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R&D 정보공개' 정공법이 답이다
- 안경진
- 2020-01-31 0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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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바이오파마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3상 탑라인 결과가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 모두에서 각각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닷새 뒤 기자간담회장에서 일차유효성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4500억원 가까이 증발했고,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다.
한올바이오파마 입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번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상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적이 없었다. 애초부터 추가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만큼 이번 임상의 주평가지표 미충족이 시장에서 신약개발 실패로 받아들여질까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지난해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 많은 신약개발기업들이 3상임상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체감한 터라 임상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올 측이 내놓은 해명대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안구건조증 임상의 평가변수로 다양한 지표들을 인정해 왔다. 안구건조증 신약 '레스타시스' 개발사인 엘러간도 2002년 FDA 허가에 앞서 총 3번의 3상임상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2상임상과 첫 번째 임상3상에서 안구건조증 관련 다양한 평가지표에 대해 폭넓게 평가한 다음, 주평가지표를 확정하고 추가 임상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반복 입증하는 형태다.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HL036' 역시 이번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 각막전체염색지수(TCSS)와 안구건조감지수(EDS) 등을 주평가변수로 설정할 경우 2번째 3상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FDA와 협상을 통해 이차유효성평가변수의 유용성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건의 임상실패만으로 한올바이오파마가 그간 보여준 신약개발 능력을 폄하할 필요까진 없다는 얘기다.
다른 질환군으로 눈을 돌려보면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신약후보물질 '아두카누맙'의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무용성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FDA 신약허가신청(BLA)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당국의 평가가 갈수록 유연해지면서 임상데이터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상업화를 시도하는 사례도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투자자들과의 소통과정에서 드러난 한올바이오파마의 태도는 세련되지 못했다. 탑라인 결과 발표의 핵심은 일차유효성평가지표 달성 여부다. 정석대로라면 "일차유효성평가지표였던 각막하부염색지수(ICSS)가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라는 발표가 먼저여야 했다. 이후에 "주평가변수는 아니지만 각막중앙부염색지수(CCSS)와 각막전체염색지수(TCSS)에서 유의성이 확인됐고, 안구건조감지수(EDS)에서 유의성이 입증됐다. 후속 임상에서 TCSS와 EDS를 주평가변수로 설정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지난 몇 년간의 학습을 통해 신약개발을 바라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많이 높아졌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임상 결과 발표는 당장의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투자자들의 신뢰형성으로부터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신약개발 기업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달라진 눈높이에 걸맞게 IR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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