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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분명처방...결코 선물처럼 오지 않는다

  • 데일리팜
  • 2017-09-21 12:14:55

언젠가 풀어야 할 사회적 숙제인 줄 뻔히 아는 당국조차 손 놓아버린 성분명처방 문제가 최근 세계약학연맹(FIP) 총회를 기점으로 고개를 들었다. 약사 사회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소비자선택권 확대 등의 이유로 프랑스 등 세계 27개 국가가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성분명처방이 필요하다는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예상대로 의사 사회를 대표하는 의사협회가 곧바로 "의사 진료 판단을 무시하고 환자 위해를 키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성분명처방 문제는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인화성 높은 사안이다.

'분위기가 잡혔다'고 본 약사회는 FIP 총회를 마친 뒤 '성분명처방 법제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25명 안팎으로 특별위를 설치해 국립의료원 이후 중단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계속 진행되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있는 대체조제 활성화 대책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약사회가 옥상옥이 될 수도 있는 '성분명 특위'를 가동하려는 것은 성분명 처방 도입이 그만큼 약사와 약국들에게 절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에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가 재정절감을 동력삼을 수 밖에 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해 보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깔려있다.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의 명분으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소비자선택권 확대를 내세우며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현 상품명처방 아래서 약국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소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제네릭 의약품은 적개 수개에서, 많게 수십개까지 달해 약국은 허리가 꺾어질 지경이다. 제약회사에겐 비즈니스 기회가 약국에겐 고통의 문이 또하나 열리는 셈이다. 처방이 나온다니 현금주고 구매해 놓지만, 처방이 꾸준하지 않고 중간에 처방이 바뀌는 경우도 잦아 얼마안가 약국은 반품문제로 또 신음한다. 악순환이다. 성분명처방이 되면 생동성이 입증된 동일성분약 하나 구입으로 부담이 줄 어 들 수 있다는 점때문에 약사들은 성분명 처방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약사들의 성분명처방 논리는 타당하지만 냉정히 보아 법적, 제도적으로 확립되기 쉽지 않은 게 주어진 현실이다. 오죽하면 그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씨마저 2013년 약사들 앞에서 "성분명 처방을 한다고 하면 대란을 각오해야 한다. 의·약간 의약품에 대한 통제권 싸움"이라며 혀를 내둘렀을까. 성분명 처방 정책은 어느 날 선물처럼 오기 힘들다. 그렇다고 한다면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대한약사회 특위의 공론화 작업도 의미있겠으나, 조제 현장에서 변화의 동력이 형성되도록 약사 사회 내부가 함께 환자를 설득해 가는 일도 중요하다. 몸통이 움직이면 머리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 설득의 첫 걸음은 대체조제의 이슬비같은 점진적 확산이다. 저가 동일성분약제로 조제하는 경우(대체조제) 장려금을 주는 등재품목이 1만개를 넘어섰고, 대체조제율도 미미하지만 0.2%를 넘어섰다. 이는 대체조제를 통해 약국이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미시적 의미도 되지만, 건보재정을 낮추는데 기여하는 한편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도 감소시켰다는 의미도 된다.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것도 대체조제의 큰 명분이 되고 있다. 약제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제네릭군은 오리지널 대비 반값 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대체조제하게 되면 환자본인부담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약국이 환자 본인부담금에 주목하면, 제네릭 가격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야 하며, 여기서 나오는 혜택으로 환자를 설득해 가야 한다.

물론 험난한 길이다. 주위 병의원과 친소 관계에 따라 약국마다 고민의 크기도 다를 것이다. 한데 불행하게도 이것 만이 매우 실용적이고, 성분명 처방에 도달하는 현실적인 길이다. 이해 당사자 혹은 이해 관계자의 주장 그 너머에 바람직한 정책이 있다 손쳐도, 당국은 결코 바라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품질에 관한 오해와 논란이 생겼을 때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효가 동등하다고 허가당국인 식약처가 제대로 홍보한적이 있는가. 건보재정 안정화를 누구보다 갈망하는 복지부가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를 제대로 알린적이 있는가. 없다. 공무원들은 승산없어 보이는 곳에서 정책을 결코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의 공론화에 나서고,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것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 국민 여론을 끌어내 모으기 위한 내부 변화와 혁신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약사회는 파랑새를 집 밖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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