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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기자의 눈] 인보사로 본 식약처의 환골탈태 교훈

  • 정새임
  • 2021-02-22 06:14:33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난 19일은 '인보사의 날'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핵심 재판 결과가 연이어 나왔다. 인보사 사태가 터진지 약 2년 만이다. 결과는 코오롱생명과학의 1승 1패로 요약할 수 있다. 회사 임원들은 허가 심사 자료에서 '고의적'으로 인보사 성분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벗었다. 하지만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은 막지 못했다. 고의였든 아니든 허가 서류에 핵심 성분이 잘못 적혀있었다면 직권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명한 '무관용 원칙'과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식약처 역시 그야말로 '팩폭'을 맞았다. 이번 판결에서 식약처의 부실 심사도 함께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로 식약처의 검증 부족을 꼽았다. 즉, 회사의 '조작'을 논하기 전에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심사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느냐는 의문을 던진 것이다.

재판부는 "임원들이 누드마우스 시험결과를 삭제지시하며 식약처 심사업무에 오인을 유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식약처가 인보사 정보를 파악하는데 충실한 심사를 다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 품목허가 및 개발 초기 과정에서 식약처 검증이 부족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현 대법원 판례에서도 행정관청이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조사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그대로 믿고 처분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심사 능력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존재했다.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더 이상 거론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심사 건수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정원에 못미치니 심사에 구멍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결국 식약처 스스로 안고 있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더 문제로 보이는 지점은 식약처가 대외적 분위기에 쉽게 흔들리는 대목이다. 과학적 판단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식약처가 국회나 정부 기조, 여론에 좌지우지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특히나 국내 기업의 경우, '버프'를 받으면 신속히 허가를 받다가도 그 반대의 상황에선 한 순간에 허가 취소 등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 아니면 도' 상황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20년 이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관으로 일했던 모 전문가는 과거 기자와의 만남에서 '모든 약물은 클리니컬 사이언스에 근거해 리스크 대비 베네핏을 따져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나라 식약처는 이러한 과학적 판단보다 정무적 판단이 더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식약처가 처한 상황도 충분히 이해된다. 전문가 채용의 어려움, 예산 부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등 식약처도 쉽지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지위가 격상됐다고 모든 전문성과 능력이 한순간에 급상승하는건 아니다. 산업의 발전과 신기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팬데믹에 맞춰 식약처는 서서히 개선되는 중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식약처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려면, 스스로도 떳떳한 위치에 올라서야 하지 않을까. 능력이 부족한 리더가 엄벌만 내린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 재판부의 '팩폭'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식약처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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