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오프라인과 온라인, 약사와 인플루언서& 65279; 요리 학교의 명예 교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첫 남편 바지뉴, 약사인 둘째 남편 테오도루의 이상하면서도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는 브라질의 국민 작가 조르지 아마두의 소설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의 줄거리 입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는 사랑을 해 봐야 아는 거고, 삶이 무엇인지는 살아봐야 아는 거잖아요?" 소설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도나 플로르의 생각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습니다. 소설 속 도나 플로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랑을 했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쥐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제품의 확대, 상비의약품의 배달 서비스 허용, 화상투약기 / 자판기 형태의 의약품 구매,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시범운영, 약 배달 서비스 등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제약업계의 소식들입니다. 소비자의 편리함 추구를 앞세우며 이러한 제도들이 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매와 복용의 편리함만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이란 나에게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편리성 보다는 안전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의약품(일반의약품) 구매 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전문가인 약사와의 상담을 통한 정보 습득이라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약품 구매 흐름과 유사한 구조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정보의 2단계 흐름(Two-step Flow)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라자스펠드(Lazarsfeld)의 책 ‘Personal Influence’에 소개된 개념으로 개인들은 자신의 신념에 의지하여 주요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원(source)으로부터 의견 주도자들(opinion leaders)을 거쳐 개인에게 전달되는 2단계 흐름을 거친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관계를 통한 정보 전달을 핵심으로 보는 2단계 흐름 이론은 수용자를 의견지도력(opinion leadership)을 갖는 정보원(opinion leaders)과 추종자(followers)로 분류하였습니다. 여기서 의견지도력이란 권위 등과 같은 힘이 아닌 무의식적이고 격식 없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지도력을 말합니다. 소비자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으로, 정보원(opinion leader)을 통한 상담 필요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유형으로는 일반인, 유명인, 전문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서는 대다수 일반인과 유명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반인 정보원은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 외에는 별도의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소비자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들과 유사성 및 일체감을 느끼게 되어 친근감을 형성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또한 일반인 정보원이 자신과 같은 연령층일 경우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반인이 정보원으로써 효과적인 분야는 일상용품 등으로 ‘지각된 위험이 낮은’ 제품군입니다. 의약품은 이러한 제품군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반면 전문가 정보원은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그 분야에 대한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개인 또는 집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역량에 관하여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퍼로프(Perloff)는 전문가 정보원의 특징을 ‘권위, 공신력, 사회적 매력’이라고 분류 하였습니다. 안토니 R. 프랫카니스(Anthony R. Patkanis)와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은 불신의 시대에도 전문가처럼 보이면 소비자들은 믿게 된다고 말하며 ‘공신력 효과’에 대해 강조 하였습니다. 스티브 마틴(Steve J. Matrin)은 ‘호감, 위협적임, 불쌍함’ 등을 정보원의 역량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원의 특성은 크게 신뢰도(credibility), 호감도(attractiveness), 지배력(power)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브루스 A. 버거(Bruce A. Berger)는 ‘약국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북’을 통해 정보원인 약사가 활용할 수 있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소통 공간,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 시간 배분, 시선교환이나 응시, 접촉, 신체의 움직임, 옷차림이나 상징물과 같은 물건의 선택과 이용, 목소리 등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의료인의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의 만족도와 치료결과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밝힌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정보원의 전문 지식과 신뢰, 호감, 지배력, 거기에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까지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은 열성적인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소설 속 도나 플로르의 두번째 남편이자 약사인 테오도루의 약국 벽에는 그의 평소 성격과 신념을 잘 드러내는 표어가 적혀있습니다. “모든 것을 위한 자리, 제자리에 있는 모든 것” 모든 것은 마땅한 자기의 자리가 있어야 하고, ‘제자리’에 그것들이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하는 테오도루의 생각이 담긴 것 같습니다. "나와 내 가족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 약사가 직접 전달해 줄 수 있는 약국만이 약이 있어야 할 제자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2023-06-07 10:00:48정석원 이사 -
[박정관의 생각]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약품은?1편에서 약사 역할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배달) 필요성을 알아봤다면, 2편에서는 소비자와 산업적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라스트마일(Last Mile Delivery,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에서 나온 말로 현재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거리(혹은 순간)'를 뜻한다) 배송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대면 진료'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배송지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배달과정'을 칭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과정을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차별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전통적으로 약국은 대면 투약이 중시돼 왔지만, 지금은 비대면 진료 옵션에 대한 비대면 투약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약사 스스로가 주도하는 약배달(전달)에 약사회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체 전달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대면 투약 만을 고집하면, 고객의 기대와 제공된 서비스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단언컨데 대면 투약을 지켜낼 방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비대면 진료 앱이나 약 배달 앱이 오늘날 약국시장에서 어떻게 갑작스레 컸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약사사회에서 대면 투약만을 주장하며 배달은 안된다고 외쳤고, 그 틈새를 비대면 진료·약 배달 앱이 차지해 성장해 왔다. 일본약제사회는 신형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 방지를 위해 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택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환자들에게 공고히 안내하고 있다. 최근 나는 약사 및 다양한 약업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와 약국의 미래' 강의를 할 때, 말미에 꼭 묻는 질문이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어떤 약국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공통적으로 약 70% 이상이 직장이나 집 근처의 약국을 가겠다고 한다. 실제 미국과 일본에서 의약품 배달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동네약국 매출이 증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훨씬 성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약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사의 투약과정에서 설명을 하거나 상호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한 부정확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환자와의 만남도 드문 일이 아니다. 투약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투약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때 약국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을 최적화하고 약사는 보다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상해 보라! 약국은 또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병원을 능가하는 뛰어난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모든 투약과정'이 약사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신뢰성이 보장되고 포괄적인 약국서비스가 제공될 때 고객의 진화하는 요구를 해결하고 약사 역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핵심 아닐까? 약사가 주도하는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약국이 고객에게 직접 약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응에 저항하고 전통시스템만 집착한다면 펼쳐질 미래에서 반드시 뒤쳐짐을 알아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을 수용하고,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함으로써 약국은 변화하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다. 일부 약사회 임원들은 약사회 주도의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여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비치니 필자에게 '매약노'라는 딱지를 붙여줬다. 시대와 상황은 바뀌는데 이를 준비하지 않고 현 체계를 고수하자며 선동하는 이야말로 미래 약사 사회의 매약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3-06-05 14:36:57데일리팜 -
[기고] 자연은 조작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다과학이 무력해지는 순간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마음은 일말의 공유되는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의 허망하지만 절실한 기대이다. 과학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공감성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산업의학 교수인 로버트 키호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납화합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며 기원전부터 유해성이 알려져 온 납의 사용을 옹호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듀크대 연구팀은 1920년부터 70여년 간 사용된 유연 휘발유로 인해 미국 인구의 1억7천만명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이들의 아이큐가 최대 6이상 집단에 따라서는 7까지 저하되었다는 초대형 보건 재앙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로버트 키호는 장기간 납화합물에 노출된 노동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단기간 노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혈중 납농도를 측정하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제시하고 납이 자연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은 납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무해를 강변하였다. 특히 유연휘발유로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납 오염이 발생했음을 밝혀낸 클레어 패터슨을 공격하고, 그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부정하고 비판하였으며 그후 클레어 패터슨은 재정지원을 잃고 대학에서 퇴출당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로버트 키호가 신시내티 캐터링 응용생리학 연구소장을 35년 간이나 재임하면서 납화학물을 생산하는 에틸코퍼레이션,제너럴모터스,듀폰 등 이해관계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신은 동 회사의 의료자문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이 돈에 굴절되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던것이다. 오늘 우리는 이 로버트 키호의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방사능이 일정 수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40년 간 방사선과 핵물리학을 연구했고 2009년 발간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1리터는 당장 마실 수 있다고 공언한다. 문제는 동일하다, 로버트 키호의 조작과 같이 도쿄전력에 의해서 조작적으로 선택된 시료만으로 안전성이 주장되었다고 해도 자연계는 그 조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과 오염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수중 생물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고 그렇게 발생한 피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는 과도한 우려일지라도 경청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돈과 정치에 취약하기만한 과학이라는 허약한 보루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패터슨과 같이 직장을 잃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끝까지 유연휘발유 금지를 이끌어낸 과학자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여된 자율성은 악용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2023-06-04 20:14:18신광식 보건학박사 -
[박정관의 생각] 공동현관에 방치된 약, 이대로 괜찮나비대면 진료를 통해 조제된 약이 약배달 앱 업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배달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까지 "약은 공공재"라고 외쳤던 약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은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K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규정에 따라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며 이후 KGSP(우수의약품유통관리기준) 규정에 따라 의약품 유통업체를 통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유통된다. 이 규정은 창고 및 운송 차량과 같은 전용 물적 자원이 의약품만을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엄격한 감독 하에 유지되도록 한다. 또한 해당 교육을 받은 직원이 배송 프로세스를 담당하여 의약품의 특수성이 유지되는 유통을 보장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이슈화 하고 있는, 조제약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사뭇 우려스럽다. 의약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있을 리 없는 약배달 앱 업체가 배달전문업체에 위탁해 약이 배달되다 보니 KGSP 규정을 전혀 받지 않는 상황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약품은 종종 음식을 포함해 관련 없는 제품과 함께 전달돼 약의 특수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래 사진과 같이 약배달 앱 업체로부터 배달되는 조제약이 환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방치돼 고객 연락처와 같은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질환 등 민감정보까지 노출되는 등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약의 배달과 수령과정이 매우 중요한 약의 특성상, 약배달 과정에서 오염, 변질·변패, 파손 등으로 약의 효과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책임 여부에 대한 논란도 생기겠지만, 결국엔 환자의 건강 및 치료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작금의 상태에 대해 약사사회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약의 전달이 전통적인 '대면 투약'을 넘어서 확장됨에 따라 관련한 위험성을 직시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긴급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면, 약사는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약료 전문가로서 새로운 형태의 약전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약사의 책임 하에 약이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되고, 나아가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관리하여 복약이행도를 높여 주는 것까지 약사의 역할이다. 현재 약사 사회는 대면 투약 고수에만 함몰돼 환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놓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 전문지식이 없는 D사, O사와 같은 약배달 앱 업체가 판을 치는 현실을 만들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일본약제사회처럼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의약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 주관으로 '약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했으면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KGPP(Good Pharmacy Practice)의 구현은 의약품의 보관, 취급 및 전달에 관한 표준 및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의약품만 보관·운반할 수 있는 물리적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선정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의약품을 안전하게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의약품 취급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이수한 직원에게만 의약품 전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를 시행함으로써 의약품이 최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안전한 의약품 전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비대면 약전달에 관한 우려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치료와 건강유지에 있어 약사의 필수적인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2023-05-29 12:35:14데일리팜 -
[칼럼] Issue finding & Solution, 약사와 동료들[데일리팜=정석원 이사] & 65279;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이력을 가진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인 ‘약제사 부인’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부인은 열린 창가에 앉아서 거리를 내다보았다. 무덥고 지루함에 화가 났다. 울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부인으로부터 몇 걸음 뒤로 떨어진 곳에서는 남편 체르노모르지크가 얼굴을 벽으로 돌린 채 달콤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부인은 무더움과 지루함에 화가 난 상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인 자신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남편은 부인의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약제사 남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이번 칼럼의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가 보시죠. 잠시 소비자와 관련된 2가지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입니다.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인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Susan T. Fisk)와 셸리 테일러(Shelly E. Talor)가 주장한 이론으로 인간이란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합니다.즉 최대한 간단한 방식과 뇌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용어입니다.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는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가치를 재창출 하는 일이라고 큐레이션을 정의하였습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에 대한 인지의 시간을 줄이고 그 대안을 제안 받고자 하는 심리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무지로 인한 비시장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을 일컫는데 특히 의료서비스에서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자와 관련된 특징들을 지역약국의 세일즈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신뢰를 기반으로 ‘약사’라는 전문가가 ‘짧은 시간’동안 ‘개별화’된 상담을 제공할 경우 소비자의 만족은 증가하고 세일즈는 발생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소비자는 본인의 인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면서(시간의 효율성), 본인의 취향을 제안 받고자(개별화 된 상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의 설문 조사 결과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한 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약사의 업무시간과 관련된 설문이었습니다. . 무려 70.6%의 소비자들은 약사로부터 자신의 증상에 관한 정보와 그에 맞는 선택을 추천 받길 기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생활습관이나 식이요법과 같은 정보의 안내였습니다.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약사와의 상담을 원하였고, 가능하면 주거지역 인근의 약국에서 상담이 진행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반면, 약사의 업무시간 배분에 관한 조사 결과, 조제(23.5%), 복약지도(17.1%), 처방감사(10.1%) 라는 세 가지 업무가 하루 일과의 50.7%를 차지하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반면, 의약품 및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시간은 2.1%, 질병예방 및 공중보건 증진 활동은 2.9%를 차지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설문 결과 보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약국이 제공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2022년 4월, 약국의 세일즈에 있어서 약사는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지, 콘텐츠 활용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탐색하고자 약사 대상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였습니다. 약국의 형태별로 지역약국, 체인약국, 대형약국으로 분류하였고, 다양한 연령대별 약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습니다. FGI의 질문지는 크게 조제, 상담, 정보 및 홍보 제공에 관한 것이었고 추가적으로 향후 개선되어야 할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문제점으로는 총 33가지가 언급되었는데 그 중 조제 11가지, 상담 13가지, 정보 및 홍보에서 9가지 문제점이 도출되었습니다. 그 결과 모든 항목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시간, 공간, 약사역량, 상담이라는 4가지 항목이 도출되었습니다. 특히 약사의 시간 부족은 모든 문제점들의 최초 원인임을 확인하였습니다. FGI를 통해 도출된 약사의 세일즈 콘텐츠에 관한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약사의 시간 부족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의 약화입니다. 이러한 시간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 조제 업무의 과중함이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둘째, 약국의 미흡한 공간 활용입니다. 최근 온라인과의 판매 가격 충돌로 인한 약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되며 약국 공간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셋째, 약사의 역량 강화 필요성이었습니다. 특히 소비자와의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FGI에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동료 약사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약사의 상담 시간 배분을 늘리기 위해 자동화 기기의 도입과 합리적 제도개선을 통한 조제 인력보강을 제시하였습니다. 환자 정보에 대한 종합적 전산 관리 시스템 또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약국의 상담 및 체험공간에 대한 대안으로 약국 내 별도의 상담공간을 확보할 것과 체험이 가능한 기기 설치를 통해 소비자의 상담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약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약사의 개별화 된 설득 메시지를 개발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결국 ‘약사의 상담 시간 부족, 공간활용 미흡,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필요’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개별화 된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지역약국의 미래를 걸정짓는 중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유튜브 브랜드 채널 콘텐츠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논문은 영상 재생 시간이 길수록 소비자의 시청 의도는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소비자의 시간 효율성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약제사 부인은 불그스름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잡담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미 부인은 즐거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녀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화가 나있던 약제사 부인은 약국에 찾아온 손님인 군인들을 만나고 사뭇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약제사 부인의 남편은 가장 먼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약국을 찾는 ‘바쁜 소비자’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2023-05-07 22:53:00정석원 이사 -
[기고] 비대면 진료, 두 가지 조건 선결돼야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성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약사사회는 약배달이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최근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 진료도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플랫폼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자고 아우성 치고 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겠다 말하며 준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좀 더 신중하게 보건의료체계를 점검하고 숙고해야 한다. 과연 비대면 진료는 필요한가? 비대면 진료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위 물음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라 약사사회에는 약 전달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대면진료=약배달'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듯, 둘을 한 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와 약국 외 약의 전달은 전혀 무관한 별개 사안이다. 또 약 배달이라는 용어는 ‘약국 외 약의 전달’로 수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대면진료≠약국 외 약의 전달이라고 정의된다. IT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플랫폼이 일상화, 대중화 돼가고 있고, 소비층은 주로 젊은 세대가 90%이상 점유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기존에 정부와 업체들은 ‘비대면 진료는 도서산간 거주자, 거동 불편자, 독거노인 등등 취약지역과 취약계층, 취약시간 등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병원 갈 시간 없는 직장인, 아기가 아픈데 대면진료가 힘든 경우’ 등으로 필요에 따라 전제 조건을 변경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정부가 필요로 하는 취약지역, 취약계층 이용자가 아니라 IT에 능숙한 젊은 세대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비대면 진료’와 ‘약국 외 약 전달’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비대면 진료를 하면 왜 약국외 약 전달을 꼭 함께 해야하는가? 약사회는 위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약사회 스스로가 거기에 매몰되어 대안을 찾지 못하고, 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대면 진료는 비대면 진료로만 협의하고 논의가 돼야 한다. 약국 외 약 전달은 논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별도의 개별 사안이므로, 아예 비대면 진료에서는 약국외 약 전달 논의 자체가 빠져야 한다. 약사사회의 새로운 영역이므로 약사회와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 논의해야 한다. 약사회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약사회는 이 두 가지를 동일하게 보고, 종속되는 사안인 것처럼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곰곰이 되돌아보며 정리를 해보자. 비대면 진료는 일반 진료의 세분화 중 하나이고 보험적용을 받는다. 책임소재도 명확하다. 약국 외 약의 전달은 약국과 약사의 중재역할 중에 포함돼 있지 않는 새로운 영역이다. 이 약의 전달은 보험 적용이 될까? 정부에 보험적용 시키라 하면 어떻게 될까? 약의 전달 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아니 정부가 책임지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으려 해 봐도, 비대면 진료와 약국 외 약의 전달은 전혀 상관관계를 지을 수 없는 개별 정책이다. 약국외 약 전달은 새로 만들어가야 할 정책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별개가 아니라 생각한다. 주요 문제점을 지적해보면 신중했어야 할 ‘약국외 약의 전달’이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배달업체가 불법으로 저지른 약배달로 인해 음식배달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경시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큰 불행이며, 약료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이다. 약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불법을 처벌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너무 가벼이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약국외 약의 전달이 약배달로 전락하고, 중요성, 위험성, 책임성이 묻혀지고 경시되고 말았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라는 미명하에 약사회 정책이 단순 약배달 이슈에 매몰되는 불상사까지 초래되고 말았다. 만약 대한약사회가 ‘약국 외 약의 전달’이 새로운 정책으로 시행될 거라 판단된다면, 지금이라도 이와 관련해 새로운 영역창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 수가, 비용, 책임 등등 많은 부분에 있어 약사의 수고를 담아낼 정책과 논리 방안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조차 준비되지 않았다면, 비대면 진료 협의 시 약국 외 약의 전달은 논의 자체를 하면 안 된다. 절대적으로 이것은 약사회가 주도적으로 만들고 제시해야 할 정책이다. 지금은 비대면 진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약사회에 아주 위협적인 시기이기도 하지만, 현안을 주장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비대면 진료 정책을 꼭 시행해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 협의 시 선제, 선결 조건이 있다. 비대면 진료가 시행될 때 약사회가 국민들을 위해 주장해야 할 정책은 무엇일까? 바로 ‘성분명 처방 조제’와 ‘의약품 재분류’ 정책이다. 약사회는 이 두 정책을 비대면 진료 시행에 앞서 선행되도록 강력히 주장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이 정책들이 제도화되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약사회에는 독이 될 뿐이다. 공익법인인 대한약사회가 국민을 위해 위의 두 정책들을 한마디 언급조차 안 하는 부분은 매우 아쉽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 국민과 소비층에 편리함과 최대한 효과를 주어야 한다. 이는 의약품 구매와 구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많은 국민들에게 편리함이 제공돼야 한다면, 무엇보다 의약품의 구입이 쉽고 편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분명 처방조제와 의약품의 재분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분명 처방조제는 비대면 진료로 인해 발생될 의약품의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최대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강점을 가진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들은 대체조제와 대체 의약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생겼고, 대체조제의 필요성과 편리성을 인식하고 있다. 또 하나 많은 선진국들은 기존의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여 취약지역, 취약계층, 취약시간에도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의약품 재분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 두 조건은 무엇보다도 비어가는 의료보험 재정의 절감과 안정화에 많은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소비자와 국민에게 편리,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제도 시행에 앞서 의약품의 구입, 구매에 있어 안전과 책임에 기반한 편리성 제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분명 처방조제와 의약품 재분류가 이루어지면, 약사와 약국은 소비자를 위해 복약지도를 비롯한 중재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혜택은 국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비대면 진료는 성분명 처방 조제의 시행과 의약품 재분류가 이뤄진 후에 추진돼야 하며, 선결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에서 약국 외 약의 전달은 논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공익법인 대한약사회는 국민들을 위해 이제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위 두 정책을 배제하고 정부가 비대면 진료 강행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우리의 주장을 어떻게 관철 시킬 것인가? 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의약품의 사용과 전달은 반드시 책임과 안전성 있게 전문가인 약사의 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2023-04-22 17:31:38장동석 약준모 의장 -
[특별기고] 혈우병 8인자 제제, 급여 확대돼야새로운 혈우병치료제의 도입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급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유지요법을 넘어 개인맞춤 시대에 진입한 혈우병 관리를 위해 현실적인 급여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새로운 치료제 중 하나인 피하주사제의 급여 도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전문가적 입장에서는 '다양한 치료제의 급여 승인만으로 모든 혈우병 환자의 치료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혈우병 치료는 혈중 응고인자 수준을 목표치 이상으로 유지,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일상적 예방요법(prophylaxis; 이하 예방요법)과 출혈 시 지혈을 위해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출혈 시 보충요법(on-demand)이 있다. 예방요법은 혈우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관절병증과 자연출혈을 예방할 수 있어 세계혈우연맹(World Hemophilia Foundation, WFH)에서 권고하는 표준치료법이다. 2012년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예방요법의 목적을 응고인자 활성도 1%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출혈 및 관절 손상 예방을 통해 정상적인 근골격계 기능을 유지하는 치료로 정의하고 출혈 위험도가 높은 신체활동을 지양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2020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예방요법의 목적을 혈우병 환자가 비환자군과 비슷한 수준의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수행하며 건강하고 활발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치료로 정의하고 목표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혈우병 환자 개개인의 출혈 양상, 신체활동의 정도나 시간,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 수준, 약물동력(pharmacokinetics, PK)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PK 측정 결과와 환자의 생활 패턴 등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피하주사는 허가사항 상 예방요법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약제로, 출혈이 발생하거나 침습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정맥주사제의 추가 투여가 반드시 치료에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과거 항체가 있었던 혈우병 A 환자들이 피하주사 투여 시 8인자 항체가 재생성 될 우려가 최근 외국에서 제기되었는데, 이런 환자군은 정맥주사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므로 출혈 또는 수술 전후 관리가 필요하면 피하주사제보다도 고가 약제인 우회인자 약제 투여가 필요하게 된다. 아울러 예방요법 치료 효과로 평가하더라도 피하주사제는 8인자 활성도 15-20% 정도 수준의 체내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 정맥주사제와 같이 투여 직후 높은 혈중 8인자 활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23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수준의 신체활동을 동반한 혈우병 A 환자에서 정맥주사제로 개인별 PK 기반 맞춤형 예방요법 시 피하주사 예방요법 대비 출혈 위험도가 낮을 뿐 아니라 비용효과적으로 유리함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대다수의 국가에서 허가사항을 기반으로 한 개인별맞춤형 치료(PK-based)가 표준치료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도 보험급여의 한계로 인하여 혈우병 환자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혈우병에서 예방요법이 표준 치료법이지만 출혈 억제와 수술 전후 관리 또한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맥주사제의 용량 제한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기전이 전혀 다른 피하주사제의 급여 인정만으로 치료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환자 치료 수요를 만족하기 위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두 약제군 모두 동등하게 허가사항에 준하는 용법용량으로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있을 때 치료 환경과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 사각지대를 없애고 건강보험 확대를 지원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보여주기 식의 신약 급여 승인을 넘어서서, 모든 혈우병 약제군의 정상적인 예방요법 급여 인정으로 현재 급여 지원 수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혈우병 치료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날을 기대해본다.2023-04-20 06:00:00데일리팜 -
[칼럼] 서비스와 세일즈콘텐츠, 약사와 소비자들[데일리팜=정석원 이사 기자] & 65279;사라 페너의 소설 '넬라의 비밀약방'(원제: The Lost Apothecary」에서 약국장 넬라는 ‘남편을 죽이길 원하는’ 여자를 위한 약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완벽하게 갈고 닦은 나의 본능이 그녀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처방은 바로 마전자(근육경련을 일으키는 독성의 나무) 씨앗을 주입한 달걀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어느 일요일 아침, 홍대앞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 앞에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근처 애그 드랍 앞에는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다양한 피부색의 여행객들이 좁은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낡은 건물에 주차장도 없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이비인후과에는 대기 환자들이 아래층 복도까지 줄 서 있습니다. ‘임대 문의’가 붙은 공실 상가가 많은 요즘 제 눈길을 끌었던 인상깊은 매장들의 모습입니다. 나이키, 애그 드랍, 이비인후과 매장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명확히 파악하고 제공했습니다. 나이키는 한정판 제품을 원하는 나이키 팬들의 구매 니즈를, 에그 드랍은 홍대근처를 방문한 여행객들의 아침식사 후 필수 인증샷이라는 니즈를, 그리고 4층 이비인후과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환자들의 휴일 치료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줬습니다. 이러한 소비자 만족은 판매(Sales)와 수익(Profit)으로 이어집니다. 이 내용을 약국에 한번 적용해 보겠습니다. 먼저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특성을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약국(약사)의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이들은 반건강인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건강인이란 일본의 ‘건강과 영양식품협회’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분류한 유형 중 하나로서, 건강상태는 보통이나 관리는 부족한 편이고, 만성적이진 않지만 때때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의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즉, 현재의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으나 관리하지 않으면 장래에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인 것입니다. 둘째, 이들은 의약품에 관해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al asymmetry)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소위 ‘소비자 무지’로 인한 소비와 가격에서의 비시장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경제행위의 두 당사자 중 한쪽은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상대방의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은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소비자의 무지’가 두드러짐을 알수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특징을 종합한다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명확한 목적성(니즈)은 있지만 해결방법을 모르는 소비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약국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약국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맞추어 세일즈와 수익이 발생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세일즈콘텐츠’ 즉, 지역약국에서 ‘실질적인 세일즈’를 일으키는 ‘구체화된 콘텐츠들의 조합’이라고 정의해보겠습니다. 친절하고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어도 세일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해당 약국의 약료 서비스는 ‘세일즈콘텐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세일즈콘텐츠는 단순히 ‘좋은 서비스’를 넘어서는 ‘매출’을 일으키는 그 약국만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콘텐츠의 조합’입니다. 성공적인 지역약국의 세일즈콘텐츠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웨덴의 보르다포테케트 약국은 독특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세일즈콘텐츠를 개발했습니다. 약국의 실내 디자인을 신체 내부기관으로 형상화하였고, 알록달록하고 비비드(vivid)한 컬러를 사용함으로써 일러스트레이션이 징그럽게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이는 약국에 들어온 소비자들의 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였고 또한 약국을 찾는 소비자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또한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약국내 공간을 상품 구매의 공간과 약사와의 상담 공간으로 나누어 보이게 하여 소비자의 편의를 제공하였습니다. 보르다포테케트 약국은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고객의 방문과 세일즈를 유도한 사례입니다. “나는 여자들만 도와주었다. 여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이자 치유의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말하고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넬라는 다짐했다.” 소비자의 비밀스러운 니즈를 알아채고 그에 맞는 해결책(치명적인 독)을 제공하는 넬라 약방! 소비자의 상황에 맞는 상담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는 넬라 약방! 소비자가 편안한 시간에 항상 문을 열어주는 넬라 약방! 지역약국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을 회복, 유지하기 위한 ‘약’을 원하지만, 넬라 약방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이 반드시 죽이고 싶은 사람에게 사용할 ‘독’을 원한다는 면에서 상반된 니즈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약국의 소비자도, 넬라 약방의 소비자도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주는 약국을 좋아한다는 면에서는 같습니다. 비록 판타지 소설 속의 약국이지만, 넬라 약방의 소비자들은 반.드.시. 구매를 하고 돌아갑니다. 넬라의 약방에는 ‘특별한 세일즈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약국에는 어떤 세일즈콘텐츠가 있습니까? 아니면 어떤 세일즈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2023-04-04 14:31:48정석원 이사 -
[기고] 약사회 정관 개정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대한약사회 제69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지난 3월 14일 개최되었고 제1호 안건으로 정관 개정에 관한 건이 상정되었다. 정관은 법인의 자주적 법규로서 조직, 활동을 규정하는 근본규칙으로 설립과 운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이를 개정해야 할 만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그 준비와 절차에 있어 한 치의 소홀함이나 하자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의원총회에 상정된 정관 개정 건은 “정관 및 규정개정특별위원회“ 구성 자체가 대한약사회 정관에 위배되므로 안건 상정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본다. 정관 제23조에 ”특별위원회“의 구성은 이사회의 의결 사안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혹자는 대의원총회가 이사회보다 상위기구이므로 이사회의 의결을 무시하고 대의원총회가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정관에 없는 규정을 상위기구라는 명분으로 불법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본다. 한시적으로 ”특별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의결을 상위기구인 대의원총회에서 대신할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특별위원회“ 활동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가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후속 조치로서 총회산하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과 운영규정 제정 등 이에 관한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그 어느 것 하나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관상 대의원총회는 총회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분과위원회를 둘 수는 있으나하지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지난해 대의원총회 당시 총회 산하에 특별위원회 설치를 의결한 것은 지난 집행부에서 상정된 정관 개정안 중 총회 석상에서 제기되었던 쟁점 조항들에 대해 더 많은 민의를 수렴해 정관을 개정해달라는 권한을 위임해준 것일 뿐, 이사회 심의를 패싱하고 직권으로 상정하는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정관개정 안건은 상정 과정에서 절차상의 하자 등 문제점이 드러났고, 특히 이사회 안건심의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쟁점 조항에 대한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원안대로 총회에 상정되었기 때문에 무효라 주장한 것이며, 다시 정식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부에서 새로운 “정관 및 규정 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재심의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상정된 정관 개정안 중 쟁점 조항 중 한 가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신설된 28조 4항은, 원격영상회의를 도입하여 성원과 의결권을 부여함에 있어 그 대상으로 총회, 이사회, 상임이사회, 위원회를 적시하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대면이든 화상이든 회의장에 출석한 것으로 보고 의결권을 준다는 내용이다. 우리 정관에는 임원과 대의원에 관한 규정이 각각 구분되어 있고 임원은 회장, 부회장, 상임이사, 이사, 감사로 구성되며 대의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즉, 의결기구 중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는 임원이 참석대상이고 총회는 대의원이 참석대상인 것이다. 정부의 장관회의 또는 국무회의 등을 약사회와 대비했을 때 상임이사회나 이사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정부 회의가 원격영상회의를 통해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면 약사회의 상임이사회나 이사회도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할 것이나, 한편으로 국회법에는 회의장 밖에 있는 국회의원은 표결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놓고 있다. 다시 말해 비대면 참석자에게는 의결권을 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약사회 대의원총회는 입법부인 국회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원격 영상회의를 통한 의결권 부여는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대의원총회는 회장 불신임에 관한 사항과 복지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정관, 약사윤리규정, 약사연수교육 개정과 대약회장 및 지부장 선거관리 규정 개정을 의결하는 중요한 기구이기 때문이다. 개정안대로 총회 원격영상회의 참석자에게도 대면 참석자와 같은 의결권을 부여한다면 기우이지만 집행부가 불순한 의도를 갖거나 또는 집행부를 흔들 목적으로 정관이나 규정을 자기 입맛대로 쉽게 개정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약사회가 처음부터 정관 개정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을 때는 그 또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1987년 개정한 이래 지금껏 멈춰있다. 대한약사회 정관은 대한민국의 헌법과도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행부는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지만 헌법 개정이 국가의 정체성이나 국민의 권리보장 보다는 어떻게 하면 정권연장 도구로 쓸까 고민하다 보니 부결될 것이 두려워 30년 가까이 국민투표에 붙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단단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정관개정에 대한 의결 기준을 우리 스스로가 쉽게 허들을 낮추었을 때, 미래에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후폭풍이 몰려 올 수도 있기에 정관개정은 약사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대의원들의 더 깊은 고민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복지부 법인감사에 지적된 것도 있고, 온라인 선거조항 개정도 있으나 당장 처리하지 않는다고 약사회무가 중단되지 않는다.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빨리 서두르면 도리어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부결된 정관개정안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폐기하고, 제기된 문제점들을 반영하여 총회 산하 특별위원회가 아닌, 정관에 의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부에서 새로 “정관 및 규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재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2023-03-16 15:46:03박영달 경기지부장 -
[칼럼] 공간과 경험, 약사와 사람들"내게 문학은 약처럼 필요한 존재입니다. 수저나 주사로 투여하는 약처럼 매일 ‘복용’해야 하는 문학은 마약 중독자의 약처럼 어떤 특징과 농도라는 게 있습니다. 먼저 ‘약’이 좋아야 합니다. 여기서 좋다는 건 진정성과 힘이라는 의미입니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에세이 ‘다른색들’ 중 ‘내포작가’라는 글의 내용입니다. 작가의 소설 속에는 유독 약사와 약국이 빈번히 등장합니다.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작가’에게 필요한 문학을 ‘약’에 비유한 것이 저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20년 넘게 ‘약’과 함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2001년 2월 제약회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햇수로 22년 동안 저는 OTC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휴가나 휴일을 넉넉히 감안하고도 1년 중 200일, 22년이면 4,400일 간 약국에 ‘관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 ‘관심’의 내용은 약국의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글에 약국이 친근한 공간으로 자주 등장하듯, 제가 유년시절부터 가져온 약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우리 동네 건강 사랑방’이었습니다. 병원보다 훨씬 문턱이 낮은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화의 공간’이었죠. 교과서(정국현의 약국경영학, 김우영의 논문 등)에 나오는 약국의 분류 중 제 기억 속의 약국과 가장 비슷한 의미는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라고 생각됩니다. Community의 어원은 라틴어인 Communis(꼼뮤니스)로 ‘공동체, 사회, 친목, 우호적인 관계’란 뜻입니다. 이것이 Comunite(꼬뮤노떼)로 변하여 지금의 Community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Comunite는 14세기 후반에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함께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사용되었고 구체적으로는 관심거리, 생각, 환경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컫습니다. Pharmacy의 어원은 그리스어 Pharmacia(파르마키아)로 ‘치유의 효능을 가진 샘’이란 뜻입니다. Pharmacia를 어원으로 한 또 하나의 단어로는 Pharmakon(파르마콘)이 있습니다. 바로 독이자 해독제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약이라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라틴어 Communis를 어원으로 갖는 단어로 Communication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Communis는 공개, 다수가 공유하는, 함께 나누는 이라는 뜻으로 쓰여집니다. 따라서 원래의 Communication이라는 의미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한다’는 뜻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란 내가 속한 공동체 사회(동네)에서 사람들 간의 ‘관심(건강, 질병 등)’을 공유하는 곳이며 이곳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함께 경험하고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약사님이 계시는 곳. 그렇기 때문에 내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을 믿고 “함부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해 봅니다. 2022년 말 기준 통계청 조사자료에 의하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약 5만1500개이며, 약국의 수는 약 2만4200개로 발표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편의점의 이미지는 과거 동네 구멍가게, 문방구, 아트박스 등을 모두 합친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을 통해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약국 2만4200개란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소비자가 가장 구매하기 쉬운 공간접근성의 최상위를 점유하고 있는 편의점 수 대비 50%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약국은 편의점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수 없는 소비자의 편리하고 자유로운 선택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로 ‘내 가족’, ‘내 아이’의 ‘건강’이라는 중요도의 힘입니다.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로 약사님과의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지역약국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규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영국에서 규정한 지역약국의 핵심 역할 중 몇 가지 사례입니다. 1. 모니터링과 정보수집을 통해 지역사회의 건강과 사회적 요구 평가하기 2. 보건학적인 이슈에 대해 일반시민들을 대신하여 옹호하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지역사회 공공보건의 리더로서 역할하기 3. 의사소통, 건강정보, 건강증진을 위한 각종 자료를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4.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약관리,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습관개선, 자가치료 지지 등의 지원사업 제공하기 5.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효능, 효과, 올바른 복용법 지원 등을 통해 건강을 보호하기 이와 같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약국만의 역할을 찾기를 바라며 앞으로 연재될 칼럼을 통해 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오르한 파묵의 ‘작가의 일상’이라는 에세이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독자들은 항상 내게 두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한다. 질문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하나는 “좋은 소설은 어떻게 씁니까?”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잘 써집니까?”이다. “어떻게 하면 잘 써집니까?”라는 질문은 인생에 관한 질문이다. 작가라는 직업과 작가로서 출세를 원하는 사람의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약국을 ‘잘’ 경영할 수 있을까?라는 말로 바꾸어 본다면 그 질문은 약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약국을 ‘잘’되게 하여 본인이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질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엄격한 규율을 요한다. 그 규율은 수백가지다. 그것이 당신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떠민다.” 다행히, 약국을 ‘잘’ 경영하기 위한 규율은 수백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국이라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약사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것! 약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2023-03-09 11:02:45정석원 이사
오늘의 TOP 10
- 1"이 약 먹고 운전하면 위험"...약사 복약지도 의무화
- 2"사업자 등록할 약사 찾아요"…창고형약국, 자본개입 노골화
- 3"투자 잘했네"…제약사들, 비상장 바이오 투자 상장 잭팟
- 4오너 4세 투입·자금 전폭 지원…티슈진, 인보사 재기 승부수
- 5명인제약, 8년 연속 30% 수익률…이행명이 만든 알짜 구조
- 6경기도약 통합돌봄 교육...약사 350여명 열공
- 7강남구약, 첫 회원 스크린 골프대회…나호성·오선숙 약사 우승
- 8SK바이오팜, 미 항암 자회사에 512억 수혈…TPD 개발 지원
- 9SG헬스케어, 중앙아시아 수주로 흑자전환…CIS 편중은 과제
- 10서울시약, 전국여약사대회 앞두고 역대 여약사부회장 간담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