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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내년 의대정원 0명 발언과 의사의 품격

  • 이정환
  • 2025-03-11 15:49:35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여당이 2026학년도 의대정원 0명 증원이란 강수를 두며 의사와 화해 무드 조성에 나섰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견 제시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년 넘게 이어지는 사회혼란 종식을 위해 내린 고육책이다.

여기엔 정책실패 자인, 의과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최상위권 수험생·학부모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의정갈등·의료대란을 끝장내겠다는 정부여당 나름의 결기가 서렸지만 정작 의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함을 너머 싸늘하다.

특히 '13만 의사'의 대표자로 평가되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한 마디는 국민여론에 대한 의사 이미지를 '직능 이기주의 끝판왕'으로 각인하는데 충분했다.

김택우 회장은 전국 시도의사회 회장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내년에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의 2026년 '0명 증원' 협상 카드에 '0명 정원'으로 맞서면서 의사를 사회 지도층이자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 전형적인 밥그릇 지키기 직능으로 내려 앉힌 셈이다.

의협회장의 0명 정원 발언은 이미 불만이 쌓인 여론이 단숨에 폭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2000명 증원이 지나치다는 의사 주장에 동의하고 공감했던 과거의 자신을 후회·부정하며 "의사 이기주의에 치가 떨린다"는 반응이다.

의료계가 이번에 정부여당이 내민 손을 내치고 의정대치를 이어 갈 경우 고육책을 택한 정부여당은 국민 여론 앞에 설 자리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지 1년만에 또 다시 2000명 증원을 단숨에 무위로 돌리는 0명 증원(3058명 환원)을 결정했는데도 의료계를 품지 못하고 또 한 번 사회 혼란 수습에 실패했다는 국민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0명 정원 주장은은 의사 역시도 국민 앞에 자신의 권리와 권한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결과를 도출할 테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사회 시스템 정상화와 의료공백 사태로 인한 국민 공포 해소를 위해 집단사직 전공의와 집단휴학 의대생 복귀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복지위 제1법안소위를 통과한 의사인력 추계위원회법안의 처리를 늦추고 의료계와 거듭해 소통하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의협과 전공의협의회, 의대생은 오늘날 우리 국민, 우리 사회가 일제히 의사 표정을 살피며 정상적인 보건의료 체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오각성해야 한다.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한 내년도 의대정원 0명 증원을 수용해 의정대치를 탈출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피부과 전문의 출신 함익병 개혁신당 선거기획단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포함한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의료계를 향해 이주호 사회부총리의 2026년도 의대정원 3058명 동결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변했다.

지난 1년여 간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누구보다 신랄하게 비판하며 의사가 늘어날 대한민국은 의료시스템 붕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염세적 미래를 전망했던 함익병 단장마저도 0명 증원을 의정갈등 종식 분수령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고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포함한 의료개혁 수립 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전문가로서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의사는 차게 식은 국민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2000명 증원보다 더 큰 충격파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의사가 오피니언 리더로서 품격을 져버리고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이기주의 직능이란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 쓰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의료계는 0명 정원을 입에 올릴 게 아니라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통령 직무대행, 소관 부처 장관 설득에 힘쓴 이주호 부총리 용기를 높이 사 의정논의 테이블로 복귀해 정부를 향해 의사로서 가져야 할 정당한 권리를 외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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