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약, 분절처방 탓하랴 제조사를 탓하랴"
- 정혜진
- 2018-01-25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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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T 조제 중 다수 파쇄..."제약사 세심한 생산에 기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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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약국. 약사가 처방을 검수한 후 A제약사의 암로디핀 성분제제 B의약품 60일 처방을 확인한 후 5mg 정제 30알을 분절했다. 분절가위로 정제를 자르는데, 거의 1/3이나 되는 약이 부서지고 가루가 됐다.
"반절 처방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제제인데, 분절할 때 이렇게 많은 양이 부서지는 건 제조공정이 잘못된 것 아닐까요?"
"처음엔 불량의약품으로만 생각했죠." 약사와 마찬가지로 데일리팜의 접근방식도 단순했다. A제약사에 문의한 결과 ▲생산 공정과 제제의 경도에는 문제가 없다 ▲허가사항대로 생산, 판매했다 ▲B의약품은 분절조제를 전제로 생산된 제제가 아니다 등의 답을 얻었다.
제약사의 잘못이 아니라면, 약국이 잘못 조제한 것일까. 문제 확인을 위해 A제약사 관계자가 문제 품목과 같은 로트번호 제품을 갖고 약국을 찾았다. 약국서 가위로 정제를 잘라보니, 다른 로트의 제제 역시 부스러졌다.
손으로 잘라보니 비교적 깨끗하게 잘라졌다. 그렇다고 약국에 'B품목 0.5T처방은 맨손조제를 하라'고 시대착오적인 주의사항을 전해야 할까 제약사 관계자는 "성분 특성 상 습기에 취약하다. 그래서 분절 없이 정제 그대로 조제할 것을 권장한다. 일부 병원약제실 이야기를 들으니, B의 오리지널 품목인 '노바스크'도 부서지기 쉬워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 조제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약사의 암로디핀 성분 다른 품목들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분절조제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발생할까.
염과 부형제가 다른 품목들을 직접 비교할 수 없었으나, B품목을 대체조제할 수 있는 제품을 조사하던 중 한 제약사가 의약품 제형을 동그란 원형에서 분할선이 있는 길다란 8각형 제형으로 변경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제약사에 문의하니, 이미 생산이 중단된 품목으로 공급 당시에도 다른 제약사에 위탁 생산한 것이라 제형이 변경된 직접적인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분절 조제 편의를 위해 원형에서 분할선 팔각형으로 제형을 변경한 것 아닐까'라는 기대를 확인할 경로가 없었다.
"그럼 의사의 0.5T 처방이 문제 아닐까요?"라는 질문에 약사와 제약사 모두 고개를 저었다.
약사는 "함량은 나이, 체중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한 진료 결과다. 이걸 '분절 없이 조제하게 1정씩 처방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역시 이와 같은 의견이었다.
노바스크 제네릭 중 하나인 B제제는 2007년에 출시됐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처방, 생산, 공급되고 반절 조제가 분명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5mg만 공급할 뿐, 쪼개지 않아도 되는 2.5mg을 생산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2.5mg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는 오리지널이든 제네릭이든 암로디핀 제제를 계속해서 1/2씩 복용해온 것이다. 약국은 그 모든 암로디핀 5mg 제제를 10년 넘게 쪼개서 조제해왔다.
"오리지널도 출시 안했는데, 제네릭 품목이 갑자기 2.5mg을 생산한다고 의사들이 과연 처방을 내줄까요?" 2.5mg 정제에 대한 니즈에 대해 묻자 A제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시장 니즈가 있다면 당연히 2.5mg 생산을 검토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품목은 처방량이 아주 적어요. 분할선이 있는 제형으로 다시 만들려면 제조공정을 바꿔야 하는데, 그만큼 회사가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죠. 그리고 오리지널 품목도 5mg, 10mg만 있는데, 우리가 2.5mg을 만든다고 의사 처방이 나올지는 알 수 없어요."
이 과정에서 오리지널 품목 '노바스크' 2.5mg가 해외 주요 국가에는 출시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에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2.5mg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성분 제제라 해도 산제, 시럽제, 정제를 만들고 정제 역시 2.5mg, 5mg, 10mg 등 다양하게 생산, 공급하는 해외 시장에 비해 우리나라 시장은 한두가지 용량 제제를 갈고 자르고 덜어 어린이부터 목넘김이 힘든 노인까지 두루두루 복용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돈 때문이다. 3품목을 허가받아 출시하는 것보다 1~2 품목만 허가, 출시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 어차피 2.5mg은 5mg를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를 제기한 약사는 "부서진 정제는 약국 손해로 남는다. 이렇게 모이면 큰 비용이 된다. 그런데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약의 안전성이다. 습기에 약한 제제인데, 반으로 깨끗이 잘라졌다 해서 한달, 두달을 두고 복용해도 괜찮을까? 약사들은 약을 자르고 갈 때마다 크고작은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형 다양화, 용량 다양화가 필요하다. 제약사 사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를 위해 이제는 생산된 약이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되는 제도적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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