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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91일 이상' 조제수가, 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나

  • 김지은
  • 2025-01-07 19:21:19
  • [팜인사이드] 장기처방, 코로나가 촉발·의료대란으로 정점
  • 91일 이상 처방 조제료 2만310원 고정…약국 부담 증가
  • 로컬 약국에까지 영향…"수가 개선·처방 분할 함께 고려돼야"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코로나 이후 로컬 내과 등에서도 90일 이상 장기처방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문제는 91일 이상 처방 조제에 대한 조제 수가는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제도입니까. 약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수가 세분화를 위해 나서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열린 한 지역 약사회 정기총회에서 개국 약사는 하루라도 빨리 대한약사회가 91일 이상 처방 조제 수가 개선을 위해 정부와 협의에 나서달라고 건의했다.

‘91일 이상’ 처방 조제 수가 개편은 그간 약사회의 해묵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빠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 현안에서는 제외됐던게 사실이다. 91일 이상 장기처방 조제는 일부 대형 병원 문전약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대란은 약국의 조제 형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에서 촉발된 장기 처방 증가세는 의료대란으로 정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 접수된 400일치 처방전.
실제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처방을 일선 로컬 병·의원에서도 발행하면서 동네약국에서도 90일 이상 처방전이 접수되는 실정이다.

그간 문전약국에 국한된 현안으로 치부됐던 장기처방에 따른 조제 수가 문제가 일선 로컬 약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약사사회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 대한약사회장 선거 과정에서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을 비롯해 3명의 출마 후보 모두 공통으로 91일 이상 처방 조제 수가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해마다 늘고 있는 장기처방이 펜데믹, 의료대란이라는 예상못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재의 조제 수가에 대한 대대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1일 이상 조제료, 왜 문제인가=현재 91일 이상 처방에 대한 조제료는 2만원대로 일괄돼 있다.

2025년도 약국수가를 보면 91일 이상 조제료는 지난해 1만9750원에서 2만310원으로 560원 인상됐다. 현재로서는 91일 이상 조제 시 약국에서는 조제일수와 관계없이 조제료가 2만310원(2025년 기준)으로 고정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91일 이상 장기처방 조제가 약국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영희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2022년 90일 이상 장기처방을 받은 전체 건수는 약 2600만건으로 4년 전인 2018년 약 1600만건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약국에서 600일분 처방이 나온 사례. 약제비 총액 146만5870원 중 조제료는 단 1만5070원, 신용카드 수수료를 제하고 나니 약국은 결국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90일 이상 구간 처방은 대형 병원은 물론이고 의원급에서도 크게 증가한 것을 알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2018년 609만건에서 2022년도 783만건으로 29% 늘었고 ▲종합병원 538만건→840만건 56% ▲병원 93만건→182만건 96% ▲의원 305만건→767만건 151% 등으로 증가했다.

소수 대형 병원 인근 약국의 손해로 치부됐던 문제가 일선 동네약국으로까지 영향이 미치면서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약국들이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이상 처방 조제에 따른 부담과 손해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이 한정된 중소형 약국에서 90일 이상 처방전이 접수된 경우 적지 않은 인력과 시간이 해당 조제에 할애될 수밖에 없다.

관련 건수가 늘어날수록 약사의 추가 업무뿐만 아니라 약품 재고 관리, 반품 처리, 카드 수수료, 인건비, 소모품 비용 증가 등 다양한 추가 부담 역시 커지는 구조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조제일수가 많은 처방의 경우는 조제료로 원가도 보전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360일 처방도 나오는데 이런 경우 해당 처방조제에 들어가는 소모품 등 재료비에 카드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약국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도 발생한다. 이런 건수가 점차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심각성 인지…수가 개편·처방 분할 함께 고려=약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91일 이상 조제구간에 대한 재분류 세분화를 검토하고 정부에 필요성을 설득해 왔다.

지난 2020년에는 재분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적정 조제구간 및 상대가치점수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업무량 상대가치 개발연구(약국)' 보고서를 심평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를 근거로 당시 약사회는 91일 이상으로 한정돼 있는 조제구간을 ▲91일~120일 ▲121일~150일 ▲151일~180일 ▲181일 이상으로 세분화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약사회가 지난 2021년 진행한 적정 조제구간 및 상대가치점수 등에 대한 연구 결과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도 지난 선거 과정에서 91일 이상 장기처방 조제 차등수가 적용 추진을 공약했다.

권 당선인은 “장기처방이 늘면서 약국의 부수적 지출과 노동 강도가 증가함에도 91일 이상 장기처방에 대한 조제료가 동일하게 책정되는 비합리적 구조로 인해 회원 약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의 조제 수가 체계에서는 91일 이상 처방의 경우 일수에 따른 난이도, 업무량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91일 이상 처방 조제료 문제는 단순 약국의 수익 문제가 아닌 약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국민에 더 안전한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약사들의 고충을 반영한 공약 실현으로 회원들과 함께 약사 직능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장기처방이 늘어나는 현 상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개월에서 1년치까지 처방이 나오고 이를 조제하는 것은 사실상 의약품에 대한 안전을 환자에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계 전문가들은 우선 약사사회가 정부를 설득해 장기처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약국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수가 개편 필요성을 함께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약계 한 인사는 “장기처방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환자 안전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부분이다. 우선 장기처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의료계에서 이것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당장 장기처방이 늘어나고 약국의 손해는 현실화 되는 만큼 수가 개편을 요구하는 한편 분할 조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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