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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패를 대하는 바이오텍의 책임있는 자세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 또는 임상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투셀은 최근 에이비엘바이오와 맺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이 특허 중복 문제로 해지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오름테라퓨틱은 중대한 이상반응(SAE) 발생으로 인해 자사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을 자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은 곧장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인투셀은 기술이전 계약 해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발표 이튿날 인투셀 주가는 전날보다 25.9% 하락한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공시 당일 인투셀 주가는 애프터마켓(15:40~20:00)에서 2만8900원까지 추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름테라퓨틱이 임상 중단을 공개했을 당시에도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하는 등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은 올해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상장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악재성 공시를 냈다. 기술이전 계약이 공모가 산정을 유리하게 끌어올리기 위한 '밸류에이션 부풀리기' 수단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 심사 과정에서 검증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바이오 산업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은 본질적으로 높은 실패 확률을 내포한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다. 글로벌 빅파마조차 수십 개 후보물질 중 단 하나만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술이전 계약 중도 파기나 임상 중단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실패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적 특성 탓에 거래소가 모든 리스크를 사전에 걸러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실패가 용납되는 건 아니다. 기업은 자사 기술과 의사결정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특히 상장사라면 그 책임의 무게가 더욱 크다. 일부 기업의 무책임한 대응은 개별 기업의 신뢰 하락을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자들은 특정 기업의 부실 대처가 시장의 신뢰를 붕괴하는 현실을 이미 여러 차례 묵도한 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 자세다. 임상 중단이나 계약 해지의 사유와 기술적 한계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지가 진짜 실력을 가른다. 실패 자체보다 실패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리스크다. 시장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실패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음을 준비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투셀의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인투셀은 계약 해지 이후 이틀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입장을 내고 해지 배경이 된 특허 이슈의 구조와 분석 경과, 법률적 검토 결과,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과의 연관성, 추가 기술도입 확보 방안 등을 공유했다. 또 시장과의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해 대표이사 1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추진, 투자자 소통(IR) 개최 확대 등 공약도 내걸었다.

인투셀이 보여준 이 같은 행보는 실패에 침묵하거나 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던 일부 바이오텍과는 다른 모습이다. 인투셀이 이번 약속을 앞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할지, 그리고 이런 소통 자세가 향후 시장 신뢰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 이번 사례가 국내 바이오 업계가 실패를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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