용요법을 현장에서 처방하는 의료진은 없었다는 설명이다.조 교수는 "EGFR 변이를 많이 경험해 본 의료진은 굳이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지 않고 단독요법으로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면역항암제 분야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을 더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미 반응률이 높은 EGFR 변이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라며 "MARIPOSA 임상과 FLAURA2 임상은 레벨이 다르다"고 강조했다.이 교수 역시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 이슈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향후 항암화학요법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반면 표적항암제끼리의 병용 임상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항암화학요법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이 요법을 다시 쓴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2023-07-27 06:19:34정새임 -
남편은 약사, 부인은 한약사...한지붕 약국+한약국약국과 한약국이 '약국은 허준 한약국 더채움'이라는 이름으로 한지붕 아래 새롭게 문을 열었다.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한 지붕 아래 나란히 위치한 약국과 한약국,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정윤석 약사(49·계명대 약대)와 김현주 한약사(45·원광대 한약학과) 부부가 한 지붕 아래 '약국은 허준 한약국 더채움'을 오픈했다. 7월 10일 문을 연 따끈따끈한 약국이다.정윤석 약사(왼쪽), 김현주 한약사 부부. 연구원으로 만나 늦깎이 약사와 한약사가 된 부부의 꿈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그동안은 정윤석 약사 약국에서 아내인 김현주 한약사가 한약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거나,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자 약국·한약국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각각의 사업자로 한 지붕 아래에서 따로, 또 같이 운영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최근에 약국+카페 형태의 숍인숍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저희는 약국+한약국으로 서로가 서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거죠."정윤석 약사. 사실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있었다. 재건축 이슈로 쫓겨나야만 했던 정 약사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약국자리를 구하러 다녔다.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많지는 않아도 고정적인 처방이 나오는 10평대 약국을 양수도 할 것이냐, 처방은 없지만 비교적 큰 규모의 권리금 없는 자리에서 새롭게 약국을 시작할 것이냐. 부부는 후자를 선택했다."처방을 받는 약국은 누구나 다 하는 형태의 약국이잖아요. 저희는 처방을 포기하고 상담형 약국으로 가고자 한 거죠. 기존 약국과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다 보니 단골들은 '의원 하나 없이 어떻게 약국을 하려고 하냐'며 애정어린 걱정을 해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저희 약국을 찾아주십니다."공간이 넓어진 만큼 부부의 반경 역시 넓어졌다. 49.5㎡(15평)대에서 165㎡(50평)대로 3배 이상 넓어지다 보니 약국과 한약국의 물리적 공간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됐고 약국은 드럭스토어 형태로, 한약국은 한옥카페 형태로 각기 다른 콘셉트를 줬다.새롭게 오픈하면서 첫 오픈매대를 선보인 허준약국. 상대적으로 약이 많은 약국이 전체 공간의 70%를, 한약국이 30%로 나눴다. 소비자들이 직접 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오픈형 매대를 처음 도입했으며, 대기의자 역시 한옥카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왔다. 한약국은 손수 다녀본 한옥카페를 녹여내 아늑하고 편안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허준약국의 대기공간은 한옥카페 등을 착안해 와 보통의 약국과는 다른 형태를 고 있다. "여러 군데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해 보고 저희의 콘셉트를 설명 드렸더니 모두들 흥미로워하셨어요. 정형화된 약국이 아닌,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약국을 하고 싶어 카페 인테리어 등을 주로 했던 업체를 최종적으로 고르게 됐고, 겉모습은 통일감 있지만 안은 전혀 다른 느낌의 약국과 한약국이 완성됐습니다."정윤석 약사는 처음으로 상담공간을 갖게 됐다. 정윤석 약사의 상담실도 생겼다. 매대 앞에서는 간단한 상담을, 건강 전반에 대한 상담은 상담실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크기가 있다 보니 '혹시 가격으로 승부 보는 약국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희는 없는 제품도 많이 있습니다. 가격으로 경쟁하는 약국이 아닌 소통하는 약국, 상담하는 약국이 저희의 기본 방침이기 때문에 여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한옥카페를 표방해 편안함과 아늑함을 강조한 더채움한약국. 한약국은 다이어트나 몸을 보하는 보약 등을 중점으로, 개개인의 체질과 생활습관 개선 등을 기반으로 한 상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명당 30분씩 사전예약을 통해 상담과 처방이 이뤄지고, 4대의 약탕기가 약을 달이고 있다.한지붕 약국, 한약국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한약국이 생소하다 보니 '한의원이냐'고 묻는 분들도 왕왕 있다. "약국과 한약국, 약사와 한약사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고 각각의 역할에도 차이가 있다는 걸 명확히 알리고 싶어요. 저희는 각각의 공간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소비자는 니즈에 따라 약국과 한약국을 찾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한방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거죠."정윤석 약사와 김현주 한약사 부부의 꿈은 '건강에 관한 궁금증이 있을 때 언제든 떠올릴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병의원이 불편한 증세로 인해 찾아가는 곳이라면, 약국과 한약국에서는 건강에 관련한 모든 상담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한방적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지다 보니 얻어지는 이점도 있다.처방을 포기했지만 인근에서 흘러오는 처방전도 조금씩 늘고 있다. "오히려 지금 마음이 무척 편합니다. 전에는 처방전 개수에서 보람을 찾았다면 지금은 소비자를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데서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전 약국이 마치 '병원(이 주인인) 약국'인 느낌이었다면, 이번 약국은 바야흐로 제 약국인 것 같아 즐겁습니다." 부부의 목표는 앞으로 10년 간 이곳에서 쭉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동안 워낙 많이 옮겨 다녔다 보니 이제는 10년 이렇게 한 곳에서 지역 주민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새로운 형태의 약국에 지역분들이 신기해 하는 것처럼 저도 좀 흥미진진해요. 1년 뒤에는 어떨지, 3년 뒤에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1플러스 1은 2가 아닌 3이라는 걸 실현해 보이고 싶습니다."2023-07-25 11:52:36강혜경 -
"약국 월세 너무 비싸요"...임대료 감액청구 가능할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임대차계약을 앞두고 있는 약사나 이미 임대해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에게도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임대료는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특히 약사들은 약국 수입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인데 임대료는 매년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인상되는 추세인 만큼, 그에 따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호소합니다.약국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나 약국 매출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돼 있다고 판단된다면, 임차 약사가 정당하게 임대인에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나 방안이 있을까요.오늘은 법무법인 서교 서동주 변호사를 통해 임대료 감액청구 가능 사례와 방법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Q. 약국에서 코로나 이후 감소한 조제료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해 건물주나 임대인에 임대료 감액을 요구했지만 거절 당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의 약국 매출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금액의 임대료에 대해 임차인이 차임 감액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서동주 변호사=2020년 9월 개정 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더불어 2020. 9월 법률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차임 증감 청구 사유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 ‘을 추가하기도 했고요.이에 따라 하급심 중 코로나로 인해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렸던 점 등을 이유로 차임 감액 청구를 인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차임 감액 청구가 인정될 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Q. 뒤늦게 임대인이 전임 임차 약사보다 약국 임대료를 과도하게 인상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약국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전 임차 약사보다 월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더 지불 중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인데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중 임대료 인상 등에 대해 고지할 의무는 없는 건가요?서동주 변호사=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를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이는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 체결하면서, 구 임차인에 대해 지급받던 차임보다 인상된 금액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허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보입니다.한편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교환 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서로 자기가 소유하는 교환 목적물은 고가로 평가하고, 상대방이 소유하는 목적물은 염가로 평가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교환계약을 체결하길 희망하는 이해상반의 지위에 있고,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해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이 예상된다.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해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방 당사자가 자기가 소유하는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해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거나 혹은 허위로 시가보다 높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했다 하더라도, 이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 간섭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다38583, 판결)’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따라서 임대인의 고지 의무 불이행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이전 임대차계약 내용을 사실대로 고지해야 할 특별한 사정, 예를 들어 이전 임대차계약을 기준으로 n% 상향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었다는 등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야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Q. 보증금과 월세를 합한 환산보증금이 상가임대차보호법 상의 보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라면 약국 점포가 다른 건물주나 임대인에 매매됐을 때 기존 임대차계약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가요?서동주 변호사=우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의 경우 원칙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그중 하나가 임차 건물 양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다는 '대항력'관련 규정으로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의 경우도 관련 규정이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관련 규정을 보면 상가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항에서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9까지의 규정, 제11조의2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돼 있습니다.더불어 제3조(대항력 등) 제2항에서는 ‘임차건물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할 경우라도 기존 임차인은 기존 임대차계약에 대한 권리를 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데일리팜 전문컨설팅 바로가기]2023-07-21 09:51:28김지은 -
의사에게 돈 건넨 약사·도매업체 무죄 판결...이유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의약품과 처방전 거래를 목적으로 의사에게 수천, 수억대 금원을 제공한 도매업체와 약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돈을 받은 의사도, 건넨 도매업체와 약사도 채무 관계였을 뿐이라고 주장한 데다가, 금원 제공에 따른 뚜렷한 이익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의사,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약사, C도매업체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A의사는 외과 전문의로 지난 2017년 말 외과의원을 개원하는 과정에서 B약사와 C도매업체 관계자를 만나 B약사에게는 3000만원, C업체로부터 1억5000만원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A의사는 C도매업체로부터 의약품의 채택, 처방유도, 거래유지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을 받았다는 이유에서 의료법 위반이, B약사로부터 처방전 알선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는 담합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약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같은 이유로 B약사는 약사법 위반, C도매업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 받았다.이 같은 상황에 대해 A의사 측은 외과의원의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 B약사와 C업체 측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것으로, 의약품 판매 촉진이나 처방전 알선 대가로 금전을 제공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B약사 역시 이번 재판 과정에서 “운영 중인 약국이 위치한 건물에 들어올 의원의 원장인 A의사가 부탁해 변제 기일이나 이자에 대한 약정 없이 3000만원을 빌려준 것일 뿐”이라며 “금융이익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제공한 것은 아니”라며 맞섰다.C도매업체도 “금전을 대여했다가 이후 원금과 이자를 변제받은 것으로,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한 돈이 아니었다”며 “단, 이 사건 의원에 의약품을 공급할 기회를 갖고자 한 것은 사실인 만큼 A의사에 차용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1억5000만원 자체를 증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실제 A의사의 동업자인 D씨는 A의사가 개원 과정에서 약사와 도매업체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B약사와 C업체 측에 원금과 이자를 변제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검사 측의 공소대로 실제 B약사와 C업체가 A의사에 금전을 제공함으로써 처방전 증가나 의약품 거래가 증가하는 등의 경제적 이익을 달성했는지 여부에 집중했다.B약사가 운영 중인 약국의 경우 이번 사건의 의과의원이 개원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미 건물주와 독점 조건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해당 건물에는 통증의학과와 피부과가 입점돼 있었고 추가로 치과가 들어올 예정이었다.재판부는 사건의 외과의원이 개원한 이후 B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의 처방 조제 건수 변화 추이도 살펴봤는데, 외과가 운영된 이후 처방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오히려 금원 변제 이후 사건 의원 관련 처방건수가 더 증가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재판부는 C도매업체의 경우도 A의사와 금원이 오고 간 이후 거래를 트는 정도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A의사의 동업자인 C씨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변제받은 이후에도 이 사건 의원에 의약품 납품은 계속됐다고 밝혔다.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B약사, C도매업체가 A의사에게 각각 3000만원, 1억5000만원의 금원을 무상으로 제공할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돈을 건네줬다 돌려받게 된 구체적 경위, 방법 등을 보면, A의사가 B, C로부터 처방전 발급 대가나 의약품 판매촉진 목적으로 처방전 금전 차용 기회나 금융이익 상당의 ‘편익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 “하지만 결정적으로 B, C가 각각 3000만원, 1억500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할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A의사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2023-07-19 10:29:37김지은 -
입지로 시작해 입지로 끝나는 약국…발품 팔면 낙이 온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은 자리로 시작해 자리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입지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좋은 자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개인에 따라 다르고, 누가 봐도 좋을 법한 자리는 아무나 꿰찰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호기롭게 계약해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날리는 경우도, 악성 브로커에게 발목 잡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이미 들어갈 만한 자리는 모두 찬 상태에서 가심비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1년 이상 준비해도 답 없다…난이도 상~극상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면서 개국을 하는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체인약국에 관심을 갖고 문을 두드리는 약사의 연령대가 30~40대에서 20~30대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되면서 2년을 더 공부한 학생들이 빨리 진출해 자리를 잡으려는 경향은 물론, 치솟고 있는 권리금과 보증금도 한 몫 했다는 평가입니다. 20대부터 가장 많은 층인 30대, 육아를 어느 정도 마친 40~50대까지 개국 시장으로 몰리면서 개국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다양한 과목이 입점해 있는 클리닉 빌딩. '개국을 준비하는 모임(이하 개준모)'가 2021년 개국 약사와 개국을 준비 중인 약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통상 3~12개월에 거쳐 개국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3개월 이내나 준비 기간이 전혀 없었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1년 이상을 꼬박 개국 준비에 투자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그렇다면 약사들이 느끼는 개국 난이도는 어떨까요? 매우 어려웠다와 어려웠다, 보통이다, 수월했다, 매우 수월했다고 나눠 조사한 결과 매우 어려웠다와 어려웠다가 압도적이었습니다.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약국 자리가 없고, 값비싼 월세와 권리금과 보증금·지원금 등 투자금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상당했습니다. 개국에 관한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다는 솔직한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개준모도 바늘구멍 같은 개국을 뚫고자 하는 약사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개준모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택 약사 역시 뭣 모르고 덜컥 '안 될 자리'를 계약을 했다 계약금을 모조리 날린 채 '정보를 교류해 보고자'하는 차원에서 2019년 11월 네이버 카페로 시작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이후로 50~60개 약국을 직접 돌아 다니며 겪고, 느꼈던 바를 공유하게 됐고 카페를 통해 임장후기와 피해사례 등을 공유하게 되면서 금세 8000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설명입니다. 알음알음 알다 보니 정보 격차 '껑충'약사라면 누구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바로 '개국 이야기'일 것입니다. 내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라도 더 좋은 자리가 있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점프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죠.하지만 약사에 따라 정보에도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바로 알음알음, 쉬쉬 한다는 개국 특성 때문입니다.새로 약국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 정보를 얻으면 좋을지 모르거나, 누구에게 얘기해야 할 지 몰라 막막한 새내기 약사. 약국을 옮기고 싶지만 약국 매도를 마지막까지 조용히 진행하고 싶은 경륜있는 약사 모두 선·후배, 동기약사를 통해, 거래 제약·도매 가운데 믿을 만한 담당자 몇 명을 통해 조용한 거래를 하기 때문입니다.먼저 개국한 선·후배, 동기가 있어도 권리금, 월세, 대출과 같은 예민한 문제를 일거수일투족 속속들이 묻기 곤란하다는 게 개국을 했거나, 개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약사들의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개국은 처음'인 약사, 누구고 곤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보다 부지런히 손품을 팔고 발품을 팔면 약국을 보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설이자 불문율입니다.손품으로 찾아볼 만한 사이트를 소개하자면 데일리팜DP부동산과 팜플, 팜마켓, 팜프로 등이 있습니다. 또 네이버나 구글에 '약국, 약국매매, 약국임대, 약국상가, 약국양도' 등을 검색하거나, 네이버부동산 등 관련 카페에 '약국' 키워드를 알림 등록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손품을 통해 괜찮은 물건을 봐뒀다면 점심시간과 퇴근 직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로컬 데이터와 로드뷰를 통해 발품 지역을 선정하고, 직접 발품을 파는 것도 추천합니다. 임장가서 뭘 봐야 해? "9가지는 꼭 체크하자"첫 임장이라면 정작 어떤 부분을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지 몰라 적잖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처방·매약 데이터는 커녕, 진열된 약만 보고 오거나 공사가 한창인 현장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김은택 개준모 회장이 추천하는 임장 후기 작성 팁. 개준모 제공. 개준모 회장은 맡고 있는 김은택 약사가 소개하는 임장 후기에는 ①약국주소 ②처방이 들어오는 병원(의사 나이, 자가여부, 임대차계약 등) ③권리금 ④보증금 ⑤임대료 ⑥조제료/일반약 매출 ⑦약국 주변 환경 ⑧매도인의 매도 사유 ⑨계약을 생각했다면 그 이유,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 등 자세한 임장후기를 당일에 기록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내가 잘 아는 약국 상권, 소위 '앞마당 약국'을 만들어 둬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고, 보다 빨리 의사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발품 외에도 임장 스터디나 개국 스터디, 주말 일일 알바도 도움이 됩니다. 투자금액? 지역? 조제·일매? 나만의 기준 잡기임장 경험을 쌓았거나, 임장 전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개국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센추리21삼성법인 한상민 대표는 의원을 개원한다고 할 경우 ▲세대수 ▲연령층 ▲소득수준 ▲주동선 ▲소비수준 ▲거주형태 ▲주차시설여부 ▲간판설치 ▲경쟁의원 수 ▲투자금액 및 임대료 ▲전용면적 ▲기타사항 등이 선택기준이 되지만, 약국은 ▲조제료(크기) ▲지역 또는 거리 ▲처방과(종류) ▲원장님 나이 및 분양여부 ▲독점여부 ▲문전약국 vs 층약국 ▲기존약국 vs 신규약국 ▲투자금액 및 임대료 ▲기타사항 등이 선택기준이 된다고 얘기합니다. 즉 투자금액 및 임대료를 제외한 나머지 선택기준은 일반업종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거죠.이 기준들 가운데 우선순위에 둘 만한 2~3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세워두면 좋은 물건이 나왔을 때 빨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김은택 개준모 회장 역시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운영시간 ▲기존약국 vs 신규약국 ▲출퇴근 거리 및 지역 ▲노동강도 및 환경 ▲조제약국·일매약국 등의 약국 스타일로 6가지를 꼽았습니다.나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요?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자리라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 순위를 세워두면 보다 쉽게 의사선택이 가능해지겠지요.2023-07-18 17:20:54강혜경 -
월세 7700만원 진실…오늘의 문전약국, 안녕하신가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경기도의 한 준종합병원 A급 문전약국의 월 임대료가 7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약업계가 술렁였습니다. 2년전 서울조달청 약국의 연간 임대료 최고 낙찰가가 9억원대인 것으로 확인돼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이쯤에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문전약국은 한 달에 과연 얼마의 수입을 올리기에 임대료로만 월 수천만원대를 지출한다는 걸까. 빅5 종합병원을 넘어 최근에는 외래 처방건수 1000건이 채 안되는 준종합병원 문전약국가까지 임대료가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걸까. 그래서 확인해 봤습니다. 문전약국을 운영 중이거나 개설, 운영에 관여 중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예전같지 않다”며 손사래 치는 오늘, 수천만원대 임대료도 마다하지 않는 대형 문전약국들은 안녕한지 말입니다.2년만에 30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약사들 “불가능해”지역 약국 약사들에 따르면 월세 7700만원으로 화제가 됐던 경기도의 한 준종합병원 문전약국은 점포 소유주인 종교단체가 공개입찰을 통해 임차 약사가 선정됐고, 이 약국이 임대인인 종교단체 측에 내는 월세는 77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으로, 세금을 제외하면 약국에서는 월 7000만원을 매월 지출할 것으로 추정됩니다.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약국 임대료는 월 3000여만원에 책정돼 있었는데요. 당시는 공개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공식적으로 임대료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약국과 관련한 다수 법적 분쟁 과정에서 월 임대료가 3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년만에 월세가 2배 이상 뛴 셈이죠.그렇다면 주 처방전 유입 주체인 병원 외래 처방건수는 어느 정도 선일까요. 인근 약국 약사들에 따르면 이 병원의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외래 처방건수는 900~1000건 사이, 주말인 토요일은 200~300건 사이입니다. 병원 주위로 6곳의 문전약국이 포진해 있단 점도 고려할 점입니다.경기도 분당의 A병원 문전약국가. 2년 간 공실이었던 A급 문전약국 자리에 약국이 새로 개설된 가운데 이 약국 임대료가 월 7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슈가 됐다. 이 약국 위치나 규모상 A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래로 나오는 처방건수의 절반 정도를 수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데요. 400건에서 500건 사이라는 건데, 다수의 대형 문전약국 약사들에 따르면 약국에서 하루 평균 400건에서 500건 사이의 처방조제가 이뤄질 경우 조제 수입은 1억원대로 계산됩니다.이 점을 고려하면, 이 약국에서는 7700만원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조제수입을 뛰어넘는 뾰족한 묘수가 있지 않고서는 말이죠. 1억원대의 조제 수입에서 70%가 넘는 7000여만원의 월세를 제외하면 그밖의 인건비, 고정 지출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외래 처방 1000건이 채 안되는 병원 앞 약국 월세가 8000만원 턱밑인 데다가, 대표약사가 개업한 지 2년도 채 안된 30대 초반이란 점에서 크고 작은 말도 새어나옵니다.서울의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 A약사는 “이번 사건이 알려지고 약사들 사이에서도 비현실적 상황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대형 문전약국을 운영 중이지만 월세가 7700만원이라는 것은 계산이 안되는 액수이기 때문”이라며 “문전약국가에서 아무리 1번 자리라 해도 전체 외래 처방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기 힘든 구조다. 많아야 하루 평균 500건 밑이고 조제수입은 1억원을 추산할 수 있는데, 월세가 7700만원이면 2300만원이 남는 구조다. 표면상으로는 약사, 직원 인건비도 충당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습니다.경기도의 한 대형병원 문전약국을 운영 중인 B약사는 “병원 규모나 인근 약국가 상황으로 볼때 문전약국가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약국에서 도매를 함께 운영해 약가마진이 발생한다 해도 쉽지 않은 구조다. 무엇보다 대표 약사가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다. 별다른 조정이 없거나 조제수입 이외 뾰족한 수입 창구가 있지 않은 이상 장기간 유지가 가능하겠나 싶다”고 했습니다.“문전약국, 조제수입의 30% 임대료로”…넘어서면 ‘베팅’그렇다면 대형 문전약국의 적정한 임대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또 실제로 통상 어느 정도 수준에 임대료가 책정돼 있을까요.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조제 수입의 30%를 대형 문전약국의 적정한 임대료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형 문전약국의 기준은 월 조제수입 5000만원 이상을 말합니다. 만약 월 1억원의 조제수입이 발생하는 약국이라면, 이 약국의 적정한 임대료는 3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죠.월 조제 수입이 5000만원 이하로 내려가면 적정 임대료 포션은 25%대에서 점점 더 낮아지는 구조라는 게 약국 전문 부동산 관계자와 문전약국 약사들의 전언입니다. 문제는 시장에 형성된 적정 수준을 파괴하는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명 ‘보장된’ 대형 문전약국의 건물주나 임대인이 시장에서 통상 적정 수준으로 책정된 임대료 포션을 넘어서는 액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죠. 그 선을 뛰어넘는 거래에 뛰어든다면 이것은 곧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 베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대형 병원의 경우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이상 이전하거나 폐업하지 않는다는 안전성 하나로 베팅을 거는 건데, 왜 이것이 위험하다는 걸까요.문전약국 약사들의 “예전같지 않다”는 말에 그 답이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대형 병원 문전약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가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존 대형 병원 인근에 이미 형성돼 있는 문전약국가에 신규 약국이 추가로 개설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설립된 대형 병원 인근으로 수십개 약국이 몰리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A약사는 “조제료 인상률은 매년 3%를 넘지 않는 데다가, 처방 건수는 정체하거나 약국 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에 비해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건물주, 임대인들은 약국 임대료를 계속 올리고 그 밖에 고정비용들도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문전약국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형 문전약국이 예전만 못한 원인 중에는 금융비용, 일명 백마진의 투명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통상 리베이트 쌍벌제 적용 이전에 문전약국들은 백마진으로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을 충당하는 게 관례였다고 하는데요, 법 시행으로 백마진이 크게 줄면서 조제수입에서 임대료, 인건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는 말입니다.약국 전문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운영 중인 C대표는 “문전약국은 통상 백마진을 받아 임대료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백마진으로 임대료를, 매약이 크지는 않지만 매약 수익, 조제료 일부로 인건비를 처리하고, 나머지는 대표 약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보니 대표약사의 수익이 꽤 쏠솔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조제, 매약 수입에서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충당하다 보니 대표 약사가 가져갈 포션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귀띔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그룹화 하는 대형 문전약국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문전약국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과감히 베팅에 나서는 약사가 적지 않다는 거죠. 달라진 게 있다면, 천문학적 수준의 진입비용을 감당할 만한 업체가 관여한다거나 여러 약사가 그룹을 이뤄 대형 문전약국 개설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라는 겁니다.통상 문전약국 시장에서 합리적 선으로 보는 조제수입의 30%선을 뛰어넘는 임대료를 제시함에도 과감히 베팅에 나서겠다는 약사가 적지 않은 이유인데요. 종합병원, 준종합병원은 이전 등의 대한 변수가 적은 데다가 수천, 수억대의 조제수입은 매력적인 조건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매월 수천만원대 임대료를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약가 마진을 수익으로 돌리기 위해 도매상을 직접 운영하며 문전약국 시장에 뛰어드는 약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약사 여러명이 팀을 이뤄 대형 문전약국 여러 곳을 운영하고, 도매도 직접 운영해 조제수입과 더불어 약가마진도 가져가는 구조라는 겁니다. 진입 비용이 수십억대에 월 고정비용만 수천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대형 문전약국은 더 이상 약사 개인으로 진입하기는 힘든 시장이 됐다는 말이기도 합니다.C대표는 “이미 대형 문전을 운영 중인 약사가 도매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새로 진입하는 약사들 중 대학 동문이나 기존에 알고 지냈던 약사 여러명이 그룹을 이뤄 도매를 세우고 대형 문전 2~3곳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기본 조제 수입 이외 약 회전에 따른 약가마진을 창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문전의 경우 약값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이를 하나의 자체 수익구조로 보는 것이다. 사실상 약국이 기업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하지만 베팅을 건 약사들의 기대와 달리 이 같은 약국들의 수익이 ‘드라마틱’하지 않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점은 눈 여겨 볼 만한 부분입니다. 최근 새로 개설된 대형 병원 문전약국들이 적자를 견디지 못해 줄폐업을 하거나 개업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방증합니다.올해 초 돌연 운영을 중단한 아산병원 인근의 한 대형 문전약국. 약사는 잠적했으며 부도 가능성이 제기됐다. A약사는 “최근 형성되는 문전약국가를 보면 출혈경쟁으로까지 가는 추세다. 기존 문전약국가에 새로 치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 새로 형성되는 문전약국가는 도를 넘어선 경쟁으로 결국 다 죽는 꼴이 되는 구조”라며 “적자생존으로 그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약국들은 결국 수십억원대 손해만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C대표도 “문전약국 시장은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3등 밖으로 밀려나면 문전약국이라 해도 조제료가 월 70~80건, 조제수입은 2000만원대에 형성되는 구조이고 수익이 일반 로컬약국과 다를 게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문전약국의 임대료, 약제비 규모는 로컬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수익은 같은데 고정지출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결국 임대료, 약값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손 털고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2023-07-16 18:11:15김지은 -
인테리어 바꾸고 동물약 집중...2년만에 매출 껑충[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국 내부에 박스째 쌓여있는 약들, 어두운 조명과 출입문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 시트지까지.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여느 시장 약국과 다르지 않았다.지난 2021년 양수 계약을 할 때만 해도 젊은 약사들이 왜 힘든 약국을 인수하냐며 주변에선 만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30대 두 약사는 약국을 전면 리모델링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우려를 불식하고 처방과 매약 매출이 급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경기 평택 365녹십자약국은 김은택(33·아주대), 오재용(33·아주대) 약사의 젊은 패기와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있는 약국이다.김은택 약사(왼)와 오재용 약사. 오재용 약사는 “대학 동기다. 학교 다닐 때도 동아리 회장, 부회장을 맡으며 돈독한 사이였다. 당시에도 호흡이 잘 맞았던 터라 약국 동업도 시너지를 기대했고, 졸업 후 따로 약국을 하다가 함께 하게 됐다”면서 “자정까지 운영하는 365 약국이라 같이 하면 부담도 줄어들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처방 위주 약국을 운영하며 성장에 한계를 느꼈던 김은택 약사에게도 지금의 약국은 매력적이었다. 매약 비중이 높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성장 잠재력이 있겠다는 판단이었다.오 약사는 “시장 앞 오래된 약국이었고 약 40평 중 절반은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약국에 와서 보자마자 제대로 관리가 된다면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옆 건물 지하창고를 임대해 일반약들을 전부 옮겼다. 창고처럼 쓰던 약국 공간을 넓혀 확 트인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추가 비용이 들어갔지만 약국과 환자들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전면 리모델링을 하고, 인근 지하실을 임대해 창고로 사용되던 약국 공간을 없앴다. LED를 대량 설치해 어두웠던 실내 조명을 바꾸고 매대 간격 등 여유있는 공간 배치를 했다. 약국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바닥과 천장을 제외하고는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고, 리모델링 비용만 약 8000만원이 들어갔다.오 약사는 “기존에는 의약품 진열이 깔끔히 정리되지 않았고, 유명 품목들은 취급하지 않았었다. 젊은 환자층을 수용하려면 유명품들도 갖춰 놔야 한다고 생각했고 진열도 깔끔하게 구분을 둬 정리했다”고 말했다.또 내부에 어두웠던 조명을 LED로 전부 교체하고, 유리문에 잔뜩 붙어 채광을 막던 광고 시트지를 제거해 외부에서 약국 안이 들여다보이도록 했다.김은택 약사는 “기존에도 365 운영 중이었는데 약국명은 녹십자약국이었다. 365일 문을 여는 곳이라는 걸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이름을 365녹십자약국으로 바꾸면서 간판도 교체했다”고 말했다.구획을 깔끔하게 나눠 기존 정리되지 않았던 진열 방식을 개선했다. 공간이 달라지니 환자들 발길은 자연스럽게 늘었다. 또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먼저 다가가는 젊은 약사들에게 서서히 마음이 열렸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내과 처방 흡수율이 20~30%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오 약사는 “약국이 바뀌고 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하는 환자들이 정말 많았다. 결과적으로 흘려보내던 환자들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시장조사 해보니 동물약 수요 포착...특화 전략 먹혔다 인근에 동물병원이 다수 자리잡고 있었는데 두 약사는 약국 계약을 하며 이를 놓치지 않았다. 동물약을 특화하기로 하고 제품 종류를 서서히 늘려 현재는 100개가 넘는 품목을 구비했다.동물약에 4개 진열장을 사용중이다. 몸무게별 제품까지 구분하면 170여개 제품이 넘는다. 출입구 옆 4개의 진열장에는 강아지 심장병약부터 소독약, 위장약, 영양제, 소염진통제, 구충제, 피부연고, 귓병약, 약용삼푸, 물고기약, 간식까지 다양한 품목이 자리잡고 있었다.김 약사는 “체중별 제품까지 구분하면 177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전체 매약 매출 중 동물약이 10~15%를 차지한다. 매약 약국이기 때문에 10~15%가 적지 않은 매출”이라며 “반려 뿐만 아니라 축산까지 영역을 서서히 넓히려고 한다. 지역 수요가 있어 닭 의약품부터 취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특히 동물약 소분조제를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약국을 찾아오는 동물약 소비층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완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조제 서비스까지 특화했다. 김 약사는 “완제품으로 상담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분 조제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예약제로 받고 있다. 네이버폼으로 예약을 받아 우선 동물병원을 가야 하는지 약국에서 조제약으로 가능한지 답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김 약사는 “조제를 원하는 건 강아지 만성질환약이 많고, 길고양이 보호자들도 꽤 있다. 비용부담이 있어 알아보다가 약국을 찾는 경우들이 많다. 특히 새끼 고양이들은 용량 조절이 필요해 조제를 원하는 보호자들이 많다”고 했다.이어 “동물약을 취급하는 약국은 많은데, 상담하고 조제하는 약국은 많지 않다 보니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동물약 종류가 많아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부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약국 홍보 위해 다양한 시도...맞춤 소분건기식에도 관심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약국 홍보 방법을 활용했다. 두 약사는 공공심야약국의 홍보 효과 연구를 약사학술제에 발표할 정도로 약국의 접근성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김 약사는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는데 블로그 노출이 가장 효과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네이버 파워링크와 네이버 지도 광고 등록, 당근마켓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다양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블로그가 활성화돼 심야운영과 동물약 판매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녹십자약국이 다양한 동물약을 취급하는 것도, 자정까지 운영을 한다는 것도 온라인 홍보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오 약사는 “약국 운영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매출이 올랐다. 조제 매출은 20~30% 가량 올랐고, 매약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약 단골 손님이 늘어나니까 자연스럽게 처방 매출도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이어 오 약사는 “개인 맞춤형 건기식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 약사로서 맞춤 건기식에서도 역할을 하고 싶다. 더욱 환자 맞춤형 약국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김 약사도 “평택이 고향이라 애향심이 있다. 지역 랜드마크 약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모 병원 아래 약국으로 얘기되기 보다는 약국을 중심으로 기억되는 곳이 되고 싶다. 또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확대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2023-07-14 17:31:26정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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