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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불법 개설약국 피해약사도 소송할 수 있는 길 열리나

  • 정혜진
  • 2019-09-04 17:39:01
  • [뉴스 따라잡기] 고법, 창원경상대병원 주변 약사의 '원고적격' 인정 의미
  • "환자 뿐 아니라 약사도 소송제기 가능"...법조계 "이례적인 판결"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4일에는 창원에서 약사사회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2016년부터 논란이 되고 2017년 시작한 소송의 2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원고인 약사들 손을 들어주었죠.

판결이 있던 4일 오전 11시 부산고법 창원재판부에는 많은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1심의 약국개설허가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유지한다"는 판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관계자들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 재판장을 나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이 기쁨의 이유가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재판부가 환자에 이어 피해 약사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1심보다 한 발 더 앞선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원고 약사들 조차도 '이렇게까지 크게 이길 줄 몰랐다'며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주변의 다른 약사가 제기한 약국 개설 관련 소송에서, 약사에게 원고 자격이 있다고 밝힌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번 부산고법의 판결이 거의 최초의 '약사 원고적격 인정' 판례인 셈이죠.

재판부는 "행정청이 약국개설등록장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한 건 순수한 공익의 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약사들이 '약사법 상 장소적 제한을 위반해 개설된 약국이 없는 환경에서 영업을 할 권리'와 '의료기관과의 담합 우려가 있는 약국이 없는 환경에서 영업을 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판결 직후 원고 약사를 비롯한 약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승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즉, 불법약국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약분업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재판부가 어떻게 이같은 파격적인 판결을 내렸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그동안 거듭되는 변론에서 피해약사와 약사회가 원고적격을 얻기 위해 어떤 주장으로 재판부를 설득했는지를 참고했습니다.

◆"약사도 원고가 될 수 있다...약사법·헌법이 보장한 법리적 피해를 입었으므로"

먼저 '원고적격'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까요. 행정소송은 크게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소송과 특정 개인이 제기할 수 있는 소송으로 나뉘는데, 약국 개설허가는 개별적인 행정 절차에 따라 피해를 입은 경우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 제기하는 소송에 해당합니다.

'특정'이라 하면 당연히 어떤 개인이 그 '특정'에 해당하는 지를 정해야겠죠. 행정소송법 제12조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자격으로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과거의 숱한 약국개설 소송에서 법원이 문제가 된 약국의 주변 약국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본 것은, 이들이 경제적 피해만 입었을 뿐 약국 개설의 적법성을 따질만 한 법리적 피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다시 말해, 원고적격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처방 감소, 일반약 판매감소와 같은 경제적 피해가 아니라, 약사법과 같은 공법에서 정한 약사가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법리적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약사들과 변호인이 주목한 것은 '약사로서의 법리적 피해'입니다. 약사법에서 보장한 약사의 권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변호인과 약사들은 창원경상대병원 남천프라자의 두 약국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약국 두 곳의 조제건수가 줄어들면서 '대체조제권'과 '원외처방조제권'을 행사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천프라자 약국들은 병원에서 독립되지 않은 '원내약국'이나 다름 없는데 원외처방전을 독식하면서 병원과는 독립된 기존 약국 두 곳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죠.

약사법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남천프라자 약국들은 기존 약국 두 곳에 대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경쟁의 자유', '영업의 자유'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법원이 '법리적으로 피해를 입은' 기존 약사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시했다는 것은, 법원이 문제 약국들이 병원에 종속된 '원내약국'이라는 점을 전제를 깔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병원과 남천프라자 약국들은 약국이 병원과 독립된 공간에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불법 약국에 의한 이익 감소는 일반적인 약국 간 경쟁의 결과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이 약사들은 피해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원고인 약사들과 변호인은 눈에 띄게 유입 처방 건수가 줄어들었고 매출도 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즉, 정당한 경쟁에 의한 수익 감소와 위법한 약국 개설에 의한 수익 감소는 분명히 구별된다는 논리를 증명한 것이죠.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남천프라자 약국들이 받은 처방건수를 보면 병원이 발부하는 처방전의 83~90%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었고요.

반면 피해 약사들 약국으로 유입된 처방전은 한달에 천 건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중 한 곳은 결국 휴업을 해야 할 정도로 약국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죠.

원고 약사들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개설허가를 받은 약국이라면, 기존 약국과 신규 약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압도적인 피해가 공정한 경쟁에 의한 정당한 결과라고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겠죠.

원고 약사들은 "위법한 약국 개설등록으로 직접적이고 중대한 피해를 입는 인근 약국개설 자들에 대한 권리구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약사들의 피해는 환자들이 입은 '건강권 침해 없이 건강을 증진시킬 이익' 침해보다 더 중대하고 직접적인 피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주장을 토대로 원고 약사들과 변호인은, 법원에서 피해약사들이 다툴 기회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원고적격'은 실제로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국민 개개인의 권리구제의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점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법원은 이번에도 약사회의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법리적 피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 있을 수많은 약국 개설 관련 소송에서 적지않은 의미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남천프라자에서 2년 가까이 영업을 해온 약국들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상고는 오는 18일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추이를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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