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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환자의 '각성'이 불러온 어떤 '오해'

  • 어윤호
  • 2018-11-22 06:10:00

"의사 선생님, 제발 잘 부탁드릴게요. 살려만 주세요."

시대가 변했다. 의사에게 매달리며 읍소하는 일이 전부였던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들은 이제 수술 논문을 뒤지고 임상 시험 데이터베이스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gov)에서 신약을 찾는다.

국내 허가된 약이 보험급여 장벽에 막혀있을 땐, 유관부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에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한 민원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 표현하는 관계자도 있다.

'존재하지만 먹을 수 없는 약'을 바라보는 환자와 가족들의 분노는 이루말할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니면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절박함, 상승한 국민들의 지식수준과 인터넷의 발달에서 비롯되는 행정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같은 시대의 변화는 정부와 제약업계 간 '빈번한 오해(?)'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 특성상, 환자들에게는 '신약이 허가-제약사 급여 등재 신청-정부가 재정영향을 고려하느라 등재가 지연, 혹은 무산' 방식의 사고가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즉 무조건은 아니지만 '신약의 등재'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환자와 제약사는 같은 이해관계에 놓이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 제약사가 아닌, 환자의 압박은 위력이 크다.

때문에 정부는 환자들의 놀라운 행정력 뒤에 제약사가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적잖다. 어찌보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같은 이해관계에 놓였을때, 환자는 제약사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여론의 비판이 쇄도해도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에 둬서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오해'라는 단어 뒤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제약사 입장에서도 환자는 '양날의 검'이다. 약의 허가 후 제약사가 세우는 등재 계획보다 환자들이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화이자가 겪었던 유방암치료제 '입랜스' 사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오프라벨 적응증 이슈도 이제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지 않다.

어려운 문제가 됐다. 그래서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제약사가 환자를 종용하다 발각된다면 큰 지탄을 받아야 겠지만 정부가 일일이 의심하며 소모하면 안 된다. 환자들이 키운 신약에 대한 대중성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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