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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투' 제약계에도 변화 이끌어 내길

  • 안경진
  • 2018-02-08 06:14:53

직장상사와 로맨스는 한 때 멜로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던 단골소재다. 기자를 비롯해 많은 10~20대 여성들이 그러한 사내연애를 꿈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사내연애보다 직장 내 성추행이 더욱 흔하다는 현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회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서 검사의 폭로는 일반 기업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성추행 사실을 덮은 인물이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점, 8년 전 안태근 전 검사에게 강제추행 당한 사실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보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갖는다. 덕분에 SNS를 통해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해시태그(#MeToo)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하는 미투운동이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제약업계도 이 같은 성추행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에는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한국오츠카제약, 한국MSD 등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자급 남자직원이 수년간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온 사실이 적발된 일부터 여성임원이 술자리 중 남성직원에게 부적절한 스킨십을 강행한 사례, 고위임원이 회의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시도한 사례 등 유형 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줄만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용기내어 회사 측에 피해사례를 알리더라도 적절한 징계는 커녕 가해사실 자체가 은폐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해자가 징계위원회를 회부하기 직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날 경우 공식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불필요한 잡음을 막으려는 회사의 논리 아래 피해자에게 인사이동 또는 휴가권고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도 확인된다. 기사화 되더라도 그 순간뿐, 대개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더 큰 내상에 노출되고 있다.

서 검사를 통해 촉발된 이번 사안이 처리되는 방식에 관심이 가는 건 이러한 업계 환경과도 관련이 깊다.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낙인 찍히거나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 탓에 사내 고발을 주저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들려온다. 스스로 그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피해자의 처신을 문제삼는 우매한 시선들도 남아있다. 부디 제약업계에서도 일순간 관심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성추행 관리 및 예방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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