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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환거래법의 허점과 페이퍼 컴퍼니

  • 노병철
  • 2018-02-14 12:02:54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해 국제수지 균형과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법률이다. 시행 25년을 맞는 이 법은 외국환 관리에 관한 기본법률과 외환관리법을 전신으로 한다. 법에서 규정한 네 가지 선언적 목적 외 저변의 순기능은 외화유출 방지와 비자금 축적 차단이다.

그런데 최근 제약업계 일각에서 외국환거래법의 내용과 테두리의 날줄씨줄을 더욱 정교하게 정비해 합목적성을 부합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주장의 핵심은 기업 간 또는 개인 간 외국환거래 내용과 시점을 명확히 공시하거나 사외이사 등 옴브즈만으로 하여금 이를 감시하고 관리감독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기업 또는 개인 간 외국환거래에 대한 내용을 언론, 시민단체 등 제3자 기관에 밝힐 필요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법망을 쉽게 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찰, 경찰, 관세청 등 정부기관이 위법을 인지하고 정밀수사를 펼치지 않으면 눈 가리고 아옹할 소지가 크다. 이 부분이 바로 외국환거래법의 허점이고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기업 간 자본거래에 있어 1년에 5만 달러(5000만원) 이상이 오가면 한국은행에 거래명목과 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차입일 경우 금전대차신고, 증여 시에는 자본거래신고로 한국은행에 반드시 신고해야할 의무가 있다. 다만 50만달러(5억원) 이하 증액투자라면 사후신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전신고 원칙이 적용된다. 미신고 시, 처분은 자본거래 10억원 미만은 유형에 따라 총 거래금액의 2~4%의 과태료가 10억이 초과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가정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한국에 본사를 둔 A제약기업이 뉴칼레도니아 소재 B자회사(계열사)에 관리/체제비 명목으로 100억원을 송금할 경우 한국은행 신고는 의무사항이다. 만약 악의적 미신고라면 비자금 조성 목적이 클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특히 상계와 금전대차의 경우 신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계와 관련해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거래처 등 포함) 간 외국환 거래 시, 매입채무나 매출채권을 상계하거나 다자간 보유 중인 채권 채무를 서로 상쇄하는 다자간 상계거래 시 국내거래와 달리 사전에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금전대차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외화 또는 원화를 차입하거나 대출을 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해외예금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 지정거래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외 체류 시 개설한 계좌를 국내에 입국해 거주자가 되었음에도 별도 신고 없이 당시 개설한 예금계좌를 이용해 예금거래를 하는 경우 명백한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본다.

우리는 몇 해 전, 모럴헤저드에 빠진 일부 기업들의 해외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사건을 기억한다.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정 축재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와 괴리감을 느꼈다. 이와 연루된 일련의 사안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안다. 현미경과 돋보기의 잣대로 보더라도 외국환거래법의 정비와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사건은 괘를 같이 한다. 처벌 규정의 강도는 높고 낮음에 따라 실익 차가 크거나 방향성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 반면 법망은 넓고 촘촘할수록 형평성과 목적 달성률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의 외국환거래 내용에 대한 공시의무와 옴브즈만 의무 감사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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