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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암종불문 진화 '엔허투' 급여는 언제?[데일리팜=정새임 기자]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유방암에서 괄목할 성적을 낸 엔허투는 위암, 폐암으로 암종을 넓히더니 급기야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HER2 발현을 보이는 다수 고형암에서 쓰이게 될 전망이다. 그간 여러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승인을 받았지만 엔허투 만큼의 확장성을 보인 ADC는 없었다. 그야말로 엔허투는 ADC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 발표된 엔허투 2상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작년 HER2 저발현 유방암 발표처럼 기립박수를 받을 만한 단계는 아니었지만, 이번 발표로 엔허투는 암종불문 항암제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ASCO에서 발표된 엔허투 DESTINY-PanTumor02 임상은 대조군 없이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담도암·췌장암·방광암·기타 고형암으로 코호트를 구성해 엔허투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다. 각 코호트마다 40여명의 환자를 모집해 엔허투를 투여했다. 1차 평가지표로 객관적반응률(ORR), 2차평가지표로 반응지속기간(DOR), 질병통제율(DCR), 무진행생존(PFS), 전체생존(OS), 안전성이 설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엔허투가 보여준 반응률이다.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에서 50% 이상 반응률을 기록했다. 특히 자궁내막암에서는 반응률이 57.5%에 달했다. 자궁내막암 환자 40명 중 7명(17.5%)은 완전관해(CR)가 나타났으며 16명(40%)은 부분관해(PR)를 보였다. 12주 시점에서 자궁내막암 환자의 80%(32명)가 질병이 통제됐다. 결론적으로 반응률이 4%에 그친 췌장암, 22%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담도암 외에 연구를 수행했던 모든 암종에서 엔허투는 30% 이상 반응률을 기록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27일에는 DESTINY-PanTumor02의 추가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요약하면 엔허투가 2차평가지표로 설정된 무진행생존(PFS)과 전체생존(OS)에서도 개선을 입증했다는 내용이다. 후속 임상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엔허투가 빠르게 암종불문 항암제로 도약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엔허투의 빠른 발전을 바라보는 국내 환자들은 속이 탄다. 허가를 받았지만 비급여인 탓에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유방암 뿐 아니라 신약 옵션이 제한적인 위암에서도 엔허투는 환자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엔허투 빠른 급여를 위한 다이이찌산쿄의 의지도 꽤나 컸다. 약가를 전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제시하고 추가적인 위험분담계약을 고려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엔허투의 빠른 급여 등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2월 5만명의 동의를 얻을 만큼 지지가 컸다. 보건당국도 여론을 의식한 듯 엔허투의 급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암질심 첫 탈락 때도 급여기준 미설정이 아닌 재심의로 결론 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신약이 급여 등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엔허투의 급여 진행 속도는 빠른 편에 속한다. 현재 엔허투는 재심의 끝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경제성평가 심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언제 막바지 단계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환자들은 애타게 약평위 상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약 두 달 뒤면 엔허투가 국내 허가된 지 1년이 된다. 약평위를 통과한 뒤에도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야 급여 등재를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연말이면 엔허투가 글로벌에서 첫 출시 후 한국에서 급여까지 걸리는 기간이 48개월로 OECD 국가 평균 45개월을 넘기게 된다. 엔허투에 대한 환자들의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지 않길 바란다.2023-07-28 06:17:04정새임 -
[기자의눈] 비대면진료 법제화 초읽기, 핵심은 국민건강증진[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어느덧 시행 두 달을 맞았다. 남은 계도기간은 한 달 이다. 정부도 법제화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21일 관련 협회·단체들을 불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를 열고 시범사업 평가방향을 설명하고 청구자료 분석, 의료기관·환자 대상 만족도 조사, 자문단 논의 등을 통해 시범사업을 개선하고 수가 적정성 평가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표준진료지침'과 '마약류·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 제한'과 같은 굵직하면서 주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사협회 비대면 진료 권고안이 예시로 등장했는데, 미국의 경우 비대면 진료의 일반적인 사례로 '기존 환자 진료, 신체적 검사를 요하지 않는 약물 관리, 경미한 외상 심사'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반대로 부적절한 사례로는 '초진 환자, 검사가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 임상 프로토콜 범위를 넘어서는 증상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적합한 사례와 적합하지 않은 사례를 나누고 진료 개시 및 진행 방식, 처방 약물의 위험도 분류, 진료기록·보관 표준화 등을 표준진료지침으로 정하고 모든 비대면 진료에 있어 해당 프로세스를 따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단체는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표준진료지침은 진료 과정의 권고사항이지만 안전한 비대면 진료 시행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의사협회는 시범사업 평가를 통한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에 의사협회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에 있어 환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만큼, 마약류 등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은 보다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자를 대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환자 입장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대표는 "지난 3년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참여했던 환자와 의사들의 평가나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으며,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취약지에서 원활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범사업의 중요한 과제이며, 이 부분도 평가에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평가시 환자와 의료기관 대상 만족도 조사와 집단 심층면접(focus group interview)인 'FGI' 등을 실시해 의료인들과 환자의 목소리를 담아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용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와 약사, 이용자, 관련 업체 등의 니즈와 입장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만큼 상호 존중이 필요하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제도화 노력을 카르텔의 관점으로 비난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부 참여 위원들의 입장에 공감이 간다. 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일부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는 하지만, 과별로, 의사 개인의 성향별로 여전히 차이는 있다. 약사회는 약 배달에 대한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던 시국에서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나름의 사명을 다해 온 플랫폼 업계 역시 언제까지 눈치보기만 급급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갈등비용'이 존재한다.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국무조정실 역시 최근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분석해 보고자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해 전 발간된 '명견만리' 책에는 갈등과 관련해 이런 표현이 나온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우며 건강한 현상이다. 가정, 학교, 직장에서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 속에 갈등이 있다. 인간은 숱한 갈등을 동력으로 삼아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갈등은 발전의 성장통인 셈이다. 물론 갈등을 잘 관리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만약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빈번하게 발생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막대한 갈등 비용이 발생한다. 관리되지 못한 갈등은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갈등이 발생했을 때 토론을 통해 해결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갈등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국 인간의 역사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에너지로 전환하며 발전해 온 기록이며, 합의를 통해 보다 나은 방향을 정해 가는 것이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의료 접근성이 좋아 '모두에게'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지 않다? 비대면 진료는 가능하더라도 약은 '무조건' 약국에 와 수령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시작했냐? 분명 게 중에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육아맘도, 직장인도, 노인도 존재한다고 본다. 비대면 약수령도 마찬가지다. 모든 판단에 있어 '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만, 원초적이고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지혜롭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비대면 진료 정책'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물론 미성년자가 사후피임약을 무작위로 처방받거나,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는 약을 환자 본인이 읊어 처방을 받는 식의 비정상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배제를 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2023-07-26 17:05:41강혜경 -
[기자의 눈] 플랫폼과 피해자 코스프레[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범사업을 단순 법제화까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 아닌 법제화의 사회적 숙의 및 계획 수립과정으로 인식하고 조속히 평가 목표 및 지표 설계, 평가 방식 및 일정 등을 구체화할 것을 촉구한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를 대표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조속한 시범사업의 평가를 요구했다. 더불어 협회는 이번 입장문에서 시범사업 시행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강조했다. 불편 접수센터를 개설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20여일 만에 불편사례 860여건이 접수됐고, 거리·시간 제약으로 병원 방문 곤란 경험 사례가 25.7% 약 배송 제한으로 인한 불편이 21.3%, 소아청소년과 이용 불편 사례가 15.1% 순이었다는 설명이다. 협회의 이번 입장은 시범사업 시행으로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 환자 범위와 처방의약품 배송이 축소됨에 따른 국민 불편이 적지 않은 만큼, 현행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언급된 불편들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협회는 입장문 속에서 관련 내용을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회의 이번 입장문을 보고 있자니 의문이 드는 지점이 존재한다. 과연 국민 불편을 논하기 이전에 최소한의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장치로 마련된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 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의 가이드라인 준수 점수는 낙제점이다. 3개월의 계도기간이 플랫폼들에는 사실상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지만, 계도기간 완료 1개월을 앞두고 이들 업체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다수 플랫폼은 시범사업 시행 이후에도 초진, 재진 환자를 분류하는 기능이나 약 배송에 있어 최소한의 기술적 제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구조는 전적으로 진료의 제한은 의사에게, 약 배송의 제한은 약사의 양심에 맡겨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두고 플랫폼 업체들에서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의 명확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시스템을 전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한 플랫폼 업체가 기술적으로 재진 환자에 한해서만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나선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이 같은 발언이 변명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더불어 약사회와 일부 지부, 약사단체들이 시행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여전히 대다수 플랫폼에서 환자의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중에는 비급여 의약품 처방과 배송 건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책임이 수반돼야 하는 법이다. 국민 불편을 등에 업은 플랫폼 업체들의 피해 호소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최소한의 제한 장치를 준수하는 상황에서나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민 불편과 편의를 평가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배달 음식 플랫폼이 다를 게 뭐가 있겠나.2023-07-24 18:40:59김지은 -
[기자의 눈] 빈발하는 의약품 회수, 지침 하나 없다니[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의약품 회수와 판매중단 조치가 반복되며 약국가를 괴롭히고 있다. 약국은 제약사 영업사원 혹은 동료 약사나 뉴스를 통해 회수 조치와 품목을 알게 되고, 판매 중단과 환자 민원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때로는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하고 약국에 회수 조치만 통보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H제약은 6개 품목의 회수, 판매중단을 공지하면서 ‘식약처 검사 결과 문제가 있다’고 안내했다. 급여정지가 예상되며 일부 품목은 6개월 뒤 재판매 예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외에도 회수 이유는 다양하다. 다른 성분의 의약품 라벨링 부착, 누설(누액) 등 직접 용기 불량으로 인한 영업자회수, 안전성 미확인된 성분의 미량 검출 등의 이유로 회수 공지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의약품 회수 공지와 수거 과정에서 약국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없다는 점이다. 약국의 안내 범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지, 만약 환자가 복용하거나 개봉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의 가이드는 회사들이 사후 임기응변식으로 마련하고 있다. 때때로 약사들이 허술한 가이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고, 검사·관리가 강화되는 만큼 후속 조치에서도 현장 혼란이 없는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참고 가능한 매뉴얼이 마련된다면 약국의 혼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안내 편의성도 높여줄 수 있다. 회수 주체가 되는 약국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최근 실천하는약사회 연구팀은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불량약 회수 사례에 대한 논문을 제출해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연구 사례는 대부분 불순물 검출에 따른 회수 조치였는데 환자 교환과 환불, 약국 역할과 정산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후속 조치에 대한 결정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환자 민원과 대응, 재조제와 반품 등의 추가 업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간 보상 체계가 마련돼있지 않았다며 ‘회수 수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에서 사례로 든 회수 건들은 사회적 파장이 큰 품목들이었다. 해당 제품이 1000개가 넘는 약도 있었다. 일부 회수 사례에서는 약국의 추가 업무량이 일상적인 약국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였지만 현장 가이드와 보상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근 중소제약사들의 개별 품목에 대한 회수 조치는 그보다 더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수 공지와 수거 조치가 반복되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유야무야 마무리되고 있다. 정부는 의약품 회수 절차와 공표, 완료 보고 체계를 마련했듯이 산업계와 함께 병원, 약국 등 현장의 가이드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 수거 기관이 부담해야 할 업무에 대한 적절 보상을 정부와 제약사가 분담해야 한다는 약사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2023-07-23 20:32:08정흥준 -
[기자의눈] 제네릭 불신 끊을 획기적 정책 내놔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올 초 수익성 문제로 한국시장을 철수한 파킨슨병치료제 '마도파정'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환자들은 마도파정이 떠나고 유일하게 남은 제네릭약제가 부작용이 심하다며 마도파정을 재소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리지널 약제의 약가산정 문정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급한 불을 끄자며 마도파정의 보험급여 삭제 적용 유예기간을 오는 7월 31일에서 12월 31일로 연장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재고로 남아있는 마도파정을 처방해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예기간 연장은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12월 31일이 지나면 환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 명확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행 약가정책 내에서 마도파정을 재소환할 수 있는 방법을 거론하고 있다. 약제 상한금액 조정제도를 통해 상한금액을 인상할 테니, 식약처 재허가를 획득하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식약처 재허가 후 급여 등재를 신청하면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면서 제약사가 수입 원가 등 근거자료를 제출하면 상한금액 조정제도를 통해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앞으로 오리지널이 철수하고 제네릭만 남은 시장에서 이 같은 상황은 또 불거질 수 있다. 그때마다 오리지널을 재소환 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약가제도 질서를 유지시키기 어렵고, 무엇보다 제네 릭약제에 대한 불신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당장 환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방안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제네릭 불신을 끊어낼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환자들이 부작용을 이유로 제네릭을 신뢰할 수 없다면 보건당국이 각종 자료와 환자 인터뷰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부 부작용 사례가 부풀려진 건지, 실제로 제네릭 약물에서만 부작용이 나타나는 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제네릭약물에서만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그 배경을 찾아 허가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 식약처가 진행하는 약효 동등성 검증만으로도 놓치는 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환자와 여론만 잠재우려는 단기 처방일 뿐이다. 일이 복잡해지더라도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제네릭 신뢰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2023-07-23 16:31:44이탁순 -
[기자의 눈] 물밑거래 병원지원금 압박할 입법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신규 개설을 앞둔 병·의원과 약국 간 처방전 몰아주기나 특정 의약품 처방을 약속하는 대신 금품을 주고 받는 병원지원금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병·의원, 약국 개설을 완료한 의·약사가 아닌 '개설하려는 자' 즉, 개설예정자 간 금품 수수 정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아 위험하고, 과잉 행정 측면이 있다는 일부 법사위원들의 우려를 완벽히 해소하지 못한 영향이다. 병원지원금 처벌 법안의 입법 성공 여부는 다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처지가 됐지만,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법사위 심사장에서 내보인 병원지원금 입법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는 인상 깊었다. 박민수 차관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약사, 브로커 간 병원지원금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왜 개설자를 넘어 개설예정자를 처벌 할 수 있게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했다. 박 차관은 현행법으로는 개설예정자 간 금품 수수 정황이 확인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고, 이에 의사가 브로커를 통해 자신이 개설할 의료기관에 대한 인테리어 비용 등 리베이트를 약사에게 전가하고 있으므로 개설하려는 자까지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특히 의사와 약사가 갑을 관계가 형성돼 사실상 약사는 의사에게 금품을 강제로 요구받는 상황에 처해 있고, 이는 결국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고 과잉의료·처방을 촉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약사가 지불한 병원지원금을 수수한 의사는 해당 약사가 개설한 약국으로 처방전이 유입될 수 있도록 편법 처방을 계속하면서 의사와 약사 간 담합으로 상호 이익을 챙기는 문제를 입법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게 박 차관의 법제사법위 심사 당일 태도였다. 이 같은 설명에 다수 법제사법위원들은 수긍했다.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이 완료된 이후 처벌을 하면 이미 부당행위가 모두 이뤄진 후라서 실익이 없다는 데 법사위원들이 공감을 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의사와 약사, 브로커 간 암암리에 처방전 프리미엄을 주고 받는 불법 지원금 관행이 사라지기 어렵거나, 적발이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개설예정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약사법에 분명히 하고, 내부고발자 감경 조항을 통해 의·약사·브로커 간 유착을 끊어낼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은 크다. 국민 건강권과 의약품 선택권 침해 문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누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국회와 정부는 과감한 규제와 입법에 뜻을 모으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의료기관이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주는 대신 금품을 공공연히 제공받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개선 노력 없이 방치해선 안 된다. 법안에 반대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법리적인 관점에서 "개설예정자 간 담합을 이유로 처벌하는 입법은 행정편의적 발상이자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을 끝마친 의·약사들이 처방전 발급을 대가로 뒷돈을 주고 받는 불법이 해마다 적발되는 현실에서 법률가적 관점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이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과 환자 유인행위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사실상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병원지원금 관행을 위축시키고 물밑에서 이뤄지는 암거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도록 법으로 환경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약사 출신 김순례 의원이 발의한 법안 역시도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예정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삭제된 채 입법이 이뤄졌었다. 내부고발자 조항 역시 함께 삭제됐다. 다행히도 21대 국회에서 문제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약사 출신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원지원금 근절 법안을 재차 발의했고, 가까스로 법사위 통과 기로에 서게 됐다. 만약 다음 법사위 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되거나 재차 계속심사 판정을 받을 경우 의원·약국 부동산 현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병원지원금을 법으로 근절할 수 있는 길은 멀어지게 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직후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나 같은 법안이 발의될 수 있는 데다, 이번 국회처럼 상임위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병원지원금 근절 법안은 비록 실제 불법 억지력이 다소 미흡하고, 선언적 입법에 그칠 우려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완료돼야 한다. 의사 갑질에 기인해 약사가 금품을 지급하고 처방전을 몰아 조제하는 불법성에 대해 완벽한 이해도를 보인 박 차관이 일부 국회 반대를 설득해 차기 법사위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입법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2023-07-20 15:42:24이정환 -
[기자의 눈] 마약중독재활센터 추가, 이제 시작일 뿐[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올해 초 유아인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정보시스템 레이더망에 걸리면서,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온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 혐의는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1만8395명이 적발됐다. 역대 최고 수치다. 문제는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인 60% 가량이 30대 이하다. 이 중 20대 5804명, 19세 이하 481명 차지할 정도다. 2017년과 비교하면 각각 2100명, 119명에서 급속도록 증가했다. 마약류 사범이 젊은 층에서 빠르게 증가하면서, 단속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마약을 끊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재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마약예방재활팀이 신설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범부처 마약류 중독 예방·사회재활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마약류 예방 홍보& 8231;교육과 중독자 사회재활 지원을 전문적으로 맡게 된다. 그리고 오늘(20일)은 서울, 부산에 이어 충청권 중독재활센터가 개소한다. 중독재활센터는 마약류 중독자가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의지로 등록한 사람에게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중독재활센터 개소를 위해 올해 마약 관련 예산에서 마약퇴치운동본부 지원 금액이 4억5000만원 늘어났다. 충청권 중독재활센터 추가 설치는 서울·부산 2개 이외 지역의 중독자의 접근성을 보완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마약류 사범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에서 서울, 부산, 충청지역 3곳에만 있는 재활센터로 다양한 예방재활활동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식약처와 마약퇴치운동본부는 당초 중독재활센터를 더 많이 개소 하고자 예산안을 올렸지만, 정부는 1개소의 예산 증액만 진행했다. 그렇게 충청 중독재활센터가 문을 열게 된다. 30대 이하의 마약류 사범들은 재활 이후 사회복귀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중독재활센터 1개소 추가 신설을 계기로 더 많은 중독재활센터가 설립되길 기대해본다.2023-07-19 17:33:32이혜경 -
[기자의 눈] 적응증별 약가, 생각해 볼 때 됐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적어도 이젠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점점 쌓여가는 비급여 적응증과 꾸준히 늘어가는 신약의 적응증 확대는 이제 제법 큰 스노우볼이 됐다. 하나의 약이 다수의 적응증을 갖고 여러 질환에 쓰이는 시대,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깃하고 나아가 면역시스템 자체를 활성화 시키는 약물들의 등장은 질환이 아닌 기전에 집중, 그 효능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쓰임새가 늘어나니, 문제는 또 약가다. 사용량, 즉 쓰임새가 늘어나면 그만큼 하락하는 기전의 국내 약가 시스템은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을 더디게 만들고 환자의 기다림은 길어진다. '누구는 쓰고 누구는 못쓰는 약'의 존재와 그와 함께 거론되는 '적응증별 약가',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적응증별 약가'는 한 약물이 다양한 적응증으로 허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 각각의 적응증이 가진 혁신성에 따라 약가를 따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대표단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적응증별 약가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검토하겠다' 보다 강한 'No'에 가까웠다. 문제는 어렵다는 대답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무려 13개 적응증에 대한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한번에 제출해 화제가 됐다. 바꿔 말하면 면역항암제라는 최첨단 신약의 13개 적응증이 실질적인 처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의 청구시스템 상 적응증별 추적이 어렵고 환자들이 질환에 따라 다른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쓰임새가 존재하는 약이 그에 맞는 환자들에게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어떤 방식이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과 3~5년만 지나도 신약의 적응증 확대와 이에 대한 접근성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대두될 수밖에 없다. 환급률의 차등 적용이, 아니 꼭 적응증별 약가가 아니어도 좋다.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할 때다.2023-07-19 06:52:03어윤호 -
[기자의눈] 전자처방전 도입 논의 미룰 이유없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정부는 논의가 중단된 ‘안전한 전자처방 협의체’를 하루빨리 재가동해야 한다.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전자처방전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숙제다. 전자처방전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처방전의 전달 방식을 전자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환자 기록의 전자 보관과 건강 기록의 연계 가능성이 열리는 일이다. 이미 해외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전자처방전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약사회가 주관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김대진 동국대 약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독일과 호주,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이들 국가에선 정부 주도로 전자처방전을 위한 근거 법률을 마련하고, 표준화와 인증 관리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냐, 민간에 위탁 운영을 맡기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국가 정책으로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처방 전송에 그치지 않고 환자건강기록 서비스를 연계하면서 전자 방식의 이점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의사, 약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까지 전자처방전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운영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국민 수용도가 여느 나라 못지않게 높다고 평가되지만 전자처방전만큼은 진전이 없다. 민관 협의체도 작년 이후 논의를 멈춘 실정이다. 결국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법률적 근거나 표준화 없이 전자 처방 전송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 처방전이 중개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고, 플랫폼의 개인 정보 관리에 대한 감독도 문제가 생기면 사후 관리식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정부의 표준화와 인증, 보안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아슬아슬한 전자 처방 전송이 계속되는 것이다. 동국대 약대 김대진 교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 전자처방전과 중앙 서버 관리를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답변은 압도적이었다. 민간업체들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새로운 처방 전송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료법과 약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정비해야 할 법률들이 적지 않다. 바코드 표준화부터 운영 관리 기관 지정, 의사단체의 반발까지 풀어야 할 매듭도 많다. 하지만 더 이상 미뤄둘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자처방전을 위한 표준화에 의지를 갖고,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로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해가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2023-07-17 17:24:34정흥준 -
[기자의 눈] 미국까지 소문난 'K-바이오 고평가'[데일리팜=황진중 기자]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BIX2023)'에서는 미국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을 초청해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에 미국 VC들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션 주제는 '미국 VC들이 말한다, 한국 바이오기업에 왜 투자 안해요'였다. 세션에 참가한 미국 VC는 노보홀딩스, 비보캐피탈, 버텍스벤처스, 멘로벤처스, 프레지어라이프사이언스 등이다. 세션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크게 2가지 부분에서 의견을 모았다. 하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과학 연구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 견줄만 하다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유사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해외 경쟁사에 비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다. 발표자들이 국내 과학 연구 수준의 잠재력 등을 치켜세운 것은 뒤에 나올 쓴소리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언술로 보였다. 영미권 일각에서 조언이나 충고를 들을 때 '그러나(But)' 이전에 나온 달콤한 말은 무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VC 관계자들의 말을 요약하면 '한국 바이오기업들의 과학 연구 수준은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였다. 세션에 참여한 한 미국 VC 관계자는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과학에 질에 있어서 혁신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연구와 유사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러나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나 보유 자산 등으로 이뤄지는 기업 가치평가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의 기업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2년 전을 보면 미국 바이오기업보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업가치가 3배 더 높았다"고 말했다. 국가나 업계마다 기업 가치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에서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는 관점으로 가치평가를 진행한다. VC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인정하기 어려운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진행할 때 VC는 미래 어떤 시점까지 기업이 얻는 수익을 계산하고, 여기에 이자율과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다만 바이오기업은 당장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우므로 가치평가를 할 때 가치평가자의 편견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말을 듣는 것은 이 편견이 차지하는 부분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의견에 이어 더 쓴소리가 나왔다. 대부분 기본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문제는 미국 VC 관계자들이 지적한 내용을 국내 바이오기업 관계자나 국내 VC 관계자들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VC 관계자들은 가치고평가에 대한 의견을 제기한 후 기업설명회(IR) 방식과 투자자와의 소통 등에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아쉬움이 있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VC 관계자들이 너무 많은 기업의 소개를 듣는 만큼 일단 눈에 띄기 위해서 핵심을 짧고 간결하게 압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투자자도 사람이므로 IR 시 자사 기술에 대한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덧붙이면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투자금에 대한 말은 더 직설적이었다. 미국 VC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 시기에 얼마가 필요하고, 투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금을 활용해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이후 또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것인지 등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금회수(엑시트) 방법을 제안하는 것도 투자유치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 한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 IR 행사 등을 진행해보면 아쉽지만 성의가 없는 IR을 하는 바이오기업들도 여전히 많다"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어느 정도는 포장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R&D 성과와 사업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투자유치 전략 등의 실력을 갖출 때까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거품 논란에도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대부분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차세대 약물을 허가받거나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을 개발해 팬데믹을 극복하면서 수익도 창출하기를 기대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벤처 투자가 크게 늘어난 후 2년이 지났음에도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아무리 신약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거품 수준의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이 그 돈을 다 어디에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한 번의 거품은 업종이 성장하기 위해 불가결하다고 한다. 국내 바이오 업종에 또 한 번 거품이 끼기 전에 견고한 바이오 생태계에서 한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 VC의 쓴소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2023-07-17 06:17:54황진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