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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꺼내든 향정약 절도범과 맞닥뜨렸던 약사…지금은?

  • 김지은
  • 2018-06-21 12:20:32
  • 졸피뎀 절도 흉기난동 사건 피해약사 "지금도 트라우마...몇달간 약국도 못 나와"
  • "포항 피해약국 생각하면 마음 아파...내 안전 스스로 지켜야"
  • 검찰 8년 구형 했지만 피의자 정신병력 주장에 법원 3년 6개월로 감형

"몇 달은 약국에 못 나왔고 지금도 꿈에서 피의자가 나와요. 평생 가져갈 트라우마죠. 그런데 경찰이 추산한 피해액은 고작 9800원이더라고요. 졸피뎀 2상자를 절도했다고 딱 그 금액으로 책정한 거죠."

최근 벌어진 포항 약국 흉기 사건을 보며 누구보다 마음 아프고 피해자들에 공감하는 약사가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약사. 그는 지난해 12월 약국 인수 한 달 만에 졸피뎀 절도를 위해 흉기로 위협당하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겪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동네 약국이었다. 주 출입구 쪽으로는 대형 슈퍼마켓도 있고 건물 엘리베이터와 연결되는 옆문은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이 꽤 다니는 곳이었다.

사건은 뜻하지 않게 발생했다. 약국에 종종 졸피뎀 처방전을 들고 오던 20대 젊은 환자가 어느 날 주변을 서성이더니 약국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처방전도 없이 졸피뎀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터무니없는 요구에 약사가 거절하자 이 남성은 등산용 칼을 약국 매대 위에 올려놓으며 협박했다.

당황했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약사가 거절 의사를 밝히자 이 환자는 자리를 피했다. 환자가 돌아간 후 경찰에 신고하니 경찰에서 돌아온 말은 더 황당했다. 이 남성이 이미 약국에서 수차례 졸피뎀을 절도한 전과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남성이 정신과 병력이 있는 환자인 만큼 현재 병원에 감금돼 있다며 안심하라고도 했다.

사건은 그 이후였다. 며칠이 지나 약국 직원이 주변을 배회하는 이 남성을 본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불안해하고 있던 중 일은 벌어졌다. 환자가 뜸한 점심시간 즈음 약국에 침입한 이 남성은 손에 칼을 쥔 채 졸피뎀을 요구해왔고 약사가 이를 거절하자 매대를 뛰어넘어 약사와 직원이 있는 조제실까지 따라 들어왔다.

1차 사건 이후 설치해 놨던 경찰과의 핫라인도 당시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약사가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위기 상황에서도 잠금장치를 천천히 열며 피의자와 대치하는 그 시간 안에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약국에서 별도로 신청해 놓았던 보안장치 역시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일부러 핫라인을 조제실 안 마약 저장장치 쪽에 설치했었어요. 범인이 또 올 것 같았거든요. 당시 칼을 들고 매대를 뛰어넘어 오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조제실 쪽으로 몸을 돌려 안전벨도 누르고 KT캅스에 전화도 돌렸어요. 환자가 바로 앞에 있다보니 다른 말을 하며 시간을 끄는데 그쪽에서 전화 잘못걸었다며 끊어버리더라고요. 범인이 뛰어나갔다 약국에 다시 들어와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간 그 시간에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으니까요."

피의자는 몇시간째 약국 주변을 서성이다 환자가 뜸한 시간을 틈타 칼을 들고 침입해 약사와 직원을 협박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는 정신병력이 있고 사건 당시 약에 취해 우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A약사가 이번 사건으로 감당해야 할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사건 이후 피의자와 관련한 경찰 조사는 물론이고 향정약을 절도당했단 이유로 보건소와 경찰에도 방문해야 했다. 심적인 고통과 사건 처리로 인해 3개월 넘게 약국에 나오지 못했다. 이 모든게 개국 한달이 막 지난 시점이었다. 새 약국에 적응하며 정말 잘 해보자고 열의를 불태우던 중 벌어진 사고에 약사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경찰이 추산한 약국의 피해액이었다. 경찰은 최종 이번 사건의 피해액을 9800원으로 추산했다. 피의자가 졸피뎀 2박스를 절도했가다는 이유로 약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다. 경찰에는 해당 약이 향정약이라는 점도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약사는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 2~3개월 전부턴 약국에 나오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는 없다고 했다. 최근 사건 6개월 만에 피의자가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약사는 선고 이후 더 마음이 좋지 않아졌다.

"검찰은 8년형을 구형했다는데 1심에서는 그 절반도 안 되는 3월 6개월이 나왔더라고요. 피의자는 이에 만족못하고 지금 항소할 준비를 하고 있고요. 피의자가 항소하면 기간이 더 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다시 사회로 나올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단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로워요. 이 약국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도 그때까지, 아니 그 이전이라고 보고 있고요."

해당 환자는 지난 재판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약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 정신 병력을 재판 과정에서 지속해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약사는 이번 일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고 했다. 내 안전은 나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 더욱이 몸은 물론 정신이 불편한 환자가 수시로 드나드는, 취객이 별다른 제재 없이 들어와 음담패설을 해도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나홀로 약국, 특히 여약사 단독 운영 약국의 경우는 말이다.

"최근에 가스 분사기를 구입해 약국에 비치했어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경찰도, 약사회도 누구 하나 믿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1차 피해를 입을 후 경찰 협조로 핫라인을 설치했던 약국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흉기 협박까지 당해야 했잖아요. 결국 미약하나마 내 손으로 지켜낼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번 포항 약국 사고를 보며 결국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생각에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모든 걸 내려놓고 이렇게 언론에 나온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동료 약사님들이 더 피해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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