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매출 1조원이면 무조건 스타 제약사일까?
- 데일리팜
- 2017-09-26 06: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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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충열 전 초당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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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도 신바람이 났다. 어닝시즌(earning season) 앞뒤가 되면 어김없이 1조원과 관련된 소식들을 앞 다퉈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 당국까지도 이에 가세했다. 비록 붕괴된 정권의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작년 9월경의 '국가전략프로젝트'에서였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연매출 1조원 제약사를 10처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낙후된 국내 제약업계의 앞날이 크게 기대되는, 밝고 건전한 '사건'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그러나 이젠, 무턱 댄 묻지마식 찬양 일변도에서 벗어나 그 매출액에 대한 질적(質的)인 내용을 냉정하게 따져 볼 때가 아닌가싶다. 국내 제약업계에 1조원 바람이 분지도 벌써 금년으로 4년이 지나고 있고, 무조건 1조원이면 다 된다는 신풍조가 제약업계는 물론 언론 및 보건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고 있어 지금쯤은 우리 제약업계의 미래를 위해 옥석(玉石)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제약업체의 매출액은 통상 크게 2가지로 구성된다. 제품매출액과 상품매출액이 그것이다. 제품매출액은 자사(自社)가 제조한 의약품을 팔아서 생진 매출금액이고, 상품매출액은 타사(他社)가 만든 의약품 및 기타 상품 등을 구매하여 판매한 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제품매출액은 제약사 본연의 제약기능을 통한 매출액이고, 상품매출액은 제약기능이 아닌 도매유통 기능을 통한 매출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명실(名實) 공히 제약사라 불리려면, 본업(本業)인 약(藥)을 만드는 제약(製藥) 분야의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 중 최소한 과반인 50%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은가. 반대로, 상품 매출액 비중이 50%를 넘으면 도매유통사나 CSO 등으로 분류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하지 않을까? 다양하게 구성된 어떠한 사물(事物)이나 개념(槪念) 또는 견해(見解) 등의 대표성을 띠는 성격(性格)을 결정할 때, 과반인 50%를 넘는 성질(性質)의 것으로 정하는 게 사회 통념이니까 말이다.
연매출 1조원 클럽에 맨 먼저 가입한 A사의 2016년 상품매출액 비중을 보면 무려 74.5%나 된다. 그러나 제품 등 기타 매출액 비중은 고작 25.5%에 불과하다. B사의 경우엔 제품매출액이 74.5%, 상품매출액은 25.5%였다. A사와 B사는 공교롭게도 통계치가 정반대다. 연구개발 투자 차이가 주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C사는 제품매출 비중 54.5%, 상품매출 비중이 45.5%로 나타났다. D사의 제품매출액 비중은 35.8%에 지나지 않았다. 비(非)의약품인 상품매출 비중이 24.4%, 나머지 39.8%는 자회사 연결매출로 채워졌다.(M파나 C기자 2017.3.20. 및 금감원 DART 자료 참조)
따라서, 2016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3개 제약사중 C사 이외의 A, D, 2개사는, '약을 제조하는 제약업체라는 관점'에서 낙제 수준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A사의 상품매출을 제외한 제품 등 매출액은 겨우 3347억8천만 원뿐이었다.
1조원 클럽 멤버 중에는, 국민적으로 칭송받는 훌륭한 창업자 분이 계셨다. 질곡(桎梏)의 일제하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동포들을 위해 미국서 돌아와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26년 민족 제약사를 창립했다. 신념을 실천코자 1936년 국내 최초로 근대적 제약공장을 준공하고 제약입국의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과연 오늘까지 그 분의 그 숭고한 '제약주권(製藥主權)의 의지'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일까? 외국제약사들의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세칭 '도입약품'으로 과연 그 분의 그 뜻 깊은 '제약입국(製藥立國)의 이념'이 발현(發現)될 수 있을까? 지난(至難)하고 불확실한 신약 연구개발 보다는, 비교적 손쉽고 마케팅 예측이 가능한 '선진약품 도입 전략'을 앞세워 몸집만 키워 왔으니 안타깝다. 혹시, 그렇게 된 원인이 '철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시스템' 속에서 회사 시장가치의 지표인 주가의 높낮이와 배당률 등을, 정해진 임기 내에 직책을 걸고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눈치를 살피며 관리할 수밖에 없는, 대(代)를 이어 온 임명제(任命制) 전문 경영인들의 비공식적(informal)인 업무의 한계 때문은 아니었을까?
물론, 제약업체들의 사업 다양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판 할 생각은 추후도 없다. 제약사들도 기업체고 기업체는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경제의 단위 조직이므로, 수익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사업 선택은 오로지 그들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서 왜 시비(是非)를 트는가. 누누이 언급해 왔지만, 덮어놓고 '제약(製藥)'업체라는 명패를 단 채로 '1조원 클럽 가입'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패를 달았으면 최소한의 이름값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최소한의 이름값'이란 제약기능을 통한 제품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 중 적어도 과반 즉 50%를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약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연매출 1조원 클럽'에 골인했다면 왜 문제 삼겠는가. 진심으로 거듭거듭 축하해 줄 일인데.
국내 제약업계는 짧은 세월동안 참 많은 일들을 해냈다. 특히 양적인 성장이 두드러졌다. 1950년 한국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13위(중앙일보B1 하선영기자 2017.8.22.) 내외의 제약시장을 일궈냈다. 그러나 부작용도 이에 못지않게 컸다. 숱한 제약업체들이 생겨났고 그들의 모방제품(copycat)들이 국내 의약품시장에 쏟아져 넘쳐나면서 극심한 가격경쟁과 불법성 리베이트 영업이 판을 쳐왔고, 연구개발・생산이라는 제약 본질적인 기능제고 노력보다는,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니 '코마케팅(co-marketing)'이니 하는 미명(美名)아래 유명 외국 제약업체들의 판매대행사(CSO, Contracts Sales Organization)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되는 신세태(新世態)를 불러 왔다. 이제, 외국의 스타 제약사들과 판매대행 계약만 잘 맺는다면 우리나라에서 '리딩' 제약업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때문에 작금 그 판매대행권을 놓고 국내 제약사들 간에 보기 민망한 물밑 이전투구(泥田鬪狗)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국내 제약업계가 가야하는 길의 좌표가 돼서는 안 되지 않는가.
오늘날 100세 시대와, 바이오 나노기술(nano-technology) 및 인공지능(AI) 등이 이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동시에 열리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에 부응하려면 신약개발 촉진 및 지원 등 크고 작은 제반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자꾸 옆길(판매대행)로 새는 기회를 잡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핸들(handle) 조작을 옳지 잘한다고 부채질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제약(製藥)이라는 대도(大道)의 본업을 향해 달리도록 각성시켜 줄 필요성도 크다고 생각된다.
즉,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이 제약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정도(正道)로 가도록, 그리고 그 제약기능을 퇴보시키는 '상품도입'이라는 부차적인 길이 정도보다 더 큰길(大路)이 되지 않도록, 제약사들에 대한 비공식적 평가방법을 바꾸는 조치가 시급하다. 사회적인 명성과 명예는 강력한 발전동기를 유발하고 그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평가가 밑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전체 매출액을 무조건적인 기준으로 하여, '리딩 제약사'니 '연매출 1조원 클럽 가입 제약사'니 '스타 제약사'니 하는 것과 같은, '제약(製藥)'을 꼬리표로 달면서 명성과 명예를 붙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배(제품매출액)보다 배꼽(상품매출액)이 더 크면 기형(畸形)이 아니겠는가. 이제 그 기형을 하루 빨리 바로 잡도록 강력히 유도해 줄 때가 됐다.
대안(代案)으로, 제약업체의 '제품매출액'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50%를 넘는 경우에만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리딩 제약사', '스타 제약사', '연매출 1조원 클럽 제약사' 등의 명예와 명성을 붙여 줄 것을 제안한다. 다만, 제품매출액 비중이 비록 50%미만이더라도 그 절대 금액이 타 제약사보다 더 크다면 예외로 그에 걸 맞는 대우(待遇)를 해준다. 예컨대 상품매출액 비중은 70%이고 제품매출액 비중이 30%인 제약업체인데 제품매출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면 '연매출 1조원 제약사'라는 영예의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여론의 문제와 같은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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